【판결<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의 적정 여부>】《민사소송법 제144조에 따른 법원의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의 취지 및 그 필요성 판단의 방법(대법원 2023. 12. 14.자 2023마6934 결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 요건 구비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법원의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144조의 규정 취지 / 법원이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은 당사자에 대하여 소송구조를 통하여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 제2항),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도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같은 조 제4항). 한편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144조에 따른 법원의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하 ‘당사자 등’이라고 한다)의 변론이 애매하거나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136조에 따라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석명을 구하더라도 당사자 등이 사안의 진상을 충분히 밝혀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때에 당사자 등으로 하여금 변론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그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고 또한 소송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은 당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4항에 따라 소 또는 상소가 각하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고 경제적·시간적으로도 많은 불이익이 주어지므로, 법원은 청구의 종류와 내용, 본안소송의 진행경과, 소장 및 답변서 등을 통해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의 주요 내용, 증명책임 부담에 따른 증거신청 내역 및 변론기일에서의 진술내용 등을 종합하여,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석명을 구하더라도 당사자 등에게 필요한 진술을 할 능력이 없어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항소심에서 항소인이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항소가 각하되는 경우 그에게 불이익한 제1심판결이 확정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은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것인지 여부를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신청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은 당사자에 대하여 소송구조를 통하여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아울러 살필 필요가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권순엽 P.497-505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상대방(원고)은 재항고인(피고)을 상대로 ‘재항고인이 가상화폐로 돈을 벌어 3배 이상 소득을 준다고 투자를 권하여 두 차례에 걸쳐 재항고인에게 14,690,500원을 송금하였는데, 재항고인이 처음에 12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만 주고 그 후에는 더 이상 소식이 없다.’는 이유로, 송금한 돈에서 위 12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 13,490,500원을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며 그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⑵ 재항고인은 위 돈이 대여금이 아닌 가상화폐 관련 투자금이라는 취지로 다투었는데, 제1심법원은 상대방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재항고인이 항소를 제기한 다음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여 ‘위 돈은 가상화폐 투자금이고 이와 달리 대여금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하였다.
⑶ 원심은 2023. 7. 6. 14:30 제1회 변론기일에서 재항고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는 결정을 고지하고, 2023. 8. 17. 11:30을 새 기일로 지정하였다.
⑷ 재항고인은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심은 재항고인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⑸ 한편 원심이 이 사건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때까지 재항고인은 제1심과 원심의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였고 답변서, 준비서면, 항소이유서 등의 제목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서면을 제출하였으며, 증거관계를 보면 상대방은 재항고인에게 14,690,500원을 송금한 자료, 상대방 명의 업비트 계좌의 거래내역확인서 등을 서증으로 제출하고 업비트 운영자인 두나무 주식회사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여 상대방 명의 업비트 계좌의 내역을 제출받아 변론에 현출시켰으며, 재항고인은 자신이 수행한 가상화폐 투자 관련 계좌내역, 거래내역확인서 등 금융자료와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사기 혐의 불송치통지서 등을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⑹ 재항고인은 원심의 항소각하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하면서 ‘재항고인이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였고 그 대신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하였음에도 원심이 항소를 각하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나.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민사소송법 제144조에 따른 법원의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의 취지 및 그 필요성 판단의 방법이다.
⑵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 제2항),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도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같은 조 제4항). 한편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144조에 따른 법원의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하 ‘당사자 등’이라고 한다)의 변론이 애매하거나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136조에 따라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석명을 구하더라도 당사자 등이 사안의 진상을 충분히 밝혀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때에 당사자 등으로 하여금 변론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그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고 또한 소송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은 당사자 등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4항에 따라 소 또는 상소가 각하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고 경제적·시간적으로도 많은 불이익이 주어지므로, 법원은 청구의 종류와 내용, 본안소송의 진행경과, 소장 및 답변서 등을 통해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의 주요 내용, 증명책임 부담에 따른 증거신청 내역 및 변론기일에서의 진술내용 등을 종합하여,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석명을 구하더라도 당사자 등에게 필요한 진술을 할 능력이 없어 진술금지 또는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항소심에서 항소인이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항소가 각하되는 경우 그에게 불이익한 제1심판결이 확정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은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것인지 여부를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신청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변호사선임명령을 받은 당사자에 대하여 소송구조를 통하여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
⑶ 원심은 제1회 변론기일에서 재항고인(피고)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한 후 새 기일을 지정하였으나 재항고인이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하였다.
⑷ 대법원은 위 법리를 설시하면서, 재항고인의 주장에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상대방이 송금한 금원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라는 주요 취지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고 이에 관한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점,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대여사실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원고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송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라거나, 석명을 구하더라도 재항고인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3.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의 적정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권순엽 P.497-505 참조]
가. 진술금지
⑴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 전문).
⑵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변론이 애매하여 이를 법원이 석명하여도 사안의 진상을 충분히 석명할 만한 능력이 없는 때에는 그 당사자에게 불이익하고 또 소송절차를 지연시키게 되므로, 법원은 결정으로 이들의 진술을 금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사리분별의 능력이 부족하든가, 쉽게 흥분하기 쉬운 기질 때문이거나 혹은 사안이 복잡한 점에 있는가는 불문한다. 진술의 금지는 법원이 결정하여 재판장이 고지한다. 이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
⑶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⑷ 법원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한 경우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같은 조 제1항 후문). 만약 진술금지의 명령을 고지한 채로 그대로 변론을 속행하면 진술을 금지당한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은 변론할 기회를 얻지 못하므로 절차진행이 불공평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 변호사선임명령
⑴ 법원이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⑵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도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이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같은 조 제4항).
다. 소송구조 등과의 관계
⑴ 민사소송법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나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다.
⑵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으며(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 본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출석을 명하거나 소송에 인용한 문서 제출, 검증ㆍ감정 등을 명할 수 있고(같은 법 제140조 제1항), 질병, 장애, 연령 등의 정신적ㆍ신체적 제약으로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하기 어려운 당사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다(같은 법 제143조의2 제1항).
⑶ 또한 법원은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 즉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같은 법 제144조 제1항, 제2항).
⑷ 한편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같은 법 제128조 제1항), 또한 이를 구체화하여 소송구조제도의 운영에 관한 예규 제2조 제2항은 “법원이 당사자에게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변호사의 선임을 명하거나, 당사자가 법정에서 소송비용의 부담이 과중함을 호소하는 등 실무처리 중 소송구조제도의 이용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그 당사자에게 소송구조를 신청하게 하거나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하여, 자금능력이 부족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 법원의 경향
⑴ 하급심은 주로 주장ㆍ증명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하고 있다.
하급심은, 원고가 ①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청구원인과 무관한 사실을 주장하고 불필요한 청구취지변경신청을 하거나(대법원 2020. 7. 21. 자 2020마232 결정), ②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면서 요건사실을 주장하지 못하고 관계없는 다수의 증거신청을 하거나(대법원 2022. 10. 21. 자 2022마6380 결정), ③ 소유권말소등기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으로부터 소 각하판결을 받고 항소하면서 기판력에 저촉되는 주장을 반복하거나(대법원 2011. 6. 7. 자 2011마249 결), ④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으로부터 청구 기각판결을 받고 항소하면서 체계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고 객관적인 증명을 전혀 하지 못한 경우(대법원 2014. 10. 30. 자 2014마1628 결정)에는 원고에 대하여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 또는 항소를 각하하였다.
또한 ⑤ 원고가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으로부터 일부 인용 판결을 받았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면서 명확하지 않고 쟁점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주장을 한 경우(대법원 2015. 10. 22. 자 2015마4183 결정)에는 피고에 대하여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각하하였다. ⑤의 경우는 쟁점 부동산의 지분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위 부동산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대금 채권을 주장하였으나 제1심이 ‘피고의 공사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사안으로서, 주장ㆍ증명책임이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있었다.
한편 위 소 또는 항소 각하결정에 대하여 재항고가 제기되었으나, 대법원은 원심결정을 수긍하였다.
⑵ 제1심뿐만 아니라 항소심도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하고 있고, 제1회 변론기일에서 이를 명하기도 하였다.
위 ⑴항 기재 ①, ②는 제1심이, ③, ④, ⑤는 항소심이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한 경우였다.
또한 ①, ③, ④는 제1회 변론(준비)기일에서, ②, ⑤는 제2회 또는 제4회 변론기일에서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한 경우였다.
⑵ 대법원은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인지 여부’에 관한 하급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제1심이 선정당사자에게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한 후 이를 선정자들에게 통지하지 않고 그 불이행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고, 원심이 위 소 각하결정에 대한 항고를 기각하여 제기된 재항고 사건에서, 선정당사자가 다른 선정자들과 내부적 관계에서는 소송대리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3항의 규정을 유추하여 법원이 선정자들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였어야 한다는 절차적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00. 10. 18. 자 2000마2999 결정).
그러나 대법원이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원심의 판단이 잘못이라는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권순엽 P.497-505 참조]
가. 이 사건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의 적정 여부
⑴ 재항고인에게 변론능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 재항고인이 제1심에서 전부 패소하여 항소했으므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고 증거를 제대로 제출할 필요가 있었는데, 제1심 및 항소심에서 재항고인의 주장은 상대방이 재항고인에게 송금한 돈이 투자금이라는 것인지, 구매대행이라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고, 재항고인이 제출한 계좌내역, 거래내역확인서 등 금융자료와 재항고인에 대한 불송치통지서는 그 일부만 제출되어 상대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 제1심은 대여금이라는 점에 관한 상대방의 증명이 있다고 보아 상대방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했는데, 원심이 이와 같이 판단한다면 재항고인의 항소가 기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이 재항고인에게 도움되는 측면이 있었다.
㉢ 또한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은 소송절차 지연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는데, 불필요한 기일의 속행을 방지하여 고령의 상대방(1946년생)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었다.
⑵ 그러나 재항고인에게 변론능력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이 적정하지 않다.
㉠ 상대방의 대여금 주장에 대한 재항고인의 주장이 투자금이라는 것인지, 구매대행이라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적어도 대여금이 아니라는 취지는 분명하고, 이러한 경우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소비대차를 원인으로 수수되었다는 것은 대여사실을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므로(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42538 판결 등), 재항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재항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위 증명 후에 문제 될 뿐이다.
㉡ 재항고인은 이 사건 대여금 소를 제기당한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대여금 주장에 대하여 대여금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함으로써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재항고인은 제1심과 원심의 변론기일(제1심 2회, 원심 2회)에 모두 출석했고 제1심에서 답변서 1회 준비서면 1회, 원심에서 항소이유서 1회, 종합준비서면 1회를 제출하는 등 대체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했는바, 재항고인에게 변론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전에 석명권 행사(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소송에 인용한 문서 등의 제출처분(같은 법 제140조 제1항 제2호) 등을 통하여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⑶ 나아가 설사 재항고인에게 변론능력이 없다고 보아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하더라도, 항소인이 변호사선임명령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여 항소가 각하되는 경우 그에게 불이익한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항소인에게 변호사선임명령을 할 것인지 여부는 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항고인이 변호사선임명령을 이행하려고 하더라도 변호사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이행할 수 없으므로, 법원은 재항고인으로 하여금 소송구조를 신청하게 하거나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사안인지도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소송구조를 할 사안인지 여부는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의 직접적 요건이 아니므로, 이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이 적정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이를 심리한 후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 대상결정의 요지
⑴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은, 주장ㆍ증명책임이 없는 당사자에 대한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그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변론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⑵ 아울러 당사자가 변호사선임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여 소나 항소가 각하될 경우 당사자에게 큰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법원이 진술금지 및 변호사선임명령을 하기 전에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하게 할 수 있는 사안인지를 살피도록 함으로써, 소송당사자가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와 헌법 제11조의 법 앞의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