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국민참여재판,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절차>】《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된 후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범위(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된 후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범위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 즉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제1심법원이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법원의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제1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의 범위
【판결요지】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 즉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제1심법원이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입법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등에 비추어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법원의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제1심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아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고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제1심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심증을 갖게 된 배심원들이 서로의 관점과 의견을 나누며 숙의한 결과 ‘피고인은 무죄’라는 일치된 평결에 이르렀다면, 이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 선고를 주저하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법원 법리의 취지와 정신은,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여 진행되는 항소심에서 제2심법원이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를 실시할지 여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충분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2)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형사재판 항소심 심급구조의 특성,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및 증거조사는 제1심에서보다 제한된다.
(가) 형사소송법은, ① 공판준비절차제도를 도입하여, 증거조사와 관련해서는, 입증취지와 내용을 명확히 한 증거신청을 하게 하고, 증거신청에 관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한 다음 증거조사의 순서 및 방법을 공판준비절차에서 미리 정할 수 있게 하였고(제266조의5 내지 제266조의9), ② 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로서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는 ‘중대한 과실 없이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 등에 한하여 공판기일에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266조의13 제1항). 한편 형사소송규칙도 ③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요한 증거를 일괄하여 신청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32조).
위와 같은 규정들을 통하여 형사소송법령은,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 하여금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1항은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공판준비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의 특성상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을 보다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1심법원의 심리가 집중되어야 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한 입법으로 볼 수 있다.
(나) 제1심법원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법원에서도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즉, 제1심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있었던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증거능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재판의 기초가 될 수 있고 다시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 항소심 재판장이 증거조사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1심의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하면 된다(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1항).
한편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에 의하면 항소심의 증거조사 중 증인신문의 경우, 항소심법원은 ‘제1심에서 조사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제1호)’, ‘제1심에서 증인으로 신문하였으나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3호)’에 한하여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 위 규정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제1심법원과 항소심법원의 역할 및 관계 등에 관한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제3호는 비록 포괄적 사유이기는 하지만 항소심법원에 증인신문에 관한 폭넓은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1, 2호가 규정한 사유에 준하는 ‘예외적 사유’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긍정하더라도, 피해자가 범죄의 성격과 다양한 사정에서 비롯된 심리적 부담 등으로 인하여 제1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증언할 수 없었던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항소심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의 규정 취지와 내용에 유념하여야 한다.
(3) 요컨대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형사재판 항소심 심급구조의 특성,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판준비기일을 필수적으로 거친 다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제1심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그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항소심이 위에서 언급한 점들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신청을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실시한 다음 가령 제1심법원에서 이미 고려하였던 사정, 같거나 유사한 취지로 반복된 진술, 유무죄 판단에 관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지엽적 사정들에 주목하여 의미를 크게 둔 나머지 제1심법원의 판단을 쉽게 뒤집는다면, 그로써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 의견의 무게를 존중하지 않은 채 앞서 제시한 법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정진화 P.327-346 참조]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화물트럭을 구입하거나 구입하지 못하면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수익성이 아주 좋은 유망한 물류사업이 있다. 화물트럭 20대 가량을 구매하여 ○○○ 등 큰 회사에 지입 차량 계약을 체결하면, 1대당 월 400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차량을 구입할 자금을 빌려주면 원금과 수익금 일부를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합계 2,421,000,0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나.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⑴ 제1심: 무죄
㈎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 피고인 신문 및 검사 제출 증거서류에 관한 증거조사절차가 진행되었고, 공소사실 기재 기망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피고인 주장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공판의 쟁점이 되었다.
㈏ 배심원 평의 결과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이 내려졌고, 제1심법원은 그 결과를 받아들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⑵ 원심: 파기, 유죄(징역 2년 6월)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증거조사를 거쳤다.
㈎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신청한 증인들 중 피해자의 배우자인 A에 대한 증인신청만을 채택하고 나머지 신청은 기각한 후 A에 대한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하였다. A는 피고인에게 금원을 직접 송금하고 관련 장부를 작성한 당사자로서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 원심은 이후 변론을 재개하였고, 검사는 증인신청과 관련하여 간략한 입증취지만이 기재된 증인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피해자, 원심에서 기존에 신청하였던 증인인 피고인이 근무한 직장 대표 B, 피고인으로부터 유사한 사기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여 제1심법원에서 신청하였다가 철회한 후 원심에서 재차 신청하였던 C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원심은 위 각 증인신청을 채택하여 증인신문절차를 진행하고, 이후 직권으로 재차 A에 대한 증인신문절차를 거친 다음 변론을 종결하였다.
다. 쟁점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 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된 경우 그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범위 내지 그 한계가 문제 된다.
라. 결론
⑴ 위 판결의 쟁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된 경우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의 범위이다.
⑵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사재판 즉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제1심 법원이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받아들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입법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등에 비추어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 법원의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제1심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형식으로 진행된 형사공판절차에서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재판부에 제시하는 집단적 의견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아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는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바, 배심원이 증인신문 등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한 후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고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제1심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심증을 갖게 된 배심원들이 서로의 관점과 의견을 나누며 숙의한 결과 ‘피고인은 무죄’라는 일치된 평결에 이르렀다면, 이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 선고를 주저하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법원 법리의 취지와 정신은,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채택한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여 진행되는 항소심에서 제2심 법원이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를 실시할지 여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충분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2)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형사재판 항소심 심급구조의 특성,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및 증거조사는 제1심에서보다 제한된다.
가) 형사소송법은, ① 공판준비절차제도를 도입하여, 증거조사와 관련해서는, 입증취지와 내용을 명확히 한 증거신청을 하게하고, 증거신청에 관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한 다음 증거조사의 순서 및 방법을 공판준비절차에서 미리 정할 수 있게 하였고(제266조의5 내지 제266조의9), ② 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로서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는 ‘중대한 과실 없이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 등에 한하여 공판기일에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266조의13 제1항). 한편 형사소송규칙도 ③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필요한 증거를 일괄하여 신청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32조).
위와 같은 규정들을 통하여 형사소송법령은,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 하여금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참조). 이와 관련하여「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제36조 제1항은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공판준비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의 특성상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을 보다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1심 법원의 심리가 집중되어야 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한 입법으로 볼 수 있다.
나) 제1심 법원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법원에서도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즉 제1심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있었던 증거는 항소심에서도 증거능력이 그대로 유지되어 재판의 기초가 될 수 있고 다시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도8313 판결 참조), 항소심 재판장이 증거조사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1심의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하면 된다(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1항).
한편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에 의하면 항소심의 증거조사 중 증인신문의 경우, 항소심 법원은 ‘제1심에서 조사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제1호)’, ‘제1심에서 증인으로 신문하였으나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3호)’에 한하여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 위 규정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제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역할 및 관계 등에 관한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제3호는 비록 포괄적 사유이기는 하지만 항소심 법원에 증인신문에 관한 폭넓은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1, 2호가 규정한 사유에 준하는 ‘예외적 사유’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긍정하더라도, 피해자가 범죄의 성격과 다양한 사정에서 비롯된 심리적 부담 등으로 인하여 제1심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증언할 수 없었던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의 규정 취지와 내용에 유념하여야 한다.
3) 요컨대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와 정신, 형사재판 항소심 심급구조의 특성, 증거조사절차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판준비기일을 필수적으로 거친 다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제1심 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그 무죄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항소심이 위에서 언급한 점들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신청을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실시한 다음 가령 제1심 법원에서 이미 고려하였던 사정, 같거나 유사한 취지로 반복된 진술, 유ㆍ무죄 판단에 관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수적ㆍ지엽적 사정들에 주목하여 의미를 크게 둔 나머지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쉽게 뒤집는다면, 그로써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배심원의 만장일치 의견의 무게를 존중하지 않은 채 앞서 제시한 법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⑶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편취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로 기소되었는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음
⑷ 원심은,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거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제1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하였음
⑸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 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항소심인 원심으로서는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도 원심이 이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조사를 실시하였고, 이를 통하여 제1심 법원의 증거가치 판단 및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3.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증거조사절차 및 만장일치 무죄평결 사건의 특수성
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재판의 주체로서 재판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하여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이다. 사법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한 점에 비추어 해당 절차에서 보다 철저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구현이 요구된다.
나.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증거조사절차
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이라 한다)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사건을 반드시 공판준비절차에 부치도록 하고, 검사․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증거를 미리 수집․정리하는 등 공판준비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제36조 제1항, 제4항),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고 심리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공판준비기일을 필요적으로 지정하여 진행할 것을 정하고 있다(제37조 제1항). 그 밖의 증거조사절차와 관련하여서는 국민 참여재판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통상의 형사재판과 동일하게 형사소송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바, 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로 ‘실권효’를 인정한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 제1항이 적용된다.
⑵ 한편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공판절차에서의 증거조사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 절차의 경우 사실인정에 국민이 참여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음에 반하여 직업법관으로 구성된 항소법원의 경우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에 따라 사실오인을 이유로 제1심을 파기한다면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된 배심원에 의해 확정된 사실관계에 기반한 법적 평가를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 만장일치 무죄평결 사건의 특수성
⑴ 미국의 경우 Ramos 판결[Ramos v. Louisiana, 590 U.S. (2020)]에서 ‘형사재판의 배심원 유죄평결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배심재판을 받을 권리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는 한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수정헌법 제14조)을 내재하고 있고, 배심원의 만장일치 평결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위한 유일한 실현방법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만장일치 평결을 요구함으로써 특수한 사안에 대한 공동체의 상식적 판단에 의하였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4) 배심원의 무죄평결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금지함으로써 법관이 배심원의 집단적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⑵ 우리 대법원은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에서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의 인정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라고 보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 만장일치 무죄평결에 따라 무죄가 선고된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의 심리에 관하여 별도의 법리에 따라야 함을 명백히 하였다. 이는 배심원 만장일치의 무죄평결 및 동일한 취지의 제1심 무죄판결이 항소심에서 특별한 사정없이 쉽게 달리 판단된다면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점, 제1심 법정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를 직접 접하면서 심증을 형성한 배심원들이 일치하여 무죄평결을 한 경우라면 유죄 인정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설시로 생각된다. 위 판결에 대하여 배심원의 무죄평결에 사실상의 기속력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평가 가 있다.
3. 사실인정에 있어서 제1심과 항소심의 관계
가. 항소심의 구조
⑴ 항소심의 구조는 복심, 속심 및 사후심 등으로 나누어 설명된다.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항소이유가 제한되고(제361조의5),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어야 하며(제361조의3 제1항), 항소심 심판대상은 우선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사항이고(제364조 제1항), 항소가 이유 없는 경우 항소를 기각하는(제364조 제4항) 등 사후심적 요소와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의 사유가 포함되어 항소심이 사실심으로서의 기능을 하고(제361조의5 제14, 15호),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사유에 관해서도 직권 심판이 가능하며 (제364조 제2항), 제1심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법원에서도 증거로 할 수 있고(제364조 제3항), 항소이유가 인정되면 파기자판을 하는(제364조 제6항) 등 속심적 요소가 함께 규정되어 있다. 대법원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 관하여 일관하여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⑵ 한편 항소심의 속심적 요소에 관하여는, 항소심을 속심으로 규정함으로써 ‘제2의 사실심’으로 간주하여 당사자와 수소법원 모두가 제1심의 심리를 소홀하게 생각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항소심은 제1심을 통제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등 제1심 중심주의는 달성되기 요원한 과제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나. 사실인정에 있어 항소심의 특성: 관련 판례의 태도
⑴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양형에 관한 심증을 공개된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그 실질적 의미 확보를 위해 구술변론주의, 직접주의 및 집중심리주의 등에 의해 보충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형사 항소심은 사후심적 속심으로서 제1심이 본래의 목적에 따라 충실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그 판결의 합리성과 적정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⑵ 항소심에서의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관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왔고(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다수),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도6743 판결에서는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 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 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라고 보아 항소심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인 사유 없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검토
⑴ 항소심의 구조와 관련한 운영방식의 결정은 논리 필연적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이 고,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우리 형사항소심은 사실심으로서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항소심이 사실심이기는 하나 그 기능이 제1심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역할분담에 따른 사실인정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일관하여 항소심이 사후심적 속심임을 전제로, 제1심의 증거판단 및 사실인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따라서 그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는 등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될 것을 요구하여 제1심을 사실인정의 주요한 단계로 전제하고 있다.
⑵ 따라서 제1심에서는 공판중심주의와 구술심리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 요구되고, 항소심에서는 사후적으로 사실인정의 정확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제1심이 공판중심주의적 법정심리를 거쳐 정확한 사실인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계도하는 일반 예방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인바, 사후 시정기능은 제1심이 명백하게 오류를 범한 경우 등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항소심이 위와 같은 기능에 집중하게 되면 동시에 제1심의 충실 심리 효과도 증대될 것이고, 이는 분쟁의 효율적 해결 또는 사법자원의 최적 분배라는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결국 심급구조에 따른 제1심과 항소심의 기능적 차이, 직접주의 원칙 등에 비추어 항소심은 제1심의 사실인정에 대하여 보충적인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항소심의 심사 기준으로서 미국 항소심에서의 사실인정에 대한 명백한 오류 심사 기준, 독일, 일본 형사소송법상 항소심 등에서의 증거조사기준 등을 참조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4.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절차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정진화 P.327-346 참조]
가. 관련 법령(2007. 6. 개정 형사소송법 등)의 주요 내용
⑴ 2007. 6. 1. 형사소송법 개정규정(이하 ‘개정 형사소송법’이라 한다)은 제1심의 공판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제1심 공판중심주의 실현책의 하나로 공판준비절차제도를 마련하여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사자의 쟁점과 증거신청 등을 일괄 정리하도록 하면서, 제266조의13에 공판준비기일 종결에 따른 실권효 조항을 규정한바, 위 조항의 신설로 인하여 제1심 공판준비기일에 신청되지 않은 증거는 원칙적으로 제1심 공판기일에서 신청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취지가 항소심에서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제1심 공판준비기일은 물론 공판기일에서도 신청되지 않은 증거는 부득이한 사유로 신청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항소심에서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고,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하지 못한 증거의 경우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때’에 증거신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제266조의13 제1항 제1호는 항소심 단계에서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⑵ 나아가 2007. 10. 29. 형사소송규칙 개정(이하 ‘개정 형사소송규칙’이라 한다)에 따라 신설된 제156조의5 제2항은 항소심의 증거조사 중 증인신문의 경우, 항소심법원은 ‘제1심에서 조사되지 아니한 데에 대하여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경우(제1호)’, ‘제1심에서 증인으로 신문하였으나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신문하는 것이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제3호)’에 한하여 증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위와 같은 증인신문 제한규정은 ‘제1심 증인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그 증언을 생생히 접한 제1심법원의 판단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앞서 본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명문화한 것으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제1심법원과 항소심법원의 역할 및 관계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위 제156조의5 제2항 제3호는 비록 포괄적 사유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항소심법원에 증인신문에 관한 폭넓은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1, 2호가 규정한 사유에 준하는 ‘예외적 사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항소심에서의 증거결정 및 증거조사의 한계
⑴ 증거결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관하여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155 판결 등 다수)하고 있고, 이는 이미 증거조사한 증거에 의해 형성된 심증에 비추어 증거조사가 불필요한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증거결정에 관한 명시적 근거는 없으나, 중복된 신문 및 진술의 제한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99조 전단을 그 규범적 근거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고, 특히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의 처벌을 면하게 하는 데에 중요한 사실에 관한 증거의 경우 등 피고인의 증거신청권 내지 방어권 제한 정도에 비추어 본질적 권리의 침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 제299조(불필요한 변론 등의 제한)
재판장은 소송관계인의 진술 또는 신문이 중복된 사항이거나 그 소송에 관계없는 사항인 때에는 소송관계 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다.
⑵ 특히 제1심 공판절차의 증거신청각하(형사소송법 제294조 제2항) 및 실권효(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 제1항) 규정이 항소심에도 그대로 준용되는 점(형사소송법 제370조), 제1심에서도 신청인이 고의로 증거를 뒤늦게 신청함으로써 공판의 완결을 지연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94조 제 2항), 공판준비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그 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거나 중대한 과실 없이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에 한하여 공판기일에 증거를 신청할 수 있는 점(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 제1항)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증거조사의 범위는 제1심에서 보다 더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⑶ 구체적으로 항소심에서 어느 정도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증인신문의 제한을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에서 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규칙에 비추어 보면, 제1심에서 다투지 못한 부분이나 신청하지 아니한 증거의 경우 그 필요성이 있다면 채택하고, 제1심에서 이미 조사한 증거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정하여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항소심의 사후심적 운영은 제1심의 충실한 심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심리미진의 경우 새로운 증거조사의 시행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함은 당연하다.
5.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되어 무죄가 선고된 후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범위(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정진화 P.327-346 참조]
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 등
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 등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추가 증거조사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인정에 관한 국민의 참여를 보장한 것으로 관련 규정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발현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국민참여재판에 의한 사법민주주의의 핵심은 일반시민들인 배심원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인바, 이에 따라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배심원의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한 법관의 판단을 받을 법률상 권리가 인정되고, 따라서 국민참여재판이 구현하고자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는 법관만이 아닌 배심원도 직접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볼 수 있다. 배심원이 배제된 추가 증거조사는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한다. 국민참여재판의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배심원이 증거를 검토하여 제시한 집단적 의견은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고,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증거 검토를 통하여 도출한 집단적 의견을 전제로 하므로 배심원에게 증거가 제시되어야 해당 절차에서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가 완성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⑵ 따라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개념에서 보더라도 배심원의 집단적 의견을 들을 수 없는 항소심에서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 이외에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것은 배심원의 사실인정 참여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는 원칙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나아가 추가 증거조사에 따라 제1심판결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실질적 공동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에 의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는 경우 검사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는 것은 배심원이 해당 증거를 검토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제1심 재판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법원의 태도와 상충할 수 있고,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과실 또는 준비부족의 결과를 피고인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 예컨대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항소율이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항소율보다 확연히 높은 실무에 있어 ① 검사가 핵심 증인을 국민 참여재판에 출석시키지 않은 채 항소심에서만 출석시키려고 함으로써 사실상 국민참여재판을 우회하는 경우, ② 검사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핵심 증인에 대한 출석확보에 실패한 후 항소심에서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등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위와 같은 취지를 잠탈할 수 있을 것이다.
⑶ 결국 국민참여재판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나 이익에 대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 만장일치 무죄평결 사안의 특성
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제1심의 판단은 더욱 존중해야 하고,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한지 여부와 관련하여서도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7도163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8도7546 판결 등), 엄격한 선정 절차를 거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한 것은 범죄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확인된 경우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⑵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명은 법공동체의 보편적 시각으로 판단하였을 때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의미이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경험칙과 논리 및 사회적 상식을 바탕으로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를 결정하므로 만장일치 무죄평결 사안의 경우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는 법공동체의 보편적 인식이 확실하게 확인되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만장일치 무죄평결의 경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가 만장일치 무죄평결의 판단 기준이 된 사회생활상 경험법칙이 보편타당하다는 점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만장일치 무죄평결의 특수성 내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만장일치 무죄평결 사안의 경우 증거채택 등 그 절차와 관련하여서도 제 1심의 판단을 원칙적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다. 항소심의 구조적 특성
⑴ 항소심은 사후심적 속심으로서 형사소송법에는 사후심적 요소와 속심적 요소가 함께 규정되어 있으나, 다음 사정에 비추어 증거조사와 관련해서는 사후심적 요소가 강조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⑵ 제1심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항소법원에서도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절차는 제1심이고, 사실심으로서 제1심과 항소심의 역할분담에 따라 항소심은 사실인정에 있어 보충적인 지위에 있다. 주된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제1심에 반하여, 항소심은 제1심에서 이미 조사된 주된 증거에 대한 반복적인 조사 내지 열위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게 되는바, 후위의 증명력을 가지는 증거에 의하여 제1심의 사실인정을 뒤집는 것은 직접주의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도 항소심을 사후심적 속심으로 보면서 ‘항소심에서는 제1심의 판단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과 달리 볼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도6743 판결).
⑶ 나아가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 판단 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 18031 판결 등 참조).
⑷ 위와 같은 항소심의 구조적 특성에 비추어 그 사후심적 성격 및 사실인정에 대한 보충적 역할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항소심에서 새로 신청하는 증거의 범위는 제한되어 야 한다.
라. 개정법규의 취지 및 그 적용 범위의 한계
⑴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제1심의 공판절차와 관련하여 증거신청의 각하(법 제 294조 2항) 및 실권효(법 제266조의13 제1항)에 대한 규정, 같은 해 형사소송규칙 개정으로 증거의 일괄적인 신청(규칙 제132조) 및 항소심 증인신문 범위의 제한(규칙 제156조의5 제2항) 규정이 각 신설되었고 이는 항소심의 소송절차에도 준용되므로(법 제370조) 위 각 개정규정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내지 증거조사의 범위가 제한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 각 개정규정들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제 한에 대한 예외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므로[① 증거신청의 각하(형사소송법 제294조 제2항): ‘고의’로 뒤늦게 신청함으로써 공판의 완결을 지연하는 것으 로 인정할 때에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② 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 중대한 과실 없이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때 등에 한하여 공판기일에서 증거신청을 할 수 있으나(제1항), 이에 불구하고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였다. ③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항소심법원의 증인신문 범위에 대하여 제한하면 서도(제1, 2호) ‘그 밖에 항소의 당부에 관한 판단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제3호)고 규정하였다] 항소심의 증거조사와 관련하여 개정법규 의 취지를 고려하여 광범위한 예외의 범위를 한정하는 법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⑵ 특히 필수적으로 공판준비절차를 거치는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개정 형사소송법 및 개정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등의 신설에 따라 그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국민참여재판법에서 공판준비기일 관련 규정을 둔 것은 배심원들의 참여하에 이루어지는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상 공판기일 이전에 공판준비절차 및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주장 및 쟁점과 증거관계를 미리 정리하여 공판기일에 집중적인 증거조사 및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13은 공판준비기일 종결의 효과로 ‘실권효’를 인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는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집중심리주의 원칙이 특별히 강조되어 요구되는 국민참여재판의 특성상 공판기일 및 이후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의 조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⑶ 따라서 위와 같은 개정법규의 취지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증인신문의 경우 동일 증인에 대한 동일한 입증취지의 증인신청은 배척하고,18) 제1심 신문 사항에 포함되지 못하였고 그렇게 된 것에 대하여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증인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단순히 증인의 진술취지가 모순되거나 모호하다는 등의 사정은 제1심 공판과정에서 추가 신문 등의 방법으로 밝혀졌어야 될 문제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항소심에서 추가 신문을 받아들인다면 제1심 공판기일에의 쟁점 및 증거집중이라는 목적은 달성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 대상판결(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의 판단
⑴ 대법원은 앞서 본 ‘판결요지’ 기재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법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내린 무죄의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항소심인 원심으로서는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도 원심이 이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조사를 실시하였고, 이를 통하여 제1심법원의 증거가치 판단 및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에는 국민참여재판 항소심의 심리․증거조사에 관한 법리,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 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는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⑵ 대상판결(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도7802 판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평결이 채택 되어 무죄가 선고된 경우 항소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의 범위에 관한 최초의 판시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