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완성항변(소멸시효주장)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판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퇴직금청구권에 대한 3년의 소멸시효완성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 소멸시효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7. 15.자 공보, 황진구 P.32-42]
가.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판례)
○ 법리: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4가지 유형을 제시함

⑴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 1유형)
⑵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 2유형)
⑶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 3유형)
⑷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 (= 4유형)
나.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 1유형)
⑴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한 데에 채무자 측의 귀책사유 내지 행위가 있는 경우임.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아래 판례들을 참고하기 바람
⑵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피고(미합중국)가 원고(채권자)로 하여금 소제기 등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고 권리행사를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에 의한 구제절차(행정적 구제절차)의 종료 시까지 미루도록 유인하는 행동을 한 사안 ⇒ 피고가 소멸시효를 원용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⑶ 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피고(증권회사) 지점장이 원고들(고객)로부터 교부받은 증권투자예수금을 횡령하면서 계속하여 입출금확인서를 교부하는 등으로 원고들을 안심시켰고, 원고가 위탁한 거래가 특수한 거래여서 원고들로서는 피고 지점장의 언동만을 믿고 거래할 수밖에 없었던 사안 ⇒ 피고 지점장의 행위로 원고들의 예금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 권리행사가 방해되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
⑷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0392 판결: 보호감호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던 원고가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민사소송 등을 위하여 집필허가를 신청하였으나 거부되었고 그 후 이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 ⇒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
⑸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70189 판결: 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연대장의 즉결처분에 의해 총살당하였는데 연대장이 즉결처분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 망인이 군법회의에서 사형판결을 선고받은 것처럼 판결문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은폐·조작한 사안 ⇒ 재심절차를 통해 위조 판결에 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망인의 유족들이 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상태가 계속 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
다.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 2유형)
⑴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판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권리행사에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 법률상 장애가 없는 때를 의미하므로 그 외의 사실상 장애가 있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고 봄(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 자체가 미뤄지므로,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가 논의될 여지는 거의 없음. 따라서 이 부분 논의는 ‘사실상 장애’로 평가되는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함 (관련 판례들도 모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존재했던 사안에 관한 것임)
⑵ 그렇다면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법률상 장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실상 장애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함. 법률상 장애로 평가된다면 기산점의 문제가 되고 (민법 제166조 제1항), 사실상 장애로 평가되면 시효기간이 진행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그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의 문제가 됨(②유형)
⑶ 그런데 어떠한 장애사유가 법률상 장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실상 장애에 해당하는지를 구별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고, 이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음. 즉,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를 (법률상 장애로 보아) 민법 제166조 제1항의 문제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장애로 보아) 소멸시효 주장과 신의칙 문제로 접근할 것인지가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님
⑷ 아래의 판례들은 법률상 장애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다소 어려워 보이는 면이 있는데도 법률상 장애로 평가(②유형 적용X)하여 민법 제166조 제1항을 적용한 사안이라고 생각됨
[1] 교통사고 보험금 청구에서 사고 경위가 뒤늦게 밝혀진 경우(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2]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경우 (대법원 2003. 2. 11. 선고 99다66427, 73371 판결)

[3] 건물신축공사에서 하수급인이 저당권설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경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211978 판결)

[4] 공무원이 납북되어 북한에 있다가 돌아온 이후 소를 제기한 경우(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⑸ 한편 이른바 ‘과거사 사건’에 관하여 판례는 아래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음
[1] 유죄 확정판결이 있었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람이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
- [2018년 위헌결정 이전] 유죄확정판결의 존재를 사실상의 장애로 봄 ⇒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 ⇒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임. 학설상으로는 법률상 장애로 보아 기산점 자체를 늦춰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였던 것으로 보임(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어느 정도의 기간 내에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지에 차이가 있게 됨) ⇒ 한편 이런 사건들의 경우 권리행사를 하지 못한 것을 사실상 장애로 보면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장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2항(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등]가 완성된 것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명백하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면 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해소된 때로부터 어느 기간 내에 권리행 사를 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던 것임(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 [2018년 위헌결정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일정한 유형의 과거사 사건에는 장기소 멸시효가 적용되지 않게 되었음(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결정,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 따라서 장기소멸시효 완성과 그 시효 주장이 신 의칙에 위반되는지, 장애가 해소된 때로부터 어느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지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게 되었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만이 문제되는데, 판례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을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봄(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다231625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32284 판결 등) ⇒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하면 되는 것임(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다231625 판결)

[2] 긴급조치의 발령·적용·집행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판례변경)
- 긴급조치의 발령·적용·집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는 이를 부정하였으나,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결들을 변경하여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 등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개별 국 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함
- 위와 같은 판례변경 이후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장기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고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만이 문제되는데,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판시에서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민법 제166조 제1항을 함께 언급함으로써 변경 전 판례(국가배상책임 불인정)의 존재를 법률상 장애로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함(앞서 본 2009다33754 판결을 참조 판결로 들면서 같은 법리를 적용한 것임). 따라서 판례변경 전에 재심무죄판결이 확 정되었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더라도 종전 판례(대법원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판례) 때문에 법률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므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부터 3년 이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게 됨(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1다201184 판결,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93292 판결)

라.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 3유형)
⑴ 과거사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 사안(재심과 중복되는 경우에는 ②유형으로 감)
⑵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다18129 판결(이 판결에 대해서는 결론에 반대하는 문헌이 있음)
⑶ 한편 ③유형 사건에서 대법원은,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시효정지기간에 준하는 6개월,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하였어야 한다고 봄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③유형)]

마.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 (= 4유형)
-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움
바.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사안의 경우
⑴ 참조판례: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자세한 사실관계는 판결 원문을 참조하기 바람)


① 다른 퇴직자들이 관련사건 퇴직금 청구소송 소제기 1998. 8. 3.
② 관련사건 1심 패소, 1999. 5. 28. 항소심 승소, 1999. 12. 28. 상고기각
③ 피고는 위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자 그 선고일을 기준으로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1996. 12. 28. 이후에 퇴직한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개정 퇴직금규정에 따른 추가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2000. 1. 21.경부터 그들에게 추가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그 지급신청을 안내하는 조치를 통하여 이를 지급함
④ 1996. 12. 28. 이전 퇴직자인 원고들이 2000. 7. 3. 이 사건 소제기
⑵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의 사안
① 퇴직금 청구권 발생일 2015. 11. 21.
② 다른 퇴직자들이 2016. 7. 21. 관련사건 소제기, 2017. 4. 14. 1심 승소, 2018. 9. 18. 항소 기각, 2019. 1. 31. 상고기각(심리불속행)으로 확정
③ 원고들이 2021. 6. 25. 이 사건 소제기(항소심, 상고심 기준으로는 관련사건 선고일로부터 3년 이내임)
⑶ 원심의 판단과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판단 비교

⑷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사안에서는 (ⅰ) 피고에 대한 원고들의 근로자성(근로자인지 독립사업자인지), (ⅱ) 원고들이 피고와의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새 위탁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하여 형식상 새 위탁업체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피고의 근로자로서 근무한 것인지가 문제되고 있음
⑸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ⅰ)쟁점, (ⅱ)쟁점 모두 근로자성에 관한 법률판단의 문제이므로 ①, ③, ④유형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아 보임. ②유형인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의 사안과 같이 과거에는 그와 같은 법적 문제가 대두될 수도 없었다거나(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서야 부칙 규정의 적용에 따른 부당한 결과의 발생이 현실화됨)(and/or) 권리 구제를 불허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되, 단지 원고들에게 유리한 판례가 없었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 ②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는지는 의문임
⑹ 이 사건의 경우, 장례지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이 사건 퇴직금 청구권 발생일로부터 3년 내(2018. 11. 21.)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멸시효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데다가, 특히 관련사건에서 비록 제1심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소제기 약 4년 전으로서 이 사건 퇴직금 청구권 발생일로부터 3년 내에 이미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항소심, 상고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됨)는 점에서 ②유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됨
⑺ 소멸시효 제도, 즉 실체법적 권리는 있(었)는데도 시간이 지나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이 있고(권리자 보호), 소멸시효 제도의 설계나 해석에는 다분히 정책적인 요소가 개입하고 있기는 함(장기소멸시효 기간 적용 배제, 기산점의 조정 등). 그러나 소멸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 이상 그 예외로서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원칙과 예외의 문제), 대상판결(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의 사안에서는 그와 같은 근거가 부족해 보이므로(대상판결이 지적하고 있다시피 마땅한 근거를 들기 어려움), 원칙으로 돌아가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됨
- 아래 판결도 참고하기 바람(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4다201253 판결)


사. 퇴직금청구권에 대한 3년의 소멸시효완성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 소멸시효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및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조항에 의한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중요한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ㆍ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설계되었음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 요구는 더욱 선명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6다218713, 218720 판결 등 참조).
⑶ 피고가 장례의전 업무를 주식회사 A(이하 ‘A회사’)에 위탁하기로 함에 따라, 장례지도사인 원고들은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였음(이하 ‘이 사건 해지합의’). 원고들은 같은 날 A회사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퇴직할 때까지 의전팀장으로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피고와 A회사에서 근무한 전체 기간 또는 피고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 등을 청구하자, 피고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한 사안임
⑷ 원심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
⑸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원고들로 하여금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해지합의 당시 피고는 원고들뿐만 아니라 같은 지위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에게도 퇴직금 지급에 관한 고지나 안내, 퇴직금 정산 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은 점, ② 원고들과 같은 지위의 일부 장례지도사들은 이 사건 해지합의로부터 8개월 후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였으므로 원고들로서는 위 승소 판결 무렵에는 피고에 대한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여서 객관적으로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에 어떠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가 시효완성 후에 원고들에게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고, 다른 채권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이 시효완성 후에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며,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아-1.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 일부를 변제한 경우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소극, 판례변경)(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⑵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의 타당성 :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등, 이하 ‘추정 법리’라 한다)는 타당하지 않다.
⑶ 판례의 변경 : 이와 달리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본 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46808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다12464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44, 251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⑷ 원고는 피고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2억 4,000만 원을 차용하였는데, 그중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피고에게 1,800만 원을 일부 변제하였음. 이후 원고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실시된 임의경매에서 작성된 배당표에 관하여, 원고는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피고에 대한 배당액이 실제 대여원리금을 초과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배당표 경정을 구하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함
⑸ 원심은, 추정 법리에 기초하여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차용금채무 일부를 변제함으로써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에 관한 시효완성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시효완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음
⑹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추정 법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추정 법리를 설시한 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등을 변경함.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피고에게 1,800만 원을 일부 변제한 사실만으로 당시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고, 이는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지식 및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정 법리에 따라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파기ㆍ환송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