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처참하게 무너진 기대.】《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 당화혈색소 수치.》〔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삶이 언제나 투입한 만큼의 결과를 내놓는 정직한 함수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석 달간 나는 참으로 성실했다.
일주일에 3번씩 PT를 받으며 숨이 차오를 때까지 몸을 밀어붙였고, 점심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30분 넘게 걸었다.
단백질 위주의 건강식으로 식단을 관리했고, 매일 8시간의 수면으로 몸의 휴식을 챙겼다.
기말고사를 치르듯이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받는다.
어제의 검사 결과는 조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슷하게 나오겠지.’ 혹은 ‘조금 더 좋아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지에 찍힌 숫자는 5.8이었다.
0.3이나 상승한 그 숫자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 든 아이처럼 실망과 당혹스러움이 먼저 찾아왔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디서 빈틈이 생겼을까' 하는 자책이 마음 한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땀 흘린 시간과 식탁 위에서의 인내가 몽땅 부정당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숫자는 냉정했고, 배신당한 나의 노력은 그 숫자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쓰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지난 석 달간 내가 흘린 땀방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단해진 근육, 맑아진 정신, 그리고 스스로를 통제하며 얻었던 그 성취감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
어쩌면 5.5라는 숫자가 주는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자만할까 봐, 몸이 내게 보내는 작은 경고등일지도 모른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라고, 이 길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을 걸어갈 산책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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