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오한과 몸살】《꿈꾼 듯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지나가 버린 1주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2. 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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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과 몸살】《꿈꾼 듯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지나가 버린 1주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지난 월요일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나서 얼마 후에 갑자기 몸이 춥고 떨렸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몇 시간 뒤부터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감과 몸살이 갑자기 온 줄로 알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심되기도 했었다.

 

이틀 동안 꼬박 몸살과 오한, 설사로 시달렸다.

화요일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식중독이란다.

식중독 증세가 감기몸살의 증상과 같아 놀랐다.

 

수요일부터 몸살과 오한은 없어졌지만, 설사는 계속되었다.

어제서야 비로소 설사가 멈추었다.

 

태어나서 식중독은 처음 걸려봤다.

처음 이틀간은 정말 아프고 힘들었다.

 

그런데 좋은 점도 많았다.

몸살과 오한 덕분에 잠을 10시간 이상 푹 잤다.

이불 2개를 푹 뒤집어 썼는데, 자는 동안은 너무 편하게 휴식과 숙면을 취했다.

또르가 따뜻한 난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식욕이 없어서 식사를 하지 못했더니, 몸무게가 1주일 만에 3kg이나 줄어드는 놀라운 부수적 효과도 거두었다.

설사를 통해 장내 독소가 배출되었는지 소화기관도 무언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정신이 다소 몽롱한 상태에서 1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사이 법원 정기인사가 났다.

이번에 사직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는 분들이다.

퇴직은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급여생활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의 일처럼 보이는 그 퇴직은 생각보다 순식간에 자신에게도 다가오게 마련이다.

 

산악인들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등반의 성공 여부는 오르는 길이 아니라 내려오는 길에서 결정된다.

직장을 평생 다닐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만 두어야 한다.

 

누구나 인생 2막이나 인생 3막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전문경영인의 자리까지 올라간다해도 언젠가는 물러나야 한다.

국민연금은 결국 고갈될 것이고 그 전에 정부에서 다른 해결방안을 찾겠지만, 불안감은 여전할 것이다.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

 

난 이제 인생 2막이 아니라, 인생 제3막에 들어섰다.

인생은 아름답기에 누구나 뜻을 세워 살고 싶은 삶에 도전해 볼 수 있다.

그것이 인생 제2막이고, 인생 제3막이다.

누구든 자신의 꽃이 한 번은 필 것이고, 그때는 그 향기가 진할 것이다.

 

이번에 사직을 하고 인생 2막의 새로운 길을 걸어갈 퇴임 법관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