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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긁개】《이것만은 결코 사고 싶지 않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장마가 길어지면서 습하고 끈적끈적하다.
찬물로 샤워를 해도 1-2시간 후면 등에 땀이 흐르고, 무언가 등 뒤에서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든다.
“왼쪽, 아니 조금 더 아래, 아아 맞아. 거기 거기, 조금 더 세게. 아, 좋아.”
이젠 등을 긁어달라고 부탁할 사람도 없다.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이 느낌을 안다.
젊은 것들은 절대 모른다.
오랜 기간 달린 자동차는 구석구석 정비해야 한다.
녹이 슬고, 나사가 풀리고, 기름이 샌다.
수십년간의 험난한 세월을 버텨왔는데, 이제는 등긁개 없이 견디기 어려운 여린 마음으로 막연한 위로를 기대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등긁개를 효자손이라고 불렀다.
동네 복덕방 할아버지들이 등에 꽂고 다니던 그것 말이다.
허접한 용기를 부려 효자손을 샀다.
놀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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