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음식에 대한 만행, 아포가토(Affogato) 만들기】《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강렬하게 만들어 줄 쓸모 있는 자극의 출발점이 바로 감성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1. 10. 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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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만행, 아포가토(Affogato) 만들기】《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강렬하게 만들어 줄 쓸모 있는 자극의 출발점이 바로 감성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요즘은 서재가 아닌 거실 식탁에 독서대를 놓고 책을 읽는다.

갇힌 공간보다는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더 좋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 변한다.

 

향긋한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내리다가 갑자기 아포가토(Affogato)를 만들기로 했다.

아포가토는 우리 장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다.

언젠가 가족모임에서 한번 드신 이후로는 식사 후에 항상 아포가토만 찾으신다.

 

차디찬 아이스크림 위에 진하고 뜨거운 에스프레소(Espresso) 더블샷을 붓고, 잘개 쪼갠 견과류와 다크 초콜릿을 얹어 내면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냉동음식에 뜨거운 음료를 부어 먹다니, 열역학적으로 이런 난센스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 가지 물질은 뜨겁게 끓이고, 다른 한 가지는 애써 차갑게 식힌 다음 그 둘을 한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은 신성한 음식에 대한 끔찍한 만행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젠 난 이런 만행을 즐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떡국을 끓여주실 때 김을 바삭하게 구운 후 잘개 부셔서 떡국 위에 고명으로 뿌리셨다.

아니, 기껏 바삭하게 만든 김을 다시 국물에 적셔 먹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이제는 안다.

바로 그게 감성의 힘이다.

 

살아가면서 대상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차가운 이성도 필요하지만, 삶의 진정한 재미는 웃음, 눈물, 좌절, 기쁨 등과 같은 느낌의 감성에서 나온다.

 

실제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강렬하게 만들어 줄 쓸모 있는 자극의 출발점이 바로 감성이다.

노래하기, 걷기, 맛있는 것 먹기, 음악 듣기 등 작은 변화로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이들면 점점 소박해진다.

 

머리와 가슴까지의 거리는 30cm 밖에 안되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냉철하고 이기적인 머리보다는 감성으로 뜨겁게 요동치는 가슴이 되고 싶다.

설레는 일이 있으면, 삶이 행복하고 재미있다.

느낌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감정에 충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