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법인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업무(등록지연)에 관한 국가배상책임,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중과실’의 의미>】《변호사 등록사무를 수행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및 그 협회장의 법적 지위(공법인 및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 및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의 법적 성질(= 한정적 열거)(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9다26019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피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 지연이 불법행위인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
【판시사항】
[1] 공법인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공행정사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법인의 임직원이나 피용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법인의 임직원이나 피용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 공무원의 ‘중과실’의 의미
[2]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가 한정적 열거규정인지 여부(적극)
[3] 갑이 선고유예 판결의 확정으로 변호사등록이 취소되었다가 선고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협회장 을이 등록심사위원회에 갑에 대한 변호사등록 거부 안건을 회부하여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대한변호사협회가 갑의 변호사등록을 마쳤고, 이에 갑이 대한변호사협회 및 협회장 을을 상대로 변호사 등록거부사유가 없음에도 위법하게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되어 변호사등록이 2개월간 지연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을 및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속한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갑에게 변호사등록이 위법하게 지연됨으로 인하여 얻지 못한 수입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 반면, 을은 경과실 공무원의 면책 법리에 따라 갑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법인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공행정사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법인의 임직원이나 피용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공법인은 위탁받은 공행정사무에 관한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지만, 공법인의 임직원이나 피용인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공무를 수행한 사람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정한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을 면한다. 한편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ㆍ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한 경우와 같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2] 변호사법의 변호사등록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에다가, 변호사등록의 ‘자격제도’로서의 성격, 입법자가 사회적 필요 내지 공익적 요구에 상응하여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의 등록거부사유를 새롭게 추가하여 왔던 입법 연혁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3] 갑이 선고유예 판결의 확정으로 변호사등록이 취소되었다가 선고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협회장 을이 등록심사위원회에 갑에 대한 변호사등록 거부 안건을 회부하여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쳐 대한변호사협회가 갑의 변호사등록을 마쳤고, 이에 갑이 대한변호사협회 및 협회장 을을 상대로 변호사 등록거부사유가 없음에도 위법하게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되어 변호사등록이 2개월간 지연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신청인이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변호사등록을 거부할 수 있고, 그 외 다른 사유를 내세워 변호사등록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데, 갑의 선고유예 판결에 따른 결격사유 이외에 변호사법이 규정한 다른 등록거부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순한 의심만으로 변호사등록 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여죄 유무를 추궁한다며 등록심사기간을 지연시킨 것에 관하여 협회장 을 및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들이 속한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갑에게 변호사등록이 위법하게 지연됨으로 인하여 얻지 못한 수입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 반면, 을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장)으로서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공행정사무인 ‘변호사등록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정한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경과실 공무원의 면책 법리에 따라 갑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89-691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이상덕 P.435-457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피고 협회’) 및 협회장 개인(이하 피고 회장’)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으로서 일실수입 및 위자료 배상청구를 하였다.
⑵ 원심은, 피고 협회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피고 회장과 등록심사위원들의 등록절차 진행상 과실로 인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위자료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 협회가 등록신청일로부터 3개월 내에 등록을 마쳤으므로 등록이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일실수입 배상 청구는 기각하였다.
피고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하였다.
⑶ 대법원은, 피고 협회는 공법인으로서 공행정주체이고, 피고 회장은 공법인의 임직원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 회장의 위법행위에 대해서 피고 협회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되, 피고 회장은 고의·중과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피고 협회에 대한 일실수입 청구에 대하여, 변호사법에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없이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위법한 등록지연이 인정되는 이상 변호사법 제8조 제 3항이 최대 3개월의 심사기간을 허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기간 동안의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실수입 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하였다.
나. 쟁점 :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업무(등록지연)에 관한 국가배상책임
⑴ 이 사건의 쟁점은, ㈎ 변호사 등록사무를 수행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및 그 협회장의 법적 지위(공법인 및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 및 ㈏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의 법적 성질(= 한정적 열거)이다.
⑵ 원고는 변호사 개업활동을 하던 중 법원의 금전공탁서를 변조한 행위로 공문서변조죄가 인정되어 선고유예 판결이 선고·확정되었고, 이에 피고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 9. 22. 변호사법 제1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원고의 변호사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
⑶ 원고는 2년의 변호사등록 결격기간이 지난 후 2017. 9. 19. 변호사등록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원고에게 변호사등록 거부사유가 없어 변호사등록을 함이 타당하다’는 서울변호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원고에게 아직 처벌받지 않은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등록심사를 약 2개월간 지연하다가, 2017. 12. 12. 원고의 변호사등록을 마쳤다.
⑷ 이에 원고가 피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등록 지연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⑸ 원심은 원고의 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 청구를 인용하고, 약 2개월간의 일실수입 배상 청구는 기각하였으며, 그 당시의 협회장이었던 피고 ○○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였다.
⑹ 대법원은, 등록신청인에게 아직 처벌받지 않은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변호사등록을 거부할 사유가 되지 못하며,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하는 다른 유죄 확정판결이 있으리라는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범죄경력조회서를 통해서 간이하게 등록거부사유 유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가 원고의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하고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도 원고에게 여죄의 유무를 추궁한다며 등록심사기간을 지연시킨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그로 인해 원고가 변호사 개업활동을 하지 못하여 수입이 줄어드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음이 넉넉하게 추단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의 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일실수입 배상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일부 파기환송하였다.
또한 원심이 든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경과실만 인정되는 경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에 따라 피고 ○○은 원고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어서, 원심이 원고의 피고 ○○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정당하나, 원심이 피고 ○○의 행위가 조직 내부에서의 대내적인 업무상 행위에 불과하여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그 이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3. 공법인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이상덕 P.435-457 참조]
가. 국가배상책임의 특수성
⑴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통틀어 ‘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에게 구상을 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직접 그 공무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⑵ 이러한 국가배상책임 제도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면책을 불허하는 한편, 경과실 공무원을 면책시킨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 및 공무원 보호에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⑶ 사인 상호 간의 관계와는 달리, 국가배상책임에서 가해자인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은 피해자인 국민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일반 사인의 그것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공법관계에서는 공공필요상 국민의 권리에 대한 제한이 법령상 용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배상법상 위법성 판단에서는 1차적으로 직무행위의 법령에의 합치 여부가 문제 되지만, 넓은 의미의 ‘법’에의 위반을 의미한다는 점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⑷ 행정의 적정한 운영을 위하여 경과실의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무원은 사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수행자로 행동하는 것이므로 경과실 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공무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⑸ 국가배상법이 특별법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의 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법만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고, 설령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민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6다41471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다1431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나 객관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 사안에서, 법원이 국가배상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변경을 하여야 하고, 법원이 소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였음에도 원고가 소변경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⑹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법률에 명시된 ①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 ② 공무원의 고의․과실, ③ 손해 발생 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도그마틱)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란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나. 공법인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적용 문제
⑴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이란 형식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공무(公務)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체의 사람(자연인 및 법인)을 가리킨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70. 5. 26. 선고 70다471 판결(동원훈련기간 중의 향토예비군), 대법원 1970. 11. 24. 선고 70다2253 판결(비정규직 군무원),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5570 판결(통장), 대법원 2001. 1. 5. 선고 98다39060 판결(교통할아버지),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행정대집행 중 사실행위 부 분을 수행하는 민간철거용역업체 법인과 그 소속 직원) 등].
⑵ 이러한 판례에 의하면, 논리적․개념적으로 공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우선 판명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또는 광의의 공무원)에는 강학상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뿐만 아니라 ‘행정보조자’도 포함된다는 것이 종래의 통설․판례였고, 이를 실정법에 반영하는 차원에서 국가배상법이 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면서 제2조 제1항 중 종전의 ‘공무원’ 부분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으로 변경되었다.
즉, 국가배상법에서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란 종래의 통설․판례에 의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행정조직법에서 논의되는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과는 개념을 달리한다.
⑶ 국가배상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헌법 제29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라고 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인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밖의 공공단체(공법인)의 경우 어느 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행정법학계의 다수설은, 국가배상법 제2조가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한정하는 규정이라면 헌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그 밖의 공공단체의 경우에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하여 대법원이 분명하게 판단한 판례는 없다.
법원의 주류적 재판실무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원고의 청구에 따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또는 국가배상책임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고속도로 설치․관리 하자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민법상 공작물 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1975. 8. 19. 선고 74다1647 판결, 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796 판결 등, 국가배상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9158 판결 참조].
⑷ 다만 최근에는 공법인이 수행한 공무에 관하여 국가배상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공법인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행정주체라고 판단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국가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 이전 행정대집행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파주시장에게 신청하자, 파주시장이 그 행정대집행 실행 권한을 다시 한국토지공사에 위탁하였고, 한국토지공사가 민간용역업체와 철거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민간용역업체를 통해 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한국토지공사가 파주시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을 위탁받아 수행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행정대집행을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한 한국토지공사의 직원, 민간용역업체(법인) 및 그 소속 직원의 경우에는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한국토지공사의 경우에는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⑸ 또한 민간용역업체의 경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았으며, 공법인에 공무를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 성립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2다36340, 36357 판결은,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자인 SH공사(서울특별시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양어장) 이전 행정대집행을 토지보상법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양천구청장에게 신청하자, 양천구청장이 SH공사의 직원을 그 행정대집행의 책임자로 지정하였고, SH공사가 다시 민간용역업체에 이전용역을 도급주어 행정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과실로 양어장의 잉어가 폐사하는 손해가 발생하자 토지 등 소유자가 SH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안이다.
원심까지는 SH공사에 대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행정대집행 실행 과정에서 있었던 과실이 경과실인지, 중과실인지가 다투어졌는데, 원심은 경과실에 해당하여 SH공사는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특유한 SH공사의 이중적 지위(① 양천구청장에게 행정대집행을 신청한 공익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와 ② 양천구청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 실행을 위탁받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집행의 실행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한 수탁자로서의 지위)와 일반적으로 SH공사를 직무수행 관련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공무원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SH공사에는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⑹ 이들 두 대법원판결은 한국토지공사 및 SH공사가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법률상 근거가 민법인지 아니면 국가배상법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대법원판결의 선고전 검토과정에서, 공법인에 대집행 실행을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국가배상법이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공법인에 대해서는 국가배상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고 민법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이므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공법인에 대하여 민법상의 사용자 및 공작물점유자, 도급인의 각 면책규정 등은 적용하지 않는 것(면책 불인정)이 타당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⑺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행정활동을 공법인이나 사인에게 위탁하는 것은 공공주체의 임무수행방식의 변경에 불과하므로 이를 통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나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불리해지는 것은 ‘법인화, 민영화는 임무수행의 효율성을 가져와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라는 정당화 논거에 배치되는 결과일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다면 ‘행정의 私法으로의 도피’를 다시금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법인에 대해서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4. 변협과 변호사등록 사무의 법적 성질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이상덕 P.435-457 참조]
가. 관련 규정
● 변호사법 제7조(자격등록)
① 변호사로서 개업을 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등록을 하려는 자는 가입하려는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등록신청을 하여야 한다.
③ 지방변호사회는 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으면 해당 변호사의 자격 유무에 관한 의견서를 첨부 할 수 있다.
④ 대한변호사협회는 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변호사 명부에 등록하고 그 사실을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 제8조(등록거부)
① 대한변호사협회는 제7조제2항에 따라 등록을 신청한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제9조에 따른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제4호에 해당하여 등 록을 거부할 때에는 제9조에 따른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년 이상 2년 이하의 등록금지기 간을 정하여야 한다.
1.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또는 징계처분[파면, 해임, 면직 및 정직(해당 징계처분에 의한 정직기간이 끝나기 전인 경우에 한정한다) 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
1. 제4호에 해당하여 등록이 거부되거나 제4호에 해당하여 제18조제2항에 따라 등록이 취소된 후 등록금지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자
③ 대한변호사협회가 제7조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날 때까지 등록을 하지아니하거나 등록을 거부하지 아니할 때에는 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나. 공법인과 사법인의 구별기준
⑴ 사법인은 기본권 주체이지만, 공법인은 원칙적으로 기본권 수범자이지 기본권 주체가 아니고 국민이나 주민의 기본권을 보호․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을 뿐(헌재 2006. 2. 23. 선고 2004헌바50 전원재판부 결정 등)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법적 성질을 달리 한다.
⑵ 종래 공법인과 사법인의 구별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 및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살펴보면, 개별 사안에서 ① 단체의 설립목적 및 취급업무의 성질․내용, 권한․의무, ② 단체 설립에서의 자주성, ③ 임직원의 공무원 의제 여부, ④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로서 행정쟁송절차를 따르는지 여부, ⑤ 민법상 사단법인 규정의 준용 여부, ⑥ 단체 가입의 강제성 유무, 구성원의 임의탈퇴 가능성, 구성원의 출자에 의한 재산형성 여부, 탈퇴 시 지분반환청구 가능성, 단체의 합병․분할․해산의 임의성 여부, 단체해산 후 단체 잔여재산의 분배 여부, 회비 및 징수절차의 법적 성격, 단체와 구성원의 관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 로 고려하여 해당 법인이 공법인과 사법인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왔음을 알 수 있다.
⑶ 대법원 판례에서 공법인이라고 본 단체로는 토지구획정리조합(대법원 1965. 6. 22. 선고 64누106 판결), 토지 개량조합(대법원 1966. 12. 6. 선고 66다2015 판결), 농지개발조합(대법원 1977. 7. 26. 선고 76다3022 판결), 갱생보호회(대법원 1978. 7. 11. 선고 78다591 판결), 농지개량조합연합회(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누100 판결, 대법원 1985. 4. 9. 선고 83누399 판결 등), 재개발조합(대법원 1996. 2. 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 체 판결), 지방법무사회(대법원 2020. 4. 9. 선고 2015다34444 판결) 등이 있고, 사법인이라고 본 단체로는 산 림조합(대법원 1970. 3. 24. 선고 69다2170 판결)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공법인이라고 본 단체로는 재개발조합(헌재 1997. 4. 24. 선고 96헌가3 전원재판부 결정), 농지개량조합(헌재 2000. 11. 30. 선고 99헌마 190 전원재판부 결정), 대한변호사협회(헌재 2019. 11. 28. 선고 2017헌마759 전원재판부 결정) 등이 있고, 사 법인이라고 본 단체로는 축산업협동조합(헌재 1996. 4. 25. 선고 92헌바47 전원재판부 결정), 축산업협동조합 중앙회(헌재 2000. 6. 1. 선고 99헌마553 전원재판부 결정), 상공회의소(헌재 2006. 5. 25. 선고 2004헌가1 전 원재판부 결정), 농업협동조합(헌재 2012. 2. 23. 선고 2011헌바154 전원재판부 결정) 등이 있다.
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법적 성질
⑴ 변호사법 제7조, 제64조, 제68조에 의하면, 변호사의 지도와 감독에 관한 사무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지방법원 관할 구역마다 1개의 지방변호사회를 설립하며, 변호사는 개업(법률사무 영업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변호사등록을 하여야 하고, 등록한 변호사는 자동적으로 지방변호사회의 회원이 된다.
변호사법 제78조, 제79조에 의하면, 변호사 및 지방변호사회의 지도 및 감독에 관한 사무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변협을 설립하며, 지방변호사회가 연합하여 회칙을 정한다.
⑵ 변호사법은 지방변호사회와 변협을 단지 ‘법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변호사회․변협의 설립과 회원가입이 강제된다는 점은 지방변호사회․변협이 국가의 공권적 의사에 의하여 만들어진 공법인(공법상 단체)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 헌법재판소는 변협은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이고, 변협이 수행하는 변호사등록 및 그 거부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헌재 2019. 11. 28. 선고 2017헌마759 전원재판부 결정).
⑶ 한편 변호사법에서는 지방변호사회 또는 변협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대법원 판례는 변호사징계사무에 관여하는 지방변호사회의 장을 형법 제156조(무고죄)의 해석상 공무원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202 판결).
최근 대법원은 변협을 공법인이라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지방법무사회는 공법인이고, 지방법무사회의 법무사 사무원 채용승인과 그 거부, 승인취소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5다34444 판결).
⑸ 전통적으로 변호사에 대한 규제․감독은 법무부 소관이고, 법무사에 대한 규제․감독은 법원 소관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두 직역에 대한 규율 체계와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변협이 수행하는 변호사등록은 공법인에 의한 공행정활동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해서는 변협이 행정주체로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만(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 부적용, 국가배상법 유추적용), 변협의 임직원은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고, 변협에 공무를 위탁한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라. 변호사등록의 법적 성질 및 변호사등록 거부조치에 대한 쟁송방법
⑴ 헌법재판소 2017헌마759 전원재판부 결정이 판시한 바와 같이, 변호사등록사무는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규제하는 공권력작용으로서, 변협이 변호사법의 위탁을 받아 수행하는 공행정활동에 해당한다.
따라서 변협의 변호사등록거부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거부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⑵ 1982년 변호사법 개정으로 변호사등록사무가 법무부장관에서 변협으로 이관되기 전에, 법무부장관의 변호사등록거부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거부처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본안판단을 한 선례가 있다(대법원 1976. 10. 12. 선고 76누160 판결).
그러나 1982년 이관 후에 변협의 변호사등록거부 취소청구의 소를 민사법원에 제기한 사안에서 별 다른 고민 없이 본안판단을 한 선례도 있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1다2045 판결).
최근 이○○ 전 부장판사가 변호사등록신청을 하였다가 변협이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4호(공무원 재직 중 징계처분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자 변협을 상대로 회원지위확인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제1심은 ‘(변협의 등록거부결정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불복하여야 하고, 민사소송은 유효적절한 권리구제절차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소각하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바 있다[서울중앙지법 2016. 2. 5. 선고 2015가합530985 판결(대법원 2017. 3. 9. 자 2016다265610 심리불속행 판결 로 확정됨)].
⑶ 변호사법은 변협의 징계처분에 관해서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여,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2조, 제97조, 제98조의4, 제100조).
이의신청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원처분에 대한 특수한 형태의 행정심판재결이고(헌재 2000. 6. 29. 선고 99헌가9 전원재판부 결정), 변호사법은 원처분주의의 예외를 규정한 것으로, 재결청인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확립된 실무이다[서울행법 2010. 11. 5. 선고 2009구합5039 판결(대법원 2012. 6. 28. 자 2012두7349 심리불속행 판결로 확정 됨. 다만 상고심에서는 피고적격 및 쟁송대상은 다투어지지 않았다)].
변호사법은 변협의 변호사등록 거부처분에 관해서는 이의신청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결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마.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등록거부사유의 법적 성질
⑴ 변호사등록이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각호에 규정된 등록거부사유별로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에 따른 변호사등록거부는 기속행위이고, 제3호, 제4호에 따른 변호사등록거부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⑵ 변호사등록 제도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직업면허제도의 일종으로서, 연혁적으로 변호사 등록은 원래는 기속적․확인적 행위이었으나, 사회적 필요에 상응하여 입법자가 등록거부사유를 점차로 확대되어 왔다.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등록거부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이라고 판단하였다.
5.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89-691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이상덕 P.435-457 참조]
가. 관련 규정
● 변호사법 제7조(자격등록)
① 변호사로서 개업을 하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등록을 하려는 자는 가입하려는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등록신청을 하여야 한다.
③ 지방변호사회는 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으면 해당 변호사의 자격 유무에 관한 의견서를 첨부 할 수 있다.
④ 대한변호사협회는 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변호사 명부에 등록하고 그 사실을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 제8조(등록거부)
① 대한변호사협회는 제7조제2항에 따라 등록을 신청한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제9조에 따른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제4호에 해당하여 등 록을 거부할 때에는 제9조에 따른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년 이상 2년 이하의 등록금지기간을 정하여야 한다.
1.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과실범으로 공소제기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또는 징계처분[파면, 해임, 면직 및 정직(해당 징계처분에 의한 정직기간이 끝나기 전인 경우에 한정한다) 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
1. 제4호에 해당하여 등록이 거부되거나 제4호에 해당하여 제18조제2항에 따라 등록이 취소된 후 등록금지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자
③ 대한변호사협회가 제7조제2항에 따른 등록신청을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날 때까지 등록을 하지아니하거나 등록을 거부하지 아니할 때에는 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나. 변호사등록 심사지체와 불법행위책임
⑴ 변호사법 규정에 의하면, 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징계처분을 받거나 범죄와 관련해 퇴직한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등록 여부를 심사를 할 재량이 있으나, 공무원이 아니었던 원고에 대하여는 그러한 내용으로 등록 여부를 심사할 재량이 없다.
⑵ 변호사법 제8조 제4항은 등록신청으로부터 3개월이 지날 때까지 등록을 하지 아니하면 등록된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이 있으므로, 해당 기간까지는 심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는 등록이 지체된 경우의 등록 간주 규정이다.
⑶ 변호사법 제7조 제4 항은 분명하게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변호사 명부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근거 없이 심사 명목으로 등록을 지체하면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나. 배상책임의 범위
당연히 변호사로 활동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도 배상범위에 포함된다.
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책임 여부
대한변호사협회는 ‘공무원’이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책임의 귀속주체인 행정주체이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면책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 : 한국토지공사는 공무대집행을 실시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으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경과실 면책이 되는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안임).
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책임 여부
국가배상책임에 있어서 공무원 개인은 고의, 중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고의, 중과실이 없는 한 배상책임이 없다.
마. 대상판결의 취지 요약
대상판결은 변협이 변호사의 직업활동에 대한 지도․규제․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공법인이고, 변협이 수행하는 변호사등록사무가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공행정활동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하였다.
【국가배상책임,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판단기준,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중과실’의 의미,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자살한 병사에 대한 국가배상책임ㅡ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한 공무원개인의 손해배상책임 유무 및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위반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국가배상책임의 특수성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3호, 이상덕 P.202-237 참조]
가. 의의
⑴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통틀어 ‘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에게 구상을 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직접 그 공무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⑵ 이러한 국가배상책임 제도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면책을 불허하는 한편, 경과실 공무원을 면책시킨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 및 공무원 보호에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⑶ 사인 상호 간의 관계와는 달리, 국가배상책임에서 가해자인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은 피해자인 국민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일반 사인의 그것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공법관계에서는 공공필요상 국민의 권리에 대한 제한이 법령상 용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배상법상 위법성 판단에서는 1차적으로 직무행위의 법령에의 합치 여부가 문제 되지만, 넓은 의미의 ‘법’에의 위반을 의미한다는 점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⑷ 행정의 적정한 운영을 위하여 경과실의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무원은 사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수행자로 행동하는 것이므로 경과실 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공무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⑸ 국가배상법이 특별법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의 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법만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고, 설령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민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6다41471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다1431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나 객관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 사안에서, 법원이 국가배상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변경을 하여야 하고, 법원이 소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였음에도 원고가 소변경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⑹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법률에 명시된 ①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 ② 공무원의 고의․과실, ③ 손해 발생 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도그마틱)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란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
⑴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법률에 명시된 ①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 ② 공무원의 고의․과실, ③ 손해 발생 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도그마틱)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란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⑵ 대법원 판례가 언급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체계적인 지위에 관하여 개별 대법원판결마다 판시한 법리의 문언과 내용이 달라, ① 위법성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0180 판결), ② 공무원의 고의․과실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③ 객관적 책임 귀속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④ 상당인과관계의 문제로 이해한 경우(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다210194 판결)가 있다.
⑶ 구체적인 사건에서 ‘객관적 정당성’ 요건의 작용 양태를 살펴보면,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작위 또는 부작위)가 형식적 법규(특정한 법령의 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객관적 정당성이 문제 되는 것은 주로 공무원에게 일정한 폭의 재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조치만이 규범적으로 허용되고, 다른 조치는 허용되지 않는지가 불분명한 사안에서이다. 사후적으로 법원이나 감독기관이 관련 규정과 제반 사정을 모두 파악한 상황에서 내린 규범적 평가 결과 공무원이 한 특정한 조치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되어지더라도, 그 행위 당시 평균적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터무니없는 비합리적인 조치가 아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상법상 경영판단원칙과 유사하다. 이사가 선택한 특정한 조치가 사후적으로 최선의 조치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그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당시에 취할 수 있는 선택지 중의 하나로 나름 합리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주로 관련 규정이 불충분 또는 복잡하거나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평균적인 공무원으로서 정확한 법리를 알기 어려웠던 경우,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불분명하여 파악이 어려웠던 경우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다.
⑷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제한하기 위하여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 필요한 이유는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책임의 기능․역할이 서로 다르고, 항고소송에서 처분 자체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처분의 위법사유도 다양한데, ① 처분의 구체적인 종류․내용, ② 위법사유의 구체적인 내용, ③ 그에 따른 손해의 내용과 정도를 살피지 않고 취소판결이 선고된 모든 경우에 자동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⑷ 항고소송은 위법한 행정작용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선언하여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고 합법적 상태로 원상회복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다. 공무원의 주관적 고의․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행정작용의 내용이 객관적 법질서에 반하여 위법한지 여부만을 심리하여 그렇다고 판단되면 해당 행정작용을 취소한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사유는 매우 다양한데, 이를 유형화하면 ① 처분의 근거법령(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② 처분사유(요건사실)에 관한 사실오인, ③ 효과재량 단계에서의 공사익 형량의 오류, 재량권 남용(제재처분 양정의 과중), ④ 절차상 하자로 나눌 수 있다.
⑸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부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제재처분의 침익성 정도가 약하거나 위법한 처분이 조기에 시정된 경우에는 취소판결에 따른 위법한 결과의 제거만으로 처분상대방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고, 여기에 더하여 금전적 배상까지 인정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경찰서장의 집회금지통고가 취소된 경우에는 집회를 하려고 한 사람들에게 경찰서장의 위법한 법집행으로 피해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구체적인 재산․생명․신체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추상적․정신적 피해이고, 위자료를 인정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특정하기도 곤란하다. 분명한 처분사유가 존재함에도 단지 처분양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취소되거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 재처분이 가능하다. 정직 3개월 처분이 과중하다고 하여 취소하고 정직 1개월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급여 차액 정산지급 외에 별도의 국가배상금을 지급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⑹ 항고소송에서는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취소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인 반면(위법성이 인정되어도, 예외적으로 사정판결을 통해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음), 국가배상소송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의 위법성이 인정되어도 과실이 부정되거나, 객관적 책임 귀속을 부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부정될 수 있다. 항고소송에서 위법성은 처분의 내용․절차를 객관적인 법규범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것으로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담당 공무원의 주관적 귀책사유(고의․과실)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⑺ 법원의 재판실무는 ①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사실행위인 경우에는 민사상 일반 불법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준으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비교적 폭넓게)인정하고 있는 반면, ②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처분(행정결정)에 해당하는 경우,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해군 홈페이지 게시글의 삭제조치가 작성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다233807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 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법령 위반’의 의미 및 공무원의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국가기관이 자신이 관리·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에 대하여 정부의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내용인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이다.
⑵ 원고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2011. 6. 9.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항의글 100여 건을 집단적으로 게시하자, 같은 날 해군본부가 이러한 항의글을 일괄 삭제하였다.
⑶ 1심은 담당 공무원이 원고들의 항의글을 해군 홈페이지 운영규정에서 삭제사유로 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로 판단하여 삭제한 조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원심은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군 홈페이지 운영규정에서 삭제사유로 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란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직접 포함된 경우로 한정하여야 하고 원고들의 항의글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삭제사유가 없고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에게 1인당 위자료 3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일부인용판결을 선고하였다(청구금액은 1인당 위자료 700만 원이었음).
⑷ 대법원은, ①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관한 국방부장관의 실시계획 승인처분에 주민들이 주장하는 절차상·실체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던 점(대법원 2012. 7. 5. 선고 2011두19239 전원합의체 판결), ② 원고들의 항의글은 정부정책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의 표시인데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추어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 ③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의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이므로 결정권이 없는 해군본부에 항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④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평소 주로 해군 입대나 복지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글, 일반인이 자신의 해군 복무 경험을 기술하는 글, 해군 복무 중인 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는 글이 게시되었는데, 여러 명이 같은 취지의 정치적 항의글을 100여 건 게시한 행위는 이용자들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방해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존재목적·기능에 관한 해군본부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인 점, ⑤ 여러 명이 같은 취지의 정치적 항의글을 100여 건 게시한 행위는 해군본부에 대한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로서의 성격이 있는데, 그들이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집단적으로 항의글 100여 건을 게시함으로써 자신들의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항의 시위의 1차적 목적은 달성되었고, 현행법상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의 ‘결과물’인 100여 건의 게시글을 영구히 또는 일정기간 보존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없으며, 이 사건 삭제 조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의 ‘결과물’을 삭제한 것일 뿐, 자유게시판에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아닌 점, ⑥ 해군본부는 이 사건 삭제 조치를 하면서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 삭제 조치를 하는 이유를 밝히는 입장문을 게시하는 등 이 사건 삭제 조치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로서 국가기관이 인터넷 공간에서 반대의견 표명을 억압하거나 일반 국민의 여론을 호도·조작하려는 시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삭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다.
라. 위치추적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저지른 선행범죄에 대한 공무원의 조치가 불충분하여 후속범죄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후속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90538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경찰관의 범죄수사 업무 및 보호관찰관의 전자장치 피부착자 지도․감독 업무에 관한 부작위가 위법함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다.
⑵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직무로 하고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여러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정에서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다228083 판결 등 참조).
보호관찰관의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한 지도․감독과 원호 업무는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재범으로 나아가지 않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일반국민이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재범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한 지도․감독이나 원호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보호관찰관의 전문적, 합리적 재량에 위임되었지만,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성향이나 환경 및 개별 관찰 결과에 맞추어 재범 방지에 유효한 실질적인 조치를 선택하여 적극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만약 보호관찰관이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⑶ 다수의 성범죄 실형 전과가 있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로 보호관찰을 받던 甲이 A(주부)에 대한 강간 범행 후 13일 만에 B(주부)를 강간하려다가 살해하자, B의 유족들(남편 및 미성년 자녀들)이 수사기관 및 보호관찰기관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수행을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⑷ 원심은 A에 대한 범행의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관과 甲의 담당 보호관찰관의 제반 직무수행 과정에 다소 미흡한 측면은 있으나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면서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⑸ 대법원은, ① A에 대한 범행의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관이 그 범행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통상적인 조치만 하고 전자장치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지 않았던 것과 ② 甲의 담당 보호관찰관이 甲에게 높은 재범의 위험성과 반사회성이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적극적 대면조치 등 이를 억제할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억지하여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부여된 권한과 직무를 목적과 취지에 맞게 수행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수행한 것이고, 이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이를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마. 경찰이 집회장소를 점거하고 해산명령을 내린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19218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집회의 자유 침해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위자료 청구)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⑵ 공무원의 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참조).
⑶ 쌍용차 대책위 관련 집회참가자들인 원고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의 화단 점거 행위와 해산명령, 기자회견 장소 점거와 해산명령이 위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경찰관 개인에 대하여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이다.
⑷ 대법원은,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경찰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질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을 정도에 이른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하였다.
바. 행정규칙 위반이 국가배상법상의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 직사살수의 방법에 따른 집회 해산과 적법절차의 원칙준수(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36196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②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해산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고, 특히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⑶ 또한,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와 물포는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한 목적의 경찰장비이고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찰관이 직사살수의 방법으로 집회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려면, 먼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해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해산명령을 시행한 후에 직사살수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물포운용지침’에서도 ‘직사살수’의 사용요건 중 하나로서 ‘도로 등을 무단점거하여 일반인의 통행 또는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사전에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⑷ 원고들은 2011. 11. 10. 한미FTA저지범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하였다가 경찰에 의한 직사살수 방식에 의해 발사된 물대포를 맞고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원심은 이 사건 직사살수가 적법한 해산명령 없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고 피고는 그로 인해 상해를 입는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한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원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하였다.
2.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90-394 참조]
가.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
⑴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는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1297 판결).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1297 판결(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에 관한 사안) :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 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 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등 참조).
⑵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판단기준 (=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함)
⑴ 실무상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에 초점을 맞추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고,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배상책임이 없으므로(책임주의 원칙의 예외 내지 변용), 결국 피해자의 손해에 대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하는 것이다.
평균적 공무원의 주의의무보다는 정책적 측면과 형평의 점을 고려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구제하여 주는 것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례 역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다. 국가가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매수하였으나 분배하지 않아 그 농지가 원소유자의 소유로 환원되었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243306 판결)
⑴ 농지의 원소유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다.
구 농지개혁법 제5조에 따라 정부가 자경하지 않는 자의 농지를 매수하여 취득한 것이 나중에 그 농지가 분배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한다.
구 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 당시 분배되지 않은 농지 중 같은 법 시행과 동시에 원소유자의 소유로 환원되는 농지 / 같은 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유로 등기된 농지 중 같은 조 제3항의 기간 내에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분배된 농지를 제외한 농지는 위 기간이 지남과 동시에 원소유자의 소유로 환원된다.
국가가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매수하였으나 분배하지 않아 그 농지가 원소유자의 소유로 환원되었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⑵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가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매수하였으나 분배하지 않은 농지를 제3자에게 매도한 다음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고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줌으로써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국가의 원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적극)이다.
이 사건 토지는 국가가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매수하였으나 분배하지 않은 농지로서, 국가가 제3자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다음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고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당시 이 사건 토지는 이미 원소유자에게 소유권이 환원되어 있었으므로, 국가는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원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도 담당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한 다음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고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줌으로써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국가의 원소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라. 불법어로행위자가 단속반의 추적을 피해 해상도주를 하다 배가 좌초되어 바다로 추락·사망하였는데 단속공무원들이 구조의무 등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유족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당시 구조와 관련된 단속공무원들의 판단이 결과론적․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과실을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7다286874 판결)
⑴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한다.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을 비롯한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양태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해양수산부 산하 어업관리단의 불법어로행위 특별합동단속 중 갑 등이 승선하고 있던 선박이 단속정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암초와 충돌하였고, 인근에서 갑이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갑의 유족들이 단속정에 승선하고 있던 감독공무원들의 구조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사고 시간과 기상 상태, 사고 주변 해역의 상황, 감독공무원들의 인원적 제한과 장비상의 문제, 단속정과 갑의 충돌 위험성 등을 종합하면 단속팀장이 유일한 이동ㆍ수색수단인 단속정을 보고와 지원요청 및 정비를 위하여 본부로 이동하게 한 결정이 결과론적ㆍ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속정을 본부에 이동시키지 않고 해상수색을 하도록 했더라도 갑의 생존가능 시간 내에 그를 발견하여 구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감독공무원들에게 직무집행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이들의 행위와 갑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이다.
⑶ 위 판결의 경우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망인의 사망이라는 손해를 배상하여 주어야 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위 판결의 사안에서 망인은 야간에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불법어로행위를 하다가 단속공무원에게 적발되자 도주하다 물에 빠져 익사하였다. 국가가 이러한 경우에까지 배상책임을 져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는 물론 단속공무원의 과실까지 부정한 위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3.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가. 요건 개관
국가배상법 제2조는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는 ① 공무원, ② 직무, ③ 집행하면서, ④ 고의 또는 과실, ⑤ 법령에 위반, ⑥ 타인, ⑦ 손해의 개념을 요소로 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건을 모두 구비하여야만 한다.
나.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시적으로 사무를 위탁받은 사인도 포함한다.
다. 직무
㈎ 공법상 직무
모든 공법작용이 포함된다. 다만 국가배상법 제5조의 직무는 제외되지만, 제5조의 영조물의 설치·관리가 제2조의 직무와 경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법작용은 직무에서 제외된다(대판 1999. 6. 22. 99다7008).
㈏ 사익보호성
국가배상법 제2조의 직무는 오로지 공익을 위한 직무가 아니라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위한 직무이든지 아니면 사익을 위한 직무이어야 한다.
라. 집행하면서
판례(대판 1995. 4. 21, 93다14240)는 직무를 ‘집행하면서’를 직무집행행위뿐만 아니라 널리 외형상으로 직무집행과 관련 있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새긴다(외형설).
마. 고의 또는 과실
⑴ 고의란 어떠한 위법행위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을 말하고, 과실이란 부주의로 인해 어떠한 위법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것을 말한다.
⑵ 고의·과실의 유무는 당해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바. 법령에 위반
⑴ 법령에는 널리 성문법 외에 불문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된다. 고시·훈령형식의 법규명령도 포함된다.
⑵ 위반이란 법령에 위배됨을 의미한다. 위반에는 적극적인 작위에 의한 위반(예: 불심검문시 경찰관이 검문당하는 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경우)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한 위반(예: 경찰관이 심야에 보호자로부터 이탈하여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부작위의 경우에는 작위의무가 있어야 한다(예: 경찰관의 보호의무).
사. 타인
타인(타인)이란 위법한 행위를 한 자나 그 행위에 가담한 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를 말한다. 가해한 공무원과 동일한 행위를 위해 그 행위의 현장에 있다가 피해를 받은 공무원도 타인에 해당한다.
아. 손해
⑴ 손해란 가해행위로부터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말한다. 손해는 법익침해로서의 불이익을 의미한다. 반사적 이익의 침해는 여기의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적극적 손해인가 또는 소극적 손해인가, 재산상의 손해인가 또는 생명·신체·정신상의 손해인가를 가리지 않는다.
⑵ 가해행위인 직무집행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유무의 판단은 관련법령의 내용,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상황 등 제반사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 판례의 태도 요약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해석상 직무상 의무의 불이행과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 등을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사항은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차. 교정시설 과밀수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판단 기준(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66771 판결)
국가배상책임에서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교정시설 수용행위로 인하여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었다면 그 수용행위는 공무원의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다.
카. 공법인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적용 문제
⑴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이란 형식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공무(公務)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체의 사람(자연인 및 법인)을 가리킨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70. 5. 26. 선고 70다471 판결(동원훈련기간 중의 향토예비군), 대법원 1970. 11. 24. 선고 70다2253 판결(비정규직 군무원),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5570 판결(통장), 대법원 2001. 1. 5. 선고 98다39060 판결(교통할아버지),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행정대집행 중 사실행위 부 분을 수행하는 민간철거용역업체 법인과 그 소속 직원) 등].
⑵ 이러한 판례에 의하면, 논리적․개념적으로 공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우선 판명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또는 광의의 공무원)에는 강학상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뿐만 아니라 ‘행정보조자’도 포함된다는 것이 종래의 통설․판례였고, 이를 실정법에 반영하는 차원에서 국가배상법이 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면서 제2조 제1항 중 종전의 ‘공무원’ 부분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으로 변경되었다.
즉, 국가배상법에서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란 종래의 통설․판례에 의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행정조직법에서 논의되는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과는 개념을 달리한다.
⑶ 국가배상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헌법 제29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라고 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인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밖의 공공단체(공법인)의 경우 어느 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행정법학계의 다수설은, 국가배상법 제2조가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한정하는 규정이라면 헌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그 밖의 공공단체의 경우에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하여 대법원이 분명하게 판단한 판례는 없다.
법원의 주류적 재판실무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원고의 청구에 따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또는 국가배상책임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고속도로 설치․관리 하자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민법상 공작물 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1975. 8. 19. 선고 74다1647 판결, 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796 판결 등, 국가배상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9158 판결 참조].
⑷ 다만 최근에는 공법인이 수행한 공무에 관하여 국가배상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공법인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행정주체라고 판단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국가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 이전 행정대집행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파주시장에게 신청하자, 파주시장이 그 행정대집행 실행 권한을 다시 한국토지공사에 위탁하였고, 한국토지공사가 민간용역업체와 철거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민간용역업체를 통해 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한국토지공사가 파주시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을 위탁받아 수행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행정대집행을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한 한국토지공사의 직원, 민간용역업체(법인) 및 그 소속 직원의 경우에는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한국토지공사의 경우에는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⑸ 또한 민간용역업체의 경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았으며, 공법인에 공무를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 성립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2다36340, 36357 판결은,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자인 SH공사(서울특별시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양어장) 이전 행정대집행을 토지보상법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양천구청장에게 신청하자, 양천구청장이 SH공사의 직원을 그 행정대집행의 책임자로 지정하였고, SH공사가 다시 민간용역업체에 이전용역을 도급주어 행정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과실로 양어장의 잉어가 폐사하는 손해가 발생하자 토지 등 소유자가 SH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안이다.
원심까지는 SH공사에 대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행정대집행 실행 과정에서 있었던 과실이 경과실인지, 중과실인지가 다투어졌는데, 원심은 경과실에 해당하여 SH공사는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특유한 SH공사의 이중적 지위(① 양천구청장에게 행정대집행을 신청한 공익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와 ② 양천구청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 실행을 위탁받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집행의 실행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한 수탁자로서의 지위)와 일반적으로 SH공사를 직무수행 관련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공무원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SH공사에는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⑹ 이들 두 대법원판결은 한국토지공사 및 SH공사가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법률상 근거가 민법인지 아니면 국가배상법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대법원판결의 선고전 검토과정에서, 공법인에 대집행 실행을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국가배상법이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공법인에 대해서는 국가배상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고 민법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이므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공법인에 대하여 민법상의 사용자 및 공작물점유자, 도급인의 각 면책규정 등은 적용하지 않는 것(면책 불인정)이 타당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⑺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행정활동을 공법인이나 사인에게 위탁하는 것은 공공주체의 임무수행방식의 변경에 불과하므로 이를 통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나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불리해지는 것은 ‘법인화, 민영화는 임무수행의 효율성을 가져와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라는 정당화 논거에 배치되는 결과일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다면 ‘행정의 私法으로의 도피’를 다시금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법인에 대해서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4.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관련 판례
가.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 교통할아버지사건(대판 2001. 1. 5, 98다39060)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에 따라 ‘교통할아버지’로 선정된 노인이 위탁받은 업무 범위를 넘어 교차로 중앙에서 교통정리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발생시키자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서울특별시 강서구)가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을 수립한 다음 관할 동장으로 하여금 「교통할아버지」 봉사원을 선정하게 하여 그들에게 활동시간과 장소까지 지정해 주면서 그 활동시간에 비례한 수당을 지급하고 그 활동에 필요한 모자, 완장 등 물품을 공급함으로써, 피고의 복지행정업무에 해당하는 어린이 보호, 교통안내, 거리질서 확립 등의 공무를 위탁하여 이를 집행하게 하였다고 보아, 소외 김○○은 「교통할아버지」 활동을 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 없다.
나. 직무의 사익보호성
⑴ 미니컵 젤리사건(대판 2010. 9. 9, 2008다77795)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질식하여 사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식품위생법상의 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구 식품위생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 등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으로 하여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등의 방법과 성분, 용기와 포장의 제조 방법과 그 원재료, 표시 등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기준 및 규격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나 국민보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수입신고시 식품 등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구 식품위생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는 단순히 국민 전체의 보건을 증진한다고 하는 공공 일반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안전과 이익도 도모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⑵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다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생활의 비밀을 엄수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주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성폭력범죄의 수사를 담당하거나 수사에 관여하는 경찰관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에 반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 또는 누설하였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⑶ 군산시 개복동 윤락가 화재사건(대판 2008. 4. 10, 2005다48994)
유흥주점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으며 생활하던 여종업원들이 유흥주점에 화재가 났을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구 소방법은 화재를 예방·경계·진압하고 재난·재해 및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소방법의 규정들은 단순히 전체로서의 공공 일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둔 것이다.
⑷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다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또는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지도·감독사무에 관한 관계 법규의 규정에 의하여 장관의 지도·감독권한을 위임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의 지도·감독의 권한 및 의무의 내용은 적어도 부수적으로는 사회구성원 개인의 신체, 건강 등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다.
⑸ 부산시 수돗물사건(대판 2001. 10. 23, 99다36280)
수돗물 공급자인 피고 부산광역시는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할 경우에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거나 하는 등으로 이를 마신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상수원수의 수질을 환경기준에 따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령(헌법 제10조, 제35조, 환경정책기본법, 수질환경보전법, 수도법과 그 시행령 등)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가 등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다. 고의 또는 과실
⑴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고의·과실의 그 판단 기준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A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그 재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 2 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며, 이는 행정청이 재결의 형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판 2011. 1. 27, 2008다30703).
⑵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의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고의·과실)과 그 판단 기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국립대학 교원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여 재임용거부처분취소결정을 받고 복직한 다음 재임용거부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것이 불법행위가 됨을 이유로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재임용거부가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고의·과실이 인정되려면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판 2011. 1. 27, 2009다30946).
⑶ 제40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사건(대판 2003. 11. 27,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1988. 2. 22. 시행된 제40회 사법시험 제 1 차시험에서 4개 문제의 복수정답처리로 인해 불합격 처분을 받은 응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 있어 시험문항의 출제 및 정답결정에 오류가 있어 이로 인하여 합격자 결정이 위법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공무원 내지 시험출제에 관여한 시험위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해당 시험의 실시목적이 시험에 응시한 개인에게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적 이해관계 이외에 일정한 수준의 적정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정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그 시험의 실시에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와도 관련되는 공익적 배려가 있는지 여부, 그와 같은 시험이 시험시행 당시의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국가기관 내지 소속 공무원이 구체적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 결정, 합격 여부의 결정을 위하여 해당 시험과목별로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는지 및 같은 과목의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1차시험의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 본인에게 사후에 국가가 1차시험의 합격을 전제로 2차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험관련 공무원 혹은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시험의 출제와 정답 및 합격자 결정 등의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⑷ 전국언노련사건(대판 1995. 10. 13, 95다32747)
노동부장관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다툰 소송에서 승소하자 노동부장관의 위법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에 의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여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잘못된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가 없을 수 없는 경우에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후에 대법원이 내린 입장과 같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해석에 돌아가고, 이에 따른 처리가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라. 법령에 위반
⑴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다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함에 있어 경찰관으로서 의당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⑵ 공동경비구역 K소대장 사망사건(대판 2006. 12. 7, 2004다14932)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근무자 K소대장이 A사병에 의하여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K소대장은 총상이 사망원인이었다. 이에 K소대장의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수사의 개시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마. 부작위에 의한 위법 :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다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지도·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그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업무에 관하여 지도·감독을 하고, 필요한 경우 그 시설에 대하여 그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보고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시설에 출입하여 검사 또는 질문하게 할 수 있는 등 형식상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재량에 의한 직무수행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되어 있더라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바. 상당인과관계
⑴ 인천지방법원 위법경락허가사건(대판 2007. 12. 27, 2005다62747)
경매법원 공무원의 과실로 위법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된 경우, 경락인이 경락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위하여 지출한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에게 부과된 공유자에 대한 통지의무가 직접적으로는 공유자의 우선매수권이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절차상 이익과 관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공유자에 대한 통지가 적법하게 행해지지 않은 채로 경매절차가 진행되면 뒤늦게라도 그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될 수 있고 경매법원의 적법한 절차진행을 신뢰하고 경매에 참여하여 경락을 받고 법원의 지시에 따라 경락대금납부 및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락인으로서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위와 같은 통지 기타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는 경락인의 이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경매법원 스스로 그 하자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경락인이 불복절차 등을 통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위 결과 발생을 막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경락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의 위 공유자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경락인의 손해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⑵ 충무 유람선 극동호 화재사건(대판 1993. 2. 12, 91다43466)
유람선화재로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중 36명이 익사 또는 소사하자 피해자 유족들이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관할 충무시장은 유선 및 도선업법 제5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유선의 수선, 사용 및 운항의 제한 또는 금지를 명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선박안전법이나 유선 및 도선업법의 각 규정은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선박검사관이나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이 사건 유람선에 대하여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위 유람선 화재사고와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사. 기타
⑴ 대판 1999. 6. 22, 99다7008(사법작용과 국가배상법의 관계 : 수원역 통일호 열차사건)
⑵ 대판 1995. 4. 21, 93다14240(집행하면서 : 전입신병 폭행사건)
⑶ 대판 2001. 12. 14, 2000다12679(고의 또는 과실 : 인천대학교 교원 재임용 거부사건)
5.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중과실’의 의미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427-1430 참조]
가. 관련 규정
●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전사)·순직(순직)하거나 공상(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구상)할 수 있다.
나. 위 규정의 취지
㈎ 국가가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공무원 개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 있는 경우(경과실의 경우 면책됨)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
이는 변제자력이 충분한 국가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민, 상법에서의 중과실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의 입법 취지는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변제자력이 충분한 국가 등에게 선임감독상 과실 여부에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경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직무수행상 통상 예기할 수 있는 흠이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공무원의 행위는 여전히 국가 등의 기관의 행위로 보아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전적으로 국가 등에만 귀속시키고 공무원 개인에게는 그로 인한 책임을 부담시키지 아니하여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반면에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고의·중과실에 기한 경우에는 비록 그 행위가 그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는 그 본질에 있어서 기관행위로서의 품격을 상실하여 국가 등에게 그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으므로 공무원 개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되,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그 행위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으로 보여질 때에는 피해자인 국민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 등이 공무원 개인과 중첩적으로 배상책임을 부담하되 국가 등이 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책임이 공무원 개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봄이 합당하다. (…중략…)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및 국가배상법 제2조의 입법취지에 조화되는 올바른 해석이다.
㈏ 여기에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ㆍ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한 경우와 같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65929 판결).
다. 국가배상법 제2조 ‘공무원의 중과실’의 의미(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88631 판결)
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국가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외에 그 개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한다고 해석된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변제자력이 충분한 국가 등에 선임감독상 과실 여부에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경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공무원 개인에게는 배상책임을 부담시키지 아니하여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한 경우와 같이,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⑵ 갑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청와대에 서명지 박스를 전달하기 위한 행진을 시도하였으나 관할 경찰서장인 을 등이 해산명령과 통행차단 조치를 하였고, 이에 갑 등이 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기자회견 및 행진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갑 등에 대한 해산명령 및 통행차단 조치는 위법하지만, 기자회견 및 행진이 옥외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는 특정 지역과 시간적·장소적으로 상당히 근접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경찰관의 해산명령과 제지 조치가 각각의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적법한지는 개별 사안 자체의 특수성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는 속성을 지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을 등은 당시 갑 등에게 내린 해산명령 및 통행차단 조치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나아가 위와 같이 인식하지 못한 데에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을 등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아 을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6. 국가배상책임에서 상당인과관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441-444 참조]
가. 판례의 태도(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⑴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하여 대법원은 직무상 위법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에 따라 상당인과관계를 달리 판단하여 왔다.
즉,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등은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이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면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⑵ 위 판결(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이러한 판례를 재확인하였다.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견해의 대립
국가배상에서의 위법성에 관하여 학설의 대립이 있다.
⑴ 결과불법설 : 국가배상의 위법성도 민법상 불법행위에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가해행위의 결과인 손해의 불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
⑵ 행위불법설 : 행위결과의 불법 여부가 아니라 행위(공권력 행사)의 규범 합치 여부가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라 보는 견해
⑶ 판례의 태도
① 결과불법설과 행위불법설 중 판례는 행위불법설을 채택하였다.
②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으로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750조는 일반 불법행위의 요건으로서 ‘위법행위’만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배상에서의 법령위반 여부 판단도 위법 여부의 판단으로 귀착된다.
③ 민법상 불법행위에서는 타인에게 신체ㆍ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 자체를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④ 그러나 공무원은 국민에게 신체ㆍ재산상 손해를 가하더라도 합법적인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국민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만으로 공무원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즉, 공무원의 행위는 결과와 별도로 법률적합성을 판단하여야 한다(행위불법설).
⑤ 결국 공무원의 행위는 법규에 위반한 것이면 그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보게 되므로, 문제되는 법 규정이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는 위법 여부 판단에 속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판례는 독일 판례를 받아들이면서 ‘직무상 의무의 제3자 보호성’을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다. 구체적인 사례
법률이 개인의 이익을 부수적으로나마 보호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실제로는 쉽지 않다. 개별적인 사례를 많이 접하는 방법밖에 없다.
⑴ 국가 소속 선박검사관, 시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선박에 대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 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 상당인과관계 인정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⑵ 관련 법령에서 상수원수의 수질을 3급 이상으로 유지하고,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는 고도의 정수처리 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 부산광역시가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거나 상수원수 3급 이하의 하천수를 취수하여 고도의 정수처리가 아닌 일반적 정수처리 후 수돗물을 생산·공급한 경우 : 수돗물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불법행위 성립하지 않음 (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⑶ 노래연습장 시설 및 영업 일체를 양수하고 구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영업주 명의변경을 위하여 경찰서장에게 풍속영업변경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노래연습장건물에 이미 속셈학원과 컴퓨터학원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전 영업주의 풍속영업신고서 수리행위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자 경찰서장이 신고서를 반려한 경우 : 경찰서장이 전 영업주의 영업신고서를 잘못 수리한 행위나 이를 즉시 시정하지 않은 행위와 영업변경신고서가 반려됨으로써 양수인이 입은 영업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부정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34891 판결)
⑷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 토지가 문화재보호법상의 현상변경허가 대상구역에 해당하여 개발행위를 할 수 없게 된 경우(계약체결 당시 국토이용정보체계에 이러한 내용이 고시되지 않았음) : 배상책임 인정 (울주군 :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7다202968 판결, 완도군 :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50824 판결)
라.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⑴ 공무원이 법령에서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제3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⑵ 위 판결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분 취득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피고 금융감독원에 위 승인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도록 관련 법령이 정하고 있는 것은 공공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금융상품에 투자한 투자자 개인의 이익을 직접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위법행위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마. 자살한 병사에 대한 국가배상책임(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56375 판결)
⑴ 군에 입대하여 복무 중이던 병사가 군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 경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관심사병에 대한 지휘관의 관심과 조치가 없었는지가 쟁점이다.
⑵ 지휘관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병사가 자살할 수도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예견할 수 있었다면 국가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부대 지휘관 등이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사에게 관심을 가지고 군 복무 적응을 돕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면 병사의 자살에 대하여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⑶ 군 복무 중 자살한 군인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는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소속 부대 관계자들에게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P 군의 소속 부대 중대장은 P 군을 면담한 결과 자살징후를 알게 되었고, 이를 보고받은 대대장은 P 군을 A급 관심사병으로 지정하였다.
그 무렵부터 지휘관들이 수시로 P 군을 면담하고 민간 상담전문가, 군종목사 등과 여러 차례 상담을 받게 하였으며, 국군수도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게 하였다.
같은 중대원이 총기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대장이 P 군의 보직을 경계병에서 대대본부 CCTV 감시병으로 변경하였고, 부대원들에게는 P 군에 대한 폭행이나 욕설을 금지하고 특별 관리하라고 지시하였으며, 적응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는 부대원을 전담 멘토사병으로 지정해 주었다.
군 복무 적응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한 이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⑷ 대법원은 P 군이 부대에서 집단 따돌림과 선임병들의 괴롭힘을 당하였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소속 부대 지휘관 등이 P 군이 자살할위험이 있는지에 관하여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고 P 군의 군 복무 적응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한 이상 비록 P 군을 입원시키는 등의 좀 더 세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군 관계자들에게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P 군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 역시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⑸ 물론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N 이병이 선임들로부터 매일 수시로 복장단정, 군가암송, 서열암기 등의 군기교육을 빙자한 각종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곡괭이 자루로 매질을 당하고, 전투화로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가슴을 가격당하고, 뺨과 머리를 얻어맞고, 머리를 땅에 박고 기합을 받는 등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 및 끊임없는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결국 전입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부대 철조망 인근 소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지휘관들의 종용 또는 묵인 아래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 가혹행위 및 이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부대 관계자들의 관리, 감독 소홀이라는 불법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N 군의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바. 자살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자살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갑이 하사로 임관하여 해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고 함선에서 근무하던 중 자살한 사안에서, 갑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받은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및 장병의 자살예방 대책과 관련한 부대관리훈령 등에 따른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 등을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이다.
7.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작용에 대한 권리구제수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취소소송 등의 항고소송 및 국가배상청구소송
⑴ 위법한 행정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자는 권리구제수단으로 ① 취소소송 등의 항고소송, ②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양자는 권리구제의 구조가 상이하다.
⑵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취소판결의 형성력과 기속력에 따라 ‘처분청의 후속조치(재처분의무, 결과제거의무 등)’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이루어진다.
⑶ 반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경우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같이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종국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
⑷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의 사안은 행정작용의 위법성이 ‘실체적 사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절차위반’에 있다.
항고소송의 측면에서는 위법한 행정처분 취소 이후 재처분 등의 과정에서 ‘절차위반’이 시정되더라도 결과적으로 기존과 동일한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측면에서도, 동일한 행정처분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손해’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나.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⑴ 원고 적격
항고소송 제기를 위해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요건으로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당한 경우이어야 하나, 원고적격은 처분을 다툴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고 침해의 우려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족하다.
◎ 대법원 2004. 8. 16. 선고 2003두2175 판결 :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할 것이나,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다만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과 같이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며, 또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근거 법규가 다른 법규를 인용함으로 인하여 근거 법규가 된 경우까지를 아울러 포함한다.)의 명문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는 법률상 이익,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지는 아니하나 당해 처분의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인 관련 처분들의 근거 법규(이하 '관련 법규'라 한다)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법률상 이익,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서 명시적으로 당해 이익을 보호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의 합리적 해석상 그 법규에서 행정청을 제약하는 이유가 순수한 공익의 보호만이 아닌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보호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되는 경우까지를 말한다.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그 처분으로써 이루어지는 행위 등 사업으로 인하여 환경상 침해를 받으리라고 예상되는 영향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영향권 내의 주민들에 대하여는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피해를 입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환경상의 이익은 주민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으로서 그들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됨으로써 원고적격이 인정되며, 그 영향권 밖의 주민들은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그 처분 전과 비교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자신의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음을 증명하여야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⑵ 처분의 위법성
항고소송의 소송물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폐기물 매립장 입지결정 등에 대한 참여권이 침해된 경우, 인근 주민들로서는 ‘절차적 하자’를 처분의 위법사유로 구성하여 ‘입지결정ㆍ고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 등의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 또는 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항고소송에서 절차적 위법은 그러한 절차적 하자가 처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독립된 취소 사유가 된다. 즉, 절차적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처분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절차적 위법 자체만을 이유로도 해당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
다.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ㆍ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국가배상법이 정한 ‘손해’의 개념도 민법상 손해의 개념과 다르지 아니하다고 해석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의 침해’라고 볼 수 있다.
8.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관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문제점 제기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앞서 본 것처럼 각각의 규범적 위치와 성격은 다르지만, 그 요건에 관하여 ‘법령 위반(위법성)’과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의 침해’를 요구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언제나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나.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요구되는 ‘처분의 객관적 정당성 상실’ 요건
⑴ 판례의 태도
판례는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는 것만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지는 않고,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 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위 판례의 취지
위 판결에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구체적인 의미와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 ① 취소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처분의 위법성은 확정되었으므로 고의ㆍ과실의 문제로 보는 견해와, ② 항고소송에서의 처분의 위법과는 별개의 국가배상책임에서 독자적인 ‘위법성’의 요건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느 쪽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판례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이 확정된 이후에도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 행정처분의 절차적 위반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책임에 대한 판결례
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안
① 대법원 1982. 6. 22. 선고 80다2801 판결 : 임의경매절차에서 담당법관이 이해관계인에 대한 공시송달명령을 한 바 없는데도 담당공무원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경매기일 통지를 하였음이 밝혀져서 이를 이유로 경락허가 결정이 취소확정되어 경락인의 경락에 의한 소유권취득의 효과가 상실되었다면 국가는 이로 인한 경락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23664 판결 : 이 사건 경매법원의 담당공무원이 구 민사소송법 제617조 제2항 소정의 이해관계인에 대한 경매기일 및 경락기일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적법한 경매절차 진행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결과 경락인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경락이 적법 유효한 것으로 믿고 경락대금 및 등기비용 등을 지출함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인데, 그 일련의 과정에서 경매법원 스스로 그 하자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경락인이 불복절차 등을 통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위 결과 발생을 막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경락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경매법원 공무원의 위 이해관계인 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원고의 손해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경매법원의 경락허가결정, 대금지급기일 지정 및 그 실시, 소유권이전등기의 촉탁 등의 재판행위가 개입되어 있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2. 6. 22. 선고 80다280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3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상당인과관계 있는 범위 내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⑵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사안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 : 교도소장이 아닌 일반교도관 또는 중간관리자에 의하여 징벌내용이 고지되었다는 사유에 의하여 당해 징벌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징벌처분이 있게 된 규율위반행위의 내용, 징벌혐의내용의 조사·징벌혐의자의 의견 진술 및 징벌위원회의 의결 등 징벌절차의 진행경과, 징벌의 내용 및 그 집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벌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위 판결은 처분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도로는 보기 어렵다는 취지임).
9. 항고소송과 관련한 국가배상청구책임의 성립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행정처분의 성립, 무효ㆍ취소 여부 고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우선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행정처분의 성립, 무효ㆍ취소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만을 따지는 것과는 구별된다.
이 점에 대하여 위 판결은 “법령에서 주민들의 행정절차 참여에 관하여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할 기회를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 그 자체가 사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행정절차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행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하는 공법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므로, 관련 행정처분의 성립이나 무효·취소 여부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절차권 보장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 부정)
⑴ 판시내용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절차적 참여권의 ‘수단적 성격’에 주목하여, 해당 절차권 보장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잔존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의 입증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부정된다는 취지로도 판시하였다.
이 점과 관련하여 위 판결은 “이와 같은 행정절차상 권리의 성격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제출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① 그 후 이를 시정하여 절차를 다시 진행한 경우, ② 종국적으로 행정처분 단계까지 이르지 않거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철회한 경우, ③ 행정소송을 통하여 처분이 취소되거나 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주민들이 절차적 권리의 행사를 통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도 주민들의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이를 청구하는 주민들에게 있고, 특한 사정이 있는지는 주민들에게 행정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행정절차 참여권이 침해된 경위와 정도, 해당 행정절차 대상사업의 시행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⑵ 문제된 절차적 위법이 시정된 경우
절차적 위법이 시정되었다면 당초의 법익 침해가 해소되어 실질적으로는 ‘절차의 지연’이 있을 뿐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정도로는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⑶ 종국적인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직권 취소, 철회된 경우
절차적 요건의 수단적 성격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그 절차를 통해 종국적으로 달성하고자 한 목적(예컨대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를 막는 것)이 달성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⑷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위 행정소송으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한 후 다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거나, 종국적으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위 ①, ②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는 있다.
⑸ 항고소송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 1차적, 본원적 권리구제수단의 지위에 있음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수단 중 항고소송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 1차적, 본원적 권리구제수단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 행정처분의 절차적 위법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및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수단으로서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
⑴ 피고(전남 보성군)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사업 추진 과정에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과 입지 선정 등에 관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은 채 폐기물 매립장의 입지를 결정하고 폐기물 매립장을 설치ㆍ운영하였다.
피고 소속 공무원은 그 과정에서 각종 공고문, 회의록 등 설치사업과 관련된 서류들을 위조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⑵ 그 이후 피고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등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한 것이라는 이유로 폐기물 매립장 설치계획 승인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선고ㆍ확정되었다.
⑶ 폐기물 매립장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원고들은 피고가 위와 같이 주민들의 행정절차 참여권을 침해하여 폐기물 매립장을 설치ㆍ운영함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⑷ 대법원도 피고의 위법행위로 폐기물 매립장 인근 주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관련 행정처분의 무효가 확인되었더라도 그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만, 이 사건 원고들 모두가 입지선정결정 당시 해당 지역에 거주한 주민들로서 행정절차 참여권을 침해받았음을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 전부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라.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관련 행정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행정처분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다.
⑵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에게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⑶ 원고는 15층 이하 건물만 건축할 수 있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고층 아파트 단지 건축사업을 계획하고 피고의 관계부서와 사전협의를 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가 1종 지구단위구역으로 지정되면 사업계획승인이 가능함을 전제로 수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보완요청을 하여 원고가 보완자료를 제출한 상황에서, 피고 시장이 주무부서와의 회의에서 이 사건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언급한 이후 결국 피고는 이 사건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이후 행정소송에서 위 불승인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취소되었고, 원고는 위 불승인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⑷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사업의 영향을 왜곡하는 등 객관적이지 않은 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달리 이 사건 불승인처분의 근거가 될만한 자료가 없는데도 과거에 문제삼지 않거나 원고의 보완을 거친 사유를 들어 원고에게 큰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한 피고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큰데도, 피고 담당 공무원들이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 국가배상책임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10. 항고소송의 1차적 권리구제수단성 인정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 영향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행정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기판력 인정 여부
⑴ 항고소송의 피고는 처분청이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의 피고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서로 다르지만, 이는 항고소송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일 뿐이므로 해당 사무에 관련된 권리의무의 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취소판결 등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⑵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항고소송의 소송물인 ‘행정처분의 위법’과 구별되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수소법원은 취소판결에서 정한 행정처분의 위법성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는 없으나, 그러한 행정처분의 위법이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국가배상책임의 고유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손해의 인정 여부
⑴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
예컨대 위법한 과세처분에 의해 조세의 부과ㆍ징수가 이루어지거나, 위법한 해임처분이 있었던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위법한 해임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임처분 이후 판결 확정시까지의 급여 자체에 더하여(이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급여 그 자체의 지급임),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8990 판결 : 공무원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경우 취소판결의 형성력으로 인하여 처음부터 면직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되므로 당해 공무원은 원래 면직되지 않았다면 보수를 받아야 하는 날에 그 보수를 지급받았어야 하는데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복귀일 또는 발령일에서야 이를 지급받게 되므로 그 사이의 지급지체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 등에 비추어 보면, 면직처분을 하였다가 그 면직처분이 취소됨에 따라 복귀일 또는 발령일에 면직처분으로 인하여 받지 못하였던 보수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 원래 보수를 지급받아야 할 때로부터 정산급여를 지급받은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침익적 행정처분의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이와 별도로 절차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까지 추가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위 해임처분의 경우와 같이 ‘지연손해금’ 등의 추가적인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주장ㆍ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⑵ 수익적 행정처분을 거부한 경우
예컨대 연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수급요건에 해당함에도 거부당한 경우 등이다.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기속력에 따라 연금 지급 신청을 인용하는 처분을 다시 해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신청인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잔존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행정처분의 절차적 위법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및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수단으로서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
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제출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더라도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 주민들의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적극) / 이때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ㆍ증명책임의 소재(=이를 청구하는 주민들) 및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판례이다.
⑵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은 의견제출을 통한 행정절차 참여 등 법령에서 정하는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서 주민들의 행정절차 참여에 관하여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할 기회를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 그 자체가 사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행정절차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행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하는 공법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므로, 관련 행정처분의 성립이나 무효ㆍ취소 여부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행정절차상 권리의 성격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제출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이를 시정하여 절차를 다시 진행한 경우, 종국적으로 행정처분 단계까지 이르지 않거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철회한 경우, 행정소송을 통하여 처분이 취소되거나 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주민들이 절차적 권리의 행사를 통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도 주민들의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ㆍ증명책임은 이를 청구하는 주민들에게 있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주민들에게 행정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행정절차 참여권이 침해된 경위와 정도, 해당 행정절차 대상사업의 시행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⑶ 위 판결은 절차적 위법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 특히 손해의 인정 요건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손해가 부정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예외적으로 손해가 인정되는 사정을 원고가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위 판결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에 대한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폐기물처리장이 철거되지 않았고 입지선정위원회 등이 다시 구성되지도 아니하는 등 ‘잔존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행정처분의 위법을 원인으로 한 권리구제수단 상호간의 관계에 관하여 항고소송의 1차적 권리구제수단성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1.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가.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의 판시내용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나.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⑴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⑵ 갑 주식회사가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을 지방자치단체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데, 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후, 을 지방자치단체가 갑 회사에 주변 경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이 경관 훼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업무는 현장실사를 나가 사진을 촬영하여 분석자료를 작성한 것이 전부이고, 그 분석자료의 내용이 실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등 위 불승인처분은 경관 훼손에 관한 객관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사업계획 승인 업무의 진행경과, 위 사업의 규모와 경관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신중한 검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담당 공무원의 업무 수행은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므로, 을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⑶ 위 판결은 ‘위법한 행정처분을 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한 것은 아니다.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구제는 ‘행정소송’을 통해야 하는 것이지, 곧바로 이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하여서는 안된다. 처분의 취소 및 정당한 처분 등을 통해 손해가 회복되는 것이다
위 99다70600 판결도 ‘나중에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⑷ 대부분의 사건에서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청구가 기각되고 있다.
예컨대 수사, 사법권이 범인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행사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 등이 있을 때에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후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검사의 구속 및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구속 및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⑸ 국가배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정처분이 사후적으로 위법하다고 판정된 것에 더하여 그 당시의 기준으로도 현저히 객관성을 잃었다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추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역시 매우 예외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이다.
12. 취소소송에서 처분 취소 사유로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법령 위반’의 의미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003-2007 참조]
가. 법령위반
⑴ 항고소송의 일종인 취소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의 의미는, 위법성 일반을 의미하고, 구체적으로는 법령 위반, 법의 일반원칙(신뢰보호원칙, 비례원칙 등) 위반도 포함한다.
⑵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국가ㆍ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 취소소송에서 취소 사유로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법령 위반’의 차이점
⑴ 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판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 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위 판결에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구체적인 의미와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① 취소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처분의 위법성은 확정되었으므로, 고의ㆍ과실의 문제로 보는 견해와, ② 항고소송에서의 처분의 위법과는 별개의 국가배상책임에서 독자적인 ‘위법성’의 요건으로 보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위 판결의 문언상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고려요소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의 내용이 반드시 고의ㆍ과실의 문제에 국한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⑶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은 권리구제의 구조가 상이하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경우,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같이 민사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에게 일정한 액수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고, 원고는 그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종국적인 만족을 받는 방식이다.
반면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의 경우는 법원이 직접 처분청에 특정한 처분을 행할 의무를 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취소판결의 형성력과 기속력에 따른 처분청의 후속조치(재처분의무, 결과제거의무 등)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취소소송에서 취소 판결이 확정되고 재처분에 의하여 권리 구제가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처분시점과 권리구제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취소판결ㆍ재처분 등에 의한 구제로 회복되지 아니하는 손해가 존재할 수 있다. 취소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국가배상책임이 부정될 경우 권리 구제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⑷ 한편 위와 같은 ‘객관적 정당성 상실’ 법리가 선언된 이후, 행정처분의 위법이 인정되어 취소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객관적 정당성 상실’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은 부정하는 판결이 더 많다.
다.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본 판례
⑴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개간허가 취소처분이 후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었으나 담당공무원에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한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사례
⑵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 : 사법시험 1차 시험의 출제 및 정답 결정의 잘못만으로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사안
⑶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 사립대학이 공립대학으로 바뀜에 따라 교수ㆍ부교수의 임용권을 가지게 된 교육부장관 등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임용제청한 기존 사립대학의 교수ㆍ부교수를 모두 공립대학의 교수ㆍ부교수로 임용하였으나, 임용제청에 앞서 이루어진 지방자치단체장의 임용심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여 기존 사립대학의 일부 교수ㆍ부교수들이 부당하게 임용제청대상에서 누락됨에 따라 결국 임용에서 제외되게 된 경우, 교육부장관 등의 임용제외처분이 국가가 손해의 전보책임을 부담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안
⑷ 그 외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다215505 판결,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65515 판결,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201366 판결 등이 있다.
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본 판례
⑴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6759 판결 : 재결에 의하여 토석채취허가를 하도록 하였음에도 처분청이 이를 지연한 사안
⑵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갑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어 최초 재결 당시 그 판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이 모두 배척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
⑶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 갑 주식회사가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을 지방자치단체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데, 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후, 을 지방자치단체가 갑 회사에 주변 경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안
⑷ 그 외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다8539 판결 등이 있고,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행정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이 있다.
13. 국가 자격 시험 등의 출제 및 정답 결정 관련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7다233061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003-2007 참조]
가.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7다233061 판결의 판시내용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나. 위 판결의 취지
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리딩케이스인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의 법리를 기초로 국가 시행 시험에 관한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4. 군인 등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0-21 참조]
가. 관련 규정
● 헌법 제29조 ②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 국가배상법 제2조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ㆍ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ㆍ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ㆍ유족연금ㆍ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나. 위 규정의 취지
⑴ 헌법과 국가배상법은 군인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⑵ 위 헌법과 국가배상법 규정은 동일한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과 손실보상을 모두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과다한 재정지출을 방지하고, 가해 군인 등과 피해 군인 등의 직무상 잘못을 따지는 쟁송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9735 판결).
국가배상법 2조 1항 단서는 직접 헌법에 규정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헌법재판소 2013헌바22 등).
⑵ 국가배상법 2조 1항의 다른 법률에는 ‘군인연금법’과 ‘국가 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등이 포함된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33145 판결).
⑶ 판례는 객관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9735 판결)
따라서 피해자가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등록신청에 대하여 비해당결정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판단되는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다. 군인 등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⑴ 공무원연금법은 ‘다른 법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다24997 판결).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상 요양비를 지급하는 것은 공무원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가배상제도와 취지가 다르다.
※ 다만, 군인연금법은 ‘다른 법률’에 해당함에 주의해야 한다.
⑵ 상이를 입고 퇴직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퇴직하였더라도 국가유공자법이 요구하는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42178 판결).
◎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42178 판결 :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 포함)를 입고 전역 또는 퇴직한 자라고 하더라도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신체의 장애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자는 같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따라서 그러한 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설사 그가 같은 법 제72조의3 제2항에 의하여 국가의료시설에서 가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15. 토지이용규제법상 국토이용정보체계 등재의무의 제3자 보호성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1호, 이지영 P.330-346 참조]
가. 국가배상책임에서 제3자 보호성 이론
⑴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고 국민이 그와 관련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언제나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⑵ 판례는 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이래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하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고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진다고 하여 왔다.
나. 제3자 보호성의 판단 기준
⑴ 판례는 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과연 오로지 공공 일반의 전체적 인 이익을 조장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지 혹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결국 법 전체의 기본적인 취지․목적(①)과 그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개별 규정의 구체적 목적․내용(②) 및 그 직무의 성질(③)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5949 판결).
⑵ 또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④),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⑤)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6다87798 판결).
다. 제3자 보호성에 관한 대법원판례
⑴ 제3자 보호성을 긍정한 판례
제3자 보호성을 긍정한 판례로는,
① 선박안전법, 유선 및 도선업법의 선박검사를 부실하게 하여 선박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② 해수욕장 시설 감독 의무를 소홀히하여 감전사고가 발생한 경우(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5646 판결),
③ 소방공무원이 소방점검을 소홀히하여 화재가 발생한 경우(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④ 경찰이 112신고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에 범죄가 발생한 경우(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다228083 판결),
⑤ 군부대 총기 관리 과실로 무기가 유출되어 범죄에 사용된 경우(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9534 판결),
⑥ 수용자 감시를 소홀히 하여 도주한 수용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678 판결),
⑦ 호적법 규정에 위반하여 제적부 관리를 소홀히 하여 위조된 호적부에 의해 상속을 원인으로 한 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마친 경우(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36285 판결),
⑧ 이장, 주민등록 담당공무원의 과실로 발급 된 허위의 세대별 주민등록표, 인감증명서에 의해 무효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마친 경우(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33610 판결),
⑨ 공무원이 예고등기 촉탁을 누락하였는데 소유권이전등기가 유효함을 믿고 거래한 경우(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31 판결),
⑩ 경매법원에서 공유자에 대한 통지를 누락하여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된 경우(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다62747 판결) 등이 있다.
⑵ 제3자 보호성을 부정한 판례
제3자 보호성을 부정한 판례로는,
① 대통령이 지자체 선고일 공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30877 판결),
②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였는데 경매법원이 배당요구사실을 채무자인 임대인에게 통지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다1942 판결),
③ 상수원 수질이 수질환경보전법 등 법령에서 정한 환경기준에 미달하였으나 그렇게 공급된 수돗물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④ 산업폐기물처리시설 부지사용을 승낙한 소유자가 공무원이 토지형질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폐기물종말처리장의 설치승인 및 사전사용을 허가하였다고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5949 판결) 등이 있다.
⑶ 판례의 태도 분석
① 위 판례를 종합해보면,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가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 보호성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인다.
② 재산상 이익과 관련하여도, 공무원의 직무와 개인의 재산상 이익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대법원 2005다62747 판결)에는 제3자 보호성을 인정하지만, 직무와 재산상 이익 또는 손해 발생 사이에 관련성이 없는 경우(대법원 2001다1942 판결)에는 이를 부정한다.
③ 한편 앞서 본 부정례들은 상수원수의 수질이 기준에 미달하지만 수돗물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어렵거나(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원고들이 산업폐기물종말처리시설에 부지사용을 승낙하고도 다른 트집을 잡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거나(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5949 판결), 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일 공고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를 구하는 경우(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30877 판결)와 같이 입법 목적이 개개 국민의 구체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다. 토지이용규제기본법상 국토이용정보체계 등재의무위반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7다202968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5조 제3호에 따라 ‘다른 법령의 위임에 따라 총리령, 부령 및 자치법규에 규정된 지역·지구 등’은 국토교통부장관이 그 지역·지구 등의 명칭과 근거 법령을 관보에 고시하여야만 지역·지구 등으로서 효력이 있는지 여부(적극), ②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지역·지구 등의 지정행위가 유효한 경우에만 이를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이 사건 부동산은 울산광역시 지정문화재 근처에 위치하여 문화재 관련 법령에 따라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건축 등 행위가 허가되는 구역(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다.
⑶ 원고는, 피고 군수가 토지이용규제법 제8조 제9항을 위반하여 위와 같은 규제 내용을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하지 않아서 원고로서는 규제 사실을 모르고 위 부동산을 매수하였다고 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⑷ 대법원은, 원심이 울산광역시 지정문화재의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 토지이용규제법에 관한 국토교통부 고시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이를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은 잘못이지만, 이미 ‘토지이용규제를 하는 지역·지구 등’에 관한 2006. 6. 7.자 국토교통부고시에 울산광역시 지정문화재의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피고 군수는 울산광역시장의 통보에 따라 그 규제 내용을 국토이용정보체계에 등재할 의무가 있었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16. 영업손실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결신청청구도 거부한 경우 휴업손실 상당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415-1418 참조]
가. 관련 규정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공익사업)
이 법에 따라 토지등을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2. 관계 법률에 따라 허가·인가·승인·지정 등을 받아 공익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철도·도로·공항·항만·주차장·공영차고지·화물터미널·궤도(軌道)·하천·제방·댐·운하·수도·하수도·하수종말처리·폐수처리·사방(砂防)·방풍(防風)·방화(防火)·방조(防潮)·방수(防水)·저수지·용수로·배수로·석유비축·송유·폐기물처리·전기·전기통신·방송·가스 및 기상 관측에 관한 사업
3.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청사·공장·연구소·시험소·보건시설·문화시설·공원·수목원·광장·운동장·시장·묘지·화장장·도축장 또는 그 밖의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
● 제62조(사전보상)
사업시행자는 해당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 전액(全額)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제38조에 따른 천재지변 시의 토지 사용과 제39조에 따른 시급한 토지 사용의 경우 또는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77조(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보상)
① 영업을 폐업하거나 휴업함에 따른 영업손실에 대하여는 영업이익과 시설의 이전비용 등을 고려하여 보상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보상액의 구체적인 산정 및 평가 방법과 보상기준, 제2항에 따른 실제 경작자 인정기준에 관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나.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설치사업이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
⑴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과 그 원심판결은 위 공영주차장 설치사업이 토지보상법이 정한 공익사업에 해당함을 전제로, 토지보상법 제62조가 정한 사전보상의 원칙에 위반된 것을 위법의 사유로 보았다.
⑵ 원심판결에서는 위 사업이 토지보상법 제4조 제2호도 언급되어 있으나, 대상판결은 제3호(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하는 … 그 밖의 공공용 시설에 관한 사업)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였다.
●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4조(공공시설)
법 제2조제13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용시설”이란 다음 각 호의 시설을 말한다.
2. 행정청이 설치하는 시설로서 주차장, 저수지 및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시설
⑶ 이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인 피고는 위 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사업인정고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영업손실보상도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사업이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이상 제62조가 정하고 있는 사전보상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손해배상책임 성립의 요건으로서의 ‘위법’의 내용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의 구체적인 내용
⑴ 위 판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위법’의 내용을 토지보상법 제62조가 정한 사전보상원칙 위반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보상을 하지 아니하고 공사에 착공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⑵ 토지구획정리사업자가 사유지에 대하여 환지 지정하지 아니하고 청산금도 지급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소유권을 상실한 사안에서 손해는 그 토지소유권상실에 대한 손실보상금인 청산금 상당액이라고 보았고(대법원 1990. 6. 12. 선고 89다카9552 전원합의체 판결), 적법한 보상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공유수면매립사업의 시행에 의하여 관행어업권을 상실한 사안에서는 법령이 정한 손실보상액으로 보았으므로(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 판결),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사전보상을 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함으로써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이 입은 손해는 원칙적으로 손실보상금이라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⑶ 그리고 위 판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27103 판결의 사안에서는, 영농손실보상이 뒤늦게 이루어졌으나 영농손실보상의 기준 시점 이전인 착공시점부터 수용개시일까지 경작을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영농손실보상금으로 회복되지 아니하는 손해로 보아 이를 인정하였다.
⑷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적 손해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고, 일반적으로 이 사건 원고와 같이 사업부지 내 토지의 임차인이 공사 착공으로 인하여 입은 재산적 손해는, 토지를 사용ㆍ수익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될 것이다.
⑸ 그런데 위 판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의 사건에서는, ① 공사착공(2014. 12. 1.) 이전에 원고들이 모두 퇴거를 마친 상태였고(원고 1, 2는 2014. 2. 14., 원고 3 2014. 4. 14., 원고 4 2013. 10. 24.), 원심에서 영업손실 산정에서 인정한 휴업기간이 3개월로서 피고의 공사 착공 이전에 원고들의 인도 이후 3개월이 모두 경과하였으므로 과연 원고들이 영업을 하지 못한 것이 피고의 공사 착공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② 위 사업이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의 착공 여부, 원고들의 인도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불법행위 이전과 이후의 재산상태에 변동이 없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 구 토지보상법 시행규칙(2014. 10. 22. 국토교통부령 제131호 제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휴업기간은 3월 이내로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실제 휴업기간으로 하되, 그 휴업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⑹ 위 판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 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손실보상청구권 침해 자체를 손해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익사업의 시행자인 피고는 공사에 착수하기 전 임차인인 원고들에게 영업손실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도 보상액을 지급하지 않고 공사에 착수하였다. 원고들은 영업손실 보상금을 받지 못한 채 영업장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공사를 하는 것을 승낙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피고는 영업손실보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협의요청을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재결신청청구도 거부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재결절차 등을 통하여 영업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을 침해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⑺ 토지보상법상 구체적인 손실보상청구권은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7813 판결), 이러한 재결을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곧바로 손실보상청구권의 침해를 손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⑻ 그러나 위 판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영업손실보상을 위한 재결신청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들어 이를 거부하였고, 그 거부통지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사업인정고시가 이루어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재결신청청구가 토지보상법 제30조 제1항(사업인정고시가 된 후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서면으로 사업시행자에게 재결을 신청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들어 각하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들의 영업손실을 보상함이 없이 공사에 착수하였고, 원고들의 영업손실보상을 위한 요건인 사업인정고시, 협의 요청 등도 모두 거부하여 결과적으로 원고들이 토지보상법에 따른 영업손실을 보상받지 못하도록 하였으므로, 대상판결에서 영업손실보상청구권을 침해한 것을 ‘손해’로 본 부분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라. 사업인정을 거치지 않고 공익사업을 시행하면서 영업손실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결신청청구도 거부한 경우 휴업손실 상당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다20402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지만 국토교통부장관의 사업인정고시가 없는 경우, 토지보상법상 영업손실보상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②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 및 건물을 협의취득하면서 임차인들에게 영업손실을 보상하지 않고 공사에 착수하였고, 재결신청청구를 거부하여 결과적으로 임차인들이 영업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경우, 손실보상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한 불법행위 및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적극), ③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 그 책임의 범위, 특히 위자료청구권의 인정 여부(원칙적 소극)이다.
⑵ 사업인정고시는 수용재결절차로 나아가 강제적인 방식으로 토지소유자나 관계인의 권리를 취득․보상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에 지나지 않고 영업손실보상의 요건이 아니다. 토지보상법령도 반드시 사업인정이나 수용이 전제되어야 영업손실 보상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가 시행하는 사업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상 공익사업에 해당하고 원고들의 영업이 해당 공익사업으로 폐업하거나 휴업하게 된 것이어서 토지보상법령에서 정한 영업손실 보상대상에 해당하면, 사업인정고시가 없더라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영업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
⑶ 공익사업의 시행자는 해당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토지보상법 제62조 본문).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을 지급하지 않고 그 승낙도 받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함으로써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고, 사업시행자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1998. 11. 3.자 88마850 결정,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27103 판결 참조).
⑷ 공익사업의 시행자가 사전보상을 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함으로써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이 입은 손해는 손실보상청구권이 침해된 데에 따른 손해이므로, 사업시행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손실보상금이다(대법원 1990. 6. 12. 선고 89다카955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 판결 참조). 다만 그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와 관계인에게 손실보상금에 해당하는 손해 외에 별도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사업시행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27103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과 범위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⑸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영업손실 보상청구권의 침해에 따른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토지보상법령이 정한 영업손실 보상금이고, 그 밖에 별도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한 원고들의 구체적인 주장ㆍ증명이 없는 한, 손실보상금의 지급이 지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손실보상금에 해당하는 손해 외에 원고들에게 별도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⑹ 영업손실 보상금의 지급 지연에 따른 손해는 그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으로 보전될 수 있다. 원심은 손실보상금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면서도, 동시에 손실보상금의 지급 지연으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위자료의 지급을 명하고 있는데, 이는 중복배상에 해당할 수 있다.
⑺ 재산적 손해배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는 사정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손실보상금의 지급이 지연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신적 손해의 발생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재산적 손해 외에 별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사정에 대하여 원고들이 증명을 해야 하나, 이 사건에서 이에 대한 원고들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
⑻ 인천광역시 계양구(피고)는 전통시장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행하였는데, 일정 면적 이하의 주차장의 경우 도시·군계획시설로 지정하지 않고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구 국토계획법령을 이유로 토지보상법에 따른 사업인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부지를 매매로 취득하였다.
피고는 위 사업이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부지 지상 각 건물의 임차인들인 원고들에게 보상을 거절하였고, 원고들의 재결신청청구도 거부하였으며, 원고들에게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하였다.
원고들은 재결신청청구거부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사업인정고시가 없어 재결신청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영업손실보상에 대한 재산적 손해배상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⑼ 원심은, 이 사건 사업이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고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영업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음에도 손실보상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힌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하였고, 손해배상액으로 토지보상법령에 따른 휴업손실보상금 상당액과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각 700만 원)도 인정하였다.
⑽ 대법원은, ➀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한 사업인정고시가 없더라도 토지보상법 중 사업인정이나 수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 영업손실보상에 관한 토지보상법 규정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보았고, ➁ 피고는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하기 전 원고들의 승낙 없이 공사에 착수하였고, 나아가 원고들의 협의요청을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재결신청청구도 거부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재결절차 등을 통하여 영업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을 침해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으며, ➂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재산상 손해로서 영업손실보상금 상당액을 인정하였으나, 영업손실보상금의 지급 지연 등의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에 정신적 손해의 발생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