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근로계약에서 위약금약정의 금지, 매각위로금반환약정과 근로기준법 제20조, 대주주변경에 따른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일정 시점 이전에 퇴직하면 월할계산하여 반환하기로 약정한 경우 반환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대주주변경에 따른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일정시점 이전에 퇴직하면 월할계산하여 반환하기로 약정한 경우 반환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매각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20조의 규정 취지 및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인지 판단하는 기준
[2] 갑 주식회사가 발행 주식 매각을 통한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근로자 측과 ‘갑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할 경우 이미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로 계산하여 반납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안에서, 위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2] 갑 주식회사가 발행 주식 매각을 통한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근로자 측과 ‘갑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할 경우 이미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로 계산하여 반납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안에서, 위 약정은 갑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에 따른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하여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갑 회사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위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갑 회사는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의 계속근로를 유도함으로써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의 목적에서 위 약정을 하고 근로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함께 의무근로기간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나 액수 등을 종합하면,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위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삼성그룹은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려 하였으나, 일부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이에 집단적으로 반대하였다.
⑵ 삼성토탈과 비상대책위원회는, 고용승계 대상자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대상자가 2015. 12. 31. 이전에 퇴사하면 월할 계산하여 반납하기로 하는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였다.
⑶ 그 후 삼성토탈은 위로금 지급 배경을 ‘주주 변경에 따라 그간 헌신한 노고와 열정에 감사하고 새 출발을 격려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위로금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세금 22%가 공제된다고 안내하였다.
⑷ 피고는 고용승계 대상자로서 세금 22%가 공제된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았고, 이후 삼성토탈은 대주주 변경으로 한화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상호도 ‘한화토탈’로 변경되었다.
⑸ 피고는 일신상의 이유로 2015. 6. 4. 퇴직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매각위로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⑹ 원심은,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은 근로자의 계속근로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액 예정이고, 예외적으로 유효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⑺ 대법원은, 임금이 아닌 매각위로금의 반환일 뿐 손해배상이 아니고, 반대를 무마하고 사업계속성을 확보한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지급되었으며, 반환약정으로써 근로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다.
⑵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⑶ 원고(사용자)는 발행주식 매각을 통한 소속기업집단 변경 과정에서, 주식 매각에 반대하는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2015. 4. 30.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 12. 31. 이전에 퇴사할 경우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月割)로 계산하여 반납한다’고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약정’).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피고(근로자)는 원고에게 퇴직 의사를 밝히고 2015. 6. 4. 퇴직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위로금 월할 계산액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으로서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⑷ 원심은,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은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의 손해 범위를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⑸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은 근로계약상의 근로기간 약정 위반 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거나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로 보기 어려우며, 제반 사정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의의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성현창 P.549-573 참조]
가. 관련 규정
●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 제7조(강제 근로의 금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 제114조(벌칙)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6조, (중략) 제20조, (중략) 및 제103조를 위반한 자
나. 종전 판례의 법리
⑴ 대법원 2001다53875 판결과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 두 건이 있다.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 금지에 관한 조항은 근로기준법이 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에는 ‘제27조’로 규정되어 있다가 해당 전부 개정에 따라 현행과 같이 ‘제20조’로 위치가 변경되었는데, 위 두 건
의 판결 모두 위 근로기준법 전부 개정 이전에 선고된 것들이다.
⑵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 판시 내용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자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지만, 임금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44, 24951 판결 참조),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이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다7388 판결 참조).
㈏ 사안
원고(반도체 회사)는 해외근무사원관리규정에서 해외근무사원이 해외근무 후 국내로 복귀할 경우 해외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이상을 근무하여야 하고, 이에 위반할 경우 별도로 정한 계산식에 따른 경비(항공비, 이주비, 부임여비 등 해외근무를 위하여 원고가 지불한 일체의 경비)를 변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고(반도체 회사)의 해외 영업법인에서 약 37개월간 근무한 후 귀국한 피고는, 원고의 전산팀에서 2개월여 근무한 다음 퇴직하였다. 이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해외근무사원관리규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해외근무를 위해 지출한 경비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근거하여, 피고가 해외근무기간 중 특별한 연수나 교육훈련을 받지는 않고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본연의 업무에 종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해외근무는 단순한 근로장소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원고가 피고의 해외근무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해외근무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상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된 경비에 해당하여 본래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경비 반환 약정이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⑵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 법리 판시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구 근로기준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은 취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바로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미리 함으로써,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위 조항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구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 사안
피고는 원고(고무생산업체)에 입사하면서 ‘영업비밀 보호 및 10년간의 근무’를 약정하고, 그 약정에 대한 약속이행금으로 5억 원을 지급받되 불이행 시에는 그 배액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10년의 근무기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로부터 사직하였다. 이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반환 약정에 따른 금전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근거하여, 위 약정은 피고가 근무기간에 대한 약정을 위반하기만 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미리 정한 10억 원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 유형
⑴ 1유형 :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수․교육․훈련 등을 시키면서 그 비용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지급하되, 일정 의무근무기간 이상 근무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돈의 전부나 일부를 상환하기로 하는 약정(또는, 해당 돈을 상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의무근무기간 이상 근무 시 상환의무를 면제하기로 하는 약정)
이 유형은 실무상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가 가장 많이 문제 되는 유형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본 대법원 2001다53875 판결이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정립하였다.
즉, ① 상환 대상이 연수․교육․훈련에 소요된 비용이라면 이를 상환하도록 한 것은 동조 위반이 아니지만 ② 상환 대상이 임금에 해당한다거나, (명목상으로만 연수․교육․훈련일 뿐 주된 실질이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 장소 변경’에 불과하여) 근로에 대한 대가 또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지출할 것이 예정된 경비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동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상환 대상 비용을 본래 부담하여야 할 주체가 누구인지’를 일응의 판단기준으로 삼아, 그 비용이 본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라면 위약금 약정이지만 본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것이라면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동조의 취지는 강제근로를 방지하고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므로, 비용 부담 주체만을 기준으로 동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다소 곤란하다. 앞서 본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비용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외에도 ‘그러한 반환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 또는 이익까지 고려하였는지’, ‘약정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지’ 등을 추가적인 고려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⑵ 2유형 : 이른바 ‘사이닝보너스(signing bonus)’를 지급하면서, 의무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사이닝보너스란, ‘기업이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해당 전문 인력과의 계약은 근로계약일 수도 있고 위임계약일 수도 있으며, 어느 경우이건 사이닝보너스 및 그 반환에 대한 약정이 부가될 수 있다.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논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당 인재와의 계약의 성질이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을 일컫는 사실상의 용어이다.
보통 사이닝보너스는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대가 또는 이직에 대한 보상’의 성질을 갖지만, 의무재직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부가되어 있다면 ‘일정 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및 해당 기업에의 전속을 조건으로 제공된 금전’으로서의 성질도 갖는다고 평가할 여지가 클 것이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 : 기업이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그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해당 판결에서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의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의무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하였을 경우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약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안이다. 위 사건의 쟁점은, ‘사이닝보너스를 받은 후 약정근무기간을 지키지 않고 사직한 근로자에게, 회사가 근무기간 약정 위반을 이유로 사이닝보너스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⑶ 3유형 : 영업비밀 보호나 경업․전직금지를 약정하고 그 이행의 대가로 일정액의 돈을 지급하면서, 일정한 근무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 앞서 본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의 사안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그 외에 대법원에서 이 유형에 해당하는 반환 약정의 유효성에 관해 실질적인 판단이 이루어진 사건으로 대법원 2013. 10. 17. 자 2013마1434 결정이 있는데(해당 반환약정이 유효하다고 본 사례), ‘의무근무기간 위반’과 ‘근로계약 불이행’이 개념상 구별될 수 있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3. 10. 17. 자 2013마1434 결정
① 채권자(사용자)는 채무자(근로자)가 경쟁회사로의 전직 의사를 표시하자, 이를 막기 위해 ‘상여금 5,000만 원을 지급하되 채무자가 이를 수령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퇴사하면 상여금 전액을 반환하고, 채무자는 상여금 수령일로부터 2년 이내 또는 퇴직 후 2년 이내에 경쟁회사로 전직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체결하였다. 채무자가 상여금 수령 후 2년이 지나기 전에 경쟁회사로 전직하자,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전직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이는 대부분 인용되었다. 이에 채무자가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여, 상여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는 등의 논거를 들어 위 전직금지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한 사안이다.
② 원심은 ‘상여금 반환 약정상의 의무근무기간은 부관으로서 근로계약기간과 개념상 구별되므로 의무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가 곧바로 근로계약 불이행을 구성하지는 않는바, 위 상여금 반환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별도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일정기간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가처분결정을 인가한 제1심결정 유지).
③ 대법원 역시, ‘원심이 의무근무기간과 근로계약기간을 동일시 할 수 없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상여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채무자의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 한편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은 ‘영업비밀 보호 및 10년 근무 약정의 약속이행금으로 5억 원을 지급하되, 위반 시 배액을 반환’하는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고, 수원지방법원 2003. 5. 13. 선고 2002가합12355 판결은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되 3년간 전직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받은 돈 전액을 반환’하는 약정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결국 영업비밀 보호나 경업․전직금지 약정에 금전 반환 약정이 결부된 유형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안마다 개별적․구체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유무효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⑷ 기타 유형
㈎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8다241137 판결
원고(사용자)는 피고(근로자)가 퇴사 의사를 밝히자, 이를 만류하기 위해 ‘향후 5년간 피고의 매월 실제 수령액이 300만 원이 되도록 추가금을 지급한다. 대신 피고는 최소 5년간 근무하고, 중간에 그만둘 경우 위 추가금을 반환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체결하였다. 피고가 5년이 경과하기 전에 퇴직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반환 약정에 따른 추가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소액사건이다).
원심은, 원고가 지급한 추가금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반환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상고이유 주장이 소액사건심판법 소정의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45283, 245290 판결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들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미용보조원으로 근무하였는데, 계약서에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시술 부분의 금액에 대하여 지급된 도급금은 정산한다.’고 정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였고(본소), 피고들은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위 정산약정에 근거하여 미시술 부분의 금액 지급을 청구하였다(반소).
원심은 원고가 근로자라고 인정하고, 원고가 받은 급여(도급금)는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며 위와 같은 정산약정은 퇴직한 헤어디자이너의 미시술 부분으로 인한 사업주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따지지 않고 정산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라는 등의 이유로 정산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본소청구 일부 인용, 반소청구 전부 기각).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였다.
4. 매각위로금 반환약정과 근로기준법 제20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성현창 P.549-573 참조]
가. 매각위로금의 의의
일반적으로 매각위로금이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에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들도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하여 회사를 매각할 때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격려금으로 이해된다. 현행법상 지급 근거는 없지만, 노동조합의 실사 방해나 파업 등으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다.
나. 매각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매각위로금 또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기로 한 사안에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해당 금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하는 약정을 부가한 경우, 그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세부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추출해 볼 수 있다.
⑴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우선 설정된 의무근로기간이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입사(근로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와 같은 금전의 지급 및 반환에 대해 약정한 사안이라면, 해당 의무근로기간이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위 반환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예정’에 해당할 것이다.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의 사안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반대로 대법원 2013마1434 결정의 사안처럼 단순히 기존 근로자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금전을 지급하면서 그 금전의 지급 조건으로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다면, 해당 의무근무기간이 근로계약의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어긴 경우에 금전을 반환하도록 한 약정은 (그것이 ‘임금에 대한 반환 약정’이라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예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의무근로기간의 장단이 중요하다. 의무근로기간이 길게 설정될수록 해당 반환 약정이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⑵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대법원 2001다53875 판결과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 모두 미리 정한 근무기간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법리를 판시한 바 있다.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유의미한 판단 기준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⑶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와 액수
반환 대상 금전의 액수 자체가 현저히 크거나 근로기간 약정 위반 시 근로자의 추가 출재를 요구하는 경우(예컨대 받은 돈의 배액인 10억 원을 반환하도록 한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의 사안), 또는 반환 대상 액수가 미리 확정되어 있지 않고 얼마든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우(예컨대 근무기간이 더 길어질수록 반환해야 할 추가금의 액수가 더 늘어나도록 한 대법원 2018다241137 판결의 사안)라면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액수자체가 크지 않거나 반환액이 의무근로기간 위반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정한 경우(예컨대 의무근로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할 경우 2,500만 원 중 잔여기간에 비례한 부분만 반환하도록 한 사안)라면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⑷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사용자가 영업비밀 보호, 인재유출 방지 등의 정당한 사업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하되, 이를 준수할 인센티브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 실효성을 담보할 의도로 ‘해당 근로자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되 의무근무기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할 경우 지급된 돈을 반환하도록 하는 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경영상 전략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3마1434 결정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경영상 목적 또는 필요성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그러한 경영상 목적 또는 필요성에 비해 근로자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큰 경우라면(예컨대 근로자가 10년 이내에 퇴사할 경우 받은 돈의 배액인 10억 원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대법원 2006다37274 판결의 사안)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해당 반환 약정을 무효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근로계약에서 위약금 약정의 금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734-1738 참조]
가. 관련 규정
●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나. 위 규정의 취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다. 위약금 약정의 금지
⑴ 일반 계약에서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다만,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1항, 제2항).
⑵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는 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사용자에 대하여 위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정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⑶ 다만, 이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므로(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 사용자의 근로계약 위반에 대비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한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것은 유효하다.
⑷ 또한, 근로자의 근로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사용자의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청구를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
라. 판례의 태도
⑴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로 약정한 경우는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⑵ 해외파견근무 관련 사례
해외파견근무 후 의무재직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기업체가 지급한 ① 임금이나 ② 그 외의 각종 비용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① 임금 반환 부분 :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무효이다.
②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 임금 이외에 해외근무기간 동안 직원에게 지급된 금품이나 경비 역시 해외근무기간 동안의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필요불가결하게 지출이 예정된 경비여서 그 반환 약정은 무효이다(해외영업법인에서 업무를 담당하다가 귀국한 경우 그 체류기간 동안 지급된 부임여비, 체재비, 주택임차료, 차량보조비, 가족여행비, 의료보험료, 세금보조 비용 등).
⑶ 교육훈련 관련 사례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자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① 임금 및 ②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약정한 경우
① 임금 반환 부분 :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무효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②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 :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유효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③ 교육비용의 3배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경우 : 위약금에 해당하므로 무효이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다7388 판결).
⑷ 근로자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 10년간 근무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면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10억 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근로자가 약정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는 등 위약하기만 하면 사용자의 실제 손해를 묻지 않고 바로 미리 정한 10억 원을 지급해야 하므로 무효이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성현창 P.549-573 참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1734-1738 참조]
가. 이 사건 약정의 내용
주식 매각 방식으로 타 기업집단에 인수될 회사가 직원들에게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할 경우 이미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로 계산하여 반납한다.’라는 취지로 약정하였다.
나. 매각위로금의 성격
⑴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미 근로자에게 지급된 특정한 명목의 금전을 근로자가 위약시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⑵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로 약정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① 매각위로금 지급 배경은 ‘주주 변경에 따라 그간 헌신해 온 임직원들의 노고와 열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격려코자 함’이다.
만약 매각위로금이 과거의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이라면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원심은 공로금의 성질도 갖는다고 보았다.
② 그러나 매각위로금은 종전 대주주가 경영상 필요 때문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그 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마련된다.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처리된다. 또한 사용자가 이미 주식 매각 사실을 알고 최근에 입사한 사람이나 상대적으로 이탈 방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직원들을 매각위로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
과거의 근로에 곧바로 상응하는 대가라거나 근로자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사용자가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 계속근로를 유도하여 주식 매각 이후에도 회사의 사업이 차질 없이 운영되도록 하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 목적으로 지급된 성질의 금원으로 볼 수 있다.
⑶ 나머지 사정까지 모두 고려하면, 매각위로금 반환약정으로 근로자들이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지 여부
①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을 보면, 매각기간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필요한 8개월의 기간 동안으로 한정된다.
②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나 액수을 보면, 근로자들이 지급받은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들이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전액을 반환하기로 하는 것도 아니다. 8개월의 약정 기간에 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월할로 계산하여 반납하기로 하였다.
결국,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⑷ 그 밖의 사정
주식 매각을 반대하는 근로자측의 대표인 비상대책위원회와 사용자가 협의를 거쳐 체결된 약정이었다.
⑸ 만약 처음부터 사용자가 매각위로금을 8개월간 나누어 지급하기로 한 경우라면 근로자가 8개월의 기간 도중에 퇴사하면서 나머지 매각위로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근무하면서 받는 것’이라고 한다면, 대상판결 사안은 ‘먼저 받고 나중에 돌려내는 것’이므로, 같게 취급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가 미리 퇴사하면서 나머지 기간에 대한 매각위로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대상판결 사안의 반환약정도 그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고려요소
⑴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이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이미 지급받은 위로금을 반환’하는 내용이라고 설시하였다. 이는 곧 이 사건 약정의 의무근로기간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었음을 전제로 한 설시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대상판결 사안에서 이 사건 약정을 통해 설정된 의무근로기간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내용이 되었다기보다, 대법원 2013마1434 결정의 사안과 비슷하게 기존 근로자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금전에 대한 지급 조건에 더 가까워 보인다. 즉, 이 사건 약정을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의무근로기간의 장단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약정은 2015. 4. 29. 체결되었고 피고는 2015. 4. 30.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았으며, 설정된 의무근로기간의 종기는 2015. 12. 31.이었다. 결국 8개월의 의무근로기간이 설정된 셈인데, 이 정도의 의무근로기간은 ‘의무근로기간 위반 시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금전 반환 약정’에 대한 실거래계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짧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⑵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매각위로금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금전임에도 회사 매각 과정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보지 않은 선례도 있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지급된 매각위로금의 성격을 이와 다르게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매각위로금과 차이가 없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① 원고가 지급한 매각위로금은 본래 원고의 대주주였던 甲 주식회사의 주식 매각 필요성(또는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 때문에 甲 주식회사가 지급한 주식 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근로자들에게 위 매각위로금이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안내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라고 단정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⑶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와 액수
피고는 매각위로금으로 4,968만 6,000원(세후 기준)을 받았고, 이 사건 약정에 따르면 피고는 그중 퇴직일로부터 의무근로기간의 종기인 2015. 12. 31.까지의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월할 계산액)만을 반환하면 된다. 다른 선례(예컨대 상여금으로 받은 5,000만 원 전액에 대한 반환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된 대법원 2013마1434결정의 사안)에 비추어 볼 때 이 정도면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와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고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⑷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원고는 임원 및 고문이나 자문, 주식 매각이 이루어진 2015년도에 입사한 사람, 정년퇴직 후 계약직이나 2년 이하 단기계약직 등을 매각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결국 구성원 중 주식 매각을 직접 추진한 사람, 주식 매각을 알고 입사한 사람, 빠른 시일 내에 퇴사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셈인데,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핵심 인력들이 소속기업집단 변경에 반대하여 퇴사할 것을 우려해 ‘주식 매각 이후에도 기존 근로자들이 일정 기간 계속근로하게 함으로써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경영상의 목적’에서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의무근로기간의 준수를 조건으로 설정하였다고 생각된다. 원고로서는 정당한 경영상의 목적을 위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한 결과라고 보인다.
⑸ 대상판결의 결론
피고를 비롯해 원고로부터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의무근로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할 시 매각위로금 일부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하여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까지 보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대상판결의 판시 요지
⑴ 기존에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례 중 종전의 판례들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가 문제 되는 사안에서 널리 통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판단 기준을 정립하기보다는 특정한 유형의 사안을 전제로 하면서 다시 경우를 나누어 그러한 반환 약정이 어떤 조건하에서 유효하고 어떤 조건하에서 무효인지를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⑵ 대상판결은, 기존 선례들에서 직접 다루어진 바 없는 ‘매각위로금에 대한 반환약정’의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에 통용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을 일반 법리로서 정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