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약】《여행주최자의 의무, 여행자의 의무, 안전배려의무, 여행주최자의 안전배려의무와 그 한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여행계약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154-1155 참조]
가. 여행계약에 관한 민법 규정 신설
⑴ 여행계약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 관련 용역을 결합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제674조의2 참조).
⑵ 2015. 2. 3. 법률 제13125호로 민법전에 여행계약에 관한 절(민법 제3편 제2장 제9절의2)이 신설되어 2016. 2. 4.부터 시행 중이다. 이 사건 여행계약은 2013. 4.경 체결되었으므로 여행계약에 관한 민법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부칙(2015. 2. 3. 법률 제13125호) 제4조4) 참조].
⑶ 여행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도급계약설과 도급계약과 유사한 독립계약설이 있다. 후자가 타당하다.
나. 권리의무
⑴ 여행주최자의 의무
⑴ 기획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그 안전성을 신뢰하고 기획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와 여행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⑵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그에 따라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또는 그 이후라도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알려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를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그러한 위험 발생의 우려가 있을 때는 미리 그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 등 참조).
⑶ 여행 실시 도중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기획여행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사고와 기획여행업자의 여행계약상 채무이행 사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그 사고 위험이 여행과 관련 없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 기획여행업자가 그 사고 발생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기획여행업자가 취할 조치는 여행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면 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⑷ 여행자가 해외 여행계약에 따라 여행하는 도중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그 계약상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국내로의 귀환운송의무가 예정되어 있고, 여행자가 입은 상해의 내용과 정도, 치료행위의 필요성과 치료기간은 물론 해외의 의료 기술수준이나 의료제도,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언어적 장애 및 의료비용의 문제 등에 비추어 현지에서 당초 예정한 여행기간 내에 치료를 완료하기 어렵거나, 계속적, 전문적 치료가 요구되어 사회통념상 여행자가 국내로 귀환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귀환운송비 등 추가적인 비용은 여행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통상손해의 범위에 포함되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86550 판결).
⑵ 여행자의 의무
여행자는 약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그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따르고, 관습이 없으면 여행의 종료 후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제674조의5).
2. 안전배려의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59-464 참조]
일정한 계약 유형에서, 채권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가. 긍정례
⑴ 고용계약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용자에게 그러한 보호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은 근로자의 직종, 노무내용, 노무제공장소 등 보호의무가 문제되는 당해 구체적 상황 등에 의하여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 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⑵ 여행계약
여행업자는 기획여행계약의 상대방인 여행자에 대하여 기획여행계약 상의 부수의무로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또한 그 계약 내용의 실시에 관하여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를 진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⑶ 숙박계약
공중접객업인 숙박업을 경영하는 자가 투숙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일종의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으로서 객실 및 관련 시설은 오로지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것이므로 숙박업자는 통상의 임대차와 같이 단순히 여관 등의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의무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인 의무로서 숙박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고객의 생명, 신체를 침해하여 투숙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고, 이 경우 피해자로서는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하며, 숙박업자로서는 통상의 채무불이행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그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⑷ 입원계약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지는 것인데, 입원환자는 입원 중의 생활을 위하여 필수용품 등을 휴대하지 않을 수 없고 진료를 받기 위하여나 개인 용무를 위하여 병실을 비울 경우에 모든 휴대품을 소지할 수 없는 한편, 병실에는 여러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하고 왕왕 병실에서의 도난사고가 발생하는 실정이므로, 병원은 병실에의 출입자를 통제·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하는 등으로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신의칙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소홀히 하여 입원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입원환자의 병실에 무단출입하여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을 절취하였다면 병원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
⑸ 학원수강계약
유치원이나 학교의 원장·교장 및 교사는 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그들로부터 교육을 받는 유치원생과 학생들을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에 대신하여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다10585, 1059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유치원생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특히 우리의 교육현실을 보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원이나 교습소에서 학교교육의 보충 또는 특기·적성교육을 위하여 지식·기술·예능을 교습하는 형태의 사교육(私敎育)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교육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바,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등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형태의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의 설립·운영자나 교습자에게도 당해 학원에서 교습을 받는 수강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규정하여 포괄적인 학습자 보호의무를 선언하고 있고, ‘학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평생 교육의 진흥에 이바지함’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은 학원설립·운영자 등의 책무로서 ‘학원설립·운영자 및 교습자는 특별시·광역시·도 및 특별자치도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학원·교습소의 운영과 관련하여 학원·교습소의 수강생에게 발생한 생명·신체상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가입 또는 공제사업에의 가입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원의 운영자나 교습자로서는 교습계약(수강계약)의 당사자로서 상대방 측인 수강생이 그 계약에 따라 교습을 받는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강생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치원이나 학교 교사 등의 보호·감독의무가 미치는 범위는 유치원생이나 학생의 생활 관계 전반이 아니라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로 한정되고, 또 보호·감독의무를 소홀히 하여 학생이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것에 한하여 교사 등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때 그 예상가능성은 학생의 연령, 사회적 경험, 판단능력, 기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앞서 든 각 대법원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학원의 설립·운영자 및 교습자의 경우라고 하여 다르지 않을 것인바, 대체로 나이가 어려 책임능력과 의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에 대하여는 보호· 감독의무가 미치는 생활관계의 범위와 사고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더욱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이러한 취지에서, 유치원생들에 있어서는 다른 각급 학교 학생들의 경우와 달리 유치원 수업활동 외에 수업을 마치고 그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가 유치원 수업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유치원 담임교사에게는 원생들이 유치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유치원으로부터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법정감독의무자인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위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다19833 판결), 이러한 법리가 반드시 유치원생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하겠고, 특히 유치원생이나 그와 비슷한 연령, 사회적 경험 및 판단능력을 가진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통학차량으로 운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유치원·학교 또는 학원의 운영자나 교사 등으로서는 보호자로부터 학생을 맞아 통학차량에 태운 때로부터 학교 등에서의 교육활동이 끝난 후 다시 통학차량에 태워 보호자가 미리 지정한 장소에 안전하게 내려줄 때까지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다40437 판결).
⑹ 재학관계
사법인(私法人)인 학교법인과 학생의 재학관계는 사법상 계약에 따른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법인이 설립한 사립중학교에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한 교육을 위탁한 때에 그 학교법인과 해당 사립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재학관계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다. 학교법인은 학생과의 재학계약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즉 학교법인은 학생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장소의 물적 환경을 정비하여야 하고, 학생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위험 발생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미리 그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학교법인이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학생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때에는 불완전이행으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사고와 재학계약에 따른 교육활동 사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학교법인이 설립한 학교의 학교장이나 교사가 그 사고를 교육활동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예견가능성은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교육활동의 종류와 성질, 당해 사고와 관련된 교육활동 참여자들의 분별능력과 성행, 피해 학생과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운동부 학생은 활발한 신체활동이 예정되어 있어서 학생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유념하여 운동부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는 운동부 학생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자세히 점검하고 그 이상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그 점검 결과에 따라 학생의 실력 수준과 건강 상태에 따라 위험을 예방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어야 하며, 그 훈련상황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하여야 하고, 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6다33196 판결).
⑺ 건강보조식품 판매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 의학적 사항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이 이를 바탕으로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이 비합리적인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고객을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 특히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를 맹신하여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고객의 상황에 비추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11089 판결).
⑻ 기타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도12302 판결은,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 손님으로 와서 수일 동안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술을 마시고 만취한 피해자를 주점 내에 그대로 방치하여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으로 예비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배 아래 있는 주점에서 3일 동안 과도하게 술을 마시고 추운 날씨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아니한 주점 내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면, 피고인은 주점의 운영자로서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피해자를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에 있는 여관에 데려다주어 쉬게 하거나 피해자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계약상의 부조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이 판결은 이에 앞서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밝히고 있다. 유기죄에 관한 형법 제271조 제1항은 그 행위의 주체를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계약상 의무’는 간호사나 보모와 같이 계약에 기한 주된 급부의무가 부조를 제공하는 것인 경우에 반드시 한정되지 아니하며, 계약의 해석상 계약관계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신체 또는 생명에 대하여 주의와 배려를 한다는 부수적 의무의 한 내용으로 상대방을 부조하여야 하는 경우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무 위반의 효과로서 주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민사영역에서와는 달리 유기죄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인적 책임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문제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단지 위와 같은 부수의무로서의 민사적 부조의무 또는 보호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서 위 형법 제271조 소정의 ‘계약상 의무’가 당연히 긍정된다고는 말할 수 없고, 당해 계약관계의 성질과 내용, 계약당사자 기타 관련자들 사이의 관계 및 그 전개양상,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부조가 필요하기에 이른 전후의 경위, 필요로 하는 부조의 대체가능성을 포함하여 그 부조의 종류와 내용, 달리 부조를 제공할 사람 또는 설비가 있는지 여부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 ‘계약상의 부조의무’의 유무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부정례
○ 임대차계약 : 통상의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 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10004 판결).
3. 여행주최자의 안전배려의무와 그 한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3호, 박재억 P.56-95 참조]
가. 판례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은, 여행업자가 기획여행계약의 상대방인 여행자에 대하여 기획여행계약 상의 부수의무로서, 여행자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① 여행목적지ㆍ여행일정ㆍ여행행정ㆍ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ㆍ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또한 ② ㉠ 그 계약 내용의 실시에 관하여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또는 ㉡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를 진다고 한다.
나. 여행주최자의 책임 여부
⑴ 책임을 인정한 사례 :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다3377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 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213387 판결
⑵ 책임을 부정한 사례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1875 판결(여행자가 기획여행 중에 감염된 말라리아로 인하여 귀국 후 사망한 사안)
다. 여행주최자 안전배려의무의 내용과 범위(기획여행업자의 책임 한계)
⑴ 판례가 인정한 안전배려의무의 내용
판례를 분석해 보면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볼 수 있다. 여행주최자가 여행자에 대하여 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여행자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담하는 신의칙상의 주의의무이다. 즉, 여행목적지ㆍ여행일정ㆍ여행행정ㆍ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ㆍ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할 의무, 계약 내용의 실시에 관하여 만날지도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마련할 의무, 여행자에게 그 뜻을 알려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이다.
⑵ 안전배려의무의 범위
㈎ [급부 관련성] 여행계약상 채무 이행 관련성
안전배려의무는 여행계약상 부수의무이고 여행주최자가 여행계약상 채무이행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이므로, 당해 여행계약상 채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인정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사고와 여행주최자의 여행계약상 채무의 이행 사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행자가 여행계약에서 정한 여행주최자의 채무 이행과 무관한 활동을 할 때는, 여행주최자가 그 활동에 관하여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여행일정이 종료한 자유시간에 호텔 또는 리조트 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경우에, 만일 이와 관련하여 여행주최자가 여행일정표에서 언급한 적이 없고 여행주최자와 호텔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경우는 여행주최자의 채무이행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고, 여행주최자의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 또한 호텔 전용해변이 아닌 인접 해변에서 수영하는 경우에, 만일 여행주최자가 일정표나 여행설명서에 인접해변에서의 수영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경우는 여행주최자의 채무이행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고, 여행주최자의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
㈏ [위험 예견가능성]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
위험이 객관적으로 발생할 것이 분명하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오로지 제3자의 고의나 과실 또는 피해자의 고의로 사고가 발생하는 때는 그러한 사고는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인과관계의 인정 여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로지 피해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여행주최자가 그러한 사고발생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면 배려차원에서 그에 대한 경고나 주의 등을 사전에 취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 [조치 필요성] 일상위험 제외
① 알리거나 제거할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위험이어야 한다. 여행과 관련 없이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여행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② 일상위험에 속하는 사례 : 호텔 해변에서 수영 중 모서리가 뾰족한 돌에 부딪혀 상처를 입는 경우, 호텔 디스코 조명의 문제로 계단에서 넘어진 경우, 수영장 근처에서 넘어진 경우, 길거리 판매상들이 몰려들어 넘어진 경우 등이다.
㈑ [합리적 조치] 여행주최자가 마련할 위험제거 수단과 위험을 알리는 조치
위험제거 수단은 여행주최자가 여행자에게 발생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충분한 조치를 의미한다. 사리분별 능력이 있고 합리적으로 조심성 있는 자가 위험 발생 방지에 필요하고 충분한 것으로 여기는 조치를 의미한다. 모든 종류의 추상적 위험을 모두 예방할 필요가 없고 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