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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재물손괴죄,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타인 소유 대지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가 대지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로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0. 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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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재물손괴죄,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타인 소유 대지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가 대지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로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22141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타인의 토지 지상에 건물을 신축행위에 대하여, 토지에 관한 재물손괴죄로 기소한 사건]

 

판시사항

 

재물손괴죄의 성립요건 및 영득죄와의 구별 /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 때문에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경우,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재물손괴죄(형법 제366)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행위자에게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등 영득죄와 구별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가치를 영득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공소사실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 27(이들 중 공소사실 기재 행위 시까지 공유자로 남은 사람을 가리 켜 피해자들이라고 한다)은 부동산 임의경매절차에서 (주소 생략) 2,343(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매수하고 2016. 4. 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토지에는 피고인 소유인 29넓이의 컨테이너박스를 비롯한 건물 여러 채(이하 종전 건물이라고 한다)가 점유권원 없이 지어져 있었다. 이 사건 토지 공유자들은 피고인 등 종전 건물의 소유자 내지 점유자를 상대로 2회에 걸쳐 소를 제기하여 건물 철거와 퇴거, 토지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토지 공유자들은 위 승소판결을 집행권원으로 대체집행을 하여 2019년 말까지 종전 건물을 모두 철거하였다.

 

피고인은 종전 건물 철거 대체집행이 완료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20. 4.경 이 사건 토지 위에 새로 단층 주택(공소사실에 면적이 특정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약 13평이다.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을 지었다.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이 사건 토지 이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 토지에 권한 없이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였다.

 

. 소송의 경과

 

1심의 판단 : 유죄

 

1심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이 사건 토지의 효용을 해함으로써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징역 8월의 형을 선고하였다.

 

항소심 : 무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사건 건물 신축 과정에서 이 사건 토지의 형질이 변경되었다는 증거가 없고, 피해자들도 그 이유로 고소하지는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이 사건 토지를 매매할 수 없거나 그 전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니다.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동기만으로 재물손괴죄가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 : 상고기각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타인 소유 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한 행위가 그 토지의 효용을 해한것으로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이다.

 

재물손괴죄(형법 제366)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행위자에게 다른 사람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처럼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 등 영득죄와 구별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본래의 용법에 따라 무단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는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가치를 영득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소유자가 물건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지의 점유 권원 없는 건물 소유자였던 피고인은, 토지 소유자와의 철거 등 청구소송에서 패소하고 강제집행을 당했는데도 무단으로 새 건물을 지음. 검사는 피고인이 토지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하여 재물손괴죄로 기소했으나, 피고인의 행위는 토지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함으로써 그 소유자로 하여금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일 뿐 효용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보아, 원심의 무죄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사안이다.

 

3. 재물손괴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 김은구 P.573-578 참조]

 

. 문제제기 (= 부동산 무단점거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토지도 재물이므로 물리적으로 훼손될 경우 손괴죄(형법 제366)가 성립할 수 있다는 데 의문이 없다. 그런데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가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토지는 지목으로는 밭이나 이미 대지화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건물을 짓는 것은 대지로서의 본래 용법에 부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소사실 기재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무단으로 점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이다. 검사도 피고인의 행위를 재물손괴죄의 행위태양[손괴,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 중 손괴가 아니라,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것으로 기소하였다. 부동산의 무단점거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해 판시한 선례는 없었다.

 

. 재물손괴죄의 특질 (= 불법영득의사의 부재)

 

재물에 관한 범죄는 크게 영득죄와 비영득죄로 나눌 수 있다. 형법에 규정된 재물죄 중에서 절도, 강도, 사기, 공갈, 횡령죄는 영득죄이고, 비영득죄에 해당하는 것은 손괴죄 뿐이다. 영득죄와 비영득죄를 구분 짓는 징표는 불법영득의사이다.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8081 판결 등).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행위한 결과로 그 재물의 효용은 소유자 대신 가해자가 누리게 된다.

 

손괴죄는 재물 효용의 향유가 아니라, 효용 자체를 멸각, 감소시키는 범죄이다.

형법에 규정된 손괴죄의 형(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은 영득죄에 해당하는 범죄보다 가볍다. 사회적 손실이라는 측면에서는 재물의 효용이 사라지지 않고 가해자에게 옮겨질 뿐인 영득죄보다 손괴죄의 해악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나,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영득행위를 억제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영득죄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재물죄의 분류상 손괴죄는 영득죄와 양립할 수 없으므로, 그 행위태양의 하나인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지를 소유자의 효용 향유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면 영득죄와 손괴죄의 구분을 그르치게 된다. 문언만을 놓고 볼 때 재물의 효용을 해했다는 말은 절대적 의미로서만 아니라 특정인과의 상대적 관계에서 인식할 수도 있으므로, 효용을 감쇄시키지 않은 채 단지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누리지 못하게 한 것으로도 그에 대하여 효용을 해한 것 같아 손괴죄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형법적으로 하나의 행위로 한 개의 물건을 절취하면서 동시에 손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유자가 재물의 효용으로부터 축출된 것과 재물 자체가 효용을 잃은 것은 달리 보아야 하고, 후자의 행위만 손괴죄로 포섭해야 한다.

 

. 영득행위로서의 부동산 무단점거

 

부동산 무단점거는 소유자 대신 이를 사용수익하겠다는 것으로, 영득행위이다. 실제로 토지나 건물에 대한 침탈행위는 부동산이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로 논의되어 왔다. 우리 형법의 해석상으로는 부정설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나, 긍정설도 계속 주장되고 있다.

 

일본은 1960년 형법을 개정하여 절도죄(235) 다음에 부동산침탈죄(235조의2)를 둠으로써 부동산 무단점거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판례에서 부동산침탈죄 성립이 문제 된 행위로는, 타인의 토지를 불법으로 점거하여 주택이나 점포를 건축한 때, 예전부터 살고 있는 주택이라도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여 강제집행을 받아 명도한 후에 무단으로 다시 입주한 때, 토지명도의 재판결과 집행을 받아 밭의 야채류가 뽑히게 되었음에도, 다시 밭 주위의 말뚝을 부수고 침입하여 야채를 심은 때 등이 있다고 한다.

 

피고인의 행위는 일본에서라면 부동산침탈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의 심의 과정에서 부동산침탈죄를 신설하지 않기로 하였다. 타인의 토지나 가옥을 무단점거하는 행위를 모두 처벌하게 되면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동산 무단점거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입법자의 결단이므로, 체계상 영득행위를 다스리기에 걸맞지 않는 손괴죄를 무리하게 확장해석하여 메워야 할 처벌의 흠결 상태로 볼 수 없다.

 

보통의 부동산 무단점거는 민사소송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사건이 형사화되고 제1심이 징역 8월의 실형이라는 철퇴를 가한 이유는, 피고인이 민사확정판결을 받고 종전 건물을 철거당하자마자 새로운 무단신축을 함으로써 법질서를 심할 정도로 무시했을뿐더러 피해자들에게 야기한 손해가 적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피고인과 같은 행위를 단죄하려면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죄(형법 제140조의2)’가 성립하는지를 검토했어야 한다. 본죄는 1995년 개정 형법에서 신설되었고, “강제집행으로 명도 또는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 자“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앞서 보았듯이 형법 개정을 위한 심의 과정에서 부동산침탈죄는 두지 않기로 했지만, 강제집행된 부동산에 다시 침입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강제집행의 효력을 무용화하고 소유권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변호사회의 의견이 제시되었고, 전체 위원회에서 다수의견에 의해 지지를 받음으로써 본죄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이 사건 토지를 강제집행으로 인도받았는지는 기록상 명확하지 않지만, 종전 건물 철거가 대체집행으로 이루어진 이상 토지인도도 강제집행으로 행해졌을 개연성이 크다.

본죄의 구성요건인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하는 기타 방법이란, 권리자가 그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하거나 권리행사를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는 일체의 침해행위를 말하므로(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38 판결), 인도집행된 토지에 무단으로 새 건물을 짓는 행위는 강제집행의 효용을 해한다고 보기에 충분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의 무단점거는 그 효용을 영득하는 행위이므로,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다스리는 손괴죄로는 처벌할 수 없음을 최초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