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배신인가](3)【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력과 청력이 많이 약해 졌다.
이제는 내가 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때가 많다.
나를 가장 먼저 반겨 주던 놈인데 말이다.
작년부터 어린 강아지 한 마리를 더 들여놓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
지금의 강아지가 죽기 전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족들의 사랑이 새 강아지에게 쏠리면 안된다나.
게다가 지금의 강아지가 죽으면 다시는 절대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나.
어느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사랑은 아무리 나누어 주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과 같다고.
그런데 그 좋은 말씀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잔인하단다. 변심을 했단다.
그렇지 않은데...
[진한 애정 표현](2)
이 놈과 한 집에서 지낸 지 14년(2013년 후반기 기준)이 된다. 1999년 12월 생이다.
강아지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데, 그럼 1년 후에는...
생각하기도 싫다.
가끔은 코고는 소리에 잠을 깬다.
처음에는 내가 코고는 소리인 줄 알았다.
조그만 놈이 침대 밑에서 코끼리보다 더 센 코골이를 한다.
이 놈은 아직도 ‘진한 애정표현’을 한다.
“나는 이제 강아지가 아니라 어엿한 개라 이거야. 그러니까 주인어른 머리 위에 올라타 볼까.”
앉아 있으면, 쏜살같이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 들어와 편안하게 자리 잡는다.
암놈이 남사스럽게시리.
안아주기만 하면, 즉시 고개를 돌려 그 긴 혀로 내 얼굴을 맹렬히 핥는다.
얼굴에 침 범벅이 되는 것 정도는 싫긴 해도 참아 줄 수 있다.
문제는 내 ‘입술’까지 핥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 생긴 나에게 반해서 하는 행동임을 머리 속에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솔직히 비위생적인 느낌이 든다.
사랑하는 이와 키스할 때 ‘상대방의 침’이 더럽다고 느끼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럼 강아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거짓’인가.
혼란스럽다.
[강아지와 스마트폰](1)
<강아지>
14년 전 가을 백화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강아지 한 마리(말티즈와 슈나우저의 잡종견)를 보았다.
태어난 지 15일 밖에 안 된 주먹만한 강아지가 잠자는 다른 강아지들 사이로 깡충깡충 활기차고 앙증맞게 뛰어다니고, 귀엽게 하품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충동적으로 입양을 결심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 후 14년간 내 출근을 배웅하지 않은 적이 없다.
퇴근시에는 지하주차장에 차가 들어온 인터폰 입차 신호음을 들은 때부터 문을 박박 긁으면서 가장 먼저 나를 기다린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다.
쓰다듬으려 하면, 발라당 배를 까보이고 누워 꼬리를 크게 흔든다.
목을 졸라도 반응이 똑같다.
어느 누가 이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사랑하는 너’의 남은 생을 반드시 책임지겠다.
<스마트폰>
지난 주말(2013년 전반기) 백화점에 들렸는데, 핸드폰매장 직원이 신제품을 권유하면서 ‘Q보이스’와 대화를 해보라고 한다.
나 : 사랑해
Q보이스 : 무슨 말씀이세요.
나 : 사랑해
Q보이스 : 저도 사랑해요.
나 : 미워
Q보이스 : 저를 미워하지 마세요. 사랑해요.
핸드폰이 말로 대답을 하다니, 거참 정말 사랑스럽다.
‘Q보이스’의 앙증맞은 답변을 듣고 구매를 결심하지 않는 자가 과연 인간일까.
사지 않을 재간이 없다.
다만 그 답변에 영혼이 없어 남은 생은 책임지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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