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삐지기” 기술]【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7. 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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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삐지기” 기술]【윤경변호사】

 

‘삐지기’는 감정적 파업행위다.

자기 할 일은 하면서 준법적인 투쟁을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말다툼’과는 차이가 있다.

 

그 어떤 말에도 동의해서는 안 되고, 퉁명함으로 일관해야 한다.

상대방이 “커피 마실 물 올려줄까?”라고 물으면, 정답은 “마음대로 해.”라고 대꾸하는 것이다.

삐지기에 깔려 있는 메시지는 상대방이 너무 이기적이라 마음 속 깊이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삐졌을 때 방으로 들어가 버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삐지기의 크나큰 딜레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을 기억해라.

당신이 방에 들어가 버리면, 상대방은 당신이 삐졌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지 모른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공간에 있되, 상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빠져 있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왕삐짐” 상태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뭔가 웃기거나 귀여운 짓을 하면 이를 보고 무심결에 웃어버릴 수도 있고, 그러면 삐지기 작전은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한다.

 

일단 삐진 게 풀어지면, 절대 다시 삐지면 안된다는 게 철칙이다.

‘삐지기’는 냉동식품과 같아서 한번 해동되면 다시 얼릴 수 없다.

 

삐지기는 5분에서 50년까지 원하는 만큼 계속할 수 있다.

10대들은 영구적으로 삐져 있는 상태인데, 항상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성인은 반나절에서 이틀 정도 삐지는 것이 적당하다. 그 이상이 되면 삐지기 효과가 급격히 감소한다.

 

당신이 삐져야만, 상대방은 당신을 웃게 하려면 얼마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문제는 삐지기를 자주 하거나 너무 즐기다가 영원히 가재미 눈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삐지기는 자기 표현에 서투른,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의 자기 표현 방법이기도 하다.

삐진 사람들은 “나는 표현할 줄 몰라. 그러니 아무 말도 안할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냥 알아 맞혀야 돼.”라고 암시한다.

 

삐진 사람들의 이런 속성만 꿰뚫고 있으면, 삐진 마음을 풀어주기는 ‘식은 죽 먹기’다.

삐진 사람을 무시하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뭐 때문에 삐졌는지 물어보는 것도 별로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삐진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100%의 관심과 육체적 안정감, 비꼬는 말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다.

‘애교 섞인 말투로 계속 말 걸기’, ‘어린 아이처럼 몸을 비비 꼬면서 어리광 부리기’, ‘슬쩍슬쩍 신체 접촉 시도하기’ 등은 정말 효과가 있다. ‘돈다발 집어주기’ 만큼이나.

 

분위기가 조금 괜찮아졌다고 해서 “완전 개삐짐이었구만, 안 그래?”라고 말하면 큰일 난다.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오래 가고 강도 높은 ‘왕삐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