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형 인간’ 예찬]【윤경변호사】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우연히 집어 든 책이 사이쇼 히로시(稅所弘)가 쓴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다.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손이 오들오들 떨린다.
나 같은 ‘오밤중형 인간’에게는 삶의 의지를 빼앗아가 버리는 ‘악마와도 같은 나쁜 책’이다.
아침형 인간만이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지배할 수 있고, 나 같은 잠꾸러기 인간은 쓰레기에 불과하다나.
그 책의 요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과 부, 뛰어난 지적 능력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신문배달원들은 다 부자이고, 철학자여야 되는 거 아닌가?
사람마다 잠에 대한 ‘신체리듬’이 다르므로, 어떤 사람은 아침에 집중이 잘 될 것이고 반면 어떤 사람은 밤 늦게 까지 일하는 것이 더 잘 맞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신체리듬은 그 사람의 고유한 속성일 뿐이지, 이처럼 비인간취급을 하면서 편가를 것이 못된다.
물론 아침형 인간들은 저녁형 인간들의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일을 하기는 한다.
저녁형 인간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일, 바로 “꼭두새벽에 일어나기”를 너무도 손쉽게 하는 의지의 한국인이 바로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출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고통스런 과정이다.
나 같은 의지박약아는 꼭두새벽에 가끔은 후다닥 쉽게 일어날 수 있지만, 시계알람을 누른 후 다시 자기 마련이고, 몇 시간의 노력 끝에 간신히 일어나게 된다.
동트기 직전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사랑하는 애정 깊은 사람,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충만한 감성을 만끽하는 사람이 바로 ‘늦잠꾸러기 저녁형 인간’이다.
하루 4-5시간만 자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왜 자랑일까?
그들은 남들이 아직 자고 있을 5시간 동안 오밤중에 혼자 일어나 자기가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지 자랑할 상대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다닌다.
새벽 4시에 풀코스 아침식사를 요리해 먹고, 5시에 이미 동네 세 바퀴를 돌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저녁 7시 반만 되면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넨다.
그들이 여름에 일찍 일어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꼭두 새벽에 일어나 봤자 밖은 칠흑같이 깜깜하고, 집 밖은 겨울 궁전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고, 좋아하지도 않는 차가운 음식을 데워 먹어야 할 일이 남았으니, 생지옥이 따로 없다.
겨울철 직장일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당신이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에 달렸다.
아침형 인간은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크에 도달하며, 저녁형 인간은 오후 9시부터 11시 사이에 피크에 도달한다.
슬프게도 오후 9시부터 11시 사이에 일하는 직장은 거의 없다.
혼자 힘으로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어떤 유형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다.
아침형 인간이 존경스럽고 훌륭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게으른 저녁형 인간”도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 쯤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떠들고 싶었다.
'변호사 윤경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들의 비겁한 이별 방식]【윤경변호사】 (0) | 2014.07.24 |
---|---|
[깊은 강은 돌을 던져도 그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윤경변호사】 (0) | 2014.07.23 |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삐지기” 기술]【윤경변호사】 (0) | 2014.07.20 |
[엉뚱하고 황당할지라도, 신나고 재미있고 행복한 상상을 해보아라.]【윤경변호사】 (0) | 2014.07.20 |
[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윤경변호사】 (0) | 2014.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