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은 ‘순간’으로, 불행한 시간은 ‘영원한 것’으로 느낀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9. 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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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한 시간은 ‘순간’으로, 불행한 시간은 ‘영원한 것’으로 느낀다.]【윤경변호사】

 

<즐거우면 시간은 빠르지만, 지겨우면 더디게 간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잠을 자다가도 내려야할 시간이 되면 어김 없이 눈을 뜬다.

잠자리에 든 시간과 관계 없이 아침에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다.

신체 내부에는 시간의 흐름을 판단하는 생리학적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즐거우면 시간은 빠르지만, 지겨우면 더디게 간다.

생체시계는 실제 시간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기다리는 애인이 약속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을 때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라, 즉 한 순간이 삼년 같이 더디게 지나간다.

반면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 안타깝기만 하다.

데이트할 때 지루하고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면, 상대방과 빨리 헤어지라는 말이다.

 

<체온이 올라가거나 흥분하면 시간이 느려진다.>

 

체온이 올라가면 시간이 느려진다.

어느 날 남편이 독감으로 체온이 섭씨 39도나 되는 고열로 시달려서 아내는 약국에 약을 사러 갔다.

집으로 돌아오자 남편은 “약을 사는데 몇 시간이나 걸리냐”고 화를 냈다.

사실은 20분밖에 안 걸렸는데 말이다.

열이 올라가면 신체의 생리적 활동이 증가하여 생체시계가 빨리 돌아간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객관적인 시간보다 빨리 가므로, 시계를 보여주면 시간이 늦게 가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암페타민이나 카페인 같은 흥분제를 복용할 때도 생리적 활동이 빨라진다. 그래서 흥분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은 인생을 지루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래 살고 싶다고?

흥분제를 한 움큼 먹으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흥분하는데, 그렇다면 시간은 늦게 가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빨리 가는 것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고 항상 흥분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도 흥분한다.

‘행복한 기분에 그 시간이 아쉬우면’ 기대했던 것보다 정보처리의 수가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시간은 실제의 시계보다 늦게 간다.

그래서 행복한 시간은 시계가 너무 빨리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기다리는 애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별 생각을 다한다. “사고가 났나?”, “약속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화가 나서 안 나오는 것일까?”

머리 속에서 수 많은 생각을 떠 올리기 때문에 처리되는 정보수가 많아 시간이 안가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한 시간은 영원하게 느껴진다.

 

<초행길은 멀게 느껴진다.>

 

길을 갈 때도 초행길은 멀게 느껴지지만, 돌아올 때는 상대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다고? 그렇다면 같이 간 사람하고 빨리 헤어져라.

별로 할 일 없이 소일한 경우보다는 ‘많은 일을 해치운 경우’에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처리하는 정보의 양 또는 경험한 사건이 많을수록 시간을 길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잠자는 시간이다.

깨어 있을 때보다는 하는 일이 없으므로, 잠자는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간다.

초행길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처음 가는 길은 이것 저것 파악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의 길이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시간이란 없다.

있는 것은 한 순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엔 우리의 모든 상황이 있다.

 

사람들이 가장 밥 먹듯 하는 말이 그저 ‘시간이 없다’거나 ‘바빠 죽겠다’는 말이다.

시간은 변함이 없는 데, 저 혼자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을 뱉는 순간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시간의 노예가 되는 순간 ‘쳇바퀴를 돌리는 쥐’가 되는 것이다.

쳇바퀴를 돌리는 쥐들의 경주가 비극적인 점은 경주에서 우승하더라도 여전히 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 없을 때 시간 있고,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한다.

시간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가장 아름다운 삶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폭군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

 

시간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시계가 뱉어내는 소리는,

“째깍, 째깍, 째깍” 아니라, “상실, 상실, 상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