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shower)만 하고 나오면 잔소리를 듣는 그 남자]【윤경변호사】
<그녀가 샤워를 한다.>
옷을 벗어서 가지런히 정돈을 한다.
긴 가운(gown)을 걸치고 간다.
가다가 그가 보이면 행여 벗은 몸이 조금이라도 보일세라 꼭꼭 감추고 욕실로 뛰어 간다.
거울로 몸매를 살펴보다가 배를 내밀어 본다.
그리고 살이 쪘다고 투덜거린다.
세안용 수건, 긴 목욕 수건, 작은 때 수건, 각질 제거용 경석을 모두 챙긴다.
샴푸, 트리트먼트, 스크럽(scrub) 등으로 정성껏 온 몸을 씻는다.
그가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는 바람에 샤워기 물이 갑자기 뜨거워져 비명을 지른다.
샤워기를 잠그고 욕조를 깨끗이 닦는다.
곰팡이가 핀 곳에는 곰팡이 제거제를 뿌린다.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새 수건을 머리에 두른다.
침실로 가 1시간 30분 동안 옷을 입는다.
<그가 샤워를 한다.>
침대에 앉아 옷을 벗어 방바닥에 수북이 쌓아 놓는다.
벌거벗은 채 그대로 욕실로 간다.
거울을 보면서 배를 쑥 집어 넣고는 자신의 남자다운 육체를 감상한다.
음낭을 벅벅 긁은 다음 손가락 냄새를 맡는다.
목욕용 수건 같은 것은 찾지 않는다. 필요도 없다.
욕실 안에서 방귀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리는지 들으며 웃는다.
샴푸 거품을 이용해 데이빗 베컴처럼 머리털을 가운데로 모아 세운다.
욕조 안에서 배수구멍을 향해 오줌을 눈다.
대충 몸의 물기를 닦는다.
불도 안 끄고 환풍기도 켜 둔 채 욕실을 나온다.
허리에 수건을 감고 침실로 간다.
그 사이에 그녀를 보면 수건을 풀어 헤치고 “오, 예!”라고 소리치며 아랫도리를 쑥 내민다.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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