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직업적 사고모델의 함정]【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2. 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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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사고모델의 함정]【윤경변호사】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는 엔지니어>

 

프랑스 혁명 중에 변호사, 목사, 엔지니어가 사형을 언도 받았다.

사형받는 날이 되자 변호사가 먼저 단두대에 섰다.

그는 빳빳이 서서 자랑스럽게 자기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눈을 가리겠는가, 가리지 않겠는가?” 사형집행자가 물었다.

변호사는 죽음을 맞아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곧추 세우고 대답했다. “가리지 않겠소.”

“머리를 들겠는가, 숙이겠는가?” 사형집행자는 질문을 계속했다.

변호사는 여전히 꿋꿋했다. “들겠소.” 변호사는 비장하게 말했다.

 

사형집행자가 도끼를 휘둘렀다.

단두대 위에서 번쩍하는 도끼날이 밧줄을 탁 끊었다.

칼날이 한줄기 빛을 번쩍이며 내리꽂히더니 변호사의 목 바로 위에서 딱 멈췄다.

“이런. 오늘 아침에도 틀림없이 살펴봤는데.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되는데.” 사형집행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변호사는 이때다 싶어 사형집행자에게 재시도는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참수형 집행절차 설명서를 제대로 살펴보면, 거기 이런 구절이 있을거요. 참수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을 때 사형수는 면죄를 받아 풀려날 수 있다는.”

사형집행자가 설명서를 살펴보니, 변호사의 말이 맞았다.

그래서 변호사는 풀려났다.

 

다음 차례로 목사가 단두대로 끌려나왔다.

“눈을 가리겠는가, 가리지 않겠는가?” 사형집행자가 물었다.

“가리지 않겠소.” 목사도 변호사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머리를 들겠는가, 숙이겠는가?” 사형집행자가 물었다.

“들겠소.” 목사가 똑바로 서서 당당한 어조로 답을 했다.

 

사형집행자가 도끼를 휘둘렀고, 밧줄을 탁 끊었다.

다시 한번 칼날이 목사의 목 바로 위에서 멈추었다.

“이럴 수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사형집행자가 소리를 질렀다.

목사는 신께서 자신을 살려주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규칙은 규칙이니까 따라야지. 변호사가 그랬듯 당신도 아직 살 날이 남아 있는 모양이군. 가시오.” 사형집행자는 목사를 석방했다.

 

엔지니어가 세 번째로 단두대에 올랐다.

사형집행자는 꼴이 우습게 되어서 이번에는 거듭 단두대를 점검하고 모든 게 제대로 작동되는지 살펴 보았다.

“눈을 가릴 텐가, 가리지 않을 텐가?” 사형집행자가 물었다.

“가리지 않겠소.” 엔지니어가 대답을 했다.

“머리를 들겠는가, 숙이겠는가?” 사형집행자가 물었다.

“들겠소.” 엔지니어가 대답을 했다.

 

세 번째로 사형집행자가 칼날을 붙들고 있는 밧줄을 자르려고 도끼를 번쩍들었다.

사형집행자가 도기로 줄을 끊으려고 휘익 바람을 가르는 순간, 엔지니어가 소리쳤다.

“잠깐! 뭐가 문제인지를 알겠소.”

 

<망치를 든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엔지니어는 직업병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인지를 놓쳤다.

 

외과의사는 거의 모든 의학적 문제를 외과적인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꼭 그런 식으로 수술을 하지 않아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데 말이다.

법률가들은 법조문이나 소송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려 든다.

다른 분쟁해결방법이 많은 데도 말이다.

어떤 여자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가 되면, 남편도 어린 아이처럼 다루려 한다.

어떤 교사는 친구들을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처럼 훈계하곤 한다.

 

“만약 당신이 갖고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망치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관찰할 것이다.”

망치를 든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직업적 모델의 함정”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문제의 중요한 핵심을 물어보면, 그 사람은 대개 자신의 직업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몇 가지 한정된 사고모델 안에 있는 것을 언급한다.

이런 대답은 경우에 따라 ‘치명적이고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적 사고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현상에 귀를 기울이고, 동떨어진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급적 폭 넓고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을 쌓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의 생각은 더욱 예리해 지고, 마음은 더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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