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진 검정고무신]【윤경변호사】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처음 운동화라는 것을 신었다.
그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검정고무신을 신었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검정고무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학교에 등교하여 신발장에 새 검정고무신을 놓으면, 모두 모양이 똑같아 어떤 것이 내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어느 누군가 실수로 신발을 바꾸어 신으면, 다른 아이들 모두 서로 다른 신발을 연이어 신게 되고, 나는 나중에 남은 ‘헌 고무신’을 신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새로 사온 검정고무신에 철사줄을 빨갛게 달구어 내 이름을 새겨 넣으셨다.
검정고무신은 단순한 신발로서의 기능만 한 것은 아니다.
일종의 장난감이기도 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할 때는 고무신은 ‘보트(boat)’가 되었다.
운동장 씨름판에서 놀 때는 ‘자동차’로 변신했다.
고무신 한 짝을 구부린 다음 나머지 다른 짝의 안쪽에다가 밀어 넣어 택시로 만들었다.
고무신은 물이나 모래가 묻어도 툭툭 털기만 하면, 즉시 신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신발이 젖는 것을 오히려 즐겼다.
물웅덩이를 발견하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첨벙첨벙 물장난을 쳤다.
냇가에서 놀다가 피라미를 잡으면, 고무신에 물을 받아 마치 어항인양 잡은 고기를 넣어 두었다.
고무신을 냇가에 배처럼 뛰어놓고 놀다가 둥둥 떠내려가는 고무신을 망연자실 바라본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검정 고무신은 아이들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그 쓰임새가 다양했다.
자동차로, 보트로, 비행기로, 어항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면서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을 길러주었다.
검정 고무신은 이제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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