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꽉 차 있는 냉장고]【윤경변호사】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에는 음식이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 없애야 했다.
그러나 어차피 ‘유통기간’이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미생물 균이나 박테리아가 ‘찜’ 해놓지 않았으면 먹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음식들도 냉장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영원히 냉장고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음식 중에는 반쯤 쓰다 남은 토마토 케쳡(Ketchup), 겉봉지를 뜯어 놓은 카망베르 치즈(Camembert Cheese), 삶은 달걀 등이 있다.
심지어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뚜껑이 찐득찐득해진 무좀 연고나 화장품이 들어 있기도 하다.
먹어도 되는 화장품이 나온 모양이다.
냉장고에는 야채용 서랍이 달려 있다.
서랍이란 눈에 띄지 않는 비밀스런 장소다.
상추나 오이 등은 날 것으로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하고 프라이버시를 엄청 따지기 때문에 야채 서랍 속에 숨는다.
야채 서랍은 상해서 버려야 될 때까지 야채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냉동실은 가장 심각한 밀도를 보인다.
꾸겨 넣을 곳도 없다.
음식이 냉동실로 들어가는 것은 당신이 보낸 이력서가 다른 서류더미에 파묻히는 것과 같다.
엄밀해 말해 당신을 채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잊혀져 버린 것이다.
냉동실이 집인 음식들도 있다.
물만두, 생선, 아이스크림 등은 냉동실 안에서 몇 년이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집에 여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아이스크림의 수명은 5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저지방 우유에 꿀과 천연과일만 넣어 만든 ‘명품’ 아이스크림 말이다.
수년 전 사놓은 '평범한' 바닐라 또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퍼먹다 보면, 털로 뒤덮힌 매머드(mammoth)를 발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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