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자들]【윤경변호사】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성공 못한다?>
요즈음은 시대가 변해서인지 남자들이 요리를 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리 솜씨를 뽐내며 자랑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릴 적부터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마치 침범해서는 안될 신성한 곳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듯이 크게 혼내시곤 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성공 못한다.”
부엌이란 어머니와 누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고결한 금남(禁男)의 구역인 까닭에 어머니의 맛깔스런 요리솜씨는 누님들에게만 전수되었다.
억울하지만, ‘무형의 자산’을 상속받지 못한 나로서는 “부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남자는 성공한다.”는 어머니의 예언이 실현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음식 만들기>
요즘은 많은 남자들이 ‘음식 만들기’를 즐긴다.
그런 분들은 음식 만들기를 즐길 뿐 아니라 친구를 초대해서 자기의 음식을 먹이기를 좋아한다.
내 소원은 그런 분들의 ‘초대 손님’이 되는 것이다.
‘만드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운전하기 싫다고 해서 운전을 못하는 것이 아니듯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요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뭔가 있어 보이는 음식’을 잘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런 음식을 만들려면 ‘신선한 재료’가 생명이다.
동이 트기 전 밭에서 직접 뽑은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암탉이 땅에 떨어뜨리기도 전에 받아 올린 달걀로 요리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칼질도 중요한 요소이다.
재료를 자르기 전 재료의 싱싱한 모습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다음 손가락이 2개쯤 잘려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날이 잘 선 칼로 재료를 정성스럽게 다진다.
그 옆에는 술 한잔을 준비한다.
요리가 잘못될 경우 ‘영감(Inspiration)’을 더해 주기 위해 술을 부으면 된다.
그 ‘영감’이란 것이 ‘맛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취기’를 말하므로, 약한 술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완벽한 허브와 향신료 세트도 필요하다.
백화점에 가면 ‘78종을 묶은 세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구별을 하지 못해 향신료를 잘못 집어넣었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일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말고 ‘술’을 부어버리면 된다.
다들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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