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영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5)”를 보고]【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8. 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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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5)”를 보고]【윤경변호사】

 

<사랑하는 순간에는 진짜 사랑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 후기를 보면, 엄청난 악평 일색이다.

 

근데 난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다.

내 취향이 다소 이상한가 보다.

 

‘사랑’ 이야기는 항상 마음 찡하다.

 

세상은 너무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쫒기면서 사는 데 길들여지다 보니 그리움의 과정과 기회가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다.

낭만과 애틋함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보니 가슴 속에 그리움이 쌓일 공간이 없다.

어쩌다 생기는 그리움의 작은 조각조차 메마른 사막의 모래 속에 묻히고 만다.

 

이 잃어버린 그리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움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고 삶의 두근거림을 발견하게 된다.

한 조각 그리움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예전에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 밤새워 편지를 썼다.

누군가가 보고 싶어서 호숫가에서 혼자 울기도 했다.

 

그리움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로 느낀다.

사랑하는 순간에는 진짜 사랑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감정에 취해 사랑인지 욕망인지, 도취인지 음미인지 모르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지나가는 말 하나하나까지 해독하려 하고,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암시와 복선을 읽어내려 한다.

‘잘 자’라는 두 글자에는 ‘꿈 속에서도 널 생각할테니 너도 내 생각하면서 잠들어’라는 절절하고도 긴 고백이 생략된 것이 아닐까 상상하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잘라 건네주는 작은 배려에도 큰 사랑이 깃들어 있다고 단정한다.

 

<그리움 속에서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사랑이 곁에 있을 땐 사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뒷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 정체를 드러낸다.

별이 사라진 후에야 별 덕분에 밤이 얼마나 밝았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이 사라지면 한 발짝 늦게 사랑의 명도를 깨닫게 된다.

사랑이 머물렀던 낡고 보잘 것 없는 의자에 버려진 채 느껴지는 미열의 정체는 무얼까?

차오르는 슬픔일까, 식지 않은 미련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여주인공 한효주는 깨닫게 된다.

 

운명이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 없어지고 나면 그제야 사랑이 보인다.

사랑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로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