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말을 잘하면서도 대화에는 서툰 남자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1. 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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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면서도 대화에는 서툰 남자들]【윤경 변호사】

 

‘말을 잘하는 것’과 ‘대화를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말을 잘하는 남자들 중에는 ‘말재주’는 있으나, ‘말주변’은 없는 남자들이 많다.

남자들은 대화에 서툴러서 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많다.

 

여자끼리 대화를 할 때 상대방 여자가 하는 말에 은근히 화가 나고 점점 기분이 나빠진다면, 대체로 상대방 여자에게 악의가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여자들은 어떤 단어의 선택이 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전혀 악의 없이도 상대방이 기분을 상할 만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가 “새로 산 이 옷 어때? 좀 칙칙해 보이지?”라고 물으면, 남자는 무의식 중에 “응. 좀 그렇네”라고 대답했다가 다음 순간 화가 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 실수 했음을 알아차린다.

 

여자들은 이런 말실수를 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 없이 살 수 없는 이유다.

관계의 역학과 감정의 배려를 중시하는 여자에게 기대는 방법으로 남자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저히 호감을 느낄 수 없게 말하는 남자들 중에는 정말 인성이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그러는 경우도 꽤 있다.

 

여자들은 연애 중에는 남자들이 대화하는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안간힘을 써서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로지 여자가 한 말에 터무니 없는 대답을 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가 자주 선의의 독설가가 되는 이유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솔직한 진실만큼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실’과 ‘진심’의 차이를 모르는 둔한 말투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남자의 언어중추에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자동기능이 빠져있다.

모든 게 수동이라서 일일이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면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

 

양식있는 남자들이라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말을 고를 줄 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피곤할 때는 말을 아낀다.

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여할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관계가 익숙해지고 긴장감이 사라질수록 남자들의 말을 의도와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릴 가능성이 커진다.

남자들의 본심을 말로만 확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심코 뱉은 말실수’나 ‘말 없음’이 남자의 평소 인격을 반영한다고 단정하기에는 남자의 혀가 너무 얄궂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