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해 줄까?]【윤경 변호사】
남자들 중에는 무언가 특정 물건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희귀한 동전을 모으고, 어떤 사람은 만년필을 수집한다.
LP판이나 벼루를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림이나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어릴 적 우표수집 외에는 무언가를 수집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부엉이 인형’을 한 개씩 모으는 것이 고작이다.
전에는 강박적으로 물건을 모으는 남자들이 참 이상하게 보였다.
지금은 내가 그 이상한 남자들 대열에 꼈다.
작년부터 신발에 필(feel)이 꽂혔다.
골목길 걷기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신발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운동화가 겨우 1켤레 뿐이었고, 구두도 똑같은 색상과 디자인의 MBT 구두 3켤레를 번갈아 신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이것이 강박증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걷기 편하고 멋진 신발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현재 소장한 구두와 신발의 80% 이상이 ‘캠퍼(camper)’다.
해외여행 떠나기 전 면세점에 가서 주로 사는데 가격면에서는 중저가의 신발이지만, 내게는 가장 발이 편하고 잘 맞는다.
신발은 옷차림에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해당한다.
근데 신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사람의 전체적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신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비싼 신발이냐 그렇지 않은 신발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신발은 그 사람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은근하지만 강력하게 표현한다.
송곳처럼 뾰족한 굽의 스틸레토 힐을 신었는지 아니면 스펀지 굽의 간편화를 신었는지, 운동화를 구겨 신었는지 등에 따라 그 사람이 젊고 세련되었는지 아니면 발랄하고 소탈한 성격인지, 또는 고시생 같은 타입인지 등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난 ‘앞코가 날렵한 가죽구두’보다는 ‘편안한 신발’을 선호한다.
이미 안팎으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든 것을 반영하는 것이 틀림 없다.
가끔씩 신발을 바꿔 신는 것은 외출복을 바꿔 입는 것만큼이나 신선함을 준다.
고가의 만년필이나 수석 등의 수집에 비하면 값싸고 보잘 것 없지만, 신발을 만지작거리고 있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한가할 때 가끔씩 신발을 꺼내 손질한다.
사소한 일인데도 즐겁다.
신발을 신고 무작정 걷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이제는 골목길 걷기를 벗어나 ‘트렉킹(trekking)’을 하고 싶다.
히말라야는 아니더라도 캐나다 록키산맥이나 뉴질랜드 남섬을 걷는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그리 보면 사실 행복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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