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르가 아프니 나도 우울해진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10. 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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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가 아프니 나도 우울해진다.]【윤경 변호사】

 

요즈음 또르가 기운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어디가 아픈 모양이다.

 

동유럽 여행 기간 중 학대를 받았거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나보다.

여행을 다녀오니, 몸이 바짝 말라있다.

 

기운을 붇돋우어 주기 위해 오늘 또르와 오랜 만에 함께 산책을 하려 계획했는데, 비소식이 들린다.

 

작년에 깜비를 보낸 경험이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

사실 건강할 때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른다.

 

죽음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죽음 앞에서 모든 시간이 아름답고 절정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생이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죽기 때문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최상의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일을 놓치는 것은 어리석다.

삶은 하나의 기회이고, 아름다움이고, 즐거운 놀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깜비가 죽고 나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말은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루 하루를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기로 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않는가!

 

사실 또르는 깜비 덕분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깜비와 지내던 시절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 바빴다.

어느 해인가는 7-8개월이 넘도록 산책 한 번 못할 정도로 다들 여유 없이 지낸 적도 있다.

나도 항상 밤 11-12시까지 일만 하던 시절이었고, 아이들도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였던 지라 깜비에게 애정을 쏟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시절 어쩌다 힘들고 괴로울 때는 깜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잔디밭에 앉아 신록이 우거진 숲과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기쁨인지 몰랐다.

 

건강하던 깜비가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힘 없이 누워 있다가도 안아주면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얼굴을 핥았다.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할 때 강아지가 건강하게 뛰놀던 그 시절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더불어 있을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도 소중한 것인데 그때는 몰랐다.

깜비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생각해보면 깜비에게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깜비’가 떠난 공백이 너무 크고 허전해서 ‘또르’를 들였다.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또르’에게는 깊은 애정을 주고 있다.

 

또르를 깜비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그래서인지 괜히 우울하고 신경이 쓰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