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입냄새가 좋은 사람들이 있다.]<떨어져 나간 어금니 조각>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8. 10. 2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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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가 좋은 사람들이 있다.]<떨어져 나간 어금니 조각>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입냄새가 좋은 사람들이 있다.>

 

살면서 병원에 가 본 적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치아 1개 임플란트와 비염수술 외에는 수술을 받은 적도 없고, 병원에 입원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치과만은 예외다.

지난 주 일요일 저녁에 우측 어금니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노화현상임이 분명하다.

우울해진다.

 

오늘 오전 치과에 가서 임시 치아를 붙였다.

다음 번에 신경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본을 뜰 것인지를 결정한단다.

 

난 뻐드렁니가 있고 치열도 고르지 않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빨을 철사 줄로 동여 매는 치열교정기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고문도구가 없었다.

다행히 그런 고문은 피했지만, 나이 든 지금 삐뚤러진 치아는 사춘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고 내 몸에서 가출(家出)하려 한다.

 

치과병원의 진료대 위에 눕는 순간부터 공포가 엄습한다.

진료의자에 눕는 순간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 들어 온 사람은 공포와 긴장으로 온 몸이 시체처럼 경직되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빨을 갈아내는 드릴의 소리는 정말 소름끼친다.

기술이 이처럼 발달하는데, 왜 소리 나지 않는 드릴을 개발하지 못하는 걸까?

눈을 꼭 감은 채 최대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애써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아주 잠깐은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미세하게떨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고 병원 특유의 냄새도 거부감이 들지만 치과는 자주 가는 편이다.

정기검진과 스케일링(scaling)을 받는다.

 

치아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이유는 바로 먹는 즐거움때문이다.

치아 부실로 언젠가는 맛없는 건강보조 알약을 멍하니 응시하며 이것이라도 입 속에 꾸역꾸역 넣어야 한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때가 바로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로 사망하는 것에 대해 더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인생의 즐거움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먹는 재미가 없는 인생을 결코 상상할 수 없다.

 

입냄새가 고약한 사람들이 있다.

미팅 때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입냄새로 받은 나쁜 인상을 참으로 오래 간다.

치과진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관리에 신경 쓰게 되고 입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가끔은 입냄새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어떻게 치아를 관리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건강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