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 합의부장을 지내며 각종 중요 사건을 처리한 형사소송계의 노련한 변호사이다. 그가 재직한 형사합의부는 주로 경제, 기업 관련 형사소송(횡령, 배임, 주가조작 등), 부패사건(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을 전담한 부서였다.
철저한 공판중심주의, 준엄한 법리 실현 앞장서 무죄율 높아
과거 형사재판은 수사기관이 조사하여 작성한 서류기록(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판사는 수사기관이 작성하여 제출한 서류를 혼자서 읽고 검토하는 방법으로 지득(知得)한 자료에 기초하여 유ㆍ무죄와 양형을 정하였고, 그 결과 법정에서의 공판심리는 자연히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게 됐다.
반면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모든 심증을 공판절차 과정을 통해 형성해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를 확립했다. 이러한 공판중심주의 강화방침에 따라 윤경 변호사 또한 서면심리가 아닌 공판정에서의 구술심리를 기반으로 철저한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했다.
그로인해 자칫 잘못 유죄가 선고될 뻔한 사건들 중 많은 부분 무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었다. 일부 무죄까지 포함하면 무죄율은 약 20%에 육박한다. 그만큼 무고한 피고인에 대한 구제를 실현시킨 것이다.
‣용어 설명
공판(公判) : 공소제기(公訴提起)로써 사건이 법원에 계속된 이후 소송이 종결된 때까지의 절차. 넓은 의미에서는 공소제기로부터 소송종결까지의 모든 절차를 의미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공판기일(公判期日)의 절차만을 의미.
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 : 재판에서 모든 증거자료를 공판에 집중시켜 공판정에서 형성된 심증만을 토대로 사안의 실체를 심판하는 원칙.
사회적 파장 큰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빛난 날카로운 판단력
윤경 변호사가 부장판사 시절 처리한 형사소송으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BBK 김경준 사건, 재벌 2, 3세들의 주가조작 사건, 각종 영업비밀침해 사건 등 경제ㆍ기업 관련 소송 외에도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 부패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 굵직한 사건들에서 윤경 전 부장판사는 준엄한 판리를 발휘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BBK 의혹 사건’을 맡았을 당시 그는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 씨에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요동치더니 쥐 한 마리 잡았다)’이라며 준엄하게 꾸짖어 주목받기도 했다. 김 씨는 징역 10년에 벌금 150억 원을 선고받았다.
또한 윤경 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가 후계자들의 주가조작사건들에서도 날카로운 판단력을 보였다. 그의 판결 아래 무릎 꿇은 이들은 두산가(家) 4세 박 씨, LG그룹 방계3세 구 씨,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 김 씨 등이다. 그들은 모두 적게는 36억 원, 많게는 300여억 원 등 수십 수백억 원 단위의 주가조작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와 같은 주가조작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등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악질적인 사회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두산가 4세 박 씨의 경우 재판 중 가족을 잃은 사정이 있었음에도 실형 선고를 면할 수 없다고 판단되며 윤 변호사의 징역 2년 6개월의 1심 선고가 그대로 2심에서도 선고됐다.
이밖에 청탁, 금품수수, 재산은닉 등 부패사건들에서도 윤 변호사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납품업체 선정과 인사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모 전 KT사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5천만 원이, 남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관련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KTF사장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에 추징금 23억여 원이 선고된 배임수재 사건. 하나의 배임수재 사건에서 선고 형량이 달랐던 이유를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당시 재판장은 현(現) 윤경 변호사였다).
“막강한 지위에 KT 대표이사로서 협력업체로부터 5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다”
소신 있는 판결, 형사변호사로서의 끊임없는 연구욕으로 이어져…
윤경 변호사는 소신 있는 판결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72) 의장 등 간부 3명에 대한 재판 중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악용해 작성한 감청자료는 증거로 효력이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위헌법률심판은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2(단순위헌)대 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범죄정보 수집을 위한 감청에 제한을 두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이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함이 받아들여져 감청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통신제한조치의 기간 연장은 심사 절차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통신제한조치의 총 연장 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은 조항은 헌법상 최소침해 원칙에 위반되고, 범죄 수사목적에 비해 개인의 통신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돼 법익의 균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 해당 법조항의 효력을 즉시 중지할 경우 수사목적상 정당한 감청 연장까지 불가능해지는 법적 공백상태가 초래되는 것을 피하고자 개정 시한인 2011년 12월31일까지 해당 법조항을 잠정 적용하기로 했다.
판사 재임 당시 여러 권의 저서와 수십 편을 논문을 집필한 윤경 변호사는 법률정보포털사이트 ‘로앤비(LawnB, http://www.lawnb.com)’에 많은 형사 관련 천자평석를 게재하여 현재에도 형사 변호사로서의 끊임없는 연구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