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v.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사는게 참 벅차네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각오로 임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운동을 시작하거나,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난 그런 ‘건전하고 생산적인 부류’와는 다른 것 같다.
작년에 내가 무엇을 했나 돌이켜 보면, 재미있게 놀았던 순간만 기억이 난다.
2월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일, 6월에 코카서스 지방(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젠) 여행을 다녀온 일, 12월에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은 일만 떠오른다.
새해 첫날인 오늘은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심하고 허랑방탕한 일정이지만, 이젠 그런 시간이 재미있고 즐겁다.
연말에는 영화 “하얼빈”을 보았는데, 두 영화 모두 정말 재미있다.
영화 “하얼빈”은 스토리보다는 ‘미장센(mise-en-scéne)’이 매우 뛰어나다.
첫 장면에 나오는 ‘꽁꽁 언 두만강 모습’, 만주 사막의 풍경, 블라디보스톡의 거리, 당시 열차와 옛 건물에서 보이는 각종 소품, 의상, 술잔, 조명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보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당시 시대적 장소를 재현한 곳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와 두 번째로 큰도시인 ‘다우가프필스’라고 한다.
하얼빈 거리, 기차역 등 주요 장소의 배경이 된 곳이다.
두만강을 촬영한 장소는 몽골의 ‘홉스골 호수’라고 한다.
반면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는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주인공 국희(송중기 분)가 2번이나 읊조리는 대사가 있다.
“사는게 참 벅차네요”
아마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그 메시지 덕분에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다.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힘든 삶은 계속된다.
우리의 슬픔과 고통 때문에 세상은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
우리가 떠난 자리를 누군가 채우면서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돌아 간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슬픔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면서.
삶은 그냥 말없이 흐른다.
우리가 겪는 슬픔이나 행복과는 별개인 것처럼.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삶은 그냥 살아진다.
유대교의 경전 미드라시(Midrash)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 왕은 어느 날 다윗 왕은 궁중 세공인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도록 해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져야 한다. 또한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어느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 하나를 만들 것을 명령한 것이다.
반지를 만들어 놓고도 적합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은 고민하던 장인은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솔로몬이 이렇게 말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장인에게 솔로몬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왕이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왕께서는 자만심을 가라앉히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절망 중에도 이 글귀를 본다면 왕께서는 큰 용기를 얻어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