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출가한 딸이 해주는 음식】《나이가 들면, 출가한 자식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 느낌은 자녀들이 어릴 때 가족식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2. 29. 16:35
728x90

출가한 딸이 해주는 음식】《나이가 들면, 출가한 자식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 느낌은 자녀들이 어릴 때 가족식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첫째 딸이 송년가족모임을 자신의 집에서 하자고 우리를 초대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한단다.

우리도 집에서 음식을 하는 것이 귀찮아서 가족모임을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형편인데, 마음씀씀이가 기특하다.

음식 만드는 솜씨도 이렇게 빼어난 줄 몰랐다.

 

오븐에 구은 닭요리에 새우 파스타, 칵테일 등이 나온다.

딸과 사위가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신기하다.

요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선물도 받았다.

또르(Thor)와 로키(Loki)도 함께 했다.

 

나이가 들면, 출가한 자식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 느낌은 자녀들이 어릴 때 가족식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

 

6-70세 노인들이 늙으신 90대 부모님들을 적극적으로 봉양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마음 때문이다.

나 또한 지금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젊은 시절보다 더 극진히 모실 것 같다.

자신이 직접 늙어보면,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반은 푸념처럼 반은 교훈처럼 하시던 우렁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렁이는 몸 안에서 새끼들을 품고서 제 살을 파 먹여 키우느라 종국에는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 7남매는 고되고 힘든 삶을 사신 어머니의 살을 파먹고 살았지만, 끝내 어머니의 텅빈 삶을 채워드리지 못했다.

자식들은 제 하늘을 날기에 바빴다.

 

내가 어머니에게 다가갈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가졌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어머니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것만큼이나 젊은 시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며 살갑게 지내지 못한 것도 많이 후회된다.

 

난 가족모임을 자주 갖는 편이다.

그때마다 식사자리에 항상 기꺼이 함께 해주는 딸들과 사위들이 고마울 뿐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듯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