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한 딸이 해주는 음식】《나이가 들면, 출가한 자식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 느낌은 자녀들이 어릴 때 가족식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첫째 딸이 송년가족모임을 자신의 집에서 하자고 우리를 초대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한단다.
우리도 집에서 음식을 하는 것이 귀찮아서 가족모임을 밖에서 외식으로 때우는 형편인데, 마음씀씀이가 기특하다.
음식 만드는 솜씨도 이렇게 빼어난 줄 몰랐다.
오븐에 구은 닭요리에 새우 파스타, 칵테일 등이 나온다.
딸과 사위가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신기하다.
요리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선물도 받았다.
또르(Thor)와 로키(Loki)도 함께 했다.
나이가 들면, 출가한 자식들과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그 느낌은 자녀들이 어릴 때 가족식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다르다.
6-70세 노인들이 늙으신 90대 부모님들을 적극적으로 봉양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마음 때문이다.
나 또한 지금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젊은 시절보다 더 극진히 모실 것 같다.
자신이 직접 늙어보면, 늙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반은 푸념처럼 반은 교훈처럼 하시던 우렁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렁이는 몸 안에서 새끼들을 품고서 제 살을 파 먹여 키우느라 종국에는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 7남매는 고되고 힘든 삶을 사신 어머니의 살을 파먹고 살았지만, 끝내 어머니의 텅빈 삶을 채워드리지 못했다.
자식들은 제 하늘을 날기에 바빴다.
내가 어머니에게 다가갈 시간적 여유와 경제력을 가졌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어머니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것만큼이나 젊은 시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며 살갑게 지내지 못한 것도 많이 후회된다.
난 가족모임을 자주 갖는 편이다.
그때마다 식사자리에 항상 기꺼이 함께 해주는 딸들과 사위들이 고마울 뿐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듯하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