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인천공항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탑승을 앞두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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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다.
인천공항으로 간다.
낯선 곳을 향하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여행 첫날.
그래, 나는 지금
공항에 있다.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사라지고,
이제는 떠나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숨결만이
설레는 공기를 간질인다.
비즈니스 라운지에 앉아
간단한 다과와 꼬냑 한 잔을 들이키며 잠시 나를 다독인다.
곧 탑승이다.
길을 잃은 다섯 명의 여행자 이야기가 있다.
사막을 걷던 그들은 붉은 사암이 깔린 풍경에 눈이 팔려
그들은 길을 잃고 말았다.
앞서간 자들의 발자국은 낙타의 발자취로 덮여
더 이상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었다.
첫번가이드북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사람이 말했다.
"왼쪽으로 가야만 해. 내 직감이 그쪽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어. 내 직감은 항상 옳았어."
그는 배낭끈을 조이고 왼쪽 방향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또 다른 사람이 신발끈을 고쳐 매며 말했다.
"아냐, 오른쪽으로 가야만 해. 길을 잃었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가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점성학 책에 적혀 있었어."
세 번째 사람은 지도를 든 손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엉터리 철학은 믿지 마. 길을 잃으면 무조건 똑바로 가야만 하는 거야. 여행 성공 사례들을 몰라? 우왕좌왕하면 더 방향을 잃게 돼."
앞으로 돌진하려는 그를 붙잡으며 네 번째 사람이 말했다.
"다들 무모하게 운에 맡기려 하는군. 이럴 때는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해.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야."
이때 그들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척하는 다섯 번째 사람이 말했다.
"여기서 어리석게 낙타똥이나 밟으면서 논쟁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높은 사암 언덕으로 기어올라가야 해."
누구 말이 옳을까?
결국 다섯 명은 다섯 갈래로 흩어졌다.
그리고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을 완성했다.
왼쪽으로 떠난 첫 번째 사람은 몇 번 방향을 잃은 끝에 한 무리의 상인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낙타를 얻어 타고 여러 마을 을 여행하며 현지 언어를 익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로부터 보호해 준 핑크색 터번은 그 여행이 준 선물이었다.
오른쪽 방향으로 떠난 사람 역시 길을 해매며 사막의 밤을 지배하는 맹수들과 싸우고 황무지의 새벽 풀잎에서 물방울을 받아 마셨다.
그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생존법을 익혔다.
점성학 책에 의존하던 섬약한 정신은 몰라보게 강한 영혼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여행 도중에 정신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적진을 향해 돌파하듯 정면으로 나아간 사람도 자신의 예상과 달리 먼 길을 돌아야만 했다.
직선거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우회로였고, 어떤 경우에는 우회로가 가장 가까운 직선 거리였다.
계획에 없던 길을 만날 때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안전을 찾아, 자신이 왔던 길로 방향을 되돌린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도중에서 한 무리의 수상찍은 여행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우물쭈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에게 모험 가득한 삶을 선사 하기 위해 나타난 신의 메신저들이었다.
그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뼈 빠지는 고생을 했으며, 빠진 뼈를 다시 맞추는 방법을 터득했다.
삶을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얻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간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가 오른 언덕은 멀리 내다보기에는 아직 너무 낮았거나 신기루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더 올라가야 했고 자기 타협을 통해 그곳에 안주할까도 생각했지만 계속 더 올라갔으며, 지금도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차츰 깨닫고 있다.
잘못된 여행은 없으며, 모두가 각자의 여행을 통해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것은 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길을 여행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자의 길보다 옳고 진실한 여행은 없다.
목적지에 관계없이 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우리가 어면 방향을 계획하든 삶은 다른 길을 준비해 놓고 있다.
삶은 언제나 우리가 세운 계획을 비껴가고,
여행은 그 틈에서 우리를 만들어간다.
실패가 포함되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다.
불완전함은 여정의 일부다.
엘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기 전,
토끼굴로 떨어지듯.
우리는 낯설고 혼란스러운 순간을 지나
조금씩 자신의 길을 알아간다.
생각과의 싸움으로 보내기에는 삶은 너무 짧다.
마음보다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무거운 마음은 발걸음을 누르고
그 무게는 때로 길을 잃게 만든다.
사람마다 다른 문제지를 품고 있는 세상에서
남을 따라하다 시험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자기 앞에 놓인 길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알아가야 한다.
자신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보인다면, 어쩌면 그것은 남의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심스레 그러나 당당하게
자기만의 길을 여행하자.
영혼은
그 여행 자체를 사랑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