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8)】《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인 ‘부라나탑(Burana Tower)’》〔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하늘을 기억하는 탑, 부라나에서 시간을 만나다.
비슈케크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달렸다.
도시는 서서히 산그늘로 사라지고,
초원의 언덕과 바람만이 길 위를 따라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부라나 탑(Burana Tower)에 도착했다.
초록 평원의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외로운 첨탑 하나.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첨탑
부라나 탑은
키르기스스탄 토크목(Tokmok)에 위치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다.
12~13세기,
소그드인들(스키타이계 민족)이 세운 이 탑은
천문대이자 전망대,
때론 예배의 중심이자,
삶과 죽음을 지켜보는 침묵의 증인이었다.
원래 높이는 45m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큰 지진으로 윗부분이 무너져
지금은 복원된 25m만이
세월을 이고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은 여전히 위엄 있고 아름답다.
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쌍방 통행이 되지 않는 아주 깜깜하고 어두운 통로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돌 하나, 벽 하나마다
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한 감촉.
꼭대기에 다다르자,
바람이 먼저 내 볼을 스치며 말을 걸었다.
“여행자여, 네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돌은,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남긴 하늘의 기억이다.”
탑 주위에는 발굴된 비석과 석상들이 놓여 있었다.
마치 이 땅의 고대 민족들이
여전히 탑 곁에 머무르고 있는 듯했다.
그들 모두가 하늘을 우러러보던 날들,
그 기억이 이 탑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다.
부라나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이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의
신앙과 지혜, 시간의 감각을 품은 구조물이다.
탑은 말이 없지만, 그 높이만큼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지나온 시간들이여, 그대들이 남긴 숨결을 기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