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0)】《약 5,000개의 돌이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암각화 유적지(Petroglyphs)’》〔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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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0)】《5,000개의 돌이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암각화 유적지(Petroglyphs)’》〔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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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겨진 시간, 암각화의 침묵 앞에 서다.

 

촐폰아타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린다.

점심 식사를 마친 나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5,000여 개의 돌들이 모여 있는 암각화 유적지.

지도 위에는 작고 하찮은 점처럼 보였지만,

현장에 다다르자 그곳은 하나의 거대한 시간의 도서관처럼 느껴졌다.

 

돌 위에 새겨진 수천 년의 이야기

촐폰아타 강 유역의 선상지,

이 평범해 보이는 돌무더기들 사이에는

기원전 2천 년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

수천 년을 견디며 살아남은 흔적들이 고요히 새겨져 있다.

 

사슴, 산양, , 표범, 인간.

그리고 그들이 사냥하고, 도망치고,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

마치 고대 유목민의 영혼들이 남기고 간 그림일기 같았다.

 

돌 하나, , .

그 위에 손을 얹을 때마다

나는 아주 먼 과거와 조용히 악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은 없지만 이야기가 들리는 곳.

암각화는 소리도, 색도 없다.

하지만 그 앞에 서면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문명의 잉크 대신

돌과 쇠와 불로 그려낸 이야기.

그림 속 짐승들은 아직도 숨 쉬는 듯했고,

그림 속 인간들은 나보다 더 뜨겁게 살아 있는 듯했다.

 

그들은 어쩌면

신에게 보여주기 위해가 아니라,

후대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이 돌에 삶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오늘의 나였다.

 

언어는 사라져도, 그림은 남는다.

그것이 우리가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 중 하나다.

 

돌들은 무거웠지만,

그 속에 담긴 삶의 진심은

너무도 가볍고, 명료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돌 속에 새겨져 있던 조그만 아기 강아지 한 마리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우리를 졸졸 따라온다.

앙증맞고,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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