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9)】《촐폰아타로 가는 길목, 야생꿀에 찍어 먹은 부침개 ‘카타마’의 기억》〔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촐폰아타로 향하는 도중,
낡은 간판 아래 작은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허름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피어오르는 양파향과 구수한 기름 냄새는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만난 건
이 지역의 전통 부침개,
‘카타마(Qatlama)’.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양파가 듬뿍 들어가 은은한 단맛을 더해주고,
밀가루 반죽은 겹겹이 접혀
입 안에서 사르르 풀려나간다.
고급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고,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고소함이 입 안을 감싼다.
문득,
한국의 부침개가 떠올랐다.
장마철 창밖의 빗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붙여주시던 부침개의 냄새.
낯선 나라의 양파 부침개가
그 시절의 내 기억을 톡 건드린다.
아마 음식이란,
입에만 남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오래된 문 하나를 슬그머니 열어주는
열쇠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나온 건 따뜻한 밀크티,
그리고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채취했다는 야생꿀 한 접시.
그 꿀을 보자마자 나는 숨을 멈췄다.
빛깔은 일반 꿀과는 전혀 달랐다.
크림색에 가까웠고,
점도는 마치 오래 숙성된 숲의 수액처럼 느릿하고 묵직했다.
냄새를 맡자마자 들꽃과 백리향, 타임의 향이 코끝을 스친다.
카타마 한 조각을 조심스레 꿀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그 고소함과 진한 단맛이 어우러져
입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녹아내렸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이 땅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고산 들판 위 작은 꽃들이 보내준 선물 같았다.
따뜻한 밀크티 한 모금으로 마무리하면
묘하게 고소하고 담백한 여운이 입가에 오래 남는다.
그 조그마한 식당 안,
낯선 맛을 받아들이는 나,
그리고 부드럽게 퍼지는 허브 꿀의 향기.
그 순간 나는
다른 어느 관광지보다도
이 허름하고 작은 식당의 테이블에서 이 나라의 가장 깊은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