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바구니와 같은 우리의 삶, 우리의 내면.】《바구니로 물을 길어 오는 듯한 무의미한 시간조차 결국엔 우리를 더 투명하게 빛나게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늙은 농부가 산속의 작은 농장에서 어린 손자와 단둘이 살았다.
그는 매일 새벽, 부엌 식탁에 앉아 오래된 경전을 읽곤 했다.
그 옆에서 손자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행동을 따라 했다.
밭을 갈 때도, 동물을 돌볼 때도, 그리고 경전을 읽을 때도.
하지만 어린 손자에게 책의 내용은 너무 어려웠다.
“할아버지, 저는 매일 이 책을 읽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요.
읽어도 금방 잊어버려요.
그런데 왜 계속 읽어야 하나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난로 속에 숯을 던져 넣으며
앞에 있던 검은 대바구니를 손자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강에 가서 물을 떠 오너라.”
소년은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바구니로 물을 길어 오자마자 물은 모두 새어 나가 버렸다.
두 번째, 세 번째…
아무리 빨리 달려도 결과는 같았다.
마지막 시도에서 그는 포기한 듯 말했다.
“보셨죠, 할아버지? 아무리 해도 물이 남지 않아요.”
그때 할아버지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래, 물은 남지 않았다. 하지만 바구니를 잘 보거라.”
소년은 그제야 바구니를 들여다보았다.
늘 숯 검댕으로 새까맣던 바구니가
햇빛 아래 반짝일 만큼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이게 바로 네가 경전을 읽는 이유란다.”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말했다.
“너는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전 내용이 너의 마음 틈새로 다 빠져나가 버릴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너의 마음은 이미 맑아지고 있단다.”
우리가 텅 비었다고 생각했던 그 바구니는, 사실 맑은 강물이 그 틈새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숯 검댕으로 얼룩졌던 바구니의 안과 밖이, 그 무의미해 보였던 반복 속에서 본래의 깨끗한 결을 되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우리의 내면도 이 숯바구니와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경전의 모든 구절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맑은 지혜와 성찰의 물줄기가 단 한 순간이라도 우리의 내면을 스쳐 지나갔다면, 그 행위 자체가 이미 우리를 정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그저 꾸준히 그 맑은 물을 만나러 강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삶과 내면의 안과 밖은 서서히 씻겨나가고, 맑아지고, 빛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 가장 더디고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신성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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