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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길.】《이토록 처음인 늙음 앞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이토록 늙는 것이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도 미리 길을 알려주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나이를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처음 가보는 길은 늘 그렇다.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주변의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요즘 나는
으스름 땅거미가 내려앉는 저녁이 싫다.
빛이 물러나고, 소음이 잦아들고,
모든 것이 정리되는 그 순간이
왠지 모르게 나를 재촉하는 것 같아서.
아마 인생의 끝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저 조용히,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시간에 다가오는 것.
나는 아직 그 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부정한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외면한다고 비켜 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싫어해도 오고야 마는 것들 앞에서
다만
조금 느리게 걷고,
조금 더 오래 머뭇거릴 뿐이다.
그렇게 노년을 두려워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고, 글을 쓰려 애쓰고,
사랑하는 존재들과 눈을 맞춘다.
아마도 이것은
끝을 미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끝을 준비하는 태도에 더 가까울 것이다.
처음 가보는 늙음의 길에서
내가 붙들고 싶은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다.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보다
어떻게 존재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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