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은밀한 즐거움.】《검은 보석을 깨물다. 입안 가득 터지는 커피원두 원물의 향, 혀끝에 남는 까슬한 여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6. 2. 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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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bpjM-ZhPHHA

 

 

 

 

은밀한 즐거움.】《검은 보석을 깨물다. 입안 가득 터지는 커피원두 원물의 향, 혀끝에 남는 까슬한 여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사람들은 대개 커피를 '마신다'.

뜨거운 물에 녹아 나온 향긋한 액체를 음미하며 그 뒤에 남겨진 갈색 찌꺼기는 미련 없이 버려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나는 커피를 '깨문다'.

나의 주머니에는 작은 일회용 지퍼백 하나가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잘 볶아진 원두들이 검은 보석처럼 들어차 있다.

식사 후 입안이 텁텁해지거나, 일상의 단조로움이 입안을 심심하게 만들 때 나는 조용히 그 보석 한 알을 꺼내 입에 넣는다.

 

어금니 사이에서 원두가 '와드득' 하고 무너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히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한다.

액체 상태의 드립 커피가 부드러운 산책이라면, 원두를 직접 깨무는 것은 거친 숲을 질주하는 것과 같다.

파편이 터져 나가며 입안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농밀한 향은 코끝을 타고 뇌를 깨운다.

쓴맛, 기름기, 약간의 스모키함,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묘한 단맛까지.

 

사람들은 보통 초콜릿을 입힌 커피빈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내게 초콜릿의 매끄러운 단맛은 오히려 원두 본연의 거친 매력을 가리는 화장술처럼 느껴진다.

군더더기를 떼어낸 원두 그 자체의 쌉싸름함과 고소함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본질에 가깝다.

거칠고, 직접적이고, 숨김이 없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혹은 식후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원두를 씹는다.

혀끝에 남는 까슬까슬한 원물의 흔적조차 즐겁다.

입안에 남은 까끌한 가루, 치아 사이에 잠시 머무는 쓴 흔적.

누군가는 불편하다 할 그 잔여감이 나에게는 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남들이 보기엔 독특한 취향일지 모르나, 나에게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해방'이다.

 

우아하게 걸러진 정수(精髓)만을 취하는 대신, 나는 삶의 찌꺼기와 거친 질감까지 통째로 받아들인다.

보석 같은 원두 한 알이 내 입안에서 부서질 때마다, 나는 박제된 향기가 아닌 살아있는 자연의 숨결을 씹는다.

그것은 드립 커피가 결코 줄 수 없는, 생생하고 입체적인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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