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뜬금 없는 보일러 교체.】《고장 나기 전에 바꾸는 것처럼 우리 몸도 건강을 잃기 전에 돌보는 것이 절실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6. 4.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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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lyM2uUYct0

 

 

 

 

 

뜬금 없는 보일러 교체.】《고장 나기 전에 바꾸는 것처럼 우리 몸도 건강을 잃기 전에 돌보는 것이 절실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살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의 평온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내게는 보일러가 그랬다.

 

평소에는 그 존재조차 잊고 지내다가도,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보일러 센서 고장으로 온수가 끊겨 몸을 움츠릴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과 서늘한 부재를 실감한다.

몇 년간 보일러는 참 많은 말을 걸어왔다.

작년 중남미 여행 중에 갑자기 아랫집에서 들려온 누수 소식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탕식 보일러에서 물이 새고, 센서가 멈추고, 수시로 가동을 멈추며 평범한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보일러는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지만 고장나는 순간 삶의 중심으로 튀어 오르는 존재다.

 

10년이라는 세월. 기계에게도 그 시간은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며 낡아간 훈장이었을 테지만, 그 낡음이 주는 불안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었다.

결국 나는 다가올 겨울의 공포를 미리 마중 나가는 대신, 과감히 새 온기를 들이기로 했다.

경동 나비엔으로 바꾸려다가, 귀뚜라미 측에서 플래그십(Flagship) 모델인 48CDN을 설치하면 5년간 무상 AS 및 우선출장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에 내 팔랑귀가 움직였다.

 

새 보일러를 마주하니, 비로소 마음 한구석에 쌓였던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아직은 멀쩡히 돌아가던 녀석을 통째로 갈아치운 것은, 어쩌면 기계가 아니라 내 불안의 뿌리를 도려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적어도 5년 동안은 차가운 물에 몸을 떨거나, 여행지에서 누수 걱정에 밤잠을 설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반짝이는 새 제품을 바라보다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보일러의 부품을 갈아 끼우듯, 우리 몸도 세월의 때가 탄 곳을 새것으로 싹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삐걱거리는 관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흐릿해진 시야에 새 렌즈를 끼우며, 지친 심장을 다시 힘차게 박동하는 새 엔진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기계처럼 5, 10년의 무상 보증 기간을 약속받으며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노화라는 순리 앞에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기계는 갈아 끼우면 '새것'이 되지만, 사람은 낡아가는 그 과정 속에 ''이 깃들기 때문이다.

보일러의 소음이 깊어질 때 나는 집의 소중함을 배웠고, 차가운 방 바닥을 견디며 따스한 온기의 고마움을 알았다.

비록 신체를 새 부품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는 보일러를 교체하며 얻은 안심처럼, 스스로를 보살피고 다독이며 마음의 온도를 유지할 수는 있다.

 

새 보일러가 내는 조용하고 힘찬 숨소리를 듣는다.

올겨울, 이 기계는 나를 위해 뜨거운 물을 길어 올리고 방 안을 훈훈하게 데워줄 것이다.

비록 내 몸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겠으나, 미리 대비하고 정비한 이 온기 덕분에 마음만큼은 한결 가볍게 다가올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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