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면점수는 ‘미’.】《젊을 때는 잠을 포기하고 세상을 얻으려 했고, 늙어서는 세상을 내려놓고 잠 하나를 얻으려 애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난 수면에 대한 강박증이 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 날 정신 집중이 잘 안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잠을 푹 자고 나면 정말 기분이 상쾌하지만, 수면 부족은 아주 힘들어 한다.
그래서인지 잠을 줄이거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젊은 날의 잠은 달콤한 보상이었고, 눈을 감으면 세상은 이내 암전(暗轉)되었다.
그 시절의 ‘통잠’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모자란 잠을 아쉬워할지언정 잠의 질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듯, 몸의 시계도 어느덧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 잠은 더 이상 당연한 휴식이 아니라, 정성 들여 가꾸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8시간 이상 수면’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낮 동안 부지런히 걷고, 1주일에 3번 근력운동으로 몸을 채찍질하며, 식단까지 건강식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가 내미는 성적표는 냉정하기만 하다.
지난 한 달간의 수면점수는 74점으로, ‘보통’.
나름 숙면관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나에게 ‘수’나 ‘우’는커녕 겨우 낙제를 면한 ‘미’라는 성적표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면 죽은 뒤에는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새벽에 벌떡 일어나 그나마 몸이 성할 때 부서진 의자라도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래서 할배들은 새벽잠이 없다.
내 이야기다.
깊은 숙면에 빠져든 젊은이들의 활기가 부러움으로 다가오고, 꿈줄기를 붙잡고 헤매는 얕은 잠의 끝에서 마주하는 새벽은 유독 서늘하다.
애를 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지만, 내 몸 하나 뉘어 얻는 잠마저 이토록 마음을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마음 한구석에 짙은 허탈함이 차오른다.
수면점수 80점을 넘긴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90점을 넘긴 사람들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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