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인생은 짧다. 물론 카드청구서가 돌아오는 시간은 더 짧다.》
아침에 인터넷뉴스를 보니, “1억 8백만 화소”, “100배 줌”이란 단어가 보인다.
놀랍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정말 이런 제품이 있다면, 당장 써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전예약일이 때마침 지금이다.
스마트폰을 바꾼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충동 지름신이 강림하였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남자들의 흔한 그 호기심 때문이다.
남자들은 전자제품, 시계, 음향기기, 자동차 등에 열광한다.
이과 출신이나 공대생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라디오를 분해해 보지 않은 남자아이들은 없을 것이고, 아톰 만화를 보면서 과학자를 꿈꾸지 않은 남자 초등학생도 거의 없을 것이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s the cat)”는 속담이 있다.
한 남자가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우리에서 돼지 한 마리가 뒤뚱거리면서 나오더니, 농장주의 다리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렸다.
돼지는 한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었다.
손님은 조금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잠자코 있었다.
두 사람은 날씨와 농작물 수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손님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농장주인에게 물었다.
“돼지가 웬 의족을 달고 있는 겁니까?”
농장주인은 손님에게 바싹 다가서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답니다. 저 돼지는 정말 대단한 돼지예요. 지난주에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을 때였지요. 갑자기 트랙터가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제가 그 밑에 깔려버렸거든요.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고,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농장주인은 돼지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 돼지가, 이 돼지가 말입니다! 갑자기 우리에서 빠져나와 밭으로 달려오더니, 내가 깔려 있는 곳 주변의 흙을 파헤치기 시작하지 않았겠어요? 흙을 다 파고 나서는 내 목덜미의 옷자락을 물고 트랙터 밑에서 날 끄집어내 주었어요. 내 목숨을 구해준 거지요!”
손님은 농장주인의 말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외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농장주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두 달 전인가, 아내와 잠을 자고 있는데 거실 벽난로에서 튀어나온 불씨가 양탄자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났나 봐요. 불은 커튼에 옮겨 붙었고, 온 방안이 화염에 휩싸였지요. 그때도 갑자기 이 돼지가 꽥꽥거리면서 우리를 빠져나오더니, 창문으로 뛰어올라 주둥이로 유리창을 두드리지 뭡니까. 그 소리에 잠이 깬 덕분에 우리는 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그때도 이 돼지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겁니다!”
손님은 완전히 경악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군요.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어느 이야기보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예요. 그런데 의족은 어쩌다가 달게 된 겁니까?”
농장주인은 바닥에 “퉤” 하고 침을 뱉더니 이렇게 말했다.
“거 참, 궁금할 것도 참 많네요.
당신 같으면, 이렇게 훌륭한 돼지의 ‘맛’은 어떨까 궁금하지 않겠어요?”
이처럼 나쁜 호기심도 있다.
난 나이 들어서도 주책 없이 자꾸만 쓸데 없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다.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사는 방법이 있다.
바로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찍 늙기를 원한다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면 된다.
세상은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만큼만 보여준다.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은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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