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뼈를 삼킨 또르】《또르의 갑질을 견뎌야 하고 또르의 고통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지난 일요일 저녁 우연히 또르의 침대 안 쪽에 KFC 마크가 새겨진 빈 봉투를 발견했다.
깜짝 놀라 작은 아이에게 물어보니, 프라이드 치킨을 먹은 후 닭뼈가 남겨진 봉투를 침대 옆에 두었다고 한다.
밤 11시쯤에 부랴부랴 24시간 진료를 한다는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 데리고 가서 X-Ray를 찍었다.
장 아래 쪽에 잘게 부셔 먹은 닭뼈 조각들이 보인다.
닭뼈를 잘게 부셔먹으면 더 날카로워져서 장을 천공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날카로운 뼈조각이 장을 찌를 경우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단다.
이틀간 입원시키면서 경과를 지켜보았다.
화요일 저녁에 퇴원을 했다.
변을 보기만을 기다렸는데, 이틀 동안 소식이 없다.
오늘 오전에 드디어 소식이 왔다.
며칠간 또르 때문에 마음을 졸였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주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랑에는 고통을 따른다.
언젠가 또르가 늙어서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면, 난 또 고통에 빠질 것이다.
질 것을 알면서도 꽃을 마음에 품고, 꺼질 것을 알면서도 불을 피워 올리고, 사랑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다.
닥쳐올 이별의 아픔이 싫어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가 보지만, 그것도 부질 없는 짓이다.
사랑 후에 오는 이별의 고통보다 지금 당장 사랑하지 못하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전력을 다해 사랑하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애쓰고, 아낌 없이 온 마음을 바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이기에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처럼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두근거림과 떨림도 파도 거품처럼 어느 날 갑자기 허망하게 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으면 어떠랴.
지금의 이 시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순간을 영원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눈을 감은 사람은 담아올 풍경이 없듯이, 사랑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은 어디 쯤에서 인생이 멈춰버려도 마음에 담아갈 아름다운 느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바로 이 순간, 눈 앞의 이 사랑이 마지막인 것처럼 영혼을 다 바쳐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또르에 대한 사랑을 통해 얻는 기쁨과 위안이 너무 크다.
사랑에 빠지면, 또르의 갑질을 견뎌야 하고 또르의 고통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사랑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좋은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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