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어떠한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특별한 추함’도 있다. - 황제를 웃긴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6. 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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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특별한 추함’도 있다. - 황제를 웃긴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윤경변호사)

 

<정해진 규칙을 어긴 초현실주의 이단아>

 

이탈리아의 화가인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는 3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황가의 궁정화가로 임명되었다.

 

아르침볼도는 기지 넘치는 착상과 참신한 열정으로 꽃과 같은 사물들을 조합하여 인간의 얼굴처럼 보이게 묘사해냈다. 그는 식물들을 정성껏 배치하여, 전통적인 회화의 주제인 '사계절'이나 '사원소'를 의인화했다.

 

아르침볼도의 걸작 ‘변호사’(1566)에서는 털이 뽑힌 닭으로, 인물의 오만한 코와 탐욕으로 빛나는 작은 눈을 표현해냈다. 이는 변호사의 무미건조한 특성과 의뢰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능력을 풍자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그림 ‘장서가’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소유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는 귀족과 부유층의 허세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책장을 펼친 모습으로 묘사된 머리카락이나 책갈피로 표현된 손가락은 풍자와 위트의 극치이다.

 

그의 대표작 ‘계절의 신으로서의 루돌프 2세 베르툼누스’(Vertumnus 1590~1591)를 처음 받아든 황제는 궁정이 떠나갈 정도로 폭소를 터트린다.

눈은 까만 버찌, 뺨은 발그스름한 사과, 입술은 붉은 앵두, 턱은 따가운 밤송이, 눈썹은 강낭콩, 귀는 옥수수, 머리에 포도와 이삭이 주렁주렁.

황제를 묘사하였다고 보기에는 불경스럽기 그지 없다.

대체 무엇이 근엄한 표정을 짓고, 대제국을 호령하던 황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세상을 정해진 규칙대로 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나무가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고, 사람이 동물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함부로 표현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위험하다.

고루한 관념이 지배하던 보수적인 전통사회에서 그런 시도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박이다.

 

그 당시 이런 초현실적인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는 가식적인 세계를 해체하여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였다.

 

그가 던지는 ‘호기심과 자유로운 개방정신의 메시지’를 마냥 가볍게 웃으면서 바라만 보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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