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손해배상소송(일반)

【판례<군대의 자살예방의무와 국가배상책임, 군인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제한,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관심병사>】《자살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2. 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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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군대의 자살예방의무와 국가배상책임, 군인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제한,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관심병사>】《자살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자살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21155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장병에 대한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 결과가 나온 경우 부대의 자살예방의무에 대하여 판단한 사건]

 

판시사항

 

[1] 관련 공무원에게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 규정이 없는 경우, 공무원의 부작위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2]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이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공무원의 조치가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공무원의 조치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관리·처리의 책임이 있는 각급 부대의 지휘관 등 관계자가 장병의 자살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취할 조치 및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속 장병의 자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자살 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4] 갑이 하사로 임관하여 해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고 함선에서 근무하던 중 자살한 사안에서, 갑이 해군교육사령부에서 받은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및 장병의 자살예방 대책과 관련한 부대관리훈령 등에 따른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 등을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 사실관계

 

은 해군 하사로 임관하여 주특기로 음탐사(音探士)를 부여받았다.

 

은 교육사에서 인성검사를 받았는데,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하사 은 검사 당일 을 면담하였는데, 에게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하여 누구에게 도 검사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이후 상사 2차례에 걸쳐 면담을 하였고, 의 소속 부대는 의 신상등급을 B(보호가 필요한 병사 등)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다가 C(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자)으로 변경했다.

 

은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와 관련하여 실시한 모의평가에서 응시한 3명 중 가장 낮은 점수인 60점을 받아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다음 모의평가를 준비하던 중에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

 

이에 의 가족인 원고들이 피고(대한민국)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원심은 의 소속 부대 담당자들에게 통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교육사에서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의 결과가 나타났음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그 결과를 활용하여 후속조치를 할 직무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쟁점 :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 (군대의 자살예방의무)

 

이 사건의 쟁점은,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관리·처리의 책임이 있는 각급 부대의 지휘관 등 관계자의 자살예방의무, 즉 자살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면 자살사고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이다.

 

위 사건은, 음탐사(音探士)로 근무하던 해군 하사 이 임관시에 받은 인성검사에서 자살 예측결과가 나왔는데, 담당 하사 이 검사 당일 을 면담하여 보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이후 다른 상관과의 상담 등을 거쳐 의 신상등급이 B(보호가 필요한 병 사)에서 C(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자)으로 변경되었으나, 이후 이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 모의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아 질책을 받고 자살을 하였던 사건이다.

 

원심은 하사 등을 비롯한 소속 부대 담당자들에게 통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다고 보아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망인에 대하여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자살예측결과가 나왔음에도, 그 검사결과가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위 인성검사 결과에 따른 전문가의 진단 등 후속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망인이 C(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자)으로 분류되고 자대에 배치되어 근무 중 자살을 한 사건에서,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의 결과가 나타난 이상 당시 망인에게 자살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는데도 망인에 대한 신상관리에 인성검사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자살우려자 식별과 신상파악·관리·처리의 책임이 있는 관계자가 인성검사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여 후속조치를 할 직무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고,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국가배상책임의 특수성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통틀어 공무원이라 한다)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에게 구상을 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직접 그 공무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국가배상책임 제도는 공무원에게 일을 맡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면책을 불허하는 한편, 경과실 공무원을 면책시킨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 및 공무원 보호에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사인 상호 간의 관계와는 달리, 국가배상책임에서 가해자인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은 피해자인 국민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일반 사인의 그것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공법관계에서는 공공필요상 국민의 권리에 대한 제한이 법령상 용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배상법상 위법성 판단에서는 1차적으로 직무행위의 법령에의 합치 여부가 문제 되지만, 넓은 의미의 에의 위반을 의미한다는 점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행정의 적정한 운영을 위하여 경과실의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무원은 사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수행자로 행동하는 것이므로 경과실 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공무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국가배상법이 특별법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의 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법만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고, 설령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민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19833 판결,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641471 판결,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1431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으나 객관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 사안에서, 법원이 국가배상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변경을 하여야 하고, 법원이 소변경 필요성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였음에도 원고가 소변경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으로서, 법률에 명시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 공무원의 고의과실, 손해 발생 외에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도그마틱)로서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란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4.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 요건 개관

 

국가배상법 제2조는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는  공무원,  직무,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  법령에 위반,  타인,  손해의 개념을 요소로 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건을 모두 구비하여야만 한다.

 

.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시적으로 사무를 위탁받은 사인도 포함한다.

 

. 직무

 

 공법상 직무

 

모든 공법작용이 포함된다. 다만 국가배상법 제5조의 직무는 제외되지만, 5조의 영조물의 설치·관리가 제2조의 직무와 경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법작용은 직무에서 제외된다(대판 1999. 6. 22. 997008).

 

 사익보호성

 

국가배상법 제2조의 직무는 오로지 공익을 위한 직무가 아니라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위한 직무이든지 아니면 사익을 위한 직무이어야 한다.

 

. 집행하면서

 

판례(대판 1995. 4. 21, 9314240)는 직무를 집행하면서를 직무집행행위뿐만 아니라 널리 외형상으로 직무집행과 관련 있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새긴다(외형설).

 

. 고의 또는 과실

 

 고의란 어떠한 위법행위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을 말하고, 과실이란 부주의로 인해 어떠한 위법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것을 말한다.

 고의·과실의 유무는 당해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 법령에 위반

 

 법령에는 널리 성문법 외에 불문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된다. 고시·훈령형식의 법규명령도 포함된다.

 위반이란 법령에 위배됨을 의미한다. 위반에는 적극적인 작위에 의한 위반(: 불심검문시 경찰관이 검문당하는 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경우)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한 위반(: 경찰관이 심야에 보호자로부터 이탈하여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부작위의 경우에는 작위의무가 있어야 한다(: 경찰관의 보호의무).

 

. 타인

 

타인(타인)이란 위법한 행위를 한 자나 그 행위에 가담한 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를 말한다. 가해한 공무원과 동일한 행위를 위해 그 행위의 현장에 있다가 피해를 받은 공무원도 타인에 해당한다.

 

. 손해

 

 손해란 가해행위로부터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말한다. 손해는 법익침해로서의 불이익을 의미한다. 반사적 이익의 침해는 여기의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적극적 손해인가 또는 소극적 손해인가, 재산상의 손해인가 또는 생명·신체·정신상의 손해인가를 가리지 않는다.

 가해행위인 직무집행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유무의 판단은 관련법령의 내용,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상황 등 제반사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 판례의 태도 요약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해석상 직무상 의무의 불이행과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 등을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사항은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차. 교정시설 과밀수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판단 기준(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66771 판결)

 

국가배상책임에서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교정시설 수용행위로 인하여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었다면 그 수용행위는 공무원의 법령을 위반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다.

 

카. 공법인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적용 문제

⑴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이란 형식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공무(公務)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체의 사람(자연인 및 법인)을 가리킨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70. 5. 26. 선고 70다471 판결(동원훈련기간 중의 향토예비군), 대법원 1970. 11. 24. 선고 70다2253 판결(비정규직 군무원),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5570 판결(통장), 대법원 2001. 1. 5. 선고 98다39060 판결(교통할아버지),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행정대집행 중 사실행위 부 분을 수행하는 민간철거용역업체 법인과 그 소속 직원) 등].

⑵ 이러한 판례에 의하면, 논리적․개념적으로 공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우선 판명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또는 광의의 공무원)에는 강학상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뿐만 아니라 ‘행정보조자’도 포함된다는 것이 종래의 통설․판례였고, 이를 실정법에 반영하는 차원에서 국가배상법이 2009. 10. 21. 법률 제9803호로 개정되면서 제2조 제1항 중 종전의 ‘공무원’ 부분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으로 변경되었다.

즉, 국가배상법에서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란 종래의 통설․판례에 의한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행정조직법에서 논의되는 좁은 의미의 공무수탁사인과는 개념을 달리한다.

⑶ 국가배상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헌법 제29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라고 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인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밖의 공공단체(공법인)의 경우 어느 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다.

행정법학계의 다수설은, 국가배상법 제2조가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한정하는 규정이라면 헌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그 밖의 공공단체의 경우에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에 관하여 대법원이 분명하게 판단한 판례는 없다.
법원의 주류적 재판실무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원고의 청구에 따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또는 국가배상책임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고속도로 설치․관리 하자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민법상 공작물 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1975. 8. 19. 선고 74다1647 판결, 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2796 판결 등, 국가배상책임을 적용한 사례로는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9158 판결 참조].

⑷ 다만 최근에는 공법인이 수행한 공무에 관하여 국가배상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공법인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행정주체라고 판단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7다82950, 82967 판결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국가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 이전 행정대집행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파주시장에게 신청하자, 파주시장이 그 행정대집행 실행 권한을 다시 한국토지공사에 위탁하였고, 한국토지공사가 민간용역업체와 철거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민간용역업체를 통해 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한국토지공사가 파주시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을 위탁받아 수행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행정대집행을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한 한국토지공사의 직원, 민간용역업체(법인) 및 그 소속 직원의 경우에는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한국토지공사의 경우에는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⑸ 또한 민간용역업체의 경우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았으며, 공법인에 공무를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 성립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2다36340, 36357 판결은,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의 시행자인 SH공사(서울특별시가 설립한 공법인)가 수용재결을 받고도 지장물 이전을 거부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지장물(양어장) 이전 행정대집행을 토지보상법 제89조 제1항에 의하여 양천구청장에게 신청하자, 양천구청장이 SH공사의 직원을 그 행정대집행의 책임자로 지정하였고, SH공사가 다시 민간용역업체에 이전용역을 도급주어 행정대집행을 실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과실로 양어장의 잉어가 폐사하는 손해가 발생하자 토지 등 소유자가 SH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한 사안이다.

원심까지는 SH공사에 대하여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됨을 전제로 행정대집행 실행 과정에서 있었던 과실이 경과실인지, 중과실인지가 다투어졌는데, 원심은 경과실에 해당하여 SH공사는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특유한 SH공사의 이중적 지위(① 양천구청장에게 행정대집행을 신청한 공익사업시행자로서의 지위와 ② 양천구청장으로부터 행정대집행 실행을 위탁받아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대집행의 실행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한 수탁자로서의 지위)와 일반적으로 SH공사를 직무수행 관련 손해배상책임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공무원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SH공사에는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⑹ 이들 두 대법원판결은 한국토지공사 및 SH공사가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주체로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법률상 근거가 민법인지 아니면 국가배상법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두 대법원판결의 선고전 검토과정에서, 공법인에 대집행 실행을 위탁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국가배상법이 국가배상책임의 주체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공법인에 대해서는 국가배상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고 민법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이므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공법인에 대하여 민법상의 사용자 및 공작물점유자, 도급인의 각 면책규정 등은 적용하지 않는 것(면책 불인정)이 타당하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⑺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행정활동을 공법인이나 사인에게 위탁하는 것은 공공주체의 임무수행방식의 변경에 불과하므로 이를 통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나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불리해지는 것은 ‘법인화, 민영화는 임무수행의 효율성을 가져와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라는 정당화 논거에 배치되는 결과일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다면 ‘행정의 私法으로의 도피’를 다시금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법인에 대해서도 국가배상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5.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관련 판례

 

.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 교통할아버지사건(대판 2001. 1. 5, 9839060)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에 따라 교통할아버지로 선정된 노인이 위탁받은 업무 범위를 넘어 교차로 중앙에서 교통정리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발생시키자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서울특별시 강서구)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을 수립한 다음 관할 동장으로 하여금 교통할아버지 봉사원을 선정하게 하여 그들에게 활동시간과 장소까지 지정해 주면서 그 활동시간에 비례한 수당을 지급하고 그 활동에 필요한 모자, 완장 등 물품을 공급함으로써, 피고의 복지행정업무에 해당하는 어린이 보호, 교통안내, 거리질서 확립 등의 공무를 위탁하여 이를 집행하게 하였다고 보아, 소외 김○○ 교통할아버지 활동을 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 없다.

 

. 직무의 사익보호성

 

 미니컵 젤리사건(대판 2010. 9. 9, 200877795)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질식하여 사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식품위생법상의 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구 식품위생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 9, 10, 16조 등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으로 하여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등의 방법과 성분, 용기와 포장의 제조 방법과 그 원재료, 표시 등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기준 및 규격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나 국민보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수입신고시 식품 등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구 식품위생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7, 9, 10, 16조는 단순히 국민 전체의 보건을 증진한다고 하는 공공 일반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안전과 이익도 도모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생활의 비밀을 엄수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주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성폭력범죄의 수사를 담당하거나 수사에 관여하는 경찰관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에 반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 또는 누설하였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군산시 개복동 윤락가 화재사건(대판 2008. 4. 10, 200548994)

 

유흥주점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으며 생활하던 여종업원들이 유흥주점에 화재가 났을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구 소방법은 화재를 예방·경계·진압하고 재난·재해 및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소방법의 규정들은 단순히 전체로서의 공공 일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둔 것이다.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또는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지도·감독사무에 관한 관계 법규의 규정에 의하여 장관의 지도·감독권한을 위임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의 지도·감독의 권한 및 의무의 내용은 적어도 부수적으로는 사회구성원 개인의 신체, 건강 등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다.

 

 부산시 수돗물사건(대판 2001. 10. 23, 9936280)

 

수돗물 공급자인 피고 부산광역시는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할 경우에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거나 하는 등으로 이를 마신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상수원수의 수질을 환경기준에 따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령(헌법 제10, 35, 환경정책기본법, 수질환경보전법, 수도법과 그 시행령 등)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가 등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 고의 또는 과실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고의·과실의 그 판단 기준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A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그 재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 2 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며, 이는 행정청이 재결의 형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판 2011. 1. 27, 200830703).

 

 ·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의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고의·과실)과 그 판단 기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국립대학 교원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여 재임용거부처분취소결정을 받고 복직한 다음 재임용거부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것이 불법행위가 됨을 이유로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재임용거부가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고의·과실이 인정되려면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판 2011. 1. 27, 200930946).

 

 40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사건(대판 2003. 11. 27, 200133789, 33796, 33802, 33819)

 

1988. 2. 22. 시행된 제40회 사법시험 제 1 차시험에서 4개 문제의 복수정답처리로 인해 불합격 처분을 받은 응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 있어 시험문항의 출제 및 정답결정에 오류가 있어 이로 인하여 합격자 결정이 위법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공무원 내지 시험출제에 관여한 시험위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해당 시험의 실시목적이 시험에 응시한 개인에게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적 이해관계 이외에 일정한 수준의 적정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정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그 시험의 실시에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와도 관련되는 공익적 배려가 있는지 여부, 그와 같은 시험이 시험시행 당시의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국가기관 내지 소속 공무원이 구체적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 결정, 합격 여부의 결정을 위하여 해당 시험과목별로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는지 및 같은 과목의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1차시험의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 본인에게 사후에 국가가 1차시험의 합격을 전제로 2차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험관련 공무원 혹은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시험의 출제와 정답 및 합격자 결정 등의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전국언노련사건(대판 1995. 10. 13, 9532747)

 

노동부장관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다툰 소송에서 승소하자 노동부장관의 위법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에 의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여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잘못된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가 없을 수 없는 경우에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후에 대법원이 내린 입장과 같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해석에 돌아가고, 이에 따른 처리가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 법령에 위반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함에 있어 경찰관으로서 의당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공동경비구역 K소대장 사망사건(대판 2006. 12. 7, 200414932)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근무자 K소대장이 A사병에 의하여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K소대장은 총상이 사망원인이었다. 이에 K소대장의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수사의 개시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 부작위에 의한 위법 :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지도·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그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업무에 관하여 지도·감독을 하고, 필요한 경우 그 시설에 대하여 그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보고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시설에 출입하여 검사 또는 질문하게 할 수 있는 등 형식상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재량에 의한 직무수행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되어 있더라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 상당인과관계

 

 인천지방법원 위법경락허가사건(대판 2007. 12. 27, 200562747)

 

경매법원 공무원의 과실로 위법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된 경우, 경락인이 경락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위하여 지출한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에게 부과된 공유자에 대한 통지의무가 직접적으로는 공유자의 우선매수권이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절차상 이익과 관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공유자에 대한 통지가 적법하게 행해지지 않은 채로 경매절차가 진행되면 뒤늦게라도 그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될 수 있고 경매법원의 적법한 절차진행을 신뢰하고 경매에 참여하여 경락을 받고 법원의 지시에 따라 경락대금납부 및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락인으로서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위와 같은 통지 기타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는 경락인의 이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경매법원 스스로 그 하자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경락인이 불복절차 등을 통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위 결과 발생을 막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경락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의 위 공유자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경락인의 손해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충무 유람선 극동호 화재사건(대판 1993. 2. 12, 9143466)

 

유람선화재로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중 36명이 익사 또는 소사하자 피해자 유족들이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관할 충무시장은 유선 및 도선업법 제5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유선의 수선, 사용 및 운항의 제한 또는 금지를 명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선박안전법이나 유선 및 도선업법의 각 규정은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선박검사관이나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이 사건 유람선에 대하여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위 유람선 화재사고와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 기타

 

 대판 1999. 6. 22, 997008(사법작용과 국가배상법의 관계 : 수원역 통일호 열차사건)

 대판 1995. 4. 21, 9314240(집행하면서 : 전입신병 폭행사건)

 대판 2001. 12. 14, 200012679(고의 또는 과실 : 인천대학교 교원 재임용 거부사건)

 

6. 군인 등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85-388 참조]

 

. 관련 규정

 

헌법 제29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국가배상법 제2(배상책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 위 규정의 취지

 

 헌법과 국가배상법은 군인 등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위 헌법과 국가배상법 규정은 동일한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과 손실보상을 모두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과다한 재정지출을 방지하고, 가해 군인 등과 피해 군인 등의 직무상 잘못을 따지는 쟁송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39735 판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직접 헌법에 규정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헌법재판소 2013헌바22 ).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다른 법령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례의 태도

 

군인연금법 및 국가 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 : 긍정 (대법원 1993. 5. 14. 선고 9233145 판결)

 

공무원연금법 : 부정 (대법원 1999. 8. 24. 선고 9924997 판결)

 

상이를 입고 퇴직하지 아니하거나, 퇴직하였더라도 국가유공자법이 요구하는 상이등급판정을 받지 못한 군인 등의 경우 : 긍정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42178 판결)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 손해배상청구 불가)

 

판례는 객관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39735 판결).

 

따라서 피해자가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등록신청에 대하여 비해당결정통보를 받은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판단되는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이는 해당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동일하다.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 (= 국가유공자등록 가능)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등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국가유공자등록이 가능하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27363 전원합의체 판결).

 

구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6항 제4호는 국가유공자 제외사유의 하나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또한 그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사유 없이 관련 법령 또는 소속 상관의 명령을 현저히 위반하여 발생한 경우(1), 공무를 이탈한 상태에서의 사고나 재해로 인한 경우(2), 장난·싸움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3)’를 국가유공자 제외사유로 들고 있어, 그 제4호가 들고 있는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역시 위 각 호와 마찬가지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등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자해행위의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를 주의적·확인적으로 규정한 당연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도 구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목 소정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

 

위 대법원 2010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에서는 자살의 경우에는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을 많이 했지만, 소송을 제기하면 많은 경우 해당 결정이 취소되었다.

군에서 자살하는 이유는 대부분 부대 내에서의 괴롭힘 등을 이유로 하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대상판결의 경우에도, 만약 원고들이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하고, 비해당결정을 받아서 소송을 하였다면 국가유공자등록이 되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 단서가 문제가 되지 아니한 것은, 피고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7.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판단기준

 

.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는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11297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11297 판결(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에 관한 사안) :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 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 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31828 판결 등 참조).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판단기준 (=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함)

 

실무상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에 초점을 맞추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고,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배상책임이 없으므로(책임주의 원칙의 예외 내지 변용), 결국 피해자의 손해에 대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하는 것이다.

 

평균적 공무원의 주의의무보다는 정책적 측면과 형평의 점을 고려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구제하여 주는 것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례 역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31828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211559 판결).

 

8. 대상판결 사안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85-388 참조]

 

. 공무원의 과실 여부의 판단

 

위 사안의 경우에도 하사 등이 자신의 구체적인 객관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보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평균적인 하사를 기준으로 과실이 있는지를 본다면,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1심의 사실인정을 자세히 보면, 의 자살징후가 뚜렷한 것이 아니었다.

 

최초의 인성검사에 부적응, 자살예측등의 평가가 나오기는 하였으나, 질문에 답변을 기재하는 방식의 인성검사가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부대 상관들이 을 수차례 실제로 면담하고 나서야 신상등급이 조정된 것이다.

 

인성검사는 참고자료일 뿐이고 구두면담과 그 이후의 군 적응 상태를 보아가면서 관리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피해자는 그 이후 면담과 군 적응과정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아니하여 B급에서 C급으로 전환되기까지 되었다.

 

인성검사에 자살예측이라는 기재가 있다고 해서 이른바 관심병사로 분류하여 계속 특별 관리를 하는 경우 그것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서 오히려 피해자가 군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하사 에게는 구두면접의 결과를 종합하여 후속조치 여부를 결정할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평균적인 하사를 기준으로 보면, 구두면접의 결과를 종합하여 후속조치 여부를 결정할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의 세금으로 위 피해를 배상하여 주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객관적인 정당성의 면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역의무는 헌법상 의무의 하나이지만 신체가 군복무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군복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병무청과 군에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다.

 

만일 피해자가 자살의 가능성이 별로 없었는데 자살을 한 것이라면 건강한 청년을 죽게 한 잘못이 있는 것이고, 피해자가 자살의 가능성이 처음부터 있었다면 군복무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을 군에 입대시킨 잘못이 있는 것이다.

 

하사 은 피해자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별도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면 그 이후 소속 부대의 지휘관이나 상급자 중 누군가에게 잘못이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 하사 의 과실을 직접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여도 전체적으로 볼 때 피해자가 군에 입대하고 자살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병무청 공무원이나 부대 상급자 등을 포함한 공무원 누군가의 과실이 있다고 추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지목하는 특정인의 과실 유무에 너무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 책임제한에 의한 조정

 

자살의 경우에도 가능하면 손해를 인정하고 책임제한을 통해 손해배상액을 조정하는 것이 형평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 국가배상을 먼저 받은 경우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군인 등이 먼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다음 구 국가유공자법이 정한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피고로서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사정을 들어 보상금 등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44001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