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기본원칙】《사과를 하려거든 진정성 있게 하고, 그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진정성 있는 사과란 사과를 하는 사람이 피해자 또는 대중들에게 진심으로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자만심에 빠져 그렇게 하질 못하곤 한다.
사과하고 반성할 때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상대는 미안하다고 ‘말해주길’ 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는 당신이 미안하다고 ‘느끼는 것’을 원한다.
사람들은 선하고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습관적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발하면서 그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 손가락질을 받게 되어 있다.
과거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하여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미래에 어떻게 일해 나갈 지에 대해서는 변화시킬 수 있다.
진정한 반성과 그 후의 행동을 통해 말이다.
사과(apology)는 갈등 상황을 해결해 주는 힘이다.
그런데 잘못된 사과는 오히려 원래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때로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지만, 사과의 ‘진정성’은 통제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3가지 유형의 잘못된 사과가 있다.
첫 번째는 사과 말미에 “그러나”, “하지만” 등의 부정적 내용을 이어주는 접속부사를 집어 넣는 것이다.
“미안해, 하지만 … ” 이란 말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또는 ‘하지만’이란 단어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의 이익이나 입장과는 다른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러나’ 이후의 뒷말에 집중하게 마련이고, 그 말을 뱉는 순간 앞의 사과 부분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뒷 부분의 “변명”만 각인된다.
사과의 의미는 퇴색되고 갈등만 증폭된다.
차라리 변명을 앞에 내세우고, 뒷 부분을 사과의 말로 매듭지어라.
“… 해서 그랬던 것뿐이야.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경솔했고 그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
둘째로 절대 ‘조건부 사과’를 하지 마라.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등의 표현을 사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과는 가해자 쪽이 자신의 잘못을 애매하게 만들어 버리는 동시에 피해자가 마치 너무 예민하거나 속이 좁아서 ‘별 문제도 아닌데 기분 나빠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차라리 이런 문장을 구태여 사용하려면, 조건 문장의 주어를 ‘피해자인 상대방’보다는 ‘가해자인 자신’으로 하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차라리 “(당신이)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를 “(제가) 예의 바르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로 바꾸어 말해라.
세 번째로 ‘수동태형 사과’를 사용하지 마라.
“실수가 있었습니다”라는 수동태적 표현은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다.
‘실수는 있었지만, 자신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넌지지 내포한 책임회피형의 비겁한 사과다.
이런 사과는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것은 인정하되 책임이나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거부하려는 자세가 담겨 있다.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자아’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잘못으로부터 배우고 앞으로 더 잘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자아’로 나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눈에 뭐가 씌었는지 제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능동형으로 말해라.
사과를 받는 쪽에서도 적어도 ‘용서를 구하려는 의도가 담긴 진정한 사과’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카드로서의 사과’를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과를 하려거든 진정성 있게 하고, 그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칼을 든 강도가 등을 찔린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다.
“피해를 입혀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위험한 밤길에 다니지 마세요.”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잘 쓰는 화법이다.
사과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