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변화】《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의 의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와 산책을 나갔다.
산책로는 한가한데, 도로는 차량들로 많이 붐벼서 다소 당황했다.
겨우 30분 걸었는데, 저질체력인 또르는 힘들어서 헐떡인다.
6살인 또르(5년 9개월)는 사람으로 치면 벌써 30대에 접어 들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20-30대를 삼포세대라 불렀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어렵다며 스스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했다.
그들은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을 믿지 않는다.
집을 장만하는 것도 관심이 없고, 돈과 출세에도 큰 욕심을 두지 않는다.
경제적 물질적 풍요에 집착하지 않으며,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면서 소확행과 워라벨을 추구한다.
그런 그들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 만난 20-30대들의 의식은 분명히 달라졌다.
그들은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생리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나름의 합리적 소비를 한다.
카페에 앉아서 소확행이나 즐기던 커플이 부동산투자강의를 듣고 주식동호회에서 활동하거나 ‘임장(부동산현장답사) 데이트’를 즐긴다.
대학생이나 군인들도 공부를 하며 투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들은 “돈을 밝히면 못쓴다”는 말보다는 “돈에 밝지 못하면 정말 ‘못쓰게’ 된다”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고, 투자와 금융지식을 익히면서 투자에도 열정적이다.
명품 소비는 부끄러운 자본주의의 민낯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노력과 능력의 대가로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의 높지 않은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그들의 명품 구입은 언뜻 무분별한 사치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의 소비방식은 자기 나름대로의 취향과 자존감을 고려하여 철저히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실용적 성능과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면서 온라인 최저가 검색을 하거나 명품 렌탈을 활용하는 융통성을 보이는 등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젊은 자본주의 키즈(Kids)들은 무작정 물질주의자이거나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려는 이들은 “행복은 충동적으로, 걱정은 계획적으로”라는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인적 자본이 되어 이 어려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려 한다.
실제로 자본주의 키즈들의 투자활동은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된다.
국내 금시장이 개설된 이래로 거래규모 1조원 돌파를 앞둔 시범에서 등록계좌수의 연령별 비중은 30대가 38%로 가장 높다.
중·장년층의 투자영역인 부동산에도 가장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19년 서울지역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30대로 28.8%를 차지했다(7만 1,734건 중 2만 691건).
국내외 주식투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가급적 빠른 나이에 금융투자를 시작하고 목표한 자산을 달성하면 40대의 빠른 은퇴를 꿈꾼다고 한다.
화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된 이후에는 자산으로부터 얻는 투자수익금으로 생활하면서 여가활동이나 사회공헌 등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누리고 싶어한다.
가중되는 취업난과 경제적 불안이 이들에게 자본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현상으로 볼 수 있고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나로서는 다소 우려하는 점도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고 해서 황금만능주의에 빠지거나 돈에만 탐닉하는 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들이 분명히 있고, 그런 의식변화가 이런 가치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신호탄이 되어서는 안된다.
친절함과 호의, 나눔, 배려와 같은 소중한 가치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자본주의 키즈들 대부분은 돈에 대해 부지런히 공부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하지만, 자본주의의 탐욕성이나 양극화의 문제점, 불공정에 대한 인식도 매우 강해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고, 사회에 공헌하려는 의식도 강하다.
난 이런 젊은 세대들이 선한 자본주의를 만들어나가며 대한민국을 힘차게 이끌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의식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