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정관 자치법규,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차이>】《재건축조합이 ‘그 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여 청산금을 지급한다는 추상적 정관 조항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두4843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주택재건축사업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을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주택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3. 12. 24. 법률 제121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47조나 조합 정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부과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없다. 다만 구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므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관으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관 또는 정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으로는,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
2. 사안의 요지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재건축조합이 ‘그 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여 청산금을 지급한다는 추상적 정관 조항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⑵ 재건축조합의 분양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원고들이 피고 조합을 상대로 현금청산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자 피고 조합은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여 청산금을 지급받는다는 정관 조항에 근거하여 원고들의 조합 탈퇴 시점까지 발생한 사업비용의 공제를 주장하는 사안이다.
⑶ 대법원은, 정관의 규정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 항목과 분담 기준 등이 정관에 특정되거나 적어도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보아 개별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비용의 분담내역 등을 정하고 있지 않은 이 사건 정관 조항을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부의 공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라 이 사건 정관 조항을 근거로 정비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3.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406-434 참조]
가. 2016년 대법원 판례
2016년 대법원 판례는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하는 취지를 정관, 총회결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에 한하여 청산절차에서 정산하거나 별도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 부담이 허용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다207785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217412 판결(이하 ‘2016년 대법원 판례’라 한다)].
나. 기존 대법원 선례가 현금청산자에 대한 사업비 공제 항변을 배척한 논거
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조합원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 판결 등 참조).
⑵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는 이상, 그 이후 조합에 대한 조합원으로서의 의무, 즉 사업비, 청산금 등의 비용납부의무 등도 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47469, 47476, 47483 판결).
조합원의 정비사업비용 납부 의무를 규정하는 정관(제10조)의 규정만으로 조합에서 탈퇴한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한 비용 부담의 근거 규정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⑶ 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는 것으로서 그 규정이나 결의 또는 약정으로 특별히 정한 바가 없는 이상, 조합원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조합원이 조합원의 지위에서 얻은 이익을 당연히 소급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2850, 32867 판결 등 참조).
⑷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부과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의 정관에서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이전에 발생한 사업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기 발생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
다.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정리
기존의 판례 입장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정관 등 조합의 단체법상 자치적 결정 사항으로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정비사업조합 정관의 법적 성격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406-434 참조]
가. 정관의 성격과 구속력
⑴ 사단법인의 정관은 이를 작성한 사원뿐만 아니라 그 후에 가입한 사원이나 사단법인의 기관 등도 구속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성질은 계약이 아니라 자치법규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다12437 판결 등).
⑵ 재건축조합과 재개발조합은 공법상의 특수법인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단성을 가지므로, 재건축조합과 재개발조합의 정관 역시 그 구체적인 조항이 도시정비법 소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조합과 조합원에게 우선 적용되는 자치법규라 할 것이다.
⑶ 정관을 자치규범으로 볼 경우에는 이를 확정하는 총회결의에 참석한 조합원뿐만 아니라 그 결의에 참여하지 않거나 그 후에 가입한 조합원 등에 대하여도 구속력을 가지므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⑷ 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거나 정의에 어긋난 경우 외에는 단체적 질서를 규정한 것으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탈퇴 조합원에게 사업비를 공제하도록 하는 정관 조항이 잔존 조합원과의 형평의 원칙 등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다른 사유가 없다면 그 유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7. 7. 24. 자 2006마635 결정 참조).
나. 조합 설립 당시의 최초 정관에 규정되지 않은 사업비용의 부담 조항을 정관 변경을 통하여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
⑴ 이 사건과 같이 조합의 설립 시에는 비용 부담에 관한 내용이 없었으나 그러한 정관을 개정하여 현금청산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정하는 것은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에게 비용 부담을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서 현금청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적어도 정관 개정 이전에 발생한 비용을 위 정관에 따라 부담하도록 하지는 못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⑵ 그러나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 이루어진 개정 정관의 효력은 그들이 탈퇴한 이후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즉, 단체법의 법리란 단체가 집단적․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였으면 그에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도 따를 의무가 있음을 의미하므로, 현금청산 사유 발생 전에 총회결의를 통해 ‘탈퇴 시 정비사업비용 부담 의무’가 신설되었으면, 모든 조합원들에 대하여 내부적 구속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5. 정관 등에서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식 및 그 효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406-434 참조]
가. 문제점 제기
판례는 현금청산자에게 탈퇴 시점까지 발생한 사업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정관 등으로 정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업비를 부담시키는 이유와 근거, 어떤 방식으로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비사업조합에서 조합원은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정비사업을 통해 조합원 아파트를 분양받을 것인지,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도함으로써 프리미엄 상당의 이익을 취할 것인지, 또는 일정 시점에 현금청산을 통해 조합에서 탈퇴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손익 판단을 하게 되는데, 조합과 조합원 또는 조합원이었던 자들 사이에 현금청산자의 사업비 분담에 관하여 진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 사적 자치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금청산을 선택할 조합원들에게 판단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어, 현금청산 시의 손익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조합원의 조합 탈퇴 시점까지 발생할 사업비 항목과 비용액을 현금청산 시 점 이전에 개별적․구체적으로 정관 또는 총회결의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실무상 어렵다.
나.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여 청산금을 지급받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정관 조항에 따라 기 발생 사업비용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
⑴ 견해의 대립
① 긍정설(정관으로 현금청산자에게 일반적인 사업비를 종전자산 출자비율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는 조항은 유효하고 그에 따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다는 견해), ② 부정설 A(정관으로 현금청산자에게 일반적인 사업비를 종전자산 출자비율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는 조항은 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는 견해), ③ 부정설 B(정관에서 사업비 항목과 분담비율을 정하는 등으로 구체적․개별적 타당성을 갖추어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개별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한 사업비용의 부담 근거가 되므로, 추상적 비용 부담 조항만으로는 비용을 공제할 수 없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⑵ 소결
정관 규정에서 사업비 항목과 비용 범위 등에 관하여 구체적․개별적 타당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견해(부정설 B)가 타당하다.
현금청산 대상자에게는 사업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전제에서 사업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정관 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정관의 자치법규적 성질과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하여 채택하기 어렵고, 현금청산자에 대한 비용 부담의 내용을 정관 등에 구체적․개별적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정관에서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사업비용의 항목과 비용 범위 등을 규정하는 방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 정관상 비용 부담 규정의 적용에 관하여 재개발조합과 재건축조합을 별도로 구분하여 취급할 것인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406-434 참조]
가.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차이
‘정비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도시재생’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재건축사업보다는 재개발사업의 공공성이 보다 높다고 평가할 수 있고, 이러한 공공성의 차이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한 현금청산 방식의 차이에 반영되어 있다.
즉, 현금청산에 관하여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재개발사업의 경우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수용의 방식으로(구 도시정비법 제38조, 제40조), 재건축사업의 경우 집합건물법에서 정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방식으로(구 도시정비법 제39조) 토지 등 소유자의 종전자산을 취득하여야 한다.
나. 재개발․개건축조합의 성질상 차이점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의 차등 취급에 관한 검토
추상적 사업비용의 부담 조항만으로는 현금청산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부정설 B)를 취한다면 재개발, 재건축사업을 별도로 구분할 실익은 적다.
재개발조합과 재건축조합의 가장 큰 차이점은 ① 조합에의 강제 가입 여부와 ② 청산금 산정 시 개발이익의 반영 여부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고려하더라도 결국 재개발, 재건축조합별로 현금청산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비용 항목과 범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인데, 부정설 B를 취할 경우 구체적 기준이 없는 이상 일체의 비용을 부담시키지 못하는 결과는 동일하다.
7. 대상판결의 검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406-434 참조]
⑴ 재건축․재개발조합의 현금청산자에게 현금청산금을 지급할 때 또는 그와 별도의 절차로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정관 등으로 그러한 비용부담의 취지만 규정하면 되는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
⑵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관의 규정에 근거하여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 항목과 분담 기준 등이 정관에 특정되거나 적어도 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보아 개별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비용의 분담내역 등을 정하고 있지 않은 이 사건 정관 조항을 근거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부의 공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