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효력규정과 단속규정의 구분, 일임매매 및 투자일임업,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법적 성질(=단속규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관계당국에 투자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자와 사이에 체결된 투자일임계약이 사법(私法)상 무효인지 여부(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856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금융투자업 미등록자를 상대로 투자일임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부당이득 반환 등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사법상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규정을 위반하여 행하여진 경우,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또는 법원이 법률행위 내용의 실현에 대한 조력을 거부하거나 기타 다른 내용으로 효력이 제한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의 법적 성질(=단속규정)
[3]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권자가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 환산 기준 시기(=사실심 변론종결 시)
【판결요지】
[1] 사법상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규정을 위반하여 행하여진 경우에 법률행위가 무효인가 또는 법원이 법률행위 내용의 실현에 대한 조력을 거부하거나 기타 다른 내용으로 그 효력이 제한되는가의 여부는 당해 법규정이 가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법률효과에 관한 문제의 일환으로서, 법규정의 해석 여하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따라서 그 점에 관한 명문의 정함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정함이 없는 때에는 종국적으로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그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기타 효력 제한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하여 이를 정할 것이다.
[2]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를 위반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3]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금전채권인 외화채권을 채권자가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 법원이 채무자에게 이행을 명할 때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시로 삼아야 한다.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가 투자의 귀재인 피고를 믿고 약 10억 원 정도를 맡겨 피고가 위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였다.
수익금은 5:5로 나눠 갖기로 하고 손해가 나면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였는데 첫해에는 20억 원의 투자수익을 냈으나 이후 투자손실이 발생하였다.
⑵ 피고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과정에서 분쟁이 심해졌고, 결국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투자금 10억 원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사안이다.
⑶ 원고 청구 기각 및 상고기각 되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관계당국에 투자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자와 사이에 체결된 투자일임계약이 사법(私法)상 무효인지 여부)
⑴ 누구든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하고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여서는 아니되는바(자본시장법 제17조), 현 자본시장법 아래서도 일임매매의 사법상 유효성이 여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관계당국에 투자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자와 사이에 체결된 투자일임계약이 사법(私法)상 무효인지 여부가 핵심쟁점이다.
⑵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에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⑶ 원고가 금융기관에 외환거래계좌를 개설하여 금원을 입금하면 피고가 원고로부터 투자를 일임받아 이를 운용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 50%씩을 나누어 가지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단속규정에 불과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투자일임계약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미등록 영업행위로서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3. 법률에 위배된 법률행위의 효력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20-126 참조]
가. 문제의 소재
이는 기존에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의 구별 또는 효력규정인 단속법규와 단순 단속법규의 구별 등의 문제로 논의되었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법률에 위배된 법률행위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 유·무효의 판단기준 (= 강행규정과 임의규정, 효력규정과 단속법규의 구별)
⑴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⑵ 이와 달리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27000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28236 판결(문화재수리업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금지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를 위반한 명의대여 계약이나 이에 기초하여 대가를 정산하여 받기로 하는 정산금 약정은 무효)].
⑶ 특히 금지규정이 이른바 공법에 속하는 것인 경우에는, 법이 빈번하게 명문으로 규정하는 형벌이나 행정적 불이익 등 공법적 제재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금지규정이 그러한 입법자의 침묵 또는 법흠결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까지 그 효력을 미쳐서 당해 법률행위의 효과에도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금지규정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윤리적 상황과 그 추이, 금지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이 전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또 그 이익 등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평가를 받는지, 금지되는 행위 또는 그에 기한 재화나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어느 만큼 반사회적인지, 금지행위에 기초하여 또는 그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재화 또는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는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당해 금지행위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기타 관계 법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다. 구체적 사례
⑴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동산중개업법’이라고 함) 제2조 제1호, 제3조, 제20조 제1항,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3조의2 제1항은, 중개업자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토지, 건물 등의 거래알선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중개 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 쌍방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일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중개수수료의 한도는 매매·교환의 경우 거래가액에 따라 0.2%에서 0.9% 이내의 범위에서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중개업법 제15조 제2호는 중개업자가 위에서 정하여진 수수료의 한도를 초과하여 금품을 받거나 그 외에 사례 등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금품을 받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같은 법 제22조 제2항 제3호는 위와 같은 금지행위를 한 경우 등록관청이 중개업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같은 법 제38조 제2항 제5호는 위와 같은 금지규정을 위반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 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제1조), 중개수수료의 한도를 정하는 한편 이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부동산중개업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이하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이라고 함) 또는 그 한도를 초과하여 받기로 한 중개수수료 약정의 효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개업자가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여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물론 위와 같은 금지규정 위반 행위에 의하여 얻은 중개수수료 상당의 이득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투기적·탈법적 거래를 조장하여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또한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의 주된 규율대상인 부동산의 거래가격이 높고 부동산중개업소의 활용도 또한 높은 실정에 비추어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국민 개개인의 재산적 이해관계 및 국민생활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수수료를 수령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행정적 제재나 형사적 처벌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 소정의 한도를 초과한 중개수수료 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은 중개수수료 약정 중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0다54406, 54413 판결 등 참조). 이와는 달리, 위 금지규정은 단속규정에 불과하고 효력규정은 아니라고 봄으로써 그 한도를 초과한 수수료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70972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
⑵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부동산중개업법’이라고 한다) 및 같은 법 시행령(2005. 12. 30. 대통령령 제1924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등록관청에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여야 하고(법 제4조 제1항), 공인중개사 또는 법인만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할 수 있으며(법 제4조 제4항, 시행령 제5조),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중개업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38조 제1항 제1호)고 정하고 있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특별시장 등이 시행하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항), 미성년자,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등 일정한 결격사유가 있으면 공인중개사가 될 수 없으며(법 제7조),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한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보증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공탁하여야 한다(법 제19조 제3항). 부동산중개업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보호에 기여함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법 제1조),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업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투기적·탈법적 거래를 조장하여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 또한 부동산중개업 관련 법령의 주된 규율대상인 부동산이 그 거래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비추어 전문성을 갖춘 공인중개사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부동산거래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만약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증보험 등에 의한 손해전보를 보장할 수 있는 등 국민 개개인의 재산적 이해관계 및 국민생활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한 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⑶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 사이의 직접 거래의 효력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의 규정 취지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거래상 알게 된 정보 등을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데 이용하여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있게 될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여 중개의뢰인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에 위반하여 한 거래행위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에 위반한 거래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중개의뢰인이 직접 거래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거래 등도 단지 직접 거래라는 이유로 그 효력이 부인되어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9677 판결).
⑷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를 위반한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에서 금지하는 탈법행위가
사법상 당연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중략) 공정거래법은 제10조의2 제1항과 제15조를 위반한 경우 시정조치를 명하거나(제16조 제1항), 과징금(제17조 제2항) 또는 형벌(제66조 제1항 제6호, 제8호)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제10조의2 제1항과 제15조를 위반한 행위의 사법상 효력에 관해서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그 문언상 제10조의2 제1항을 위반한 행위가 일단 사법상 효력을 가짐을 전제로 하는 비교적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은 제10조의2 제1항을 위반한 행위가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로서 채무보증의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제5호). 이는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채무보증이 사법상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이고, 그 채무보증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다고 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위와 같은 채무보증을 사법상 무효라고 보았다면 굳이 시정조치로 그 취소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둘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의 문언해석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취소되기 전까지는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을 위반한 채무보증은 일단 사법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의 적용을 면탈하려는 제15조를 위반한 탈법행위도 사법상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은 공정거래법이 다른 금지대상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상 무효라거나 그 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4항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등은 사업자 간에 있어 이를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제16조 제2항은 ‘기업결합의 제한,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설립제한 등을 위반한 회사의 합병 또는 설립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의 합병 또는 설립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국내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나 그 탈법행위를 금지하여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위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효력을 부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만일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로 본다면, 국내계열회사에 대하여 이러한 행위를 한 회사는 그로 인한 이득을 얻고도 아무런 대가 없이 보증채무 등 그 채무를 면한다. 반면 그 거래 상대방인 금융기관은 인적 담보를 상실하고 채권 미회수 위험이 증가하는 피해를 본다. 나아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와 같이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라 채무보증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금융기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위험도 있다.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단서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17조의5는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이 허용되는 예외사유를 비교적 넓게 정하고 있다. 이처럼 공정거래법이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넓은 예외사유를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가 그 자체로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여야 할 만큼 현저히 반사회성이나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27000 판결).
⑸ 투자일임업 등록 없이 이루어진 일임매매 약정의 효력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17조가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함에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그 사법상의 효력까지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여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이를 위반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므로,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8562 판결).
라. 강행법규 위반인 경우의 법률효과
⑴ 법률행위의 무효
① 강행법규에 위배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그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도2154 판결,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본소), 2003다2406(반소) 판결 참조].
② 무효인 약정에 기초하여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이행을 구하는 급부의 내용을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정리하거나 일부를 가감하였다 하더라도 무효인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상 그 급부의 이행 청구가 허용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7890 판결 : 원심은,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개설을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 규정에 위배하여 의료기관을 이미 개설한 이후에 동업자인 원고와 소외인 및 피고 사이에 ○○한방병원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한 비용의 부담에 관한 약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서가 강행 규정 위반의 무효인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사실심의 증거들에 의하면, 한의사인 원고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소외인이 2007년 9월경 원고가 소외인에게 원고 명의로 ○○한방병원을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줌과 아울러 진료업무를 담당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소외인으로부터 월 95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는 한편, 소외인은 행정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입원환자 관리, 직원 인사 및 급여, 병원 수입과 지출 관리 등의 제반업무를 책임지며, 병원의 손익 또한 소외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이하 ‘제1차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앞서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제1차 약정이 강행 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되어 무효임은 명백하다. 한편 이 사건 각서는, 소외인 및 그의 처인 피고가 연대하여 원고에게 ○○한방병원 운영과 관련하여 원고가 부담하고 있거나 부담하게 될 4대 보험료 등 각종 채무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서 작성으로 인해 체결된 약정 중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부분은, 새로운 약정의 형식을 통해 무효인 제1차 약정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무효이고, 그 부분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각서 작성으로 인해 발생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연대하여 부담하겠다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분 또한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③ 예를 들어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하여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별개의 반환약정에 기초하여도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⑵ 부당이득의 반환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인 약정에 기초하여 급부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제103조에서 말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한 곧바로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그 무효인 약정으로 인하여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⑶ 강행법규 위반과 진술·보장 조항의 관계
①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계약의 체결이 관련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그 계약의 이행을 진술·보장하였는데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해당하므로 일종의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 참조).
②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경우에 그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진술·보장 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강행법규가 금지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결과가 되고, 이러한 경우에는 진술·보장 조항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203551 판결 : 甲 주식회사 등이 乙 농협으로부터 매수한 인삼·홍삼 원료를 가공하여 만든 홍삼제품을 丙 주식회사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기 위하여 丁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丙 회사 또는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乙 농협으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으로 대출금을 변제하기로 하였고, 甲 회사 등, 乙 농협, 丙 회사, 丁 회사 등이 체결한 제품매매계약에서 丙 회사가 매입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 乙 농협이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며, 乙 농협은 ‘본 계약을 체결 및 이행하는 것은 乙 농협의 목적사업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乙 농협의 설립근거법 기타 관련 규정에 위배되지 않음’을 보장하고 위반 시 甲 회사 등에 그로 인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丙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품을 매입하지 못하자 丁 회사 등이 乙 농협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2차적인 매입의무의 이행을, 예비적으로 진술·보장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丁 회사 등은 대출금 채권자일 뿐 제품의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아닌데도 계약당사자로서 매도인인 甲 회사 등, 1, 2차 매수인인 丙 회사와 乙 농협과 함께 제품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제품매매계약에서 丙 회사에 1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乙 농협에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매매대금을 대출원리금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한 목적은 甲 회사 등이 丙 회사 또는 乙 농협으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丁 회사 등이 대출원리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농업협동조합 중 품목조합에 해당하는 乙 농협이 제품매매계약에 따라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甲 회사 등의 丁 회사 등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보증한 것에 해당하여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 제112조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에도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의무불이행 당사자에 대해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면, 강행법규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丁 회사 등이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乙 농협에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4. 효력규정과 단속규정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김유성 P.313-351 참조]
가. 효력규정과 단속규정의 구분
⑴ 법률행위의 유효요건으로서 적법성
법령 중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와 관계가 있는 규정’이 강행규정이다(민법 제105조).
강행규정은 다시 효력규정(협의의 강행규정)과 단속규정으로 나누어, 효력규정을 위반하면 무효이나 단속규정을 위반하면 벌칙의 적용이 있을 뿐이고 행위 그 자체의 민사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 및 통설의 태도이다.
다만 단속규정에 해당하더라도, 위반자의 반사회성 내지 주관적 인식 등을 고려하여 단속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사법상 효력이 검토될 여지가 있다.
⑵ 효력규정의 판단 기준
판례가 판시한 효력규정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법률에서, 일정한 규정에 위반된 법률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정하고 있다면 그에 의한다.
예를 들면,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정하고 있으므로(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이 규정과 달리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명의신탁에 기초한 소유권이전등기로 무효이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 또한 법률에서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 이를 위반한 계약은 무효이다.
해당 법령 위반의 법률행위의 효력이 당해 법률에 정해지지 않은 경우, 학설은 대체로 법규정의 입법취지와 가능에 따라 효력규정 또는 단속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은 다양한 고려요소를 들고 있고, 판례도 대체로 이러한 학설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① 법률행위를 유효․무효로 함으로써 생기는 사회경제적 영향
② 그 법규의 입법 취지가 법규의 규정하는 내용 그 자체의 실현을 금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지 여부
③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의 윤리적 비난의 정도
④ 당사자 간의 신의, 공정
㈐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의 중개수수료 지급약정 사건(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에 관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규정들을 효력규정으로 보아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 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이다.
다만 판례가 설시한 판단의 기준은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에는 위 각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 규정에 위반된 법률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점이 주된 판단기준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자격요건, 등록제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
⑴ 자격요건, 등록제 등 위반
법률이 특히 엄격한 표준을 정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일정한 업무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규는 효력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통설이고, 따라서 그러한 허가나 면허를 받은 자가 그 명의를 빌려주는 계약은 일반적으로 무효라고 해석되어 왔다.
구체적인 판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직업안정법 위반 사건(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6130, 56147 판결) : 구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노동부장관의 허가를 얻지 않은 자의 근로자공급 사업 금지)의 효력이 문제되었다.
위 법에 위반한 근로자공급계약에 기초하여 근로한 자들이 근로를 제공한 회사에 임금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으나, 임금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수긍하였다.
② 변호사법 위반 사건 I(대법원 1978. 5. 9. 선고 78다213 판결) : 구 변호사법 제48조(변호사 아닌 자가 소송대리하고 이익을 받기로 약정하는 것 금지)의 효력이 문제 되었다. 변호사 아닌 자가 소송을 수행해주기로 하고 승소사례금의 대물변제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사안에서 위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사례이다.
③ 변호사법 위반 사건 II(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다카1802 판결); 구 변호사법 제48조(변호사 아닌 자가 소송대리하고 이익을 받기로 약정하는 것 금지)의 효력이 문제 되었다. 변호사 아닌 자가 소송을 수행해주기로 하고 상대방 명의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한 경우, 위 소송대리인 선임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사례이다.
④ 담배사업법 위반 사건(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1782 판결) : 구 담배사업법 제12조 제1항(한국담배인삼공사가 제조한 담배는 공사가 위 법 소정의 도매업자 또는 소매인에게 이를 판매하여야 한다고 규정)의 효력이 문제되었다. 법 소정의 도매업자 등이 아닌 원고들이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직원들과 담합하여 소매인으로 가장하여 담배를 구매하고 그 대금을 납부한 사안에서 원고들의 물품대금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⑤ 의료법 위반 사건 I (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 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규정)의 효력이 문제되었다. 의료인과 의료인이 아닌 자 사이에서 의료기관 개설에 관하여 체결한 동업약정의 효력을 부정한 사례이다.
⑥ 의료법 위반 사건 II(대법원 1974. 3. 12. 선고 73다1736 판결) : 구 의료법 제30조 제1항(병원을 개설하지 않은 의료인의 의료행위 금지 규정)의 효력이 문제 되었다. 병원을 개설하지 않은 의료인의 치료비청구권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이다.
⑦ 소결 :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증권거래법’이라 한다)상 증권업허가제의 취지에 관하여 판례는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증권업자의 인적, 물적, 재산적 요건을 심 사하고 재무건전성과 건전한 영업질서의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357 판결).
투자일임업 관련 등록을 요구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정한 표준을 정하여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일정한 업무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금융투자업자는 그의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 줌으로써 금융투자업을 영위하게 할 수 없고(자본시장법 제39조), 그 명의를 빌려주는 계약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투자일임업에 대한 등록제가 강학상 허가제에 해당하거나 미등록 투자일임업에 따른 투자자 및 국민경제에 대한 위험성이 사회통념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⑵ 행정법규, 특히 경찰법규 위반의 경우
경찰법규는 공공의 안전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국민의 자연적 자유를 제한하는 단속규정으로 이에 위반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예컨대, 무허가 음식점의 유흥영업행위 또는 음식물을 파는 행위, 공무원의 영리행위,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 하는 총포화약류의 거래행위도 모두 유효하다.
경찰법규 위반에 관한 위 논의는 신고, 등록, 허가 등에 관한 규정이 경찰법규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도 그 성질은 강학상 허가, 특허, 면허의 성질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만약 등록, 허가 등을 받기 위해 법령이 특정한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경우 등의 경우에는 단순한 경찰법규로 단속규정으로 속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 자격요건의 중요성 등 그 취지를 살펴 효력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⑶ 구 증권거래법 및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의 효력규정 여부가 문제 된 사례
① 이익보장의 금지 관련 규정(강행규정)
자본시장법 제55조 제1~4호(구 증권거래법 제52조와 동일)는 증권회사 또는 그 임직원의 부당권유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 조항에 위배하여 증권회사 등이 체결한 투자수익약정을 무효라고 보았다(대법원 1980. 12. 23. 선고 79다2156 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38199 판결 : 증권거래법 제52조 제1호는 공정한 증권거래질서의 확보를 위하여 제정된 강행법규로서 이에 위배되는 주식거래에 관한 원심 인정과 같은 투자수익보장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함).
동일한 내용의 구 자산운용업법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를 효력규정으로 판단한 사례로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두31767 판결이 있다.
② 증권회사 등이 이미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하는 약정의 효력(= 무효)(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1다2129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다30718 판결)
③ 사인 간의 수익보장 약정의 효력(= 유효)(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다40547 판결)
④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규제 위반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투자자와 직접 상대하는 금융투자업자의 행동을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 규제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제4장 영업행위규칙), 금융위원회는 별도로 ‘금융투자업규정’을 제정하여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를 감독하고 있다.
투자자와 금융투자업자 사이의 거래가 이들 규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경우 그 사법적 효력이 문제 된다.
대법원은 투자자가 증권회사 직원에게 보관증을 받고 금전을 교부하는 등 변칙적인 거래를 행한 사례에서 위탁계약이 수탁계약준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81. 9. 22. 선고 81다570, 571 판결), 위 탁자의 기명날인이 없는 매수주문표를 이용하여 거래가 이루어진 사안에서 수탁계약준칙에 의하면 위탁자가 매수주문표에 기명날인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에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 거래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26632, 26649 판결).
⑤ 소결
이익보장과 같은 부당권유를 금지하는 1차적인 이유는 금융상품 거래질서유지를 위하여 손실전보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 있으나, 2차적으로는 금융상품투자는 본질적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하에 위험성을 감내하고 거래하는 것이어서 위 규정에 위반된 이익을 투자자에게 보유시키면 이러한 거래를 막을 수 없어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큰 위험을 부담시키게 되고, 자본시장의 안정을 해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달리 사인 간의 수익보장약정은 이로 인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내지 거래의 관행 및 질서 등의 왜곡을 야기할 위험성이 크지 않아, 위 규정에 위반된 이익을 투자자에게 보유시키는 것을 금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률이 엄격한 표준을 정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일정한 업무를 허용하는 경우, 그 법규는 효력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통설과 판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정한 등록요건을 갖춘자에게만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이 입법 목적인지, 즉 ‘투자일임업 등록 없는 일임매매 전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일임매매 및 투자일임업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김유성 P.313-351 참조]
가. 일임매매
⑴ 일임매매의 정의
일임매매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 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하여 금융투자상품의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
⑵ 투자일임업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이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하여 금융투자상품 등을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자본시장법 제6조 제8항).
일임매매를 영업으로 하는 것을 투자일임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⑶ 불특정금전신탁
위탁자가 신탁재산인 금전의 운용방법을 지정하지 아니하는 금전신탁을 의미한다 (자본시장법 제103조 제3항,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3조 제2호).
1인의 위탁자가 위탁한 금전을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단독 운용하는 것은 신탁업에 해당한다.
위탁자의 지정 없이 수탁자가 금전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일임매매와 유사하나,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점에서(신탁법 제2조), 일임매매와 차이가 있다.
⑷ 임의매매
자신이 관리하는 투자자 계좌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투자자의 주문 없이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은 임의매매금지규정을 두고(자본시장법 제70조), 그 위반에 대하여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자본시장법 제444조 제7호).
투자매매업자 등이 투자자의 위탁 없이 또는 위탁계약에 따른 권한 범위를 넘는 거 래를 한 경우에도 증권시장에서의 매매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자가 그 거래를 추인하지 않은 이상 투자자에게 그 매매의 결과를 귀속시킬 수 없다.
이 경우 투자자로서는 투자매매업자 등에 대하여 거래를 추인하여 유효를 주장하거 나, 거래가 투자자에 대하여는 무효임을 전제로 거래대금 상당액의 예탁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투자자가 임의매매를 추인한 경우 종전의 임의매매가 적법, 유효한 거래로 되므로 그로 인한 손익은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투자자가 임의매매를 추인하면 임의매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128 판결).
나. 구 증권거래법상 일임매매의 사법상 효력
⑴ 증권회사가 체결한 포괄적 일임매매의 효력(= 유효)
구 증권거래법상 증권회사는 ‘투자일임업’을 겸영할 수 있었다(구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36조의2 제1항 제3호).
증권회사는 투자일임업을 겸영하지 않아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일임매매가 허용되었다.
위 일임매매는 수량, 가격 및 매매시기에 한해서만 일임이 허용되었다(구 증권거래법 제107조).
그러나 실제로는 일임매매가 대부분 증권의 수량․가격․매매시기뿐만 아니라 그 종류와 종목까지 일임받아 행해졌고, 이로 인한 투자자와의 분쟁이 잦았으며, 2002~2004년 사이에 금융감독원의 증권부문에 대한 분쟁조정신청 건수 중 일임매매 관련 분쟁의 비중은 약 30% 정도였다고 한다.
판례는 대법원 1979. 3. 27. 선고 78다2483, 2484 판결 이래 위 법상 허용되는 일임 매매 이외의 증권회사와 사이의 ‘포괄적 일임매매’도 유효한 것으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128 판결).
⑵ 미등록 투자일임업자 등이 체결한 포괄적 일임매매의 효력(= 유효)
판례는 미등록 투자일임업자 등이 체결한 포괄적 일임매매도 유효한 것으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621 판결 : 원고들이 선물거래에 관하여 개인인 피고 2 및 미등록 투자자문회사인 피고 ○○ 투자자문 주식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포괄적 투자일임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
다. 투자일임업 제도의 변천
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 시 투자자문업자 및 증권회사의 겸영업무로서 투자일임 업 제도가 도입되었고, 최초 도입 당시에는 허가제로 운영하였으나, 과도한 진입장벽이라는 비판에 따라 1999년 등록제로 변경되었다.
2004년 구 자산운용업법 제정으로 구 증권거래법상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이 자산운용업법으로 이관되었다.
구 증권거래법상 투자일임업은 유가증권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구 자산운용업법 은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하였다(구 자산운용업법 시행령 제4 조 제1항).
6.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과 일임매매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김유성 P.313-351 참조]
가. 자본시장법의 제정 및 시행
자본시장법은 ① 포괄적 금융투자상품개념의 도입, ② 기능별 규제의 도입, ③ 업무범위의 확대, ④ 투자자 보호의 강화 등 4가지 점에 주력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구 증권거래법 등에 비하여 법의 적용대상인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고, 동일한 금융투자업은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하였으며, 금융투자업자의 업무범위를 확대하였다.
투자자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구분하고, 일반투자자에 대한 설명의무, 투자목적 등 파악 의무, 적합성 원칙 등을 내용으로 투자권유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였다.
나.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과 일임매매
⑴ 구 증권거래법과의 차이점 등
자본시장법 제정 과정에서 일임매매거래의 제한적 허용규정은 삭제되었다.
자본시장법상 일임매매를 하고자 하는 금융투자업자는 투자일임업등록을 하고 그에 대한 영업행위규제 등 법규제를 준수하여야 한다.
투자일임업 관련 진입규제는 구 자산운용업법과 동일(구 자산운용업법 제145조 제1항 제2호)하게 등록제이다.
⑵ 유사투자자문업에 관한 최근 입법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여 발행되는 간행물, 전자우편 등에 의하여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 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관한 조언 등을 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자본시장법 제101조 제1항).
2017년말 기준 1,596개의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신고 및 활동을 하고 있으나, 최근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시세조종 등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과 같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행위 및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피해자 구제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수리하지 아니할 법적 근거 신설, 신고 시 교육의무 부과, 신고사항 직권말소 사유 신설, 금융감독원의 감독권한 부여 등을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제101조를 개정하였다 [2018. 12. 31. 법률 제16191호로 개정된 자본시장법(2019. 7. 1. 시행)].
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 등록절차 등
⑴ 투자일임업 등록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아니하고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없고(자본시장법 제335
17조), 미등록 영업행위는 형사처벌된다(자본시장법 제445조 제1호).
⑵ 등록요건
등록요건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법적 형태: ① 상법상 주식회사이거나 ② 일정 범위의 금융기관(자본시장법 제18 조 제2항 제1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등의 법적 형태
◎ 최저자본금: 일반투자자 및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15억 원,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5억 원(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별표 3])
◎ 기타 요건: ① 상근 임직원 2인 이상의 투자운용인력(자본시장법 제18조 제2항 제3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조 제4항), ② 금융투자업자와 투자자 등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를 갖출 것(자본시장법 제18조 제2항 제6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조 제8항)
◎ 경영건전성 요건: ① 경영건전성 기준 등 시행령이 정하는 건전한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자본시장법 제18조 제2항 제5의2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 조 제7항, 제16조 제8항), ② 대주주도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등 시행령이 정하는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자본시장법 제18조 제2항 제5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1조 제5항)
⑶ 등록절차
금융위원회는 등록신청서 접수 이후 그 내용을 검토하여 2개월 이내에 금융투자업등록 여부를 결정하고, 통지하여야 한다(자본시장법 제19조 제2항 전단).
이때 금융위원회에 심사권이 있는지가 문제 된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이 금융위는 금융투자업등록의 신청내용에 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그 신청내용이 법 제18조 제2항의 등록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자본시장법시행령 제22조 제4항), 등록 시의 ‘검토’와 인가 시의 ‘심사’를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문제 된다.
이에 대하여 ① 자본시장법은 금융위가 등록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 등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인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등록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법 제19조 제4항), ② 인가요건과는 달리 등록요건에는 사업계획의 건전성, 타당성과 같은 실질적 기준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점 등에 비추어 등록 시 금융위의 ‘검토’는 인가 시의 ‘심사’와는 달리 주로 형식적 요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등록요건의 구비 여부에 대한 형식적 심사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견해가 있다.
등록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법자는 등록제를 통하여 투자일임업의 운영 자격을 자본시장 관련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등록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자본시장의 거래질서를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등록요건이 객관적으로 정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심사권한은 형식적 심사권에 불과하고,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등록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7.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성격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김유성 P.313-351 참조]
① 무효설(효력규정설)과 ② 유효설(단속규정설)의 대립이 있다.
판례는 구 자산운용업법상 미등록 투자일임업자 등과 체결한 일임매매계약 및 구 증권거래법상 포괄적 일임매매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모두 인정하였다.
금융투자상품투자는 본질적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하에 위험성을 감내하고 거래하는 것인데, 투자자의 위 손실을 보전시키면 이와 같은 거래를 막을 수 없어 장기적으로 금융상품 거래 질서가 유지되지 않아 투자자에게 더 큰 위험을 부담시키게 된다.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일임매매 자체를 무효로 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8. 대상판결의 내용분석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위반하여 관계당국에 투자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자와 사이에 체결된 투자일임계약이 사법(私法)상 무효인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9-40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9호, 김유성 P.313-351 참조]
가. 판결의 요지
현재의 자본시장법 체제 아래에서 투자일임계약의 효력을 부인한다면 거래안전 등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사법상 효력은 단속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약정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신의칙에 반한다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도 아니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약정은 자본시장법 제17조의 탈법행위에 해당하나 그 사법상의 효력은 부인되지 아니한다.
나. 일임매매약정 무효 주장
⑴ 대법원 2008다75119 판결은 허가 받지 않고 부동산중개업을 하면 중개약정 및 수수료 약정이 모두 무효로 보았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한 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에 관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관련 규정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⑵ 목적론적 접근을 한 것인데, 부동산중개업은 부동산중개인 시험제도가 생기면서 자격제로 변경되었고, 자격증 제도의 완성을 위해서 처벌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중개수수료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지급한 것이 있으면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무허가 중개업자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강행규정이라는 판시를 낸 것이다.
⑶ 대상판결을 살펴보면, 먼저 일임매매약정 무효 주장이 있다.
원고 주장의 요지는 피고가 등록 없이 금융투자업을 하였으므로 수익금 약정이 무효라는 것이다.
원고가 피고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10억 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융투자업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규정은 단속규정이다.
⑷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로 보아 개인 간의 위와 같은 거래를 봉쇄하고 사회에서 몰아낼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17조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볼 필요가 적다고 보았다.
* 자본시장법 제17조(미등록 영업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금융투자업등록(변경등록을 포함한다)을 하지 아니하고는 투자자문업 또는 투자일임업을 영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⑸ 자본시장법은 법인이 사업으로서 금융투자업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고, 개인이 친구로부터 부탁받고 투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필요성이 적고, 개인의 자유에 맡길 여지가 크다.
다. 자본시장법 98조의2 위반 주장
⑴ 그 다음으로 자본시장법 98조의2 위반 주장을 살펴보자.
원고 주장의 요지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자는 업무시간에 따른 수수료 외에 성공보수약정을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투자자문업자가 수익금을 나눠 갖는 약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⑵ 결론적으로, 자본시장법 제8조 제1, 5, 6항에 의하면, 투자자문과 관련한 투자결과 또는 투자일임재산의 운용실적과 연동된 성과보수를 받는 행위를 금지한 제98조의2의 적용을 받는 투자자문업자나 투자일임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여 이를 영위하는 자를 의미하므로 투자자문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피고는 위 제98조의2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⑶ 문언상 위 규정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자문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에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여지도 없고 준용할 필요도 없다.
라. 외화채권 환산의 기준시
⑴ 당사자들이 달러로 지급하기로 계약한 경우
채무자는 달러로 갚아야 하는데, 다만 갚는 날 환율로 계산한 한화로 대신 갚을 수도 있다.
* 민법 제378조(외화채권) 채권액이 다른 나라 통화로 지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지급할 때에 있어서의 이행지의 환금시가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다.
⑵ 환산 기준 시점 : 사실심 변론종결시
1심 법원이 1심 변론종결시 환율을 적용해 놓았는데,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를 모두 배척하는 경우 항소기각해도 되는걸까?
그렇지 않다. 1심 변론종결시 환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파기될 수도 있다.
민사 항소심은 속심이기 때문에 항소심 변론종결시 환율로 다시 계산하여야 한다.
9. 단속규정과 강행규정(효력규정)
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의 사법적 효력[= 강행규정(효력규정)과 단속규정]
법령을 위반한 법률행위가 사법적으로 유효한지에 관하여,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규정에 위반한 행위의 사법적 효력이 부정됨)과 단속규정(국가가 일정한 행위를 단속할 목적으로 이를 금지,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에 위반한 법률행위의 사법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음)으로 구별된다.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그 규정에 위반한 행위의 효력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에 따른다는데 이견이 없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변동은 무효라고 정한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그런데 법률에서 위반행위의 효력에 관해 정하지 않는 경우 강행규정인지 단속 규정인지 문제 된다.
나. 구별기준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은 단속규정과 효력규정의 구별 방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사법상(私法上)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규정에 위반하여 행하여진 경우에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가 또는 법원이 법률행위 내용의 실현에 대한 조력을 거부하거나 기타 다른 내용으로 그 효력이 제한되는가의 여부는 당해 법규정이 가지는 넓은 의미에서의 법률효과에 관한 문제의 일환으로서, 다른 경우에서와 같이 여기서도 그 법규정의 해석 여하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따라서 그 점에 관한 명문의 정함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러한 정함이 없는 때에는 종국적으로 그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그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기타 효력 제한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하여 이를 정할 것이다. 특히 금지규정이 이른바 공법에 속하는 것인 경우에는, 법이 빈번하게 명문으로 규정하는 형벌이나 행정적 불이익 등 공법적 제재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금지규정이 그러한 입법자의 침묵 또는 법흠결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까지 그 효력을 미쳐서 당해 법률행위의 효과에도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금지규정의 배경이 되는 사회경제적․윤리적 상황과 그 추이, 금지규정으로 보호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 그리고 반대로 그 규정에 의하여 활동이 제약되는 당사자 또는 이익이 전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지 또 그 이익 등이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평가를 받는지, 금지되는 행위 또는 그에 기한 재화나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어느 만큼 반사회적인지, 금지행위에 기하여 또는 그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재화 또는 경제적 이익의 변동 등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는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당해 금지행위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기타 관계 법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안)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구 「국가를 당 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여부(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한 것이 무효인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법령 위반행위를 무효로 보는 기준을 달리하였다. 다수의견은 계약담당자 등은 위 규정의 취지(공공계약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예산을 낭비하거나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한 이익․불이익 주는 것 금지)에 배치되지 않는 한 계약상대자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있고,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위 규정을 위반한 계약의 효력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사적자치의 원칙상 계약을 무효로 보는 것은 공공복지․정의․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한다. 반면 반대의견은 위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보고, 강행규정과 단속규정 구별기준에 관한 일반 법리를 설시하면서 법률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이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 법질서의 통일성과 일반성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다수의견보다 무효로 보는 범위가 비교적 넓다.
결국 금지규정 위반의 법률행위 사법적 효력에 관하여 명문규정이 없는 경우 ① 입 법취지(유효로 하면 규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거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 ② 보호법익(법익 보호의 필요성이나 관련된 공공의 이익이 강할수록 무효로 볼 여지가 커짐), ③ 위반행위의 중대성․반사회성(당사자의 의도와 비난가능성), ④ 당사자․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당사자 간의 신의․공평, 거래안전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단속규정으로 본 대법원판결
①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타인 간의 거래 행위를 중개한 경우 등과 같이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중개 수수료 지급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가 아니라고 하였다.
②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9677 판결은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6호를 위반한 행위는 유효라고 하였다.
③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7다274758 판결은 명의이용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자 동차 소유자와 전세버스 운송사업자 사이에 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지입계약은 유효라고 하였다.
④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5다227000 판결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조의2 제1항, 제15조를 위반한 채무보증이나 탈법행위가 사법상 무효는 아니라고 하였다.
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다258562 판결은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위반한 행위는 사법상 유효라고 하였다.
⑥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94824 판결은 종자업을 하거나 일부 종자의 판매 등을 하는 경우 등록 또는 신고를 할 것을 규정(구 종자산업법 제137조 및 제138조 제3항)하고 이에 위반하면 형사처벌하지만, 무등록, 미신고 상태에서 보호품종 수입, 생산,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그 행위가 사법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⑦ 임대주택 관련 법령에 관하여 단속규정으로 본 예는 다음과 같다. 임대의무기간 1/2 경과 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양전환에 관한 합의가 있는 경우 시장 등에게 분양전환신고를 한 후 매각하도록 한 규정은 단속규정으로, 분양전환신고가 없어도 분양전환이 무효는 아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59589, 59596 판결).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조건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임대차계약이 무효는 아니다(대법원 2000. 10. 10. 선고 2000다32055, 32062 판결).
라. 강행규정에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 주장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471-1473 참조]
⑴ ‘의료법인이 재산을 처분하려면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48조 제3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⑵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신의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만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다63937 판결).
◎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다63937 판결 : 사업영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폐업조치되고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되었으며 파산선고까지 받은 의료법인이 그 사용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기본재산 처분에 관하여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주어야 할 입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동산을 낙찰받아 운영해 오고 있는 의료법인에 대하여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한 사례(‘시ㆍ도지사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본 사안임).
마. 문화재수리업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금지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여부(대법원 2020. 11. 2. 선고 2017다228236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문화재수리업의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문화재수리업자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은 다음 그 명의로 문화재수리를 수급하여 시행하면서 문화재수리업자와 대가를 정산하여 받기로 하는 이 사건 정산금 약정이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인지 여부(적극)이다.
⑵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⑶ 이와 달리 금지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참조).
⑷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재수리법’이라 한다)은 제21조에서 문화재수리업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문화재수리업자의 명의대여 행위를 금지한 문화재수리법 제21조는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대여 계약이나 이에 기초하여 대가를 정산하여 받기로 하는 이 사건 정산금 약정은 모두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⑸ 원고는 문화재수리업자인 피고 ○○종합건설 주식회사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은 다음 그 명의로 문화재수리법에서 정한 문화재수리에 해당하는 이 사건 1차 공사와 이 사건 2차 공사를 수급하여 공사를 하면서 원고가 시공한 부분의 총원가에서 각종 보험료를 공제하고 명의대여 대가인 이른바 부금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정산하여 받기로 하는 이 사건 정산금 약정을 하였다고 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정산금의 지급을 청구함. 원심은 이 사건 정산금 약정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을 수긍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바. 농업협동조합이 다른 사람의 채무를 보증하는 등으로 실질적으로 위 규정에서 정한 기관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 차입에 준하여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그러한 행위의 효력(무효)(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203551 판결)
⑴ 금융기관인 원고들이 채무자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피고가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홍삼제품매매계약에 당사자로 참가하여 제3자의 채무자에 대한 홍삼제품매입의무가 불가능할 경우 제3자를 대신하여 채무자로부터 홍삼제품을 매입하겠다고 약정하였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피고에 대한 홍삼제품 매매대금 지급을 대위하여 구하고, 예비적으로 홍삼제품매매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진술 및 보장조항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 등을 물은 사건이다.
원고는 피고 전북인삼농협에게 자금을 대여한 금융회사인데, 돈을 빌려주고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면 무효로 된다는 판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내용을 단순한 금융채무에 대한 보증이 아니라 복잡한 무명계약인 것처럼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본질상 채무보증행위라고 보고 무효라고 선언한 사안이다.
⑵ 이 사건의 쟁점은, 품목농협인 피고가 채무자와 제3자 사이의 매매계약에 당사자로 참가하여 제3자 대신 매입의무를 부담한 약정이, 차입상대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농협법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및 어떠한 계약이 강행법규 위반임을 이유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계약의 이행을 보장한 약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이다.
⑶ 농업협동조합 중 품목조합에 해당하는 피고가 이 사건 제품매매계약에 따라 2차적인 매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채무자의 원고들에 대한 각 대출금채무를 보증한 것에 해당하여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 제57조 제2항, 제112조에 위반되므로 무효이고, ② 이처럼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인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도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의무불이행 당사자에 대해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면, 강행법규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원고들이 진술·보장 조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매매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농업협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하여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 사안이다.
사.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우선분양전환의무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규정이 강행규정(효력규정)인지 여부(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6다252560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임대사업자의 임차인에 대한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정한 구 임대주택법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여부(적극) 및 이에 반하여 우선분양전환권자가 있음에도 제3자와 체결한 분양전환계약이 무효인지 여부(적극)이다.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하여 우선분양전환권 있는 임차인이 있는데도 임대사업자가 이를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러한 분양전환계약이 유효한지와 그 경우 제3자가 임대사업자의 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다.
⑵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등 참조).
⑶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공공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건설하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에는 분양전환 당시까지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 등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1항). 나아가 임대사업자가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지처분을 받거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이자를 1년 6개월을 초과하여 연체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전환 당시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2항,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84335 판결 참조). 임대사업자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 한다)의 분양전환승인을 받아야 하고(제21조 제3항),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 임대주택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제21조 제7항). 구 임대주택법 제21조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41조 제4항 제6호).
⑷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임대사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임차인 아닌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에 그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비난가능성, 거래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의 우선 분양전환의무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를 위반하여 임대사업자가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이 있음에도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 분양전환계약은 사법적(私法的)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⑸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의무기간(5년) 경과 후 임대사업자가 분양전환승인을 거쳐 일부 세대를 매수인들에게 일반분양전환하였다.
임차인들은 각 임차 세대에 관한 우선분양전환권이 있고 매수인들이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매수인들을 상대로 분양전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였다.
⑹ 대법원은 임대사업자가 매수인들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세대에는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들이 있으므로, 임대사업자가 매수인들과 체결한 각 분양전환계약은 강행규정인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에 반하여 무효이고, 매수인들은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위 임대주택에 관한 피고 ○○주택의 우선분양전환에 관한 의무를 승계할 여지도 없다고 보아, 임차인들의 매수인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하였다.
10.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의 무효주장과 신의칙에 의한 제한 가능성
가. 신의성실의 원칙
⑴ 판례는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면서 ‘추상적 규범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구체적인 법률관계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이익의 내용, 행사하거나 이행하려는 권리 또는 의무와 상대방 이익과의 상관관계 및 상대방의 신뢰의 타당성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적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일반론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7다카2407 판결 등 참조).
소송상 어떠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강행규정 위배 여부의 문제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 등 참조).
⑵ 신의칙은 ① 실정법의 규정취지나 법률행위를 한 당사자의 의도 등을 그 의미에 적합하게 구체화하고, ② 불성실하거나 부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며, ③ 실정법 또는 법률행위의 내용을 보정하는 기능 등을 수행하는데, 대상판결에서는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기능이 문제된다.
⑶ 판례는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45827 판결 등), ‘주관적으로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며(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5397 판결 등 참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의 요건이 위와 같은 실효원칙이나 권리남용의 요건보다 포괄적이다.
나. 신의칙의 권리행사 제한 기능
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⑵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의 요건으로 귀책사유와 같은 주관적 요소를 요구할 것인지에 관하여 판례는 상계권의 행사를 제한함에 있어 일반적인 권리남용과 달리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상계권 행사에 해당하는 경우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2 판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은 상대방의 정당한 신의를 요건으로 하는바, 신뢰할 만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신뢰한 경우 그러한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당한 신뢰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주관적 요소는 주된 고려요소라 할 것이지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신의칙을 적용할 여지는 있으므로 주관적 요소를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볼 이유는 없다.
⑶ 이러한 권리의 제한은 계약에 기한 권리뿐만 아니라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에 대하여도 적용될 수 있다. 대법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8다42929 판결 등 참조)고 하는 등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도 신의칙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밝혀 왔다.
⑷ 나아가 이러한 제한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 판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해지의사표시 철회(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등 참조), 회사가 변제공탁한 퇴직금 등을 조건 없이 수령한 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의 소(대법원 1989. 9. 29. 88다카19804 판결 참조) 등에 대하여 신의칙을 들어 권리행사를 제한하였다.
특히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근로법률관계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른 법률관계보다 신의칙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다만 이와 같이 추상적인 신의칙을 들어 법률에 기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에 의한 재판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고 법률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신의칙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신의칙에 의한 권리행사 제한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상대방의 정당한 신의 등과 같은 주관적 요소도 고려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사실관계에 기한 권리행사에 대하여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권리행사 제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저당권자가 경매과정에서 우선변제권이 있는 근로자들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우선변제권보다 다액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합의를 함으로써 자신의 피담보채권을 모두 변제받지 못한 채 나머지 채무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연대보증인들에 대한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지만, 주채무자에 대한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4. 28. 선고 93다28843 판결). 또한 일반적으로 신뢰를 공여한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는 권리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적으므로 신의칙으로 제한할 필요성도 매우 낮을 것이다.
다. 신의칙에 의한 제한가능성과 고려요소
⑴ 원칙
강행규정을 위반한 약정을 한 자가 그 약정의 무효를 스스로 주장하는 경우에 그러한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법질서가 그러한 약정에 따른 법적 상태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오히려 강행규정에 의하여 배제하려던 법적 상태의 실현을 돕는 셈이 되어 강행규정을 전면적으로 무력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 다수).
강행규정이 고도의 공익을 실현하거나 그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일 경우에는 신의칙의 적용은 더욱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자격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를 한 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한 사안(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이나 이중등기로서 무효인 뒤의 보존등기가 유효한 것처럼 허위표시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후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와 그에 기한 경매신청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안(대법원 1968. 4. 24. 선고 68다219 판결) 등에서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배척한 이유도 그러한 관점에서 이해된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 효력규정으로서 강행규정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이주대책의 비용부담을 규정한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시행령에 관한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7126 판결 참조(위 판결은 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7다63089, 6309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변경되었으나, 위 규정에 관한 해석 중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제공하여야 할 생활기본시설의 범위에 관한 견해가 변경된 것에 불과하고, 신의칙에 관한 판단은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⑵ 원칙의 적용 범위
㈎ 먼저 무효를 주장하는 자의 영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법률행위 당시 법률행위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사정을 몰랐던 경우는 물론, 무효임을 잘 알았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원칙은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무효인 계약에 장기간 이의가 없었다거나(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대상이 아닌 주택자금대출에 대하여 위 기금의 관리기관인 은행이 보증을 함으로써 강행규정인 근로자의주거안정과목돈마련지원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무효인 사안에서, 피고 은행이 보증대상이 아님을 알고 보증하였고, 그 후 위 대출에 관하여 상당기간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보증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53490 판결 등 참조), 무효인 법률행위를 이행할 듯한 태도를 보이거나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대법원 1994. 9. 13. 선고 93다52501 판결)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위와 같이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하고 이를 이행하는 정도의 사정을 넘어 무효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와 같이 위법, 무효인 법률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9. 3. 23. 선고 99다4405 판결도, 유가증권 매매에 관하여 증권회사 임직원의 손실부담 약속 또는 권유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수익보장약정이 투자신탁회사가 먼저 고객에게 제의를 함으로써 체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판례는 위와 같이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교섭 내지 체결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법률행위 성립 후 그 법률행위가 무효로 됨에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가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51789 판결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여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는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로 됨에 있어서 귀책사유가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그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농지매수인이 거래허가를 위하여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실제 거주하는 등의 할 바를 다하지 아니하여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매수인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아닌 상대방의 영역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
비단 강행규정과의 충돌이 문제되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므로, 상대방의 신의는 권리행사자가 공여한 것이거나 객관적으로 정당한 신뢰여야 한다. 판례가 반복하여 설시하는 ‘객관적으로’라는 문언에 나타나 있듯이 상대방이 반드시 무과실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신뢰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강행규정의 존재 또는 법률효과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던 경우에도 강행규정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과의 균형에 비추어, 상대방이 강행규정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판례는 상호신용금고의 채무보증 또는 담보제공행위를 제한한 강행규정인 구 상호신용금고법을 위반하여 담보를 제공한 사안에서, 담보를 제공받은 원고들이 담보제공약정이 유효하다고 믿은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그 믿음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금고가 담보제공약정을 무효라고 주장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의 경우 민법 제921조 소정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여 미성년자 각자마다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함에도 공동상속인인 친권자인 원고가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함으로써 위 강행규정을 위반한 사안에서, 비록 원고가 강행법규인 민법 제921조에 위배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참가한 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위 사유를 들어 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더라도 공동상속인인 피고가 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유효하다고 믿은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어 그 믿음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무효주장을 모순행위금지의 원칙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7다17482 판결 참조),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다투지 않을 듯한 태도를 취한 경우에도 그러하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9475 판결).
상대방이 법령 및 공익 실현의무를 부담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비록 공법상의 법률관계가 아니라 사법상의 법률관계인 경우에도, 신의칙의 적용에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5누18383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국토이용관리법 규정을 잠탈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아니하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는 여전히 자기 앞으로 보유한 채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증여세 납부의무를 다툰다고 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판결은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두23644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으나, 신의칙에 관한 부분은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국가나 지자체는 아니지만 권한의 행사가 법률상 의무로서의 성질을 띠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강행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권한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한 사정만으로 상대방에게 정당한 신뢰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다12217 판결).
라.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칙 위반을 긍정한 예
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예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례는 일응 상당히 많다. 실제로는 이미 강행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이 해소되어 더 이상 강행규정이 도모했던 법적 상태를 관철할 필요성이 이미 소멸된 사안이거나, 법령의 축소적 해석으로 충분히 무효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 사안에서 신의칙을 들어 효력을 제한한 사례들이고,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전히 강행규정의 효력을 관철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사안에서 강행규정이 예상하지 아니한 다른 구체적 사정을 들어 강행규정에 따른 무효 주장을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결론 내린 사례이다.
우선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산인 토지를 매도한 후 20년 가까이 경과하고 공용폐지까지 된 상황에서 당해 토지가 매매 당시에 행정재산임을 내세워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예가 있으나(대법원 1986. 10. 14. 선고 86다카204 판결), 이미 공용폐지가 된 토지이므로 행정재산의 매매를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을 더 이상 관철할 필요가 없는 사안에 해당한다(또한 위와 같은 유형의 사안은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국가 또는 지자체라는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다만 사법상 법률관계가 아닌 조세법률관계에서, 공법인 조세법에 신의칙이 적용됨을 명문으로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5조 등과 관련하여 비과세관행에 반하는 과세처분(대법원 1980. 6. 10. 선고 80누6 판결)이나 과세관청의 종전 공적 견해를 신뢰한 납세자에 대한 불이익한 과세처분(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누151 판결) 등의 사안에서 신의칙을 들어 납세자를 보호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의 무효 주장과 관련하여서도 대법원은, 사실상의 1인 주주로서 대표이사이던 자가 주권을 발행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주식을 모두 양도한 후 그 양수인들이 회사의 부채를 정리하고 경영한지 7, 8년이 지난 후에 이르러 주권발행 전의 주식양도라는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그 주식양도의 효력을 다투며 주주지위 확인 등을 구한 사안(대법원 1983. 4. 26. 선고 80다580 판결. 그 밖에 1987. 7. 7. 선고 86다카2675 판결 등) 등에서 그와 같이 주식양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는 소권의 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들이 있으나, 실제 판결의 사안들은 모두 주식양도인이 사실상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사안으로서 회사(또는 회사를 경영하는 주주 전원)는 주식양도가 유효함을 주장하면서 양도인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다투는 경우이므로,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양도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상법상 강행규정을 형식적으로 관철할 필요성이 없는 사안들이다.
구 농지개혁법을 위반한 농지매도인이 사후에 그 무효를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신의칙을 들어 매도인의 무효주장을 배척한 예로는 ① 농지매수인이 자신이 농가가 아니고 자영의사가 없다는 등의 사정으로 관서의 증명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농지매매의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금 등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대법원 1987. 4. 28. 선고 85다카971 판결), ② 농지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뒤 그 매매가 농지개혁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한 사안(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75 판결), ③ 비자경농지를 농지개혁법에 위반하여 매도한 후 위 농지가 분배됨이 없이 대지화되어 소유권이 환원된 경우의 매도인의 매매무효주장(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다191 판결, 1977. 11. 22. 선고 77다1947 판결, 1973. 7. 24. 선고 73다152 판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① 농지가 분배됨이 없이 이미 대지화되어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환원된 사안이거나 매도 당시에는 비자경농가에 해당하던 매수인이 사후에 자경농가의 자격을 갖춘 사안에 해당하여 경자유전의 이상을 달성하려는 농지개혁법의 입법 목적을 더 이상 추구할 필요가 없거나 무의미해진 사안을 신의칙으로 해결한 것이거나, ② 종래 대법원이 농지 소재지관서의 매매증명을 마치 매매계약의 효력발생요건인 것처럼 설시함으로써 매매증명이 없는 농지매매계약이 채권적으로도 바로 무효라고 판단한 사안에서는 그 무효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 신의칙을 동원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필요가 있었으나, 이를 등기청구요건 내지 등기유효요건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더 이상 신의칙을 동원하여 무효 주장을 배척할 이유가 없게 된 사안들에 불과해 보인다.
대법원은 학교법인이 적법한 이사회 결의 없이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매도한 후 그 무효를 주장한 사안들(대법원 1989. 5. 9. 선고 87다카2407 판결 등)에서, 학교법인의 무효 주장에 기한 권리행사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신의칙 적용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 예가 있으나, 실제 판결 이유를 보면 해당 학교법인은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실체를 결여하여 어차피 해산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들고 있는 등 이사회 결의 없는 학교 기본재산의 매도를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의 취지를 관철시킬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위와 같은 판결례들은 그와 같이 강행규정을 더 이상 관철시킬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 등 추가적인 요건을 갖춘 경우에 비로소 신의칙에 의하여 무효 주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의칙의 적용요건을 엄격히 본 예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신의칙에 의한 무효 주장 배척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전제로 당해 사안에서 강행규정의 입법취지가 무엇인지, 강행규정의 취지를 여전히 관철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선행적으로 살펴보아야 하고, 강행규정을 관철할 필요성이 없는 사안에서도 판례는 당사자의 귀책사유를 판단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⑵ 강행규정의 규범성을 존중할 필요가 명확히 남아 있는 사안에서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무효 주장을 신의칙을 들어 배척한 사례
사법상의 법률관계가 아닌 조세법률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결이 있다.
대법원 1990. 7. 24. 선고 89누8224 판결은 농지의 명의수탁자가 적극적으로 농가이거나 자경의사가 있는 것처럼 소재지관서의 증명을 받아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그 농지에 관한 소유자로 행세하다가, 후에 증여의제로 증여세를 부과받자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자경의사 없이 농지를 취득한 것은 농지개혁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증여의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스스로 한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법지위를 악용하려 함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법률상 용납될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무효 주장을 배척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전에 하였던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나 주장을 하는 경우에,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으로 인하여 스스로 전에 작출해 두었던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사실상태나 법률상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 남게 되자 그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들(대법원 1986. 4. 8. 선고 85누480 판결 등 다수)에서는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하지 아니하였었는데, 이와 달리 위 89누8224 판결에서처럼 과세관청의 진실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자 스스로 전에 작출한 자기에게 유리한 위법적인 법률상태인 무효의 등기는 유지한 채 자기에게 불리한 과세처분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는 행위자의 적극적 기망행위와 강행규정에 따른 법지위의 악용 및 탈법행위를 고려하여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한 것이다.
⑶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한 예
먼저 대법원 2000. 8. 22. 선고 99다62609, 62616 판결은 ‘비농가의 농지취득을 금지한 구 농지개혁법 제19조의 규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일반론을 제시하였다 : ‘위 강행규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규정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합법성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고,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일반론은 강행규정과 신의칙, 합법성의 원칙이 법질서에서 가져야 할 위상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그 요건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은 구체적 타당성보다도 좁은 의미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 외에도 해당 강행규정이 추구하는 공익이나 목적 못지않은 중요한 법적 가치를 보호할 필요가 큰 경우와 같이 구체적 타당성과 다른 차원에서 신의칙의 적용을 긍정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 판결은 위와 같은 일반론을 전제한 후 구체적인 판단 과정에서 ‘주관적 귀책사유’의 개념을 처음으로 활용하였는바, 자경 또는 자영할 의사가 없는 자에게 손해배상 조로 농지소유권을 넘겨주기로 약정하고 이전등기를 마쳐 준 다음 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며 등기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매도인이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선행행위와 모순되나, 구 농지개혁법에 반하는 등기를 하게 된 경위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주관적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매수인은 자신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음에도 위장전입의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것에 불과하여 등기가 유효하다는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굳이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면서까지 신의칙을 적용할 필요성은 없다’고 하였다.
위 판결이 제시한 주관적 귀책사유의 개념은 대법원 1997. 3. 20. 선고 95누18383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제시한 기준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95누18383 판결의 반대의견은 ‘신의칙 또는 금반언칙이라 함은 자기의 과거의 언동에 의하여 어떤 사실을 표시한 자는 그 사실의 존재를 믿고 어떠한 행위를 한 상대방에 대하여 그 사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으로서, 이 원칙을 납세의무자에게 적용하기 위하여는 첫째, 납세의무자에게 객관적으로 모순적인 행태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하고, 둘째, 그에 의하여 야기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과세관청의 신뢰가 존재하여야 하는바, 반드시 이 양자가 엄격한 의미에서의 요건은 아니며(따라서 그 어느 하나를 결한다고 하여서 이 원칙의 적용이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순의 정도와 주관적인 귀책가능성의 정도 및 신뢰의 보호가치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위 95누18383판결의 사안은 상대방이 국가관청이고,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과세처분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의칙의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영역에 관한 논의이지만, 강행규정의 실현을 신의칙으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관점의 논의에 충분히 원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3218 판결은, 강행법규인 구 국토이용관리법을 위반한 경우 위반한 자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거래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취득 목적대로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그 신청이 같은 법 소정의 허가 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위 판결 역시 당사자가 받을 수 있었던 허가를 회피한 귀책사유를 주된 요소로 삼아 신의칙을 적용하엿다.
대법원 2000. 6. 9. 선고 99다70860 판결은, 학교법인은 물론 사립학교 경영자의 경우에도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개인명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구 사립학교법의 강행규정과 관련하여, 명목상으로만 학교법인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으로 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설비 및 교재·교구 등이 아니거나 학교 자체가 형해화되어 사실상 교육시설로 볼 수 없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행위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강행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므로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처분행위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고서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무효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아가 설령 상대방을 기망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해당 재산이 유치원 교육에 직접 사용되고, 유치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상, 그러한 사유가 특별한 사정이 된다고 보아 유치원 교육에 직접 사용하는 재산의 처분을 용인한다면 경영자의 불법행위 때문에 유치원의 존립 및 목적수행에 필수적인 교육시설을 보전하여 유치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는 입법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신의칙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마. 강행규정 위반 사안에서의 신의칙 적용 요건
⑴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 관련
임차인 보호 강행규정의 경우에는 더 엄격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강행규정 위반 주장을 신의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33224 판결 : 저당권자가 임차인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등기부상 표시와 다르다는 이유로 임대차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주장이 신의칙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그 주장을 배척할 수 있으나,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률관계를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저당권자가 저당권 설정에 앞서 임차인의 주민등록주소가 등기부와 다르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차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저당권자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임차인의 주민등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임차인을 선순위의 권리로 인정하고 그만큼 감액한 상태의 담보가치를 취득하겠다는 전제에서 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면서도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사후에 임차인의 손해는 전혀 고려함이 없이 그 주민등록의 잘못에 따른 임대차의 대항력 결여를 주장하는 경우와 같이, 저당권자의 권리행사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고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판례는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숨기고 경매절차가 끝날 때까지 임대차관계를 밝히지 아니한 후 매수인의 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차인임을 내세워 보증금반환을 요구하거나(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1738 판결, 1987. 11. 24. 선고 87다카1708 판결 등) 근저당권자에게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임차보증금에 대한 권리주장을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준 후 경매절차에서 이를 번복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함과 아울러 임차보증금이 근저당권자보다 우선 변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2211 판결), 나아가 임차인이 낙찰허가결정 전에 이미 기간이 만료된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면서 배당요구를 하고서도 낙찰허가결정이 확정된 후에 배당요구시의 주장과 달리 임대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는 것(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0다24078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반언 및 신의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반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의 존재를 분명히 한 경우에는 은행이 경매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신뢰를 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의 동시이행항변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위 사안들은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의 존재가 문제되어 그 무효를 주장하는 사안과는 다소 구별되지만, 보호대상인 임차인의 허위진술 또는 모순되는 행위와 같이 행위자의 귀책사유를 근거로 강행규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교섭 과정에서의 신뢰보호가 문제될 수는 있지만, 역시 행위자의 귀책사유가 강행규정의 배제를 정당화할 정도의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⑵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사안
판례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권리자 등과 공모하여 오로지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해하려는 의도 아래 후순위 저당권의 목적물이 아닌 사용자의 다른 재산에 대하여 손쉽게 행사할 수 있었던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행사를 포기해 버린 경우처럼, 근로자가 임금채권 우선변제권을 사용자의 일부 재산에 대하여만 선택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을 만큼 부당하여 권리남용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침해한 한도에서 임금채권 우선변제권이 배제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77558 판결. 실제로는 그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권리남용을 적용하지 아니한, 즉 임금우선변제권을 보장한 사안이다). 위 판결은 공모, 해할 의도, 악의적 포기, 차별적 선택행사 등의 주관적 요소로 인하여 그러한 권리행사가 객관적으로 사회생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경우를 구체적 요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근로자의 임금청구권과 관련하여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30314 판결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변형 근로시간제가 폐지되자 회사가 3조 2교대 근무제를 3조 3교대로 변경하려고 하였으나, 3조 2교대 근로자들의 반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그 후 위 근로자들이 시간외 근로수당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회사가 다시 3조 3교대 근무를 제안하였지만, 근로자들이 반대함으로써 3조 2교대 근무를 유지한 사안에서, 그와 같이 3조 3교대 근무를 거부한 사정만으로 회사에게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하지 않으리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가 그러한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피고가 3조 2교대 근무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3조 3교대 근무 형태로 변경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46조의 규정이나 3조 2교대 근무를 계속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시간외 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⑶ 미성년자 및 의사무능력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 관련
미성년자가 스스로 신용카드 가맹점과 신용카드 거래를 한 뒤 무능력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미성년자 보호입법의 이념과 취지를 중시하여 미성년자의 취소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
의사무능력자 보호와 관련하여서는, 의사무능력자가 사실상의 후견인이었던 아버지의 보조를 받아 자신의 명의로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의사무능력자의 여동생이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위 대출계약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의 효력을 부인한 사안에서, 이러한 무효 주장이 거래관계에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배신하고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사무능력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는 일반론을 제시하면서도, 금융기관은 원고가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나 여동생이 아버지와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
바.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자가 그 무효를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지(원칙적 소극, 예외적 적극)(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다277157 판결)
⑴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의 허가 없이 지상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변경등기까지 마쳐준 의료법인이 나중에 위 행위가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건이다.
⑵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고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될 수 있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다63937 판결 참조).
⑶ 원고(의료법인)가 기본재산인 토지에 관하여 피고(지자체)와 지상권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변경등기까지 마쳐준 뒤 피고가 위 토지 위에 세운 정신병원을 위탁운영 해왔는데, 피고와 분쟁이 발생하자 위 지상권변경계약이 의료법에 따른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 자신의 의무이행을 통해 이 사건 지상권설정등기에 따른 부담을 용인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원고가 오히려 그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권리자가 될 피고를 상대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사례이다.
11. 부동산중개계약 및 중개수수료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91호, 이정민 P.506-522 참조]
가. 부동산중개계약의 법적 성질
⑴ 민사중개 또는 상사중개로서의 성질
‘중개’의 의미에 관하여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2조 제1호에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부동산에 대한 중개행위는 민사중개와 상사중개로서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⑵ 위임계약으로서의 성질
상사중개와 민사중개는 모두 위임의 일종으로 보아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 위임이라 함은 당사자의 일방이 법률행위 기타 사무의 처리를 상대방에게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나. 구 부동산중개업법상의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7261 판결 :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 제1항은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거래 당사자의 보호에 목적을 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중개업자가 진정으로 거래 당사자를 위하여 거래를 알선, 중개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느냐고 하는 중개업자의 주관적 의사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 아니라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고, 한편 중개행위란 중개업자가 거래의 쌍방 당사자로부터 중개 의뢰를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거래의 일방 당사자의 의뢰에 의하여 중개 대상물의 매매․교환․임대차 기타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 중개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다.
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사안의 경우
⑴ 피고가, ‘원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였던 소외인으로부터 직접 매수하려다가 거절당하자 피고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요청에 따라 피고가 알선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자신의 중개 역할에 대하여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⑵ 또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5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작성해준 영수증(갑 제2호증)에 ‘일금 오백만 원, 위 금액은 부동산(여관) 매매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한 수수료로 정히 영수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⑶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를 위임하였고, 피고는 이에 따라 소외인과 원고 사이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하였으며, 이는 민법 소정의 위임의 규정을 적용받는 민사중개일 뿐 부동산중개업법 소정의 중개업에는 해당되지 아니하나, 피고가 원고로부터 교부받은 1,000만 원(현금 500만 원, 약속어음 500만 원권 1장)은 피고의 위와 같은 중개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수수료 기타의 명목으로 교부받았고, 이는 중개수수료(여기에는 중개에 따른 수수료, 실비, 사례․증여 기타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지급된 금품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12.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91호, 이정민 P.506-522 참조]
가. 구 부동산중개업법의 중개수수료에 관한 규정의 강행법규성
구 부동산중개업법의 중개수수료에 관한 규정(제15조 제2호, 제20조 제3항 등)은 이를 위반한 경우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 :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중개 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제1조), 중개수수료의 한도를 정하는 한편 이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같은 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 또는 그 한도를 초과하여 받기로 한 중개수수료 약정의 효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에 맞추어 해석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중개업자가 구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령에 정한 한도를 초과하여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물론 위와 같은 금지규정 위반 행위에 의하여 얻은 중개수수료 상당의 이득을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투기적․탈법적 거래를 조장하여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또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령의 주된 규율대상인 부동산의 거래가격이 높고 부동산중개업소의 활용도 또한 높은 실정에 비추어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국민 개개인의 재산적 이해관계 및 국민생활의 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이에 대한 규제가 강하게 요청된다. 그렇다면 앞서 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수수료를 수령한 부동산중개업자에게 행정적 제재나 형사적 처벌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령에 정한 한도를 초과한 중개수수료 약정에 의한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부동산중개수수료에 관한 위와 같은 규정들은 중개수수료 약정 중 소정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에 해당하고, 따라서 구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이다.
나.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한 경우 적용 여부
⑴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구별
㈎ ‘업’을 부정한 사례
① 대법원 1988. 8. 9. 선고 88도998 판결 : 부동산중개업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알선․중개를 업으로 한다.”함은 반복 계속하여 영업으로 알선․중개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알선․중개를 업으로 하였는지의 여부는 알선․중개행위의 반복 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그 행위의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 즉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건물전세계약의 중개를 하고 수수료를 받은 사실만으로는 알선․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라 고 볼 수 없다.
② 대법원 1991. 7. 23. 선고 91도1274 판결 : 부동산중개업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중개업의 요건으로서 알선․중개를 업으로 한다고 함은 반복, 계속하여 영업으로 알선․중개를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이러한 반복, 계속성이나 영업성이 없이 우연한 기회에 타인 간의 거래행위를 중개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342 판결 :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2조 제2호는 “중개업이라 함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중개를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중개를 업으로 한다’라고 함은 반복 계속하여 영업으로 중개를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실제로 중개를 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는 중개행위의 반복 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그 행위의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반복 계속하여 보수를 받고 중개행위를 한 것은 물론 반복 계속할 의사로써 중개행위를 하였다면 비록 단 한 번의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 ‘업’으로 인정한 사례
① 대법원 1996. 9. 24. 선고 96도1641 판결 : 부동산중개업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기타 권리’에는 저당권 등 담보물권도 포함되고, 따라서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저당권의 설정에 관한 행위의 알선을 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가 정의하는 중개업에 해당하고, 그 행위가 금전소비대차의 알선에 부수하여 이루어졌다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②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4896 판결 : 피고인은 1998년경부터 수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한 적이 있고 부동산중개업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매도, 매수의사를 가진 당사자를 우연히 알게 되어 소개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매매계약과정, 중도금 및 잔금 지급과정, 이전등기과정에 모두 깊숙이 관여하여 실제 부동산중개인의 역할을 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중개한 시기와 거의 같은 무렵에 이 사건 임야 인근에 있는 포항시 북구 송라면 소재 토지를 A가 매수할 때에도 중개인과 같은 역할을 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도 B 법무사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반복하여 계속할 의사로써 부동산중개업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③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1445 판결 : 피고인(직업은 농업)은 관할관청에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2005. 6. 8.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갈비집에서 M 소유의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답 512㎡를 비롯하여 총 6필지 11,911㎡를 D영농조합법인에 9억 6,7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중개하고 M으로부터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금 5,600만 원을 교부받음으로써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사례이다.
⑵ 판례의 취지
위 대법원판결들의 판시에 의하면, 중개를 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는 중개행위의 반복 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그 행위의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반복 계속하여 보수를 받고 중개행위를 한 것은 물론 반복 계속할 의사로써 중개행위를 하였다면 비록 단 한 번의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우연한 기회에 타인간의 거래행위를 중개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⑶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사안의 경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였던 소외인으로부터 직접 매수하려다가 거절당하자 소외인과 친분이 있는 피고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요청에 따라 피고가 단 1회 알선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의 중개행위의 반복 계속성, 영업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중개행위를 ‘업으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업으로’ 한 경우의 법률효과 (= 무효)
구 부동산중개업법의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경우 위 강행법규가 적용되므로,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부동산중개업을 한 자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전부 무효라고 할 것이고, 이미 지급된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라.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업으로’ 하지 않고 단 1회 중개행위를 한 경우 효력 여부
이에 관하여는 ①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중개행위를 하였을 뿐 중개행위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은 유효라고 보는 견해(유효설)와 ② 그 경우에도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은 무효라고 보는 견
해(무효설)가 대립한다.
① 구 부동산중개업법은 기본적으로 ‘중개업’을 규율하는 법률이고, 대법원판례는 그 동안 ‘업으로’의 의미를 비교적 넓게 설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구 부동산중개업법이 규율하지 않는 좁은 영역에서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위임계약에 관한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② ‘업으로’가 아닌 경우, 거래당사자는 중개행위로 인하여 계약체결에 이르는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부합해 보이는 점, ③ 민사상 위임계약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수수료 약정이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게 과다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감액할 수 있으므로, 수수료 약정의 효력을 부인하지 않고 이러한 민사법적인 규율만으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다면 사적 자치의 원칙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한 점, ④ 중개수수료에 관한 기존 판례도 ‘부동산중개업’을 한 경우에 적용되는 법리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이해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효설이 타당하다.
13.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에게 지급된 중개수수료의 반환 범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91호, 이정민 P.506-522 참조]
가. 반환범위
⑴ 공인중개사 자격 있는 자가 중개행위를 한 경우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20조 제1항에 의하여 수수료 청구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가지는 보수청구권(중개수수료의 명목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위임에 따른 보수라고 보아야 한다)의 근거를 살펴보면, 민법 제686조 제1항은 수임자의 보수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약정이 있을 것으로 요건으로 하고 있다.
⑵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업으로’ 하였다면 부동산중개약정은 무효이므로(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그에게 지급된 중개수수료는 부당이득으로 전부 반환되어야 한다.
⑶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한 경우(‘업으로’로 아닌 경우), 무효설에 의하면 그에게 지급된 중개수수료는 부당이득으로 전부 반환되어야 하지만, 유효설에 의하면 중개수수료가 반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효설에 의하더라도, 그 중개수수료의 약정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감액될 수 있다[대상판결(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은 구 부동산중개업법의 수수료에 관한 강행법규의 언급 없이,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근거하여 감액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나.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
구 부동산중개업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러한 무효임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구 부동산중개업법을 위반한 채 중개업을 하는 중개업자에 대하여 중개의뢰인이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에서 정한 수수료를 이미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지급한 수수료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53548 판결도 같은 취지).
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의 경우 유효설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의 중개수수료의 지급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중개수수료의 약정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감액될 수 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14. 공인중개사 자격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중개행위를 한 경우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의 효력 [=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타인간의 거래행위를 중개한 경우 등과 같이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에 따른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소극) 및 이때 중개수수료의 약정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감액된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가. 관련 규정
● 공인중개사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그 전문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육성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제2조(정의)
3. “중개업”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보수를 받고 중개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나. 위 규정의 취지
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문에 비추어 중개를 업(業)으로 한 것인가, 아닌가가 큰 쟁점이다.
중개를 업으로 하였는지는 중개행위의 목적이나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반복, 계속하여 중개행위를 한 것은 물론 비록 단 한 번의 행위라 하더라도 반복, 계속할 의사로 중개행위를 하였다면 중개를 업으로 한 것에 해당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다른 사람 사이의 거래행위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은 경우에는 중개를 업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⑵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닌 경우 중개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한 약정은 무효라고 할 수 없다.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다른 사람 사이의 거래를 중개한 경우 등과 같이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
⑶ 다만 중개수수료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로 감액된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다. 위 판결(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사안의 경우
⑴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중개한 것은 맞으나, 이는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들 사이의 부동산 중개를 한차례 하게 된 것으로서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원․피고 사이의 수수료 지급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⑵ 피고의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나, 피고가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그 수수료 지급 약정이 강행법규 위배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중개업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위 판결(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의 판시 요지
⑴ 대법원은 C 씨가 매매계약을 중개한 것은 맞으나, 이는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들사이의 부동산 중개를 한 차례 하게 된 것으로서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경우 A 씨와 C 씨 사이의 수수료 지급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⑵ 한편 부동산 중개를 업으로 하였다고 본 사례를 살펴 보면, 공인중개사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사무소의 보조원으로 일하던 L 씨가, Y 교회가 25억 원 상당의 건물을 J 씨에게서 사는 것을 중개하고 3,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령을 위반해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투기적, 탈법적 거래를 조장해 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L 씨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매매당사자와 체결한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은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⑶ 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 부동산중개업법상 중개수수료에 관한 규정은 이를 위반한 경우 사법상의 효력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행법규(= 강행규정)에 해당함을 명확히 하였고,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은 구 부동산중개업법의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부동산중개를 ‘업으로’ 한 경우에 위 강행법규가 적용됨을 명확히 하였다.
한편 위 판결(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이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가 부동산중개를 ‘업으로’ 하지 않고 우연한 기회에 단 1회 한 경우 위 강행법규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해석상 혼란이 있었는데, 위 판결(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6525 판결) 은 이를 명확히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