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첨부(添附), 부합·혼화·가공, 무권대리, 추인권,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요건(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82391 판결), 상대방의 최고권과 철회권, 부당이득제도의 이론구성에 관한 통일설과 비통일설, 급부부당이득, 침해부당이득, 비용부당이득, 계약에 의한 급부가 제3자의 이득으로 된 경우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그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전용물소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부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승강기 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안]
민법 제261조에서 첨부로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 취득(민법 제256조 내지 제260조)이 인정된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뿐만 아니라, 부당이득 법리에 따른 판단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제3자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 1560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가. 사안의 요지
도급인인 피고는 2015. 6. 수급인인 甲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공사대금을 545,000,000원, 공사기간을 2015. 6.부터 2015. 11.까지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원고가 제작한 8인승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수급인인 甲은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여 2016. 1. 13. 관할관청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을 받았고, 원고는 2015. 12. 9.경 이 사건 건물에 원고가 제작한 8 인승 승강기(이하 ‘이 사건 승강기’)를 설치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대리한 甲과 이 사건 승강기 설치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하였다.
제1심은 甲이 피고의 적법한 대리인이고 설령 적법한 대리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현대리가 성립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피고가 이 사건 승강기를 제공받을 법률상 원인이 없음에도 이 사건 승강기를 제공받았는데, 이 사건 승강기는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어 피고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피고는 그 시가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승강기는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었는데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민법 제256조 본문에 의하여 위 건물에 부합된 이 사건 승강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었고, 원고는 그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승강기의 가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원고 승소판결).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매도인이 직접 본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피고는 甲에게 승강기 설치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주었고 원고는 피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甲과의 소유권유보부 승강기 제작·판매·설치계약에 따라 승강기를 이 사건 건물에 설치하였는데 원고가 승강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피고를 상대로 승강기 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피고와 甲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으로 인하여 승강기가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승강기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된 이 사건 승강기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을 피고가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가 이 사건 승강기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피고가 부합 등의 사유로 이 사건 승강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그 가액을 원래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아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3. 무권대리의 의의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27-235 참조]
대리권이 없는 자의 대리행위를 말한다. 그 효과가 유동적 무효(추인하면 소급 유효)인지 확정적 무효인지는 대리행위가 계약인지 단독행위인지에 따라 다소 다르다.
4. 무권대리에서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 (= 계약의 경우)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27-235 참조]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제130조).
가. 본인의 추인권
⑴ 의의
무권대리행위가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사후에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형성권이다.
⑵ 법적 성질
단독행위이다. 상대방 또는 무권대리인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
⑶ 요건
㈎ 추인권자 : 본인 및 그 상속인, 법정대리인
㈏ 추인의 상대방 : 상대방과 그 승계인. 무권대리인에 대하여 추인의 의사표시를 할 수도 있으나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안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이를 대항할 수 있다(제132조 단서 참조). 따라서 본인이 무권대리인에게 추인의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아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기 전에는 상대방은 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추인의 방법
① 묵시적 추인도 가능하다. 실무상으로는 묵시적 추인이 있는지 여부가 많이 다투어 진다.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초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59217 판결 등 참조).
② 본인이 무권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판단하는 데 주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61398 판결).
③ 무권대리행위의 일부에 대하여 추인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법률행위가 가분이고 상대방도 이에 동의한 경우에 는 허용해도 무방하다.
⑷ 효과
다른 의사표시, 즉 본인과 상대방 사이의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제133조).
나. 본인의 추인거절 (특히 ‘무권대리와 상속’의 경우)
본인은 자유롭게 추인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 경우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할 수 있는지 또는 본인이 무권대리인을 상속한 경우 본인의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⑴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 경우
㈎ 무권대리인은 본인의 추인거절권도 상속하는바,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종래 학설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하면 그 범위에서 무권대리행위가 당연이 유효로 된다고 해석하는 견해(당연유효설)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하더라도 무권대리인의 지위와 본인의 상속인 지위가 병존하고, 다만 신의칙상 추인거절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비당연유효설 또는 병존설)가 대립하였다.
㈏ 판례는, 병존설을 전제로 하여,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어서 무권대리인이 어차피 제135조의 책임을 져야 할 사안에서는 무권대리인이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거절권을 행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였으나(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0617 판결), 상대방이 악의이어서 무권대리인이 제135조의 책임을 지지 않는 사안에서는 무권대리인이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거절권을 행사하더라도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30941 판결).
◎ 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0617 판결 : 원고(상속인 겸 무권대리인)는 위 박용서(피상속인)의 무권대리인으로서 민법 제13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매수인인 위 소외 문기만, 문창해에게 위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지위에 있는 원고가 위 박용서로부터 위 각 부동산을 상속받아 그 소유자가 되어 위 소유권이전등기이행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시점에서 자신이 소유자라고 하여 자신으로부터 위 각 부동산을 전전매수한 피고들에게 원래 자신의 매매행위가 무권대리행위여서 무효였다는 이유로 피고들 앞으로 경료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의 등기라고 주장하고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거나 위 각 부동산의 점유로 인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30941 판결 : 갑이 父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父의 생전에 자신의 단독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의도로 그 등기방법을 을과 상의하다가 을이 일단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이를 넘겨 가라는 권유를 하여 父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나와 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을이 이를 기화로 다시 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준 경우, 갑이 父 몰래 을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준 행위가 명의신탁계약의 무권대리행위로 법률상 평가될 수 있더라도 을이 그 대리권 없음을 알았다고 보여 위 명의신탁계약은 갑의 부에 대한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갑에 대한 관계에서도 아무런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갑이 그 후 父의 권리의무를 상속받았다고 하여 을 명의의 위 소유권이전등기가 갑의 상속분 범위에서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원인무효인 을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데 대하여 갑에게도 책임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갑이 원인무효인 그 등기를 기초로 하여 경료된 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것이 곧바로 금반언의 법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다고 하여 그 범위에서 무권대리행위가 당연히 유효로 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부족하므로 무권대리인의 지위와 본인의 상속인 지위는 병존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무권대리인은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거절권을 갖는다. 그런데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이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하더라도 무권대리인은 제135조에 의하여 이행책임을 지게 된다. 즉 이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에게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까지 무권대리인이 이제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거절권을 행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악의 또는 선의인 데 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이렇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 만일 이 경우까지 무권대리인의 추인거절권 행사를 금반언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 상대방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뜻밖의 이익(상대방은 본인과 무권대리인 누구에게도 이행책임을 물을 수 없는 지위에 있었는데 이러한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을 얻는 부당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 이에 따르면 구체적인 법률관계는 다음과 같다.
①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 : 무권대리인은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할 수 없다. 그런데 공동상속의 경우에는 주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본인의 추인권이 공동상속인들에게 공동으로 귀속되고,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제264조), 다른 상속인이 추인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은 자기의 상속지분 범위에서도 추인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결국 무권대리행위 전부에 관하여 추인이 없게 되고, 무권대리인은 대리행위 전부에 관하여 제135조의 이행책임을 져야 한다[하지만 위와 같은 일반적인 설명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공동상속인들은 각자의 상속지분에 관하여 자유로운 처분권이 있기 때문에 추인권 또한 각 상속인이 각자의 상속지분 범위에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논리일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무권대리인은 자기의 상속지분에 관하여 추인하고, 다른 상속인은 그의 상속지분에 관하여 추인을 거절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일부무효의 법리로 해결하면 족하다. 즉 원칙적으로 전부 무효로 되고, 상대방이 지분이라도 취득할 의사가 있다면 무권대리인의 상속지분에 한하여는 추인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유효로 된다(제137조). 한편 일부무효든 전부무효든, 무효로 되는 범위에서는 무권대리인이 제135조의 이행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② 상대방이 악의 또는 과실인 경우 : 무권대리인은 본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추인을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무권대리행위는 확정적 무효가 되고, 무권대리인은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져야 한다.
⑵ 본인이 무권대리인을 상속한 경우
본인은 본인의 지위에서 자유롭게 추인을 거절할 수 있다. 이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 경우 무권대리행위는 확정적 무효가 된다. 다만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이 제135조의 이행책임을 지므로, 본인은 무권대리인의 상속인지위에서 그 책임을 지게 된다(따라서 추인을 거절할 실익이 별로 없다). 상대방이 악의 또는 과실인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이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지므로, 본인은 무권대리인의 상속인 지위에서 그 책임을 지게 된다.
⑶ 타인 권리의 의무부담행위와 상속
㈎ 무권리자가 권리자를 상속한 경우 : 무권리자는 권리자로부터 권리를 취득하여 상대방에게 이전할 의무가 있는바(제569조 참조), 상속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였으므로 이제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이전하면 된다. 따라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
판례도 “선대의 재산을 타인(매수인)에게 매도한 후에 매도인이 그 재산을 상속받으면 매수인에게 그 계약의 이행으로서 그 재산권을 이전하여 줄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66. 4. 6. 선고 66다267 판결).
㈏ 권리자가 무권리자를 상속한 경우 : 권리자는 무권리자의 채무를 상속하는바, 상대방에게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예를 들어 갑이 자기의 이름으로 子 을의 주식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뒤 사망하여 을이 갑을 상속한 경우, 은행은 을에게 담보제공약정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 보면, 을이 갑의 채무를 상속하였기 때문에 은행의 청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지만, 대법원은 “甲의 사망으로 인하여 乙이 甲을 상속한 경우 乙은 원래 그 주식의 주주로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대하여 그 이행에 관한 아무런 의무가 없고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므로 乙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위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20191 판결. 다만,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대주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에 금융지원을 호소하던 실정이어서 회사의 경영주인 갑과 가족관계에 있는 을 역시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었으며, 그 결과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융지원을 받게 되어 회사가 정상화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나아가 을은 자신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갑의 사망 이후 상당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은행으로 하여금 계약이 그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신뢰하게 하였던 사정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이 이제 와서 은행의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자신 명의의 주식은 물론 당연히 계약 내용에 따라 인도해 주어야 할 갑 명의의 주식까지도 인도를 거절하고 있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 대법원 2001. 9. 25. 선고 99다19698 판결 : 채권자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하여 자녀들 명의로 이를 경락받았다면 그 소유자는 경락인인 자녀들이라 할 것이므로, 채권자가 그후 채무자와 사이에 채권액의 일부를 지급받고 자녀들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여 주기로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타인의 권리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비록 양자 사이에서 위 합의는 유효하고 채권자는 자녀들로부터 위 부동산을 취득하여 채무자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자녀들은 원래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채무자에 대하여 그 이행에 관한 아무런 의무가 없고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므로, 채권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자녀들이 상속지분에 따라 채권자의 의무를 상속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위 합의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한 사례.
㈐ 본인이 무권대리인을 상속한 경우 본인이 그 전부터 본인의 지위에서 갖고 있던 추인거절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것처럼, 권리자가 무권리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그 전부터 진정한 권리자의 지위에서 갖고 있던 ‘권리의 이전을 거절할 자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자는 여전히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권리자는 무권리자의 상속인 지위에서 타인 권리의 의무부담행위로 인한 담보책임(제570조)을 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담보책임의 내용에 이행책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권리자의 지위에서 이행거절권을 행사하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다. 상대방의 최고권과 철회권
①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한 경우에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본인에게 그 추인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 본인이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하지 아니한 때에는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제131조).
② 대리권 없는 자가 한 계약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은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당시에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134조). 상대방의 철회권은, 무권대리행위가 본인의 추인 여부에 따라 그 효력이 좌우되어 상대방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됨을 고려하여 대리권이 없었음을 알지 못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부여된 권리로서, 상대방이 유효한 철회를 하면 무권대리행위는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어 그 후에는 본인이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할 수 없다. 한편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다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철회의 효과를 다투는 본인에게 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3838 판결).
라. 무권대리행위가 무효로 확정될 경우 본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여부
무권대리행위에 따라 상대방이 그 이행으로 급여를 하였는데 무권대리행위가 무효로 확정된 경우 상대방은 본인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이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급부로써 그 제공자에게 손실이 발생하고 그 수령자에게 이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급여의 당사자 사이에 부당이득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다.
⑴ 실제 이행이 무권대리인에게 이루어진 경우
① 먼저 실제 이행이 무권대리인에게 이루어진 경우를 본다. 이 경우에는 설령 상대방이 본인에게 이행을 한다는 의사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사실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본인에게 급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인에게는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3838 판결 : 기록에 의하면, 피고 1은 1차계약 체결 직후인 2015. 2. 15.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 2와 아들인 소외인이 피고 1을 대신하여 2차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들은 2차계약이 체결된 당일 계약금 110,000,000원을 피고 2에게 지급하였고, 위 피고는 위 계약금을 수령하였다는 취지의 영수증을 작성하여 원고들에게 교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2차계약 당시 교부한 110,000,000원은 피고 2에게 지급된 것일 뿐 위 돈이 피고 1에게 지급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던 피고 1에게 위 돈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 1이 위 돈을 이득하였음을 전제로 피고 1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② 민법은 무권대리행위에 대하여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무권대리행위가 무효로 확정될 경우 무권대리인의 무자력 위험을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⑵ 실제 이행이 본인에게 이루어진 경우
① 다음으로 실제 이행이 본인에게 이루어진 경우를 본다. 이 경우는 다시 종국적으로 이익이 본인에게 귀속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라면 본인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42273 판결 : 종중의 대표자가 적법한 총회 결의 없이 종중 소유 부동산을 매도하고 매매대금 중 12억여 원은 종중 명의 계좌로 받아 종중을 위하여 사용하고 나머지 5억여 원은 개인적으로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안에서, 12억여 원은 종중에 실질적 이득이 귀속되었음을 이유로 종중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인정하고 나머지 5억여 원은 종중에 실질적 이득이 귀속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종중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사례), 후자의 경우라면 본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후자의 경우 급부의 당사자라는 관점에서는 본인이 급부의 수령자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판례는 이른바 ‘실질적 이득론’을 여기에 적용하여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므로,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본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하고 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 갑의 대리인 을이, 토지의 소유자인 병에게서 매도에 관한 대리권을 위임받지 않았음에도 대리인이라고 사칭한 정으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갑이 병 명의의 계좌로 매매대금을 송금하였는데, 병에게서 미리 통장과 도장을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정이 위 돈을 송금당일 전액 인출한 사안에서, 갑이 송금한 돈이 병의 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병이 위 돈 상당을 이득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병이 이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갑의 송금 경위 및 정이 이를 인출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병이 위 돈을 송금받아 실질적으로 이익의 귀속자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갑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③ 한편 급부로 인한 이익이 종국적으로 본인에게 귀속되었더라도 수령자인 본인과 중간자인 무권대리인 사이에 별개의 계약관계가 존재하여 본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출연자인 상대방이 아니라 무권대리인이 그 계약관계에 따라 급부를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본인이 얻은 이익은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무권대리에서 이른바 ‘급여자에 관한 착오’가 존재하는 사안(수령자에 대하여 계약상 채무를 부담하는 중간자가 수령자를 무권대리하여 출연자와 사이에 출연자 및 수령자를 당사자로 하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출연자는 자신의 계약상 채무이행을 위해 수령자에게 출연하였으나 수령자는 이를 중간자의 계약상 채무이행으로 알고 수령한 경우)에서, 급여관계는 수령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누구의 급여로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④ 판례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제3자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82391 판결 : 건축주 C로부터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B가 무단으로 C를 대리하여 A와 소유권 유보부 승강기 제작·판매·설치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A가 그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한 사안에서, C와 B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으로 인하여 이 사건 승강기가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C가 이 사건 승강기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 건물에 부합된 이 사건 승강기의 소유권이 A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을 C가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C가 이 사건 승강기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법률상의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 이는 매도인과 본인 사이에 급부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음을 전제로 침해부당이득의 성립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5. 무권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 (= 계약의 경우)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27-235 참조]
가. 의의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또는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제한능력자일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135조).
이는 법인의 대표에 관하여 준용되며(제59조 제2항), 어떤 사람이 장래에 성립될 단체의 대표자로 칭하여 법률행위를 하였으나 그 단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준용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73110 판결).
나. 취지 : 상대방의 신뢰보호
다. 책임의 성질 : 법정무과실책임
제135조에 따른 무권대리인의 상대방에 대한 책임은 무과실책임으로서 대리권의 흠결에 관하여 대리인에게 과실 등의 귀책사유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무권대리행위가 제3자의 기망이나 문서위조 등 위법행위로 야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부정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13038 판결 :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소외인의 대리인 자격으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으나, 소외인을 자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을 뿐 실제 소유자인 소외인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바 없는 사실, 소외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원고를 상대로 그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인무효로 된 것은 피고의 대리행위 없이 소외인을 자칭한 사람이 본인으로 나서 직접 원고와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결과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소외인을 자칭하는 사람의 위법행위 때문이지 피고의 무권대리행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민법 제135조에서 규정한 무권대리책임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인의 대리인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소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사실이 없고 소외인으로부터 추인을 얻지도 못하였으므로, 그러한 대리권의 흠결에 대하여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피고는 상대방인 원고에게 민법 제135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피고의 무권대리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된 이상 그 무권대리행위가 소외인을 자칭한 사람의 위법행위로 야기되었다거나 그 사람이 직접 원고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야기되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책임이 부정될 수는 없다.
라. 요건
⑴ 대리인이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할 것
상대방은 이를 주장하면 족하고, 대리인으로 법률행위를 한 자가 대리권의 존재 또는 본인의 추인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73110 판결). 제135조 제1항이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장책임과 증명책임이 분리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⑵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을 것
⑶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일 것
① 위와 같은 경우에는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무권대리인에게 제135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 언제나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제125조, 제126조, 제129조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도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본인이 무권대리인에게 기본대리권을 수여한 바도 없고, 상대방에게 대리권 수여 표시를 한 바도 없다면 우리 민법상 표현대리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② 제135조 제2항은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무권대리인의 무과실책임에 관한 원칙 규정인 제1항에 대한 예외 규정이므로 상대방이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 또는 알 수 있었는데도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무권대리인에게 있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10775 판결).
⑷ 대리인에게 행위능력이 있을 것
마. 효과
⑴ 이행의 청구
상대방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한 경우 무권대리인은 그 계약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였더라면 본인이 상대방에게 부담하였을 것과 같은 내용의 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무권대리인은 마치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가 된 것처럼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무권대리인이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위 계약에서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을 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권대리인은 그 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산정한 손해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가 적용됨은 물론이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10775 판결).
⑵ 손해배상의 청구
제135조가 이행 또는 손해배상 중의 하나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손해배상은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의미한다.
⑶ 이행 또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기산점 : 상대방이 가지는 계약이행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여기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라고 함은 대리권의 증명 또는 본인의 추인을 얻지 못한 때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65. 8. 24. 선고 64다1156 판결,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다53876 판결(상대방의 무권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본인이 추인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여 상대방이 제135조 제1항에서 정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
② 시효기간 : 대리행위가 목적한 계약의 성질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바. 본인과 무권대리인 사이의 법률관계
그들 사이의 기초적 내부관계, 또는 일반원칙에 따라 사무관리·부당이득·불법행위의 문제로 취급하면 족하다.
6. 첨부(添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호 민철기 P.79-101 참조]
가. 첨부
어떤 물건에 타인의 물건이 결합(附合․混和)하거나 타인의 노력이 가하여지는 것(가공)을 첨부(添附)라고 한다. 우리 민법은 첨부의 형태로서 부합·혼화·가공의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첨부를 인정하는 이유는 첨부된 물건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사회관념상 불합리하거나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첨부에서는 공통적으로 ① 첨부된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소 유권의 귀속결정), ② 구 물건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자는 어떤 지위를 가지는지(당사자 사이의 이해조정), ③ 구 물건 위에 존재하였던 제3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제3자의 권리보호)가 문제된다.
첨부에 관한 민법규정 중 첨부에 의하여 생긴 물건을 1개의 물건으로 존속시키고 복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첨부의 본질적 효과이므로 강행규정이다.
나. 부합(민법 제256조)
부합되는 물건, 즉 부합의 주물은 부동산이어야 하나 주물인 부동산에 부합하는 물건이 동산에 한하는가에 관하여는 학설이 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부동산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94다11606 판결).
부합한다는 것은 부동산에 부착·결합하여 사회경제상 부동산 그 자체로 보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부합으로 인한 소유권의 변동이 있기 위해서는 부착·합체가 일정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판례는 ‘부합이라 함은 훼손하지 아니하면 분리할 수 없거나 분리에 과다한 비용 을 요하는 경우는 물론, 분리하게 되면 경제적 가치를 심히 감손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하거나(4294민상445 판결), ‘어떠한 동산이 ……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2009다15602 판결).
부합한 물건에 관한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부동산의 소유자가 취득한다.
다. 첨부로 인한 구상권(민법 제261조)
본조는 첨부에 따르는 당사자 간의 이익을 조정하기 위하여 첨부규정의 적용에 의하여 손해를 받은 자가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조는 첨부가 민법 제741조의 ‘법률상의 원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점,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에 의의가 있다.
‘법률상의 원인’에 해당되지 않는 이유는, 첨부가 분리곤란 등의 물권법적 고려에 기하여 인정되는 것이어서 당사자 사이의 불공평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조의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한다’라고 함은, 본조의 경우가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는 특별한 부당이득의 경우로서 그 법률효과만을 준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서도 부당이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 등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 전부를 준용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며 판례도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
제261조는 임의규정이므로 구상권의 유무나 액수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는 때에는 그 합의에 따라야 한다.
라. 부당이득제도의 이론구성에 관한 통일설과 비통일설
⑴ 통일설 : ‘공평의 이념’을 근거로 하여 부당이득제도를 하나의 통일적 제도로 설명하는 견해로서 종래의 다수설이다. 통일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에 의하여 이익을 얻을 것(이득요건), ② 그 이득으로 말미암아 그 타인에게 손해를 주었을 것(손해요건), ③ 그 이득과 손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것(인과관계 요건), ④ 그 이득에 법률상의 원인이 없을 것(법률상의 원인의 흠결 요건)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⑵ 비통일설(유형론)
① 급부부당이득: 계약 기타 채권관계에서 채무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급부의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부당이득제도로서(반환의무자의 이득은 손실자의 급부에 의하여 발생함), 급부의 원인관계가 불성립/무효/취소 등으로 소멸된 경우, 협의의 비채변제 등이 대표적 예이다. 급부부당이득법은 주로 계약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한다.
② 침해부당이득: 반환의무자가 타인(= 반환청구권자)의 권리를 객관적으로 침해함으로써 반환청구권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이익이 그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된 경우 그 반환을 내용으로 하는 부당이득제도로서, 반환의무자의 이득이 반환의무자의 행위(소비, 처분, 사용, 부합, 혼화, 기공 등)에 의하여 반환청구권자의 권리내용이 침해되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침해부당이득법은 불법행위법의 보충 규범이다.
③ 비용부당이득: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타인 소유의 물건에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사안에서 비용지출자가 사무관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그로 인하여 그 타인이 얻은 이득의 반환에 관한 부당이득제도로서, 비용부당이득법은 사무관리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한다.
① 급부부당이득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② 침해부당이득과 ③ 비용부당이득을 포괄하여 비급부부당이득이라고 한다.
마. 급부/침해/비용지출 등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⑴ 급부과정의 단축에 의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3각 관계 급부), 자신의 계약상대방과의 법률관계 소멸을 이유로 그 제3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부정)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2001다46730 판결, 2006다46278 판결).
이와 같이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3자가 급부를 수령함에 있 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2006다46278 판결).
⑵ 계약에 의한 급부가 제3자의 이득으로 된 경우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그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전용물소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부정)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외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계약상의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49976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9269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48568 판결).
⑶ 침해자의 권리침해에 따른 이익을 제3자도 사실상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서, 이른바 ‘편취금전에 의한 채무변제에서의 부당이득’ 문제 : 채권자(제3자)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부당이득이 인정되지 아니함(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으면 피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음)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53740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등).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53740 판결), 채무자가 횡령한 금원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⑷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타인 소유 물건에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등의 부당이득(비통일설에서는 비용부당이득으로 봄)에 있어서는 성격상 비용지출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란 상정하기 어려울 것임
판례는 급부부당이득 사안에서는 계약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제3자의 선의나 악의, 과실 유무 등을 불문하고 허용되지 않지만 침해부당이득 사안[피해자 ➜ 채무자(편취자) ➜ 채권자]에서는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요건으로 채권자에 대한 피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비용부당이득은 이 사건과 무관하므로 논외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급부부당이득 사안인지 침해부당이득 사안인지의 구별이 의미가 있다.
마. 소유권유보부매매
⑴ 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 동산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만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목적물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유보되며 대금이 모두 지급된 때에 그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된다는 내용의 이른바 소유권유보의 특약을 한 경우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물권적 합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목적물을 인도한 때 이미 성립하지만 대금이 모두 지급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므로,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은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 매수인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하여도 유보된 목적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법리는 소유권유보의 특약을 한 매매계약이 매수인의 목적물 판매를 예정하고 있고, 그 매매계약에서 소유권유보의 특약을 제3자에 대하여 공시한 바 없고, 또한 그 매매계약이 종류물을 목적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를 바 없다.
⑵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3671 판결 : (위 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의 법리를 선언한 후) 그러므로 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매수인이 목적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더라도, 양수인이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거나 소유자인 소유권유보매도인이 후에 처분을 추인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양도는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행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어서, 그 양도로써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지 아니한다.
7.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호 민철기 P.79-101 참조]
가.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의 분석
⑴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철강제품이 공장 건물들에 부합되었으므로 부합 당시의 소유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철강제품 대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철강제품은 완공된 위 공장 건물들의 주요 구조체인 뼈대를 이루어, 위 건물들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고는 분리해 낼 수 없게 되었으므로, 위 건물들의 구성부분으로 부합되었다.
부합 당시 이 사건 철강제품의 소유자는 원고이고, 공장건물의 소유자는 피고이다. 따라서 원고는 甲뿐만 아니라 제3자인 피고에 대하여도 이 사건 철강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공장건물들에 대하여는 피고가 건축허가를 받았고 완공 후 피고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와 甲 사이에는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을 피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시킨다는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철강제품이 위 공장 건물들에 부합될 당시 위 공장 건물들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있었다.
피고는 부합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이 사건 철강제품이 위 공장 건물들에 부합됨으로써 피고는 위 철강제품의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는 그 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⑵ 문제점 제기
위 사안에서 소유권유보의 특약이 있으므로 이를 대외적으로 공시하지 않거나 제3자가 이에 관하여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이상 제3자(피고)는 매도인(원고)에 대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매도인은 제3자에 대하여 유보된 목적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99다30534 판결). 다만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소유권유보의 특약이 있더라도 매수인으로부터 매매 목적물을 취득한 제3자가 부합, 선의취득 등의 독립한 원시취득의 요건을 구비한 경우 제3자가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매도인은 제3자에 대하여 목적물을 추급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부합과 선의취득의 효과에는 차이가 있다. ① 선의취득은 민법 제249조가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합의 효과에 관하여는 민법 제261조가 ‘전 5조의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 다(선의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은 무권리자인 양도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선의취득을 한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는 없다).
② 부합의 경우에는 선의취득의 경우와 달리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선의취득의 경우에는 거래에 의하여 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하는 반면, 부합의 경우에는 사건에 의하여 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기 때문이다. 즉 부합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는 사건에 의하여 소유권의 귀속이 달라지는 결과 그로 인한 정산의 필요가 남게 되는 것이다.
⑶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급부로 순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계약관계에 기한 급부가 법률상의 원인이 되므로 최초의 급부자는 최후의 급부수령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참조).
이와 달리,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상태에서 매매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점유의 이전만 있어 매수인이 이를 다시 매도하여 인도하더라도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계약관계에 의한 급부만을 이유로 제3자는 소유자의 반환청구를 거부할 수 없고, 부합 등의 사유로 제3자가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면 그 가액을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함이 원칙이다. 다만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다시 매수한 제3자의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때에는, 그 선의취득이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되므로 제3자는 그러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에 의하여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를 매수인이 제3자와 사이의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3자 소유의 건물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됨에 따라 매도인이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비록 그 자재가 직접 매수인으로부터 제3자에게 교부된 것은 아니지만 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에 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된 것으로서 거래에 의한 동산 양도와 유사한 실질을 가지므로, 그 부합에 의한 보상청구에 대하여도 위에서 본 선의취득에서의 이익보유에 관한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과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에 의하여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⑷ 위 판결의 내용 분석
① 매도인과 중간자(건축업자)의 국면 : 소유권유보에도 불구하고 원고인 매도인의 급부가 있는 것으로 보게 되면 선의취득의 법리를 고려할 필요 없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부정된다. 그러나 소유권이 유보된 경우에는 단순한 급부관계가 연속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연속적 급부관계가 있었던 기존의 판례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소유권이 유보된 상태에서 급부가 이루어지면 소유권의 이전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침해부당이득에 의한 소유권취득에 해당한다.
② 중간자(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국면 : 선의취득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는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인정되더라도 거래행위를 통한 소유권취득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급부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선의취득이 인정되면 소유권취득을 넘어서 재산적 이익 취득도 종국적으로 인정된다(즉 선의취득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
선의취득 규정의 직접적용이 부정되어 부합을 포함한 첨부에 의한 법률규정에 따라 소유권취득이 인정되면 급부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부정되므로 기본적으로 침해부당이득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부합의 경우 법률규정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더라도 재산적 이익의 종국적 취득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선의취득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종국적 이익취득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그런 측면에서 본 사안은 선의취득의 법리를 차용하여 이해관계의 조정을 하고 있는 금전편취 부당이득에 관한 판결례와 유사한 점이 있다).
③ 선의취득 규정의 유추적용 : 선의취득은 거래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취득의 경우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이 직접적용될 수 없으며 나아가 유추적용도 부정된다.
부합에 의한 소유권취득을 인정한 이상 거래행위가 아닌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의 변동이 있었으므로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이 직접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의취득 규정과 달리 부합의 경우에는 이익의 반환여부가 문제되므로 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그 이익의 향유 여부에 관한 판단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선의취득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선의의 양수인은 그가 취득한 이득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진정한 소유자는 선의의 양수인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는 물론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에 반하여 최종 매수인이 악의이거나 선의인데 과실이 있는 경우 및 매도된 물건이 도품․유실물인 경우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원소유자는 최종 매수인에게 소유물반환청구권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매수인이 그 물건을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이 일어난 경우에는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원소유자에게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즉 도급계약에 의하여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도급인의 경우를 동산을 재매수한 선의취득자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④ 입증책임의 분배 :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는 유형론의 입장에 따라 부합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법률상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따라서 소유권유보 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하여 자신에게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⑤ 판단시점의 문제 : 원래 부합은 하나의 객관적 ‘사건’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 여부와는 무관하다. 다만 위 판결은 법률관계의 형평이라는 측면에서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 유무에 따라 부합에 따른 부수적 효과(부당이득반환)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판단 시점은 부합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8. 대상판결의 검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호 민철기 P.79-101 참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칙적으로 원고의 건축물에 부합된 승강기 가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지만 피고가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면(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 승강기의 부합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어 서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제3자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