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매매목적물의 특정과 착오, 토지경계의 착오는 중요부분의 착오〉】《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는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및 토지매매에서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과 지적도와의 일치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의 착오의 의미 /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는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및 토지매매에서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과 지적도와의 일치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갑이 을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매실나무 밭 바로 앞부분 약 80평이 포함되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을도 갑과 같이 토지의 경계를 잘못 인식하고 있어 매매계약 당시 갑에게 토지의 경계에 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위 토지면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갑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의 경계에 대하여 착오를 하였고, 그 착오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며, 을 측의 잘못된 설명으로 갑의 착오가 유발되었으므로 갑의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가령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 토지매매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거나 지적도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매목적물이 지적도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갑이 을로부터 토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매실나무 밭 바로 앞부분 약 80평이 포함되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을도 갑과 같이 토지의 경계를 잘못 인식하고 있어 매매계약 당시 갑에게 토지의 경계에 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위 토지면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갑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의 경계에 대하여 착오를 하였고, 그 착오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며, 을 측의 잘못된 설명으로 갑의 착오가 유발되었으므로 갑의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가. 피고는 원고에게 매실나무 밭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매매목적물이라고 하였고,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그런데 이 사건 토지에는 매실나무 밭 중 80평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 원심은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3. 매매목적물의 특정
가. 매매목적물이 토지인 경우의 판례
⑴ 매매당사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실의 경계와 관계없이 지적공부상의 경계와 지적에 의하여 확정된 토지를 매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매매당사자가 실제의 경계가 지적공부와 상이하다는 것을 모르고 매매하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다71522, 71539 판결).
◎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다71522, 71539 판결 : 지적법에 의하여 어떤 토지가 지적공부에 1필지의 토지로 등록되면 그 토지의 소재, 지번, 지목, 지적 및 경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등록으로서 특정되고 그 소유권의 범위는 현실의 경계와 관계없이 공부상의 경계에 의하여 확정되는 것이어서, 토지에 대한 매매는 매매당사자가 지적공부에 의하여 소유권의 범위가 확정된 토지를 매매할 의사가 아니고 사실상의 경계대로의 토지를 매매할 의사를 가지고 매매한 사실이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실의 경계와 관계없이 지적공부상의 경계와 지적에 의하여 확정된 토지를 매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2977 판결 등 참조), 또한 매매당사자가 그 토지의 실제의 경계가 지적공부상의 경계와 상이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실제의 경계를 대지의 경계로 알고 매매하였다고 해서 매매당사자들이 지적공부상의 경계를 떠나 현실의 경계에 따라 매매목적물을 특정하여 매매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48918, 48925 판결 참조).
⑵ 판례는 지적공부가 아닌 사실상의 경계대로의 토지를 매매한 사실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 ① 기술적인 착오로 지적도상의 경계선이 진실한 경계선과 다르게 작성된 경우, ② 1필지 토지가 각 건물의 부지로 분필되면서 경계와 지적이 불일치되었고 전전매도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경계대로의 토지를 매매할 의사를 갖고 거래를 한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2977 판결).
◎ 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12977 판결 : 토지에 대한 매매도 현실의 경계와 관계없이 지적공부상의 경계와 지적에 의하여 확정된 토지를 매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다만 지적도를 작성함에 있어서 그 기점을 잘못 선택하는 등 기술적인 착오로 말미암아 지적도상의 경계선이 진실한 경계선과 다르게 작성되었다든가 또는 1필지의 토지 위에 수동의 건물을 짓고 건물의 경계에 담장을 설치하여 각 건물의 부지로 사실상 구획지워 어림잡아 매도한 후 그 분필등기를 하였기 때문에 그 경계와 지적이 실제의 것과 일치하지 않게 되었고, 그 부지들이 전전매도되면서도 당사자들이 사실상의 경계대로의 토지를 매매할 의사를 가지고 거래를 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토지의 경계는 실제의 경계에 의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75. 11. 11. 선고 75다1080 판결, 대법원 1982. 6. 8. 선고 81다611 판결, 대법원 1986. 10. 14. 선고 84다카490 판결, 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다카1380 판결, 대법원 1989. 1. 24. 선고 88다카8194 판결 참조).
⑶ 결국 위 판례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특정함에 있어서는 지적공부상의 경계나 지적에 의하여야 한다.
나. 매매목적물이 상가집합건물의 구분점포인 경우의 판례
⑴ 기본적으로 앞서 본 매매목적물이 토지인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⑵ 매매당사자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이용현황과 관계없이 집합건축물대장 등의 공부에 의해 구조, 위치, 면적에 의하여 확정된 구분점포를 매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매매당사자가 실제 이용현황이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와 상이하다는 것을 모르고 매매하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05 판결).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05 판결 : 집합건물법 제1조의2는 1동의 상가건물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이용상 구분된 구분점포를 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구분점포의 번호, 종류, 구조, 위치, 면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축물대장의 등록 및 그에 근거한 등기에 의해 특정된다. 따라서 구분점포의 매매당사자가 집합건축물대장 등에 의하여 구조, 위치, 면적이 특정된 구분점포를 매매할 의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점포로서 실제 이용현황과 관계없이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에 의해 구조, 위치, 면적에 의하여 확정된 구분점포를 매매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매매당사자가 매매계약 당시 구분점포의 실제 이용현황이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와 상이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점포로서 이용현황대로 위치 및 면적을 매매목적물의 그것으로 알고 매매하였다고 해서 매매당사자들이 건축물대장 등 공부상 위치와 면적을 떠나 이용현황대로 매매목적물을 특정하여 매매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교환계약의 목적물 특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⑶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1다220666 판결)[= 상가집합건물의 구분점포에 대한 매매의 경우 실제 이용현황과 관계없이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에 따라 구조, 위치, 면적이 확정된 구분점포가 매매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① 상가집합건물의 구분점포에 대한 매매는 원칙적으로 실제 이용현황과 관계없이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에 따라 구조, 위치, 면적이 확정된 구분점포를 매매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② 그러나 1동의 상가집합건물의 점포들이 구분소유 등기가 되어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위 상가건물의 각 점포들에 관한 집합건축물대장 등 공부상 호수와 구조, 위치 및 면적이 실제 이용현황과 일치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복원조차 용이하지 아니하여 단지 공부가 위 상가건물에서 각 점포들이 차지하는 면적비율에 관하여 공유지분을 표시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하고 있고, 위 점포들이 전전매도되면서 매매당사자들이 실제 이용현황대로의 점포를 매매할 의사를 가지고 거래한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점포의 구조, 위치, 면적은 실제 이용현황에 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1다220666 판결).
4.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의의
⑴ 제109조는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여 표의자를 보호하면서도,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거나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그 취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한편,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그 취소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여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아울러 보호하고 있다.
⑵ 이러한 제109조의 법리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의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모든 사법(私法)상의 의사표시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소가 개설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증권이나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그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거래소의 업무규정에서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에 대하여 민법 제109조가 적용되고,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에 대한 보호도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통해 도모되어야 한다).
⑶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 역시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나. 착오
⑴ 착오의 개념
㈎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①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94841 판결 :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매수한 임야가 도시관리계획상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위 임야가 장차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장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②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다99798 판결 : 갑 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전임자 을에 대한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으로 된 직에 병을 임명하였는데 이후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무효임이 확정된 사안에서, 병에 대한 임명행위 당시 을의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이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상황에 대한 갑 조합의 인식 자체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서 면직된 상태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③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퇴직근로자 을에게 체불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하면 회사 정상화 이후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고, 을은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안에서, 을이 갑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도 재고용되지 않았더라도, 이는 을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④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02922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택지개발예정지구의 대상 면적을 축소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변경이 고시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개발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였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12175 판결).
㈐ 판례는, 온라인연합복권 운영기관인 A은행이 향후 7년 동안의 총 예상매출액에 관한 회계법인의 검토보고에 따라 온라인연합복권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용역을 제공하는 B회사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7년, 수수료를 매회 매출액의 9.523%로 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온라인연합복권이 발행된 이후 그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어 처음 1년 동안의 누적매출액이 당초 예상한 매출액의 11배가 넘는 금액에 이르렀고 그 결과 B회사에 과다한 수수료가 지급되자, A은행이 착오를 이유로 계약의 일부취소(수수료 감축)를 주장한 사안에서, “비록 A은행이 회계법인의 검토에 따른 예상매출액을 토대로 수수료율 등 이 사건 계약 내용을 정하였고 실제 매출액이 위 예상매출액보다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하고, 또한 A은행이 위 예상매출액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A은행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장래의 매출액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위 착오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44368 판결. 이 판결은 또한, “이른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다.”는 법리를 선언한 다음, 이 사건 온라인연합복권 판매액이 예상매출액을 훨씬 초과하게 되어 그 판매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원고가 결과적으로 예상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A은행 측의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 주장도 배척하였다.
다. 법률행위 해석과 착오의 관계
⑴ 자연적 해석과 착오
자연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일치하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⑵ 규범적 해석과 착오
규범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가 발생한다.
⑶ 보충적 해석과 착오
보충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도 표의자가 실제 원하던 바와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은 법원이 당사자의 가상적 의사라고 인정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표의자가 착오를 주장할 수는 없다(다수설).
라.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
⑴ 표시상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는 옳게 이해하고 있으나 표시행위 자체를 잘못한 경우 (예) 컴퓨터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표시할 것을 실수로 10만 원이라고 표시한 경우
⑵ 내용(의미)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표시행위를 한 경우 (예) 홍콩 사람이 홍콩 달러 100달러에 매수할 생각으로 100달러라고 표시하였는데 그곳
이 미국 달러가 통용되는 지역이어서 그 표시행위의 의미가 미국 달러 100달러에 사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 보증인이 신원보증 서류로 알고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실제로는 연대보증 서류이었던 경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물상보증인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의 동일성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다37087 판결 : 피고 회사 광주지점 직원인 소외 정호일과 법무사 사무소 직원인 소외 정권진이 1993. 2. 24. 소외 김해성 경영의 우신전기 사무실 옆에 있는 신광전기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채무자란이 백지로 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연대보증계약서를 각 제시하면서 근저당권 설정자란과 연대보증인란에 원고의 서명날인을 요구하였을 당시 원고는 그 채무자가 위 김해성인 것으로 알고 근저당권설정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그 후 판시와 같은 경위로 채무자가 소외 서낙철로 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상의 채무자를 소외 서낙철이 아닌 위 김해성으로 오인한 나머지 근저당설정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이와 같은 채무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⑶ 동기의 착오
라. 동기의 착오
⑴ 의의
동기란 효과의사를 형성하게 된 사정 또는 법률행위로 도모하려는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말하는데, 동기의 착오란 이러한 동기가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동기의 착오는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양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를 나누어 검토해 보아야 한다.
⑵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듯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동기의 착오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 민법의 해석상 ‘법률행위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판례를 분석하여 보면 동기의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임을 전제로, ①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②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 ③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졌는데 계약의 수정이 어려운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인정하고 있다.
착오의 대부분은 동기의 착오이기 때문에 동기의 착오를 제109조의 적용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 반면에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넓게 인정하면 상대방의 법적 지위가 너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표의자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상행위의 경우에는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다만 증여계약과 같은 무상행위의 경우에는 표의자의 의사표시에 관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적으므로 착오가 표의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다른 제한 없이 취소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 ①항에 관한 판례로는,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 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3다19342 판결 등)
②항에 관한 판례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7440 판결 :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시가 위와 같은 개발사업을 실시함에 있어 그 사업계획에는 개발제한구역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지 아니한 토지를 사업지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피고시는 일부가 그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토지는 무조건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를 협의 매수하기로 하고, 지주들에 대하여는 잔여지가 발생한 사실 및 잔여지에 대하여는 지주의 수용 청구가 있어야만 사업시행자가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알리지 아니하고 지주들로부터 잔여지수용청구도 받지 아니한 채,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에 대한 보상가액을 사정하여 미리 책정한 다음 지주들에게 이에 따른 손실보상협의요청서를 발송하고 매수 협의를 진행하였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들은 피고시의 담당 직원들이 원고들 소유 토지의 정확한 편입 상황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것처럼 보상가액을 책정하고 매수요청을 함에 따라, 원고들 소유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이거나 가사 일부가 편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토지 전부를 매도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피고시의 협의매수에 응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원심이 원고들이 이 사건 잔여지에 관하여 피고시의 협의매수요청에 응한 것은 그 잔여지를 포함한 토지 전부가 피고시의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으로 잘못 알았거나 또는 일부 토지가 사업대상에 편입되면 그 전부를 수용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응한 것으로서 이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산하의 관계공무원이었고, 이 사건 전체 토지 중 편입대상 토지의 면적은 잔여지에 비하여 현저히 작은 부분이므로, 원고들은 나머지(잔여지)를 종래의 용도인 농토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원고들은 피고시에 의한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잔여지에 대한 협의매수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동기는 이 사건 협의매매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을 이룬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 사건에서 협의매수로부터 취소에까지 이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소론과 같은 기간이 지나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다6063 판결 : 원심은 원고가 1992. 7. 30.경 피고에게 지급한 금 3,000,000원은 원고의 기존 주택이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그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이를 주장하는 피고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착오로 증여한 금원이므로 피고는 그 착오에 의한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한 원고에게 위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 사이의 경계선이 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도면 표시 3과 4를 연결하는 선이라고 생각하여 원고의 기존 주택이 그 경계선을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이를 침범하려고 한다면서 동작구청과 서울특별시청에 진정을 하고, 감사원에도 새로운 진정을 하려고 하자 원고는 두 토지의 경계선이 피고가 주장하는 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금 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금원은 경계선에 관한 피고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경계선을 잘못 인식한 원고가 착오로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증여한 금원으로, 원고가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뜻이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그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진정한 경계선에 관한 착오는 원고가 위 금원 지급 약정을 하게 된 동기의 착오라 할 것임은 상고이유에서 논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그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피고측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의 체결에 있어서 원고는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원고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원고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금원 지급 의사표시는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 되어 원고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이다.
⑶ 당사자 쌍방에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
㈎ 문제점
예를 들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매도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것으로 생각하여, 매수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매매대금에 추가하여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실제로 매도인에게 부과된 세액이 8억 원인 경우와 같이,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사자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에서와는 달리 계약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만일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당사자들은 다른 내용으로 합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어느 일방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합의했을 내용으로 계약을 수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 판례
① 대법원은 앞서 제시한 사례(이른바 양도소득세 사건)에서, “원고(매도인)와 피고(매수인)가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세금의 액수가 위 금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가 위 초과세액까지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을 때에는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 상당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의 지급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세액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매매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24810 판결), 이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는 입장과 같다.
② 그리고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같은 내용으로 착오를 하고 이로 인하여 그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도 있으나, 여기서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란 당사자의 실제 의사 내지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보충적 해석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마. ‘중요부분’의 착오
⑴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주관적 표준),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객관적 표준)(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 대법원 2009. 3. 16. 선고 2008다1842 판결 등 참조).
가령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대법원 1968. 3. 26. 선고 67다2160 판결, 대법원 1974. 4. 23. 선고 74다5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 등 참조).
⑵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있다고 하려면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만일 그 착오로 인하여 표의자가 무슨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은 것이 아니라면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 : 주채무자의 차용금반환채무를 보증할 의사로 공정증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으나 그 공정증서가 주채무자의 기존의 구상금채무 등에 관한 준소비대차계약의 공정증서이었던 경우, 소비대차계약과 준소비대차계약의 법률효과는 동일하므로 공정증서가 연대보증인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이라고 할 수 없어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차용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었던 이상 착오로 인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었거나 장차 불이익을 당할 염려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착오는 연대보증계약의 중요 부분의 착오가 아니다).
⑶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239345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바. 표의자에게 ʻ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ʼ
⑴ 중대한 과실의 의미
㈎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다25830, 2584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884 판결 등 참조).
① 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38881 판결 : 원고는 부천시 소재 100평 정도의 건물을 임차하여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매출액 및 종업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 공장이 협소하게 되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먼저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설립하고자 하는 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관할 관청에 알아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또 이와 같이 알아보았다면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의도한 공장의 건축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
②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2772 판결 : 거래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의 알선을 업으로 삼고 있어 고도의 직업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지위나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받게 할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중개를 의뢰하여 매매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일반인으로서는 부동산중개업자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것으로 신뢰하고 그의 개입에 의한 거래 조건의 지시, 설명에 과오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거래하는 것이라는 점, 매수인이 중개업자의 말을 믿어 착오에 빠지게 되었지만 중개업자가 착오에 빠지게 된 과정에 명확하게 당해 점포를 지적하지 아니하였던 매도인의 잘못도 개입되어 있는 점, 중개인을 통하여 하는 부동산 매매 거래에 있어 언제나 매수인 측에서 매매 목적물을 현장에서 확인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매 당사자에게 중개업자가 매매 목적물을 혼동한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까지 미리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할 것인 점 등 매매 중개와 계약 체결의 경위 및 부동산 매매 중개업의 제반 성질에 비추어 볼 때, 매수인이 다른 점포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라고 오인한 과실이 중대한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매수인과 매도인 쌍방을 위하여 중개행위를 한 중개업자 스스로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다른 점포로 오인한 채 매수인에게 알려 준 과실을 바로 매수인 자신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토지매매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거나 지적도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매목적물이 지적도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34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갑이 을로부터 토지 약 325평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매실나무 밭 바로 앞부분 약 80평이 포함되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을도 갑과 같이 토지의 경계를 잘못 인식하고 있어 매매계약 당시 갑에게 토지의 경계에 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위 토지면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갑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의 경계에 대하여 착오를 하였고, 그 착오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며, 을 측의 잘못된 설명으로 갑의 착오가 유발되었으므로 갑의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
⑵ 증명책임: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⑶ 예외 :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면서 이용한 경우
예컨대 A 컴퓨터회사가 그 홈페이지 쇼핑몰에 실수로 2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컴퓨터를 10만 원대로 표시하자 B는 그것이 착오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이 기회에 노트북을 싸게 구입할 생각으로 재빨리 결제해 버린 경우, A는 위 매매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여 노트북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이러한 착오는 표시상의 착오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에 해당하고 또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단 착오 취소의 요건은 충족된다. 그렇지만 B가 위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면 원칙적으로 A는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이 경우 A는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유로 B의 위 중과실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은 비록 구민법이 적용되던 때의 사안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므로 당초에 그 상대방이 악의여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동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A는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였다는 사실을 주장, 증명하여 결국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판례도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 소외 1이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0경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의 매수주문을 입력하면서 주문가격란에 0.80원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 80원을 입력한 사실, 이 사건 거래는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장중 매매거래 시 최우선매수호가부터 5개의 매수호가와 그 호가수량이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표되고, 이 사건 거래 당시에도 호가를 한 당사자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1계약당 80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을 매수하겠다는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주문(이하 ‘이 사건 매수주문’이라고 한다) 내역은 거래참가자들 모두에게 공개된 사실,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는 불과 1개월의 차이를 두고 있는 2개 통화선물 종목의 차액으로서 시장가격의 변동성이 적어 평소에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0.1원 내지 0.3원의 변동이 있는데, 이 사건 거래 전날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종가는 0.9원이었던 사실, 피고의 직원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4경 1.1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09:00:03:60 위 주문이 80원에 체결되자, 거래화면에 나온 매수호가 80원을 클릭하여 주문가격을 80원으로, 주문수량을 300계약으로 하여 09:00:08:46 매도주문을 하고, 이후 주문가격과 주문수량을 고정하여 09:00:11:88부터 09:00:15:73까지 불과 몇 초 만에 추가로 28회의 매도주문을 한 사실,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가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에 대하여 하루 1,000계약 이상의 주문은 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거래 당일에는 10,000계약의 주문을 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로서는 최초에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이 사건 매수주문의 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사건 매수주문을 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사. 상대방의 예견가능성 여부
표의자가 취소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는 특히 표시의 착오 또는 의미의 착오의 경우에 의미가 있는데(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동기의 착오를 고려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오로 인한 취소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상대방이 입은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민법의 입법상 불비를 보충하기 위하여 이를 요구하는 소수설도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① 법의 근거가 없고, ② 이를 요구하면 착오에 의한 취소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③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상대방이 예견가능한 경우에만 착오에 의한 취소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결과가 되므로, 상대방의 예견가능성은 필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아. 착오에 특유한 ‘취소권 배제’ 사유
⑴ 투기적, 모험적인 행위
예를 들어 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몇년이 지나도 개발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사 매수인이 매매계약 당시 매도인에게 그러한 동기를 표시하였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에 따르는 위험(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의식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⑵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소멸한 경우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그 후에라도 소멸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취소권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4620 판결).
385).
5. 착오로 인한 취소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소급적 무효 : 이미 이루어진 급부의 청산
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표의자)의 신뢰이익배상책임
⑴ 문제점
민법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서는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일정한 생활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이른바 신뢰투자), 그러한 경우에는 표의자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에 따라 손해를 입게 된다. 예컨대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중개 수수료 및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나중에 매도인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해 버리면 매수인은 위 중개 수수료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는 그 때문에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여기서는 표의자가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한 경우에 한정해서 검토하기로 한다.
⑵ 판례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13023 판결은, 상대방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인바, 피고가 계약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소외 회사가 수급할 공사의 실제 도급금액을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피고가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계약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여 표의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바 있다.
표의자가 자신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나중에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상대방이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그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그 손해를 귀속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 따라서 그로 인한 상대방의 신뢰이익은 배상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535조가 정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그 자체가 실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제535조를 유추적용 하는 것보다는 곧바로 제750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는 민법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에게도 취소권을 준 이상 그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가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하여 그 자가 ‘그러한 하자 있는 법률행위에 상대방을 끌어들인 것’까지 적법해 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착오에 빠진 데 경과실이 있는 표의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이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과실상계의 사유로 참작하면 된다는 견해와 아예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은 신뢰이익 상당액을 원칙으로 하되, 이행이익 상당액을 넘지 못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과잉배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상대방은 취소로 인한 신뢰이익배상을 통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그 소유의 건물을 차임 월 금 40만 원, 임대차기간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그 직후 병이 갑에게 위 건물을 차임 월 금 50만 원에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 임대해 줄 것을 청약하였는데 갑은 을에게 위 건물을 이미 임대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그런데 그 후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착오(경과실)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하였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 위 사례에서 갑의 이행이익은 금 40만 원, 신뢰이익은 금 50만 원이다. 그런데 갑으로서는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을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으로서 금 40만 원(금 50만 원이 아니라)만을 청구할 수 있다].
6. 관련문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83-199 참조]
가. 담보책임과의 경합
⑴ 매수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 문제점
예컨대 을이 갑으로부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토지 위에는 관계 법령상 공장을 지을 수 없었던 경우, 을은 착오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또한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 이 경우 담보책임에 관한 제580조 제1항만 적용되는가 아니면 제580조 제1항과 착오에 관한 제109조 제1항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만일 법률행위 해석의 결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단순히 '토지'였다면, 다시 말하면 당사자 사이에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설령 관계 법령에 의하여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토지가 통상 갖추어야 할 성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오로지 착오에 의한 취소 문제만 생기고 하자담보책임의 문제는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 착오와 담보책임의 경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 판례
판례는 서화의 매수인이 매매 후 6년 만에 목적물인 서화가 위작된 사실을 알게 되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르고, 그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그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매수인의 착오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 이는 양 제도의 전면적인 경합을 인정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매수인의 착오가 매매 목적물의 성질에 관한 것인 경우 제580조가 제109조의 특별규정이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제580조가 매수인으로 하여금 보다 엄격한 요건(무과실) 하에 그리고 단기의 제척기간(6월) 내에 담보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착오 취소권을 함부로 배제하여 매수인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므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⑵ 매도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 문제점
예컨대 갑이 병이 무권리자인 사실을 모르고 병으로부터 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을에게 다시 위 부동산을 대금 1억 원에 매도하고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그후에 위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을을 상대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확정 당시 위 부동산의 시가는 2억 원)을 받자, 을이 갑에게 제570조에 따라 위 매매를 해제하지 않고 손해배상(전보배상)으로서 2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 경우 갑은 위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만일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위 부동산을 을에게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제109조 제1항에 의하여 을과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항변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만일 갑이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면 갑은 을에게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으로서 매매대금으로 지급 받은 1억 원만 반환하면 되고 매매계약의 소급적 무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의무를 면하게 되기 때문에 갑에게 훨씬 유리하게 된다.
⑵ 판결
민법상 타인의 권리의 매매로 인한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민법 총칙의 착오에 관한 규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매도인인 피고는 착오에 기한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1980. 10. 31. 선고 80나2589 판결).
위와 같은 사례에 대비하여 제571조는 “매도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있는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례에서제570, 571조는제109조의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갑의 위 착오에 의한 취소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해제와 취소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82 판결).
다. 화해계약과 착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제733조).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의 관계
⑴ 기망행위에 의하여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 : 경합
⑵ 기망행위에 의하여 표시·의미의 착오에 빠진 경우 : 판례는 이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자체에 해당하지 않고 이 경우에는 오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만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와 경합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매매목적물의 특정기준과 착오)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20 참조]
가. 매매목적물 : 계약서에 기재된 토지(≠ 매실나무 밭)
⑴ 계약당사자의 의사는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토지에 관하여 매매의사가 합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 거래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공부상으로 확인되는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일물일권주의).
⑵ 유사판례인 소위 ‘제주 유자밭’ 사건(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다5514 판결)
위 판결의 원심은 원고와 피고들이 실제 눈으로 확인한 토지를 매매계약의 목적물로 보고, 타인 권리의 매매 법리에 의하여 보여준 땅에 관한 시가 상당액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에서 매매목적물은 등기부상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다.
나. 토지 경계의 착오는 중요부분의 착오임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대법원 1974. 4. 23. 선고 74다5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