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손해배상예정액 감액요건인 ‘부당성’ 판단기준>】《‘계약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로 약정된 손해배상예정액을 감액하지 않은 사례(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7다8876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회사로부터 낙농장비 등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수입·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위반 시 그 당사자는 상대방이 그러한 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 사안에서, 손해배상 예정액이 손해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할지라도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서도,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2]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회사로부터 낙농장비 등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수입·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위반 시 그 당사자는 상대방이 그러한 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 사안에서, 갑 회사와 을 회사는 모두 낙농장비의 수입·수출업을 영위하는 상인으로서, 위 계약은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장기간에 걸쳐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계약 위반으로 당사자가 입게 될 손해가 중대할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위약금 조항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갑 회사와 을 회사 사이의 거래 기간, 거래 규모, 이러한 거래를 통하여 갑 회사가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수익 등을 종합하면, 손해배상 예정액이 손해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할지라도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면서도,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피고(독일 회사)와 사이에, 피고가 생산ㆍ공급하는 낙농장비ㆍ기구를 국내에 독점적으로 수입하여 판매하기로 하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계약의 중대한 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를 약정하였다.
⑵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소송에서 해지사유가 결과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⑶ 원고는 위 해지통보 이후 피고에게 물품의 구매주문을 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불응하였다.
⑷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구매주문 불응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청구하면서, ‘과거 수입ㆍ판매량으로 계산한 구매주문 불응 기간 동안의 예상수익의 10배’를 지급하라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손해액의 10배’는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다투었다.
⑸ 원심은 이 사건 계약상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다(상고기각).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이다.
⑵ 원고 등이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생산하는 낙농산업 제품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위반 시 그로 입은 손해액의 10배를 배상하기로 정한 경우, 원고 회사와 피고가 모두 상인인 점, 장기간에 걸쳐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으로 계약 위반으로 당사자가 입게 될 손해가 중대할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을 둔 것인 점,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의 거래 기간, 거래 규모, 이러한 거래를 통하여 원고 회사가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수익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인정한 손해배상 예정액 808,506,610원이 손해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할지라도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이다.
3.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가. 의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의 법률문제를 간편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놓은 것이고, 위약벌은 계약을 위반한 사람을 제재하고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하여 정해놓은 것이다(대판 1989. 10. 10, 88다카25601(공 1989, 1658); 대판 1998. 12. 23, 97다40131).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배상적 기능을 갖고 있고, 위약벌은 제재적ㆍ예방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경우에 관한 것이고, 실제로는 두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약금 약정이 위 두 가지 기능이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분하고 있다.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배상의 간편한 처리에, 위약벌은 이행강제에 주된 목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는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대판 1993. 4. 23, 92다41719). 손해배상액의 예정에는 배상적 기능뿐만 아니라 예방적 기능과 경고적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실익은 두 가지이다. 첫째,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위약벌 약정을 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위약벌 이외에 자신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위약금을 지급하면 충분하고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대판 1988. 5. 10, 87다카3101). 둘째, 제398조 제2항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정하고 있고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다. 판례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판 1968. 6. 4, 68다419).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 문제
⑴ 2000년대 이전의 판례
초기의 판례에서는 위약금에 제재적 성격이 있는 경우 위약벌로 인정하였다. 가령 대법원은 피고의 계약위반에 대한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 해석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판 1968. 6. 4, 68다491, 대판 1981. 7. 28, 80다2499). 위약금 이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점을 들어 위약벌로 본 경우도 있다(대판 1998. 12. 23, 97다40131).
⑵ 2000년대 이후의 판례 (특히 계약보증금의 경우)
㈎ 계약보증금에 관한 판례를 보면 2000년 전후를 기준으로 판례의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 종전에는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본 사례들이 많았다(대판 1989. 10. 10, 88다카25601 등). 특히 도급계약에서 계약이행 보증금과 지체상금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대판 1989. 7. 25, 88다카6273, 88다카6280; 대판 1994. 9 30, 94다32986), 계약이행 보증금은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고 있었다(대판 1996. 4. 26. 95다11436; 대판 1997. 10. 28. 97다21932).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계약이행 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 경우도 있었다(대판 1995. 12. 12, 95다28526).
㈏ 그런데 대판 2000. 12. 8, 2000다35771은 도급계약서상 계약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이 함께 규정되어 있는 것만으로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급계약서 및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계약보증금이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계약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도급계약서 및 위 약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ㆍ입증되어야 하는바, 소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와 소외 상원기계공업 주식회사 사이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에 계약보증금 외에 지체상금도 규정되어 있다는 점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같은 취지의 판결로는 대판 2001. 1. 19. 2000다42632; 대판 2004. 12. 10, 2002다73852; 대판 2005. 11. 10, 2004다40597; 대판 2001. 9. 28, 2001다14689).
종전에는 위와 같이 계약보증금과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고 있었으나, 이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자보수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지 위약벌에 해당하는지는 의사해석의 문제라고 보아 전원합의체에 의한 판례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위에서 본 판결들이 나온 후에도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인정한 판결들이 있다(대판 2002. 4. 23, 2000다56976, 대판 2009. 7. 9, 2009다9034, 대판 2005. 10. 13, 2005다26277, 대판 2005. 1. 27, 2002다42605).
⑶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는지 여부
대판 2013. 4. 11, 2011다112032에서는 문제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았다.
종래의 판례는 위약금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법적 판단을 하였으나, 이 판결은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를 부과하기로 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고, 그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중 어느 하나에 귀속시키지 않고 법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에,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전기요금 면탈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한도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면탈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을 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위약벌로 볼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위 약관 등에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위와 같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⑷ 판례의 태도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기본적으로 계약의 해석 문제이다. 따라서 계약서에 기재된 문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계약을 체결할 당시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만으로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무엇인지, 특히 상대방이 그 문구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추정되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성질을 결정해야 한다.
판례가 위와 같이 변화한 이유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모호한 경우 가능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인정함으로써 형평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4. 위약벌도 감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⑴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3. 4. 23, 92다41719). 국가가 사인 사이의 계약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규정이다. 그러나 이 규정에서 증액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⑵ 이 규정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판 1991. 3. 27, 90다14478; 대판 1993. 1. 15, 92다36212; 대판 1997. 7. 25, 97다15371; 대판 2000. 7. 28, 99다38637). 이 경우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ㆍ확정할 필요는 없고(대판 1975. 11. 11, 75다1404; 대판 1987. 5. 12, 86다카2070), 다만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보면 충분하다(대판 1995. 11. 10, 95다33658; 대판 2004. 7. 22, 2004다3543: 대판 2013. 10. 24, 2010다22415).
나. 위약벌의 감액과 무효
⑴ 판례의 태도
㈎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한 판례
대법원은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하였다(대판 1968. 6. 4, 68다419). 위약벌의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액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
1990년대에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는 없고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초기에는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될 수 있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무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① 대판 1993. 3. 23, 92다4690에서는 백화점 수수료위탁판매매장계약에서 임차인이 매출신고를 누락하는 경우 판매수수료의 100배에 해당하고 매출신고누락분의 10배에 해당하는 벌칙금을 임대인에게 배상하기로 한 위약벌 약정을 하였는데, 이를 감액할 수 있는지 또는 위 약정이 무효인지 문제되었다. 원심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는 법리이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전제한 다음, 위 위약벌의 배상배율이 판매수수료의 100배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위약벌 약정의 공서양속 위반 요건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요건을 비교해보면, 위약벌의 공서양속 위반 요건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요건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위 판례에서 제시한 요건에 따르면 큰 차이가 없다.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인정되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 무효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대판 2002. 4. 23, 2000다56976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으며,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동지: 대판 2005. 10. 13, 2005다26277).
㈐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무효를 인정한 판례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대판 1997. 6. 24, 97다2221)는 많지 않다. 다만 대판 2002. 2. 5, 2001다62091(공 2002, 635)에서는 “그 의무 강제에 따라 피고가 얻는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위약벌이 지나치게 무거워 약정 금액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최근 대판 2013. 7. 25, 2013다27015에서는 연예인 전속계약에서 위약벌금으로 2억 원을 정한 것이 유효한지 문제되었는데,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다는 점,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 그 무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은 기존의 판례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2억 원의 위약벌 약정이 1억 5,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고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라고 하였는데, 이처럼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무효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위약벌을 감액한 것과 차이가 없다.
5. 손해배상액의 예정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99-514 참조]
가. 의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을 채권관계의 당사자가 미리 계약으로 정하여 두는 것을 말한다. 위약금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아니면 뒤에서 볼 위약벌의 성질을 갖는데, 당사자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제398조 제4항).
나. 법적 성질
⑴ 정지조건부 계약 : 채무불이행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계약이다.
⑵ 종된 계약
① 주된 채권관계에 종된 계약. 따라서 주된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효력을 상실한다. 예를 들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하여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던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효력을 잃는다. 그러나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더라도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협력의무의 위반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하는 것은 허용된다.
② 한편, 제398조 제3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제551조는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내용과 계약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계약당사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전보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실효되지 않고, 전보배상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따라 그 배상액을 정해야 한다. 다만 위와 같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정해진 약정이라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실효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실효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약정 내용,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이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다292736, 292743 판결).
⑶ 취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함과 함께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기능이나 목적이 있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다. 손해배상액예정의 성립 요건
⑴ 기본채권의 성립
⑵ 당사자 사이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
예를 들어,
①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약정된 날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에 도급인에게 매일 공사대금에 일정한 비율(통상적으로 1/1,000 또는 2/1,000)을 곱한 금액을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체상금 약정’,
②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위약한 경우에는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이 위약하는 경우에는 계약금을 포기하는 내용의 ‘계약금배액상환·포기 약정’[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14569 판결 : 유상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므로,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 및 원심판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서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기 전까지 위약금 명목으로 계약금액의 배액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매수인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원고와 피고 산영씨앤씨가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약정하였다거나 피고 산영씨앤씨의 계약불이행으로 원고가 입은 실제 손해액이 계약금 상당액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③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분양대금채무의 이행지체에 대비한 지연손해금 비율을 따로 약정한 경우 등이다.
⑶ 손해배상액 예정이 법률에 위배되지 않을 것
㈎ 손해배상액 예정이 법률상 금지되는 경우
① 근로기준법은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② 따라서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위 조항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 甲 주식회사가 발행 주식 매각을 통한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근로자 측과 ‘甲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할 경우 이미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로 계산하여 반납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안에서, 위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임).
③ 예컨대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위 조항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①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 예컨대 임차인의 월차임 연체에 대하여 월 5%(연 60%)에 달하는 연체료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8조 등에 의하여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대법원 2000. 7. 6. 선고 2000다18288, 18295 판결 참조).
이 규정은 위약금의 성질이 손해배상액 예정이 아닌 위약벌인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
② 한편, 이와 같이 약관조항이 무효인 경우 그것이 유효함을 전제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적용하여 적당한 한도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거나,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부분을 감액한 나머지 부분만으로 그 효력을 유지시킬 수는 없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
6. 손해배상예정액의 청구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99-514 참조]
가. 손해배상예정액 청구의 요건
⑴ 채무불이행 사실
채권자는 손해배상액 예정의 대상이 되는 채무불이행 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일반적으로 ①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이 예정된 경우, ② 이행거절 또는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이 예정된 경우, ③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이 예정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당사자들이 어떠한 유형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손해배상액 예정을 한 것인지는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도급계약에서 ‘지체상금약정’이 있는 경우는 ①에 해당함이 명백하고(따라서 수급인의 이행불능·거절 또는 완성된 공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약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1137, 41144 판결), 매매계약에서 자동해제 조항과 결부된 ‘계약금 배액 상환, 포기 약정’이 있는 경우는 ③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⑵ 손해의 발생이 필요한지 여부
판례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의 액수는 물론 손해의 발생에 관한 다툼까지 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주장·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가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⑶ 채무자가 귀책사유 없음을 항변할 수 있는지 여부
㈎ 판례는 건축도급계약에서 지체상금 약정에 관하여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사가 지연될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공제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다카6273 판결), 귀책사유필요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최근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채권자와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있어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한다는 약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증명함으로써 예정배상액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6다9408 판결. 이 판결은 나아가 “그리고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한다는 약정의 존재 여부는 근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그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지만, 당사자의 통상의 의사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의 존재는 엄격하게 제한하여 인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①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 :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사가 지연된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지체일수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나, 지체일수가 공제되는 수급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는 사유란 공사도급계약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정이 발생하였고, 그 사정으로 인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예정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공사의 지연이 불가피하였음을 증명하였어야 하는 것이지 단지 어떤 사유가 수급인의 귀책사유와 경합하여 공사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만 있는 때에는 배상예정액의 감액에서 고려할 수 있을 뿐이다.
②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 :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은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 등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이라고 볼 수 없고,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기간을 약정함에 있어서는 통상 비가 와서 정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 감안하고 이를 계약에 반영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동절기의 이상 강우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가 어느 정도 지연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공사기간 내에 공사 진행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불가항력적인 이상 강우라고 볼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려우므로, 그것을 가지고 지체상금의 감액사유로 삼을 수 있을지언정 지체상금의 면책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피고들의 부당한 시공요구 및 공사 수행의 간섭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심이 적법하게 배척한 증거들 외에는 기록상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사의 지연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 아니므로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원고의 면책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결국,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 손해배상 예정액의 청구는 본질적으로 손해배상의 청구인데, 우리 민법이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과실책임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이 원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귀책사유 필요설이 타당하고, 채무자는 귀책사유 없음을 항변할 수 있다.
나. 손해배상 예정액 청구의 내용
⑴ 원칙
손해배상의 액수 및 그 지급 방법 등은 손해배상액 예정 약정의 해석에 따라 정하여진다.
⑵ 과실상계의 허용 여부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채권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채권자의 과실을 비롯하여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는 있을지언정 채권자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92142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4다200763 판결 등 참조).
⑶ 손익상계
손익상계는 채권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귀속시키지 않으려는 공평의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인정된다.
다. 손해배상 예정액의 증감
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이를 감액할 수 있다(제398조 제2항).
㈏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 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97. 6. 10. 선고 95다37094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13090 판결). 단지 예정액 자체가 크다든가 계약 체결 시부터 계약 해제 시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다든가 하는 사유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다20922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7다8876 판결은, 피고가 원고 측에게 장기간에 걸쳐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안에서, 계약 위반으로 당사자가 입게 될 손해가 중대할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을 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 예정액이 손해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할지라도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특히 금전채무의 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위에서 든 고려요소 이외에 통상적인 연체금리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다52265 판결).
㈑ 이와 같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나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이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54536 판결).
㈒ 이때 감액사유에 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지만(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9493 판결 등 참조),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05779 판결 등 참조).
⑵ 손해배상 예정액의 증액
통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법원이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손해배상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초과 부분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약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나아가 공사도급계약에서 하자보수보증금 몰취 약정과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취지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초과 부분의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0다17810 판결).
라. 적용범위
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배상액 예정이 가능한지 여부
제763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를 준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른바 ‘거래행위적 불법행위’에 관하여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⑵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여부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손해가 예정액에 포함된다. 그 계약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채무불이행과 별도의 행위를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여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 성립한 경우 그 손해는 예정액에서 제외되지만(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8033 판결 :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이 피고의 잔대금지급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된 다음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토지상의 건물 철거 및 대지 인도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토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입은 원고들의 차임 상당의 손해는 매매계약이 해제된 후의 별도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계약 당시 수수된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전보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예정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행위의 법적 성격과 상관없이 그 손해는 예정액에 포함되므로 예정액과 별도로 배상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74270, 274287 판결).
마. 일방적 손해배상액 예정
⑴ 의의
쌍무계약의 당사자 중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만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⑵ 일방적 손해배상액 예정이 유효한지 여부
예를 들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만 손해배상액 예정을 하고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매수인은 일반 원칙에 따라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 예정이 일방적 손해배상액 예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다53759, 53766 판결).
⑶ 타방의 채무불이행의 경우 이를 유추적용 할 수 있는지 여부
당사자들이 특별히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만 손해배상액 예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타방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까지 유추적용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타방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는 일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590 판결 : 분양계약서에서 수분양자인 甲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납부책임과 금액만을 규정하고 분양자이자 매도인인 乙 주식회사 등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사안에서,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적용되는 지연손해금 조항이 당연히 매도인에게도 적용되어 동일한 내용의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는 없으므로, 甲은 乙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乙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로 입은 손해만을 제393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한 사례).
7. 위약벌과의 구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99-514 참조]
가. 위약벌의 의의
⑴ 위약벌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손해배상과 별도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위약금을 말한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아니면 위약벌의 성질을 갖는데, 당사자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제398조 제4항). 따라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9034 판결,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등 참조).
⑵ 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그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63257 판결 등 참조).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차이점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⑴ 첫째,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우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 예정액만 청구할 수 있으나, 위약벌의 경우에는 위약벌 이외에 별도로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⑵ 둘째,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으나(제398조 제2항),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
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 방법
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에 위와 같은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아니면 위약벌인지를 구별하는 문제는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⑵ 통설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문제를 간편하게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위약금 약정을 하였으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그보다는 채무자로 하여금 채무를 이행하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사적인 제재로서 정한 것이라면 이는 위약벌이라고 한다.
판례도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에 그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다53759, 53766 판결).
⑶ 다만, 위약금은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는데, 판례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 기업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와 관련하여 매수인들을 대리한 갑 주식회사와 매도인들을 대리한 을 은행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매수인들의 책임 있는 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제되는 경우 매수인들이 기납부한 이행보증금 및 그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매도인들에게 귀속된다’는 조항을 둔 사안에서, 위 조항을 양해각서의 다른 조항들과 함께 살펴보면 매수인들의 귀책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제됨으로써 발생하게 될 모든 금전적인 문제를 오로지 이행보증금의 몰취로 해결하고 기타의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청구는 명시적으로 배제하여 매도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매도인들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인 점,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의도하였던 바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최종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행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한 사례).
예를 들어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다82944, 82951 판결).
⑷ 판례들을 분석하여 보면 대체로 위약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려는 추세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판례가 위약벌 약정에는 제398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함에 따른 것으로 가급적이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원의 직권 감액을 통한 공평과 구체적 타당성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대표적인 유형의 위약금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입찰보증금’은 계약체결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 예정이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다48117 판결).
② ‘계약보증금’은 계약이행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 예정이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463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42632 판결).
③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에 대한 특수한 손해배상액 예정이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0다17810 판결).
④ 다수의 전기수용가와 사이에 체결되는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에,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와 별도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위 약관에 의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12032 판결).
라. 위약벌에 대한 사법적 통제
⑴ 제103조의 적용을 통한 일부 또는 전부 무효
㈎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①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부정하는 견해와 ② 위약벌 약정 역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함께 위약금 약정의 일종이라는 이유로 긍정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판례는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라는 태도를 확고하게 취하고 있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와 같은 현재의 판례는 타당하고 그 법리에 따라 거래계의 현실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다만, 위약금의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경우에 최근 판례는 “이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을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는바(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위약벌까지 포함하여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을 허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의 비율, 예상손해액의 크기, 의무의 강제를 통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위약금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제398조 제2항의 유추 적용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제103조의 적용을 통해 일부 무효를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법원이 위약벌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여 재량으로 무효로 되는 범위를 설정한다면, 실제로는 위약벌에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된다.
그럼에도 두 접근법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① 첫째,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점은 권리발생의 장애사유이므로 그로 인하여 이익을 받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는 통설과 판례에 따를 때, 제103조를 적용하려면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증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과는 구별된다.
② 둘째, 최근의 일부 판례는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그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이에 따르면 제103조의 적용을 통한 일부 무효의 인정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실무에서는 위약벌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제103조를 적용함으로써 공정하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위약벌 약정의 효력을 일부만 인정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 한편,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이자에 관하여 적용될 뿐, 계약을 위반한 사람을 제재하고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하여 정한 위약벌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6다259769 판결).
⑵ 판단기준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당사자 일방이 그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위약벌 약정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의무의 강제를 통한 채권자의 이익과 비교한 위약벌 금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하나(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들뿐만 아니라 계약 이행의 정도, 계약 위반의 과정 등 계약 체결 이후의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 ‘계약 이행의 정도’를 고려한 판례로는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2다54035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27015 판결, ‘계약 위반의 과정’을 고려요소로 명시한 판례로는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참조).
또한 당사자 쌍방이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위약벌 약정이 쌍방의 계약 위반에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언제나 위약벌 약정이 전부 유효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 참조).
⑶ 위약벌이 약관에 있는 경우
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표제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그 문언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정한 것으로 위약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② 그러나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하면서, ‘이 사건 위약금을 위약벌로 본다고 하더라도 약관법 제6조와 제8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약금 약정을 약관으로 둔 경우에는 그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때에는 약관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본 것이다. 약관의 불공정 위험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가리지 않고 위약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약금 약정이 약관법의 규율대상이 되고 그 약관 조항이 무효인 이상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판례는 위약금에 관한 약관 조항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당사자에게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8.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방법 법리 요약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580-584 참조]
가. 의의 및 법적 성질
⑴ 손해배상액의 예정
통설, 판례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이원적 기능설을 취한다.
일원설이 주장하는 입증곤란의 배제에 더하여,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을 예고하여 심리적 경고를 줌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이행확보적 기능도 갖는다고 보는 견해이다.
여기서 말하는 입증곤란의 배제란 손해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그 금액을 바로 청구해서 받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⑵ 위약벌
통설은 위약벌에 관하여 이행확보적 기능설을 취한다.
위약벌을 정한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별도로 구할 수 있다.
기능면에서만 보면, 손해배상액 예정이 위약벌의 기능을 포함하는 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나. 차이점
⑴ 별도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에 차이점 있음[위약벌 (= 가능), 손해배상액 예정(= 불가능)]
요건과 효과는 동일하고, 다만 별도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만 차이가 있다.
① 위약벌이면 별도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고, ②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우 별도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다.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자유롭게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를 선택해 내용에 포함시킬 수 있다.
⑵ 청구의 요건 (= 동일)
두 제도상 청구의 요건은 다음과 같이 같이 동일하다.
① 주된 채권관계의 존재를 요하는 종된 계약임
② 위약금 약정이 존재하여야 함
③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요구함
④ 손해 발생은 요건이 아님
⑶ 일부 감액 (= 모두 가능)
두 제도의 감액 가능 여부와 관련하여 그 근거는 다르나 일부 감액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①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고, ② 위약벌의 경우는 판례가 일부 무효의 법리를 채택하고 있다(대법원 2013다27015 판결).
다만, 위와 같은 감액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 판시도 있다(대법원 2015다239324 판결).
실무상으로는 위약벌 약정을 과도하게 해놓은 경우가 자주 발견되므로, 일부 무효에 따른 감액을 인정하여야 할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위약벌은 별도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액 예정과 차이가 있다.
다. 두 제도의 구별방법
⑴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12다65973 판결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 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 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⑵ 판례의 취지
①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대법원의 구별기준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라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위약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계약 내용으로 정하였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족하다.
즉 계약체결의 경위 등 나머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외에는 요건, 효과는 모두 동일하다.
②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은 결국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이다.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 당사자가 계약에서 정한 대로 효과를 부여하면 족하다.
여기에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된다는 민법 규정(제398조 제4항)을 더하여 보면, 위약벌임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손해배상을 따로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예외 없이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③ 판례는 역시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사안에서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판단하거나,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본 사안에서 위약벌로 판단한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
판례는 구별기준으로 ‘종합적 고려’를 반복하여 판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9. 손해배상예정액 감액
가. 취지
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장래의 채무불이행시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사전에 정하는 계약으로 채무불이행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며 원채무에 종된 계약이다(따라서, 원채권의 담보는 배상예정액도 담보하게 된다). 이러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일반적으로 ① 손해의 발생 사실 및 손해액의 입증곤란 해소, ② 채무자에 대한 심리적 경고 ③ 2항의 감액제도는 실질적 평등의 보장 ④ 분쟁의 신속한 해결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법원 1993. 4. 23. 선고 91다41719 판결은 " 민법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규정한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1991. 3. 27. 90다14478 판결).
⑵ 판례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보면,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대법원 1997. 6. 10. 선고 95다37094 판결, 1993. 1. 15. 선고 92다36212 판결,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등)이라고 하여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의 보호라는 관점을 강조한 경우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는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28526 판결,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고 하여 일반사회인을 기준으로 과다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로 나뉘어져 있다.
⑶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비슷하지만 구별되는 제도로 '손해배상의 합의', '위약벌', '계약금'이 있다. 손해배상의 합의도 실손해의 배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같으나 기본적으로 손해발생 후에 하는 합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약벌은 채무불이행시 손해유무와 관계없이 정한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비슷하나, 그 외에 자신의 귀책사유에 의한 손해가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해서도 추가로 배상을 해야 하며, 이러한 위약벌에 대해서는 법원이 감액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대법원 1968. 6. 4. 68다491 참조, 하지만 제103조 및 104조에 의한 전부무효, 일부무효가 인정될 수는 있다. 그에 관해서는 대법원 1993. 3. 23. 92다46905 판결). 한편, 계약금은 체약의 증거금(당연히 인정되는 성질), 채무 일부이행의 지급금, 해제권 유보( 제565조), (합의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약정이 있으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질도 함께 지닌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6.14. 선고 95다11429).
나.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 판단기준
⑴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 기준
판례에서는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 요소로, ①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②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③ 계약의 목적 및 내용, ④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⑤ 실제 손해와 그 예정액의 대비 (또는 예상손해액의 크기) ⑥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예시하며 기타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함이 일반적이다.
이 중 실제 소송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③ 내지 ⑥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⑵ 구체적인 예
㈎ 계약의 목적 및 내용
대법원 1988. 12. 6. 87다카2739 판결은 대금 2억 7천만 원의 공장매매계약에서 9천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사안에서 '얼핏 과다한 배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매수인이 중도금만을 지급하고 목적물 일체를 명도받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그 운영수익에 따른 대가와 시설의 사용에 따른 매도인의 손해 등을 감안할 때……부당하지 않다'고 하여,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이 과도한 것으로 보임에도 중도금 지급시 목적물 인도, 사용수익이라는 계약의 비전형적인 내용에 비추어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은 '원심은……통상 위약금은 매매대금의 10분의 1정도로 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약금이 매매대금(1,100억 원)의 10분의 1인 금 11,000,000,000원보다 훨씬 적은 금 7,000,000,000원에 불과하고,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일반사회관념에 비추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하였고, 이 사건 판결에서도 '……등의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해 보면, 과천선 82량에 대한 납품대금 47,228,306,000원 중 약 38%에 해당하는 금 17,838,367,470원을 지체상금으로 공제한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그 지체상금은 위 전동차의 총납품대금의 15%인 금 7,084,245,900원(47,228,306,000원× 15%)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제반사정 중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을 중요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였다.
㈐ 실제 손해와 그 예정액의 대비(또는 예상손해액의 크기)
대법원 1988. 1. 12. 87다카2291 판결은 건물임차인이 임대인의 승낙없이 계약상의 권리를 양도하거나 전대 등을 할 경우 임차보증금의 30%를 위약금으로 징수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약정위반이 있을 경우 피고가 입을 손해액이 특히 크리라는 별단의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사정 하에서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인 위 소외회사와 임대인인 피고사이에 판시 약정위반이 있을 경우 그 위약금수액을 임차보증금중 30퍼센트인 금 6,300만원이나 되는 고액으로 정하였음은 그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하고, 대법원 1996. 4. 26. 95다11436 판결은 대한민국에 수중탐사선, 쾌속후송선 등을 건조하여 인도하기로 하고, 지체상금은 법령에 따라 1일당 선박대금의 1.5/1000으로 하기로 약정한 자가 인도를 지연한 사안에서 '지연손해금은 계산상 1,432,642,500원이지만……대한민국의 유형적 손해가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지체상금액은 부당히 과다하다'고 하여 기록에 드러난 실제 손해액(또는 예상손해액)을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요소로 고려하였으나, 대법원 1975. 11. 11. 75다1404 판결, 대법원 1987. 5. 12. 86다카2070 판결 등에서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실제 손해액이 기록상 나타나지 않은 때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은 아니라고 보았다.
㈑ 당시의 거래관행
판례는 부동산 매매의 경우 대금의 10% 정도의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약정하는 거래관행을 인정하여, 대법원 1993. 4. 23. 92다41719 판결에서는 부동산을 92억 원에 매수한 자가 계약금으로 7억 2천만 원을 지급하고 위약시 반환받지 못하기로 약정하였다가 대금지급을 지체하여 해제된 사안에서 항소심은 위약금을 4억 6천만 원으로 감액하였으나, 대법원은 다른 사정 외에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매대금의 10%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약정함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데……이 사건 예정액은 그 8%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점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다. 기준 시점
손해배상 예정액의 부당과다 여부 및 적당한 감액의 범위 판단의 기준 시점에 관하여 변론종결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고, 판례도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 15. 92다36212 판결 등)고 하여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위약금 약정이 이루어진 당시는 물론 계약의 해제여부, 채무불이행 이후의 거래관계 등 채무불이행 이후 법원의 사실심 판단시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라. 과실상계 적용 여부
판례(대법원 1972.3.31. 선고 72다108 판결)는 과실상계 규정의 적용을 부정한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도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인정되어 이를 감액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위 등 제반사정이 참작되므로 손해배상액의 감경에 앞서 채권자의 과실 등을 들어 따로 감경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마.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당사자가 손해배상의 법률문제를 간편하게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위약금 약정을 하였으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이보다는 채무자로 하여금 이행에 나아가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채무불이행에 대한 사적 제재를 정한 것이면 '위약벌'인 것으로 보게 되는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은 이와 같이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달려 있으나, 민법 제398조 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하여 이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약금의 약정이 위약벌로 되기 위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진다.
10.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 및 범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9 참조]
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와 범위는 사실심의 전권 사항
⑴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와 범위에 관한 사실심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⑵ 따라서 일정한 ‘한계선’ 아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얼마를 감액하든 대법원은 잘 관여하지 않는다.
나. 이러한 ‘한계선’에 해당하는 사례
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위약금으로 정한 계약금 10%를 감액하는 것
매매대금액이 큰 경우에는 위약금의 액수가 과다하다고 하여 감액을 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계약금을 매매대금의 10%로 하면서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것은 거래관행이므로, 이를 감액하면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
⑵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약정 지연손해금률을 법정이율 또는 그 이하로 감액하는 것
법정이율로 감액하면 지연손해금률을 별도로 약정한 의미가 없다.
즉, 일부러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약정 지연손해금률을 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⑶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위약금으로 정한 계약금 20%를 10% 이하로 감액하는 것
계약금을 매매대금의 10%로 정하는 거래관행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계약금의 비율을 일부러 높임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15% 정도로 감액하는 것은 파기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거래관행 수준인 10%로 감액하면, 거래관행을 알고도 구태여 고율을 약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한 것으로서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
11. 대상판결의 내용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460-1462 참조]
가. 이 사건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일부 감액될 필요가 있음
⑴ 피고의 이 사건 계약 해지통보가 부적법하기는 하나, 원고의 과실도 적지 않다.
이 사건 계약에는 원고가 매년 충족하여야 하는 연간 구매주문량과, 이를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할 경우의 해지권이 약정되어 있었다.
원고는 연간 구매주문량을 2007년도와 2008년도에 2년 연속으로 충족하지 못하였고, 2009년도에도 연간 구매주문량 충족이 불투명해지자, 2010년도의 수입분을 선주문하여 2009년도의 연간 구매주문량을 채웠다. 이에 피고가 이 사건 계약 해지통보를 한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법원의 계약 해석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계약 해지통보가 부적법하였다고 인정되었던 것이다.
약정된 ‘연간 구매주문량’의 기준은 ‘주문’이지 ‘인수’가 아니므로, 올해 주문하고 내년에 인수받아도 올해 구매주문량에 산입된다고 해석되어, 원고가 연간 2009년도의 연간 구매주문량을 채웠다고 인정되었던 것이다.
⑵ ‘계약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 배상’이라는 것은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손해액’이란 이행이익이고, 이행이익을 배상받으면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는 완전히 전보된 것이므로, 이행이익의 N배를 배상시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개 ‘손해액의 N배 배상’은 일상적으로 빈발하되 개별적으로 적발하기는 어려운 약정 위반에 대한 것이다(ex. 지하철 무임승차).
약정 위반이 1회만 밝혀져도 이미 과거에 다수의 사례가 있었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이
부당하지는 경우이므로 N배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이다.
이 사건 계약의 손해배상액 예정은 ‘중대한 의무위반’에 관한 것이었고, 일상적으로 빈발할 것이라거나 개별적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경미한 약정 위반이 아니다.
⑶ 그러나 원심은 ‘손해액’으로서 피고의 구매주문 불응에 따른 원고의 이행이익에 해당하는 약 8,000만 원을 인정한 후, 여기에 약정대로 10배를 곱한 8억 원을 전액 인정하였다.
원ㆍ피고 사이의 거래 총량이 그리 많지 않고, 이로부터 피고가 얻었을 수익도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심이 인정한 약 8억 원은 분명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 대상판결을 두고 ‘입은 손해액의 10배’라는 손해배상액 예정이 일반적으로 적정하다고 인정되었다고 오해하여서는 안 됨
⑴ 5년 동안 상고심에 계속된 사건으로서, 대법원에서 고민을 오래 하다가 사실심의 재량을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보이다.
⑵ 따라서 이를 확대하여, ‘계약위반으로 입은 손해액의 10배’가 일반적으로 적정하다거나 사실심이 감액할 이유가 없는 손해배상액 예정액이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