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매니아들의 성지, 용산 프렌치 레스토랑 “해리스(Harris)”】《이 레스토랑의 단점은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 6병의 맛과 향이 너무 인상 깊고 좋아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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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을 가졌다.
용산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해리스(Harris)”란 곳이다.
요즘은 체력이 저하되어 예전처럼 와인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
가볍게 몇 잔만 하려고 소믈리에를 불렀다.
그런데 여기의 와인 추천방식은 다른 레스토랑과 많이 다르다.
소믈리에가 와인리스트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병의 와인을 직접 들고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너무도 감동적이고 생생해서 테이블에 늘어놓은 와인을 모두 마시고 싶게 만든다.
통상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말하는 “이 와인은 바디감이 풍부하고, 잔향에서는 이슬을 품은 이끼향과 솔향이 납니다.”는 정도의 유치하고 치졸한 멘트가 아니다.
그 소믈리에가 어찌나 와인을 잘 설명하는지, 멘트를 모두 녹음해서 암기하고 싶을 정도로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고 강렬하다.
소믈리에는 이 레스토랑의 부 세프(Chdf)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애피타이저 와인을 보여달라고 하자, 5병의 와인을 가져와 설명을 시작한다.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을 시켰다.
소믈리에가 설명한 그 묘한 맛과 향이 진솔하게 그대로 전해진다.
메인 디쉬에 맞는 레드 와인 2병을 다시 추천받았다.
역시 레드와인 5병을 들고 왔는데, 다 마시고 싶었다.
음식 맛보다 와인 맛이 더 좋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다.
이렇게 황홀한 기분은 처음이다.
알콜에 취해서 황홀한 것이 아니라, 그 맛과 향에 반해서이다.
디저트 와인으로 아이스 와인과 독특한 향의 화이트 와인을 2병 더 시켰는데, 너무 맛있다.
모든 와인 향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전부 6병의 와인을 마셨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와인이 환상적이다.
이 레스토랑의 단점은 소믈리에가 추천한 와인 6병의 맛과 향이 너무 인상깊고 좋아서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와인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추천해 본 적이 없다.
와인 매니아라면 반드시 가보야야 할 와인의 성지이다.
부 세프 소믈리에게 직접 들고와 테이블에 늘어놓고 추천하는 와인 중에서 선택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와인 리스트만 보고 선택하면, 후회할 수 있다.
다들 얼굴이 불그스레하다.
가족 모임에서 와인 맛에 반해 이렇게 가족 전원이 모두 취해 본 적은 처음이다.
창가에 우리가 마신 와인 병이 놓여져 있다.
모두 웃는 얼굴이다.
가족끼리 와인을 마시고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