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나 취미 등 관심사가 같으면 저절로 소통이 이루어진다.】《삶이란 통하는 사람끼리 서로 닮아가면서 그들만의 언어로 아주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같은 감정이나 생각을 갖고 있을 때 또는 서로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느낄 때 태도와 표정이 닮아간다. 부부나 연인이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사고방식은 물론 얼굴조차 닮아가는 이유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화장실에서 생긴 일>
식당에서 식사 도중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앉아서 볼 일을 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옆 칸에 있던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어이, 잘 지냈어”
보통 낮선 장소에서 낮선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조금 지켜야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대답했다.
“응, 잘 지내.”
그러자 그 남자는 내게 다시 이렇게 물었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
그래서 다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늘 비슷하지 뭐.”
그런데 그 남자가 다시 대꾸한 때문에 기절초풍할 뻔했다.
“내가 지금 네 쪽으로 가도 될까?”
깜짝 놀라 말을 더듬으며 그 남자에게 물었다.
“아니, 뭐? 왜 이리 오겠다는 거지?”
그러자 옆 칸의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다가 내가 다시 전화할게. 옆 칸에 있는 또라이 같은 놈이 내 말에 자꾸 대꾸를 해서 너랑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조금만 기다려.”
<성격이나 취미 등 관심사가 같으면 저절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전화 통화내용을 들으면 의미전달이 불분명한 말들이 오고 간다.
“응”, “몰라”, “그냥”, “아니”, “글쎄” …
분명 남의 나라 말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한다.
듣는 사람은 그 뜻을 해독하기 어렵지만, 연인들의 대화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 짧은 표현 속에 그들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해놓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아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연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갓난 아기와 엄마가 소통하는 것도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다.
아기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웅얼거리는데, 엄마는 기가 막히게 그 뜻을 파악하고는 문법이 파괴된 기형적인 언어로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는 똑같은 웅얼거림에 지나지 않는데, 서로 분명한 의미를 파악하고 둘만의 특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쓴다.
서로 다른 나라 말을 사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서 서로 다른 조건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좀 더 의미를 잘 전달하려고 자기만의 언어로 잡다한 설명을 덧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쓸수록 이해의 폭은 점점 줄어든다.
언어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의 수단이다.
두 사람이 서로 약속을 하면 어떤 단어는 들 사이에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재미있는 것은 그 약속이 자신들도 모르게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가 만나 열매를 맺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이 누가 되었든 서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은연 중에 상대방의 흉내를 내고 있다.
인간에게는 닮지는 않았더라도 좋아하는 대상의 목소리, 모습, 태도 등을 흉내 내는 본능이 있다.
좋아하는 대상과의 ‘유사성’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서로 비슷한 모습과 성격, 특징을 지닌 사람끼리는 서로 호감을 느낀다.
성격이나 취미 등 관심사가 같으면 저절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같은 감정이나 생각을 갖고 있을 때 또는 서로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느낄 때 태도와 표정이 닮아간다.
부부나 연인이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사고방식은 물론 얼굴조차 닮아가는 이유이다.
삶이란 통하는 사람끼리 서로 닮아가면서 그들만의 언어로 아주 특별한 소통을 이어가는 과정이다.